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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감동스러웠던 2019 궁중문화축전 시간여행 그날, 영조 백성을 만나다

by 썬도그 2019.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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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4대 고궁입니다.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은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자 제가 즐겨 찾는 곳입니다. 이 궁궐이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올해 창경궁이 상시 야간 개방을 하면서 창경궁의 아름다운 자태를 낮과 밤 모두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5대 고궁에서 <궁중문화축전>을 합니다. 역사여행극이나 국악공연을 주로 하는 이 행사는 고궁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줍니다. 창경궁에서는 지난 5월 3일부터 5일까지 1시간 동안 역사 여행극인 <시간여행 그날, 영조-백성을 만나다>를 진행했습니다. 

오후 3시에서 4시 딱 1시간 진행을 했습니다. 진행 시작은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문 배우가 주요 배역을 맡았네요. 


3시가 되자 홍화문 앞에서 백성들이 영조 임금 앞에서 죽은자에게도 군포를 받고 개에게도 받고 아기에도 받는 헬조선에서 못살겠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조세 불공평은 있었죠. 이런 현실을 개탄스러워했던 영조 임금님 


깊은 빡침이 느껴집니다. 





문무 대신들이 서로 세금 때문에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분들 중에 청나라 사신들도 있네요. 이분들은 실제 중국어를 쓰고 계시더라고요. 중국 유학생이나 재중동포 같습니다. 

평일이지만 관람객들이 이 멋진 공연을 보러 많이 둘러싸서 보고 계셨습니다. 


문무 대신들의 경연을 보다 못한 영조가 경연에 참가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처럼 병역의 의무가 있었습니다. 백성들은 16세 이상이 되면 군인으로 징집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창 일할 나이에 군대에 가면 시골에서 농사할 사람이 없습니다. 이에 1년에 베 2필을 내면 병역의 의무를 안 해도 되었습니다. 군역대신 옷감을 내는 것을 군포제대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병역의 의무는 백성들에게만 있었고 양반은 의무가 없었습니다. 베 2필을 내기 빠듯한 백성들은 고향을 떠나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아기에게도 죽은 사람에게도 군포를 매기는 탐관오리들이 많아지자 민심은 피폐해졌습니다. 이에 영조는 군역법을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1년에 베 2필을 내는 것을 1필로 줄였자고 대신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대신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이에 그럼 대신들도 군포를 내는 호포제의 언질을 합니다. 조선 후기에는 양인들 즉 양반이 아닌 평민들은 병역 의무 대신 군포를 매년 2필을 냈습니다. 그러나 양반들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습니다. 호포제는 사대부 양반, 평민 가리지 않고 집마다 세금을 매기는 공평한 세금이었습니다.


여기에 세자인 정조가 할아버지 영조를 거들자 대신들의 쭉 나온 입은 쑥들어갑니다. 이 조선시대 세금 제도인 군역법은 군포 2필을 1필로 줄인 개혁적인 세금 제도이고 백성들에게는 아주 좋은 제도지만 동시에 1필로 줄어서 국가 제정이 흔들리는 것은 명약관화했습니다. 이 공연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줄어든 세금과 함께 영조는 긴축정책을 펼칩니다. 군사의 수를 줄이고 필요없는 관청을 없애거나 통합하는 등 긴축 정책을 펼칩니다.

그러나 호포제는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사대부 양반들까지 세금을 내라고 하면 자신들에게 대들 것이 뻔하고 정치적 입지가 탄탄한 왕이 아니라서 언제 사화가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괜히 양반들 건드렸다가 정권까지 뺏길 수 있기에 안타깝게도 양반에게 세금 매기는 일은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영조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탕평책이죠. 각종 조선의 양반 정치세력을 골고루 등용하는 탕평책을 설파하면서 탕평책을 음식화한 탕평채를 대신들과 함께 먹습니다. 

탕평채가 각 대신들 앞에 제공이 되고 있네요. 


이 영조대왕의 공연은 두 만담꾼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진행되었습니다. 


관객 수는 더 늘어만 갔습니다. 


최근에 개방된 함인정입니다. 작은 정자인데 여기도 개방해서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게 해 놓았더군요. 







