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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아동폭력 문제를 제대로 고발한 영화 미쓰백

by 썬도그 2019.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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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누가 때리냐고들 합니다. 그러나 친부모가 가장 많이 아이를 때립니다. 저도 참 많이 맞고 자랐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어렸을 때 저를 때린 기억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그게 미안하다는 말로 지워지는 기억이 아닙니다. 때린 사람에게는 그냥 미안한 감정이지만 맞은 사람은 평생을 가져가는 기억이니까요. 정말 많이 맞고 자랐습니다. 집에서 맞고 학교가서 맞았습니다. 참 열심히 때리고 맞고 살던 1980년대였네요. 

당시는 매라고 포장지 같은 단어가 있었지만 2019년 지금은 그게 매가 아닌 폭력이라고 명확하게 지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유불문하고 매질은 폭력과 동의어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가 자식을 패는 폭력은 여전히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사회입니다. 또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알아서 해결하세요라고 방치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정 폭력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에는 최근에 일어난 참혹한 가정 내 아동 학대 사건이 세상이 알려지면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건의 아동 학대 및 폭력 사건은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아동 학대를 영화 소재로 만든 영화가 <미쓰백>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아동 학대를 고발한 영화 <미쓰백>

최근 아동 학대로 친 자식을 죽이거나 학대 사건이 1건이 아닌 여러 건이 터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미쓰백>입니다. 소재 자체가 워낙 무겁고 강렬하기 때문에 소재에 잡아 먹히는 영화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지만 한지민의 놀라운 연기 변신과 이희준과 뛰어난 조연과 아역 배우가 이 영화를 어둡고 습한 영화가 아닌 세상을 고발하는 영화로 잘 만들어냈습니다. 

백상아(한지민 분)은 어머니로 부터 아동 학대를 받다가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부모 없이 세상에 나와 험한 꼴을 당했지만 백상아를 돌봐줄 사람은 없습니다. 10대 시절 자신을 겁탈하려는 사람에게 흉기를 꺼내서 대항하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살인미수범이 됩니다. 이런 불쌍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형사 장섭(이희준 분)은 백상아를 알뜰살뜰 챙겨줍니다. 하지만 워낙 백상아가 세상에 등을 돌리고 살아서 쉽지가 않습니다. 세차장에서 허드레일을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사는 백상아에게 세상은 정글과 지옥이고 하루 하루 꾸역꾸역 살고 있습니다. 


이런 백상아 앞에 어린 지은(김시아 분)이 다가옵니다. 친아빠와 계모에게 학대를 받다가 집에서 탈출한 지은이를 보자마자 어머니에게 맞고 자란 백상아는 부모에게 맞은 아이라는 것을 대번에 압니다. 슈퍼 앞에서 원피스 차림으로 떨고 있는 지은이를 보자 백상아는 가던 길을 멈추고 지은이를 데리고 포장마차로 가서 허기를 달래줍니다. 

마침 지나가던 지은이의 계모가 포장마차 안에 있던 지은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자 지은이는 백상아 손가락을 꼭 쥡니다. 가고 싶지 않지만 계모에게 맞기 싫어서 끌려가는 지은이를 보자 백상아는 자신의 옛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확증도 없고 가정 폭력, 아동 학대가 의심이 되지만 제 3자이자 남인 백상아가 해줄 것은 없습니다. 


백상아가 해줄 수 있는 건 '미쓰백'이라고 부르라는 관계맺기 뿐입니다. 지은이의 등대가 된 '미쓰백'은 지은이를 데리고 바다를 보러 갑니다. 화장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만 지내던 지은이는 미쓰백과 함께 세상의 크고 넓음과 미쓰백의 따뜻한 손을 알게 됩니다. 영화 <미쓰백>의 가장 인상 깊고 아름다운 장면은 지은이가 미쓰백의 손을 잡으면서 노을을 보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그 자체로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지만 미쓰백이 이 아이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인함과 동시에 선한 눈빛이 가득 담긴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합니다.

특별한 대사 없이 특별한 상황 설정 없이 그냥 서로만 바라보게 해도 이렇게 아름답고 선하고 선명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니 이 장면은 2018년에 나온 한국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그러나 친부모로부터 지은이를 떼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폭력은 대물림이 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미쓰백

미쓰백은 친부모를 찾아가 협박을 해보지만 친부모에 대한 권리를 더 인정해주는 한국에서는 친부모의 자녀 학대를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친부모인 아빠와 계모는 폭력을 행사한 미쓰백을 고소하고 전과가 있는 미쓰백의 말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여기에 경찰의 무신경한 대처로 인해 지은이에 대한 학대는 계속 이어집니다. 

