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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삼청동 핵심 지역까지 붕괴된 삼청동 상권

by 썬도그 201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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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삼청동을 다녀왔습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가기 보다는 10년 넘게 찾아가는 곳이라서 서촌을 촬영한 후에 자연스럽게 삼청동으로 향했습니다. 서촌에 있다가 청와대 앞길을 지나왔는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내려서인지 언론사들의 차량이 많았습니다. 

언론사와 청와대의 접점인 청와대 춘추관 앞의 공근혜 갤러리를 지나서 삼청동의 핵심 중에 핵심인 국무총리 공관 앞으로 향했습니다. 이 삼청동은 잘 몰라서 그렇지 갤러리들이 꽤 많습니다. 한 때 삼청동 미술제라고 해서 갤러리들이 함께 축제를 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개러리는 문이 닫혀 있네요. 전시가 없어서 문을 잠시 닫은 것 같습니다. 


삼청동은 저에게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2007년에 처음 삼청동을 찾았을 때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새벽 버스를 타고 삼청동에 도착해서 골목 이곳 저곳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한옥 건물이 가득했고 골목과 계단이 많아서 동네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좋았고 이후에 자주 찾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2007년 당시 삼청동은 한적한 동네로 저렴한 임대료와 전세값으로 가난한 예술가들과 공방들이 꽤 많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싼 임대료입니다. 이 싼 임대료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공방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만든 공예품을 팔았습니다. 또한 분위기 좋은 북카페 등등이 있었습니다 당시 삼청동은 프랜차이즈, 아파트, 편의점이라는 서울 어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3가지가 없어서 깨끗한 삼청동이라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삼청동이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고 언론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2009~2010년 경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삼청동은 삼청동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유동인구만 많았습니다. 그러다 2012년 예능 프로그램과 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여기에 중국, 일본인 관광객들이 북촌한옥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주말마다 줄서서 다닐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프랜차이즈와 편의점이 없어서 맑은 동네 삼청동이 흙탕물이 되다 라는 제 가 쓴 글을 보면 2012년 경 국무총리 공관 앞에 편의점이 생기고 파리바게트, 하겐다즈, 커피빈이라는 유명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6년 경부터 커피빈도 떠날 정도로 삼청동의 많은 상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갑자기 높아진 임대료 때문인 듯합니다. 실제로 이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한 상인들이 폐업을 하고 떠난다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지나 슬럼화 진행중인 삼청동에 쓴 제 글은 2017년 당시 포털 다음 메인에 소개되고 여기저기서 많이 퍼가서 많은 분들이 읽었습니다. 2017년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자본력이 좋아서 웬만하면 잘 흔들리지 않은 프랜차이즈도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삼청동의 메인 거리인 은행나무 가득한 길 양쪽 상가들은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총리 공관에서 삼청 공원 위로 올라가는 상가 지역 상가들과 팔판동 쪽 상가들이 많이 사라졌지 그 밑에 있는 상가들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삼청동의 메인 스트리트인 상가들까지 사라졌습니다. 보이런던이라고 하는 곳이 사라졌습니다. 이건 좀 충격적입니다. 삼청동의 상징과도 같았던 곳이 사라졌습니다. 

<2008년 삼청동 / 2018년 삼청동>

위 사진은 카카오맵 로드뷰에서 본 2008년과 2018년 삼청동 메인 스트리트 사진입니다. 2008년만 해도 그냥 흔한 주택가였습니다. 그러나 관광지로 변하더니 주택을 개조한 대형 상가들이 들어섰습니다. 보이런던은 그 상징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보이런던도 사라졌습니다. 검색을 해보면 보이런던 내홍이 있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럼에도 삼청동 지점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떠났네요. 

그 옆에 있던 피규어 박물관도 사라졌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서일까요?


삼청동 메인 스트리트인 은행나무 길입니다. 거대한 은행나무가 길 양쪽에 있어서 가을이 되면 운치가 아주 좋습니다. 


이 길 양쪽에 공실이 되어서 임대한다는 건물이 꽤 보입니다. 


삼청동을 멋진 동네로 만들자면서 임대문의 안내를 도와준다는 포스터도 보이네요. 


이 건물은 물방물 모양의 창문이 있어서 꽤 인상 깊은 건물인데 여기도 임대를 하네요



이삭 토스트 양 옆의 상가가 모두 폐업을 하고 임대를 놓고 있습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네요. 망했습니다. 상권 전체가 그냥 망했다는 느낌입니다. 압니다. 잘 압니다. 이 삼청동 상권 붕괴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지난 수년 간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요. 그럼에도 이 메인 스트리트는 손 바뀜은 있었어도 영업하는 상가들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메인 스트리트도 영향을 받고 있네요. 

CU도 사라졌습니다. 근처에 블루보틀 삼청점이 생겨서 삼청동 상권에 활력을 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살짝 있었지만 예상대로 별 영향이 없네요. 삼청동 상권 붕괴는 경리단길 상권 붕괴와 동일합니다. 

한 마디로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입니다. 홍석천이 방송의 힘을 빌려서 경리단길을 살리는 '오 마이 로드' 방송을 보고 있는데 이 젠트리 현상은 쉽게 해결 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임대료가 높아서 상권이 붕괴되면 임대료를 낮추면 되는 것 아니냐!  

말은 쉽죠. 현실적으로 임대료를 대폭 낮추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낮췄다가 임대료를 올리려면 법적으로 5% 이상 올릴 수 없습니다. 한 번 낮아진 후 다시 임대료를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공실로 두고 1년간 임대료를 안 받는 꼼수를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임대료를 낮추지 않습니다. 그나마 삼청동이 뜨기 전에 건물을 산 건물주들은 낮출 여력이 있지만 삼청동 상권이 뜬 후 상가를 수십 억을 주고 산 상가 주인들은 매달 은행에 내는 이자 때문이라도 임대료를 낮추기 어렵습니다.게다가 임대료 낮추면 건물 비용도 낮아지기 때문에 함부로 낮추기도 어렵습니다.

그럼 어떡하냐? 낮추고 싶어도 낮추기 힘든 이 현실을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또렷한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스타벅스처럼 매달 고정 임대료를 내는 것이 아닌 매출 연동제로 하면 그나마 낫습니다. 스타벅스는 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냅니다. 장사가 잘 되면 임대료를 많이 내고 안되면 내는 임대료가 적습니다. 매출 연동 임대료를 내면 건물 주인도 세입자 상인이 잘사가 잘 되게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가끔 상인들이 매출 누락하면 어떡하냐고 하는데 요즘 90% 이상 신용카드 씁니다. 따라서 매출 누락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상인이 양심을 가지고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매출 연동 임대료 제도가 많다고 하는데 한국도 고려를 해봤으면 합니다. 집 근처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올라섰는데 준공된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상가들이 꽉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폐업을 선언하고 나가는 상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물어보니 10평 임대료가 유명 상권 임대료와 비슷해서 기겁을 했었습니다. 이러니 망할 수 밖에 없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쌌습니다. 

건물주들은 수십 억을 내고 건물을 샀기에 그 건물을 사려고 빌린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해서 임대료를 낮출 수도 없습니다. 이러니 신도시, 새 아파트 상가들은 건물주도 망하고 상인들도 망하지만 돈 버는 건 건축시공사라고 하잖아요. 

삼청동의 붕괴를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이 구조적인 모순을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삼청동은 새 건물이 없다지만 신도시 아파트 상가들의 높은 공실률은 해결될 실마리도 없네요. 그나마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 상한제라도 있죠. 상가 건물은 그것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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