조선의 3대 대왕인 세종대왕, 영조대왕, 정조대왕 중에 영조대왕 시기의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백성들이네요. 


다시 이동을 해서 이번엔 중전의 침실인 통명전으로 향했습니다. 


영조 임금은 정성왕후에 사이가 좋지 못했습니다. 정성왕후가 죽자 영조는 새 부인을 들이는 간택을 합니다. 조선의 많은 왕 중에 왕비 간택 일화가 있는 왕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조의 간택 일화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죠.


이 영조의 간택 현장을 많은 분들이 함께 봤습니다. 


영조의 정순왕후 간택 일화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른 규수들과 함께 간택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정순왕후는 부친의 이름이 적힌 방석에 앉을 수 없다거나 영조가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사람의 마음이 가장 깊다는 대답을 하고 꽃 중에 가장 좋아하는 꽃을 물으니 정순왕후는 목화꽃이라고 했습니다. 목화꽃은 솜을 만들어서 백성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꽃이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이 일화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 대답을 한 사람이 영조의 왕비인 정순왕후였네요. 


매년 하는 행사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달랐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작년에는 사회자가 상황을 소개하는 정도였는데 올해는 2명의 진행자가 상황을 소개하고 전문 뮤지컬 배우들인지 영조 임금님과 중전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것도 아주 잘 불렀습니다. 작년보다 공연의 내용이나 품질이나 재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네요. 고궁에서 뮤지컬이라. 정말 공짜로 보기 미안할 정도로 공연 내용도 메시지도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고궁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보통 정통사극만 촬영을 허락하는데 놀랍게도 좀비 드라마의 촬영을 허락했더라고요. 덕분에 좀 더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킹덤에서 세자 주지훈이 통명전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창경궁에는 가짜 왕도 지나다녔습니다. 곤룡포에 갓을 쓴 하이브리드 퓨전이네요. 하기야 드라마 킹덤을 본 외국인들이 한국은 모자의 나라라고 하면서 갓의 정체를 많이 물어보고 이름도 갓이라고 놀랐다고 하죠. 


마지막 페이지는 삼행시 과거 시험이 있었습니다. 유생들이 시제를 받고 바로 삼행시를 짓고 있네요. 


시제는 창경궁, 문정전, 통명전 등 창경궁의 주요 전각의 이름이 삼행시 시제로 나왔습니다. 


삼행시 장원급제한 3명이 수상을 했습니다. 이 과거시험은 현재도 똑같습니다. 20대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과거시험 자체가 공무원 발탁 시험이잖아요. 조선 시대나 한국이나 오로지 공무원만 바로보고 사는 시대상이 묘하게 닮았네요. 가장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 경제발전은 거의 끝난 시대에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네요. 


과거시험이 끝나자마자 궁 밖에서 유생들이 몰려와서 양반에게도 군포를 내라고 하는 소문이 들고 있다고 읍소를 합니다. 이에 영조는 그 소문은 내가 냈다면서 기득권층인 유생들을 꾸짖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좀 MSG를 친 느낌이네요. 실제로 영조는 양반에게 군포 같은 세금을 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호포제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생각만 했을 뿐 시행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애민정신이 높은 임금이 영조였습니다. 


영조는 갑자기 이 창경궁 공연을 풀프레임 DSLR로 촬영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가르키며 저건 뭐냐고 묻습니다. 

 

이에 대신이 달려가서 이 백인 관광객을 모셔옵니다. 대신은 카메라라는 것인데 우리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고 소개를 하자 영조는 그럼 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합니다. 여기서 빵 터졌습니다. 와~~ 이 공연 기발하고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공연 배우들과 관광객은 함께 모여서 단체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정말 올해는 대박 공연이었네요. 이런 공연 자주 했으면 합니다. 뭐 비용 문제로 자주 하긴 어렵다고 해도 봄, 가을에 1달에 1번 정도 하면 어떨까 합니다. 문화가 있는 날에 하면 더 좋고요.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배우분들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함꼐 웃었습니다. 

영조 임금님이 손을 번쩍 들어서 또 보자고 하네요. 마치 아엠 아이언맨이라고 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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