나중에 친부모의 아동 학대 사건이 명명백백 밝혀지자 나도 맞고 자라서 아이를 학대한다고 항변을 합니다. 실제로 맞고 자란 어른이 자신의 자식을 때립니다. 마치 동네 어른들이 다 탈레반인 마을에서 아이들의 꿈이 탈레반인 것처럼 보고 배운 것이 폭력이다 보니 자신의 폭력도 정당하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반박하는 인물이 미쓰백입니다. 


미쓰백은 맞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미쓰백은 맞고 있는 지은이를 보고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등을 내주면서 그 폭력을 막아냈습니다. 맞고 자랐다고 자식을 때리는 것은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어도 폭력이라는 결과에 대한 변명도 책임도 질 수 없습니다. 맞고 자랐으면 나는 안 그래야지 하는 것이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지 맞고 자랐으니 너도 맞고 자라야 한다거나 맞아야 정신 차린다는 시선은 아주 편협하고 못나고 어른이 아닌 유아적인 행동입니다. 아닙니다. 개도 고양이도 아이도 맞으면 아프다는 것을 다 아는데 폭력을 행사하다뇨. 미쓰백은 맞고 자라서 때렸다는 부모들에게 잘못은 당신의 과거가 아닌 당신의 현재라고 지적합니다. 

짐승만도 못한 행동입니다. 지은이는 처음으로 만난 어른인 미쓰백를 따릅니다. 그렇다고 미쓰백인 백상아가 지은이를 일방적으로 케어를 해주는 건 아닙니다. 지은이도 미쓰백 안에 있는 상처를 알아보고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합니다. 영화 <미쓰백>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을 미쓰백이라는 인물을 투입해서 수평적인 관계와 함께 가해자들의 문제점을 미쓰백을 통해서 돌아보게 합니다. 그럼에도 이 미쓰백의 따뜻한 행동이 자연 발화된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장섭입니다.


장섭이 있기에 미쓰백이 가능했다

한지민은 이 <미쓰백>으로 주요 국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2018년은 한지민의 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합니다. 미쓰백이라는 인물 자체가 상당히 강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를 빛나게 해주는 캐릭터가 백상아의 백마 탄 왕자 장섭입니다. 이희준이라는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한지민의 연기가 경합하면서 한지민의 연기가 불을 뿝습니다. 물론 전형적인 캐릭터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나마 장섭이라는 캐릭터가 큰 도움을 줍니다. 

형사 장섭은 백상아를 데면데면 하게 대하지만 나홀로 떠 다니는 나룻배 같은 백상아에게 닻을 달고 순풍을 불게 하는 인물입니다. 백상아는 이 장섭이 없었으면 정말 막 살았을 겁니다. 장섭이라는 지붕이 있어서 백상아는 지은이의 '미쓰백'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장섭은 처음부터 끝까지 백상아를 지켜줍니다. 장섭을 통해서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도 담깁니다. 산에 암매장 된 아이 시신을 보고 내려오던 장섭은 

"아니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지 부모에게 맞고 자라는 얘가 수십만 명이라는데 그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시설은 동네 노래방 숫자보다 적다는 게 말이 되나요"


아쉬운 후반부의 진행

영화 <미쓰백>은 어둡고 괴로운 영화이고 몇몇 장면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장면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이 저지른 실제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목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영화 <미쓰백>은 중반까지 꽤 빼어나게 잘 끌어갑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가 좀 아쉽습니다. 계모와 제 3자인 미쓰백과의지은이에 대한 다툼이 현실적으로 그려졌으면 더 마음이 아프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두 여자의 육탄전으로 그려냅니다. 이게 상업 영화의 문제점이고 쉬운 선택이자 이해도를 높이는 선택인 점은 이해를 하지만 좀 더 세련된 구도로 이끌어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럼에도 사회 환기성이 꽤 좋아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배우 한지민의 인생작이지만 어려운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아역배우 김시아와 계모 연기를 한 주미경과 장섭의 이희준과 장영남까지 주연과 조연 배우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동 학대와 폭력을 막는 이름 <미쓰백>

한국 사회의 가장 어두운면을 과감하게 영화로 길어 올렸습니다.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쉽게 잊고 살아가나요? 또한, 이런 아동 학대 사건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웃의 무관심 속에서 아직도 집에서 맞고 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친부모가 행하는 아동에 대한 학대와 폭력을 법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친부모의 친권 위에 인권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드는 마중물 같은 영화가 <미쓰백>입니다. 

이 미쓰백을 선한 배우 한지민이 연기한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한지민의 연기 변신과 강한 에너지를 가득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친권보다 인권을 외치는 미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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