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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부처님 오신 날을 환영하는 길상사의 연등, 영가등

by 썬도그 2019.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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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일요일에 오시네요. 올해는 깜박하고 연등축제를 카메라에 담지 못했습니다. 아쉽고 아쉽네요. 국내 최고의 퍼레이드인데요. 연등은 사진으로 담기 쉬운 피사체는 아니지만 담으면 아주 에쁘고 보기 좋습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연등이라는 피사체에 반해서 매년 연등을 촬영하고 있네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등을 품고 있는 길상사를 또 찾았습니다. 길상사는 성북동에 있는 사찰로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걸어서가면 좀 멀긴 하지만 길이 예뻐서 매년 걸어서 올라갔다 내려오네요. 

길상사는 다른 사찰과 달리 오래된 사찰이 아닙니다. 한옥이 있긴 하지만 사찰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 고위층들의 비밀스러운 만남들을 많이 했던 대원각이라는 고급 요정이었습니다. 이 대원각의 주인은 김영한으로 <나와 타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로 유명한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김영한은 법정 스님을 찾아가 이 대원각을 사찰로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렇게 고급 요정은 작은 사찰이 되었습니다. 한옥 건물이고 성북동 부촌의 계곡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누가 설명하지 않으면 원래 사찰이 아닌곳이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합합니다.  

길상사는 작은 사찰입니다.  그러나 있어야 할 전각이나 석탑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입니다. 중생을 위험으로부터 구제하는 보살이라서 대중적인 인기가 가장 높은 보살입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든 조각이라서 그런지 참 세련되었습니다.


길상사 연등에 예쁜 이유는 색이 다양합니다. 다른 사찰 예를 들어서 코엑스 근처에 있는 봉은사는 온통 붉은등만 가득하고 조계사도 색이 붉은색 위주에 연등으로 거대한 글씨를 써서 그런지 연등의 다양한 색을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길상사 연등은 동글동글하고 다양한 색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이 길상사 연등을 알사탕이라고 부릅니다. 


사찰의 메인 전각인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대웅전 앞의 연등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네요. 

대웅전 왼쪽으로는 작은 산책길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곳곳에 쉴 수 있는 나무 의자들이 있네요. 



작은 구름다리도 있습니다. 


이 길상사에는 계곡이 있는데 이 계곡을 건너는 구름다리입니다. 계곡 위에 작은 불상도 있네요. 


구름다리를 건너면 길상사를 공덕한 김영한 공덕비가 있습니다. 작은 전각가 있고 그 앞에 공덕비가 있네요. 대단한 결심이죠. 대원각 자체만해도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고 더구나 성북동 부촌 동네라서 가격은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영한은 이 재산을 모두 종교에 봉헌을 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 시세로 1천억이라고 하네요.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천억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만 못하다'라는 대답한 김영한. 여기서 그 사람이란 백석 시인입니다.

어떻게 보면 김영한의 이 말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운동을 가장 잘 실천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가진 것 때문에 고통 받을 때가 많고 가진 것이 많을수록 지키려고 하는 고통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무소유의 사찰이자 '맑고 향기롭게'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잘 간직한 사찰이 '길상사'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길상사는 집 뒤에 있는 사찰이었다면 좀 더 자주 찾아왔을거에요. 정말 맑고 향기로운 곳입니다. 


길상사 연등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촬영 핫스팟은 여깁니다. 범종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영가등도 있습니다. 연가등이라고 했다가 영가등이라고 지적을 받았습니다. 뭐 온라인 백과사전에도 없고 어디 물어 볼 곳도 없고 주변에 불교 신지도 없어서 잘 몰랐네요. 영가등은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등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등입니다. 

오후 7시 30분이 되자 불이 들어왔습니다. 연등은 연꽃 모양의 등이라서 연등이라고 하죠. 그래서 길상사 연등은 연꽃이 연상되지는 않습니다만 요즘은 연등도 하나의 틀에 가두지 않고 은은한 빛을 내는 등을 다 연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유연한 생각이 참 좋네요. 

태양 빛의 온기가 남아 있는 저녁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들어가는 모습과 연등의 불빛이 어울어지는 시간이 가장 연등을 아름답게 담을 수 있습니다. 해가 진 후 30분이 매직아워로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다양한 색을 볼 수 있습니다. 

영가등과 함께 나무에 연등이 주렁주렁 열렸네요. 이 나무에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연등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런 풍경은 길상사의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작년보다 나무에 단 연등 수가 많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영가등 그늘에서 계단을 오르면 이 길이 나옵니다. 이길 중간에 서서 범종을 보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무념 무상 열심히 사진으로 담고 또 담았습니다. 매년 찾는 곳이라서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만 처음 오시는 분들은 꽤 즐거운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보다 나무에 달린 연등이 줄어든 느낌이라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매년 제가 들고오는 카메라가 좋아서 좀 더 보기 좋은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네요. 부처님 오신 날 맑고 향기로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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