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경제정책입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소득 주도 성장을 한국 가정 경제의 양대축인 회사원과 자영업자 모두 소득이 늘어나는 정책을 해야 했지만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으로 인해 회사원들에게는 큰 혜택을 주는 대신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은 최저임금 상승이 아니고 임대료 상승과 오프라인 구매가 아닌 온라인 구매가 보편화되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적게나마 자영업자들을 옥죄이는 이유이니까요. 또한, 52시간 근로제가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바람직한 시도임을 인정하지만 갑작스런 근로 풍경의 변화로 인해서 회식이 줄어서 울상인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균형에 맞지 않는 소득 주도 성장을 이끌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음식 장사는 안 망한다는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드수수료 인하'입니다.
진짜 영세 소상공인에게 큰 도움이 되는 서울시 '제로페이'
문재인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카드 결제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년 매출 30억 이하 자영업자들까지 확대 적용해서 카드 수수료를 기존의 50% 할인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큰 혜택이지만 진짜 영세한 1년 매출 3억원 이하의 자영업자는 기존의 0.8% 카드수수료의 변화가 없습니다. 0.8%라는 수수료가 적긴 합니다만 년 매출 1억인 커피숍에서 매달 카드수수료로 나가는 돈은 약 6만원 정도 됩니다. 이 6만원이 큰 돈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이 매달 내는 6만원도 큰 돈입니다.
이런 아주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포함 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를 0%에 가깝게 해주는 결제 서비스가 제로페이입니다. 현재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의 '제로페이'는 높은 카드 수수료 때문에 고생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0%대에 가까운 수수료를 제공하는 새로운 결제 서비스입니다.
결제 수수료가 0%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용카드는 내 통장에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사가 단기 대출 형태로 돈을 빌려준 후 한 달 후에 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서 대출한 돈을 갚는 대출거래입니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내 통장에 있는 돈을 QR코드를 촬영한 후 금액을 입력하면 내 통장에 있는 돈이 음식점이나 카페 사장님 통장으로 입금이 됩니다. 즉, 은행통장 온라인 입금 거래입니다. 그런데 이 온라인 통장 입금도 수수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들이 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수수료가 0%입니다.
연매출이 8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가맹점은 제로페이 결제 수수료가 0%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연매출 5억~10억인 소상공인 가맹점은 카드 수수료가 1.4%(체크카드 1.1%), 10억~30억원 이하는 1.6%(체크카드 1.3%)입니다. 반면 서울시의 제로페이는 12억원 초과해도 수수료가 최대 0.5%입니다. 10억 이상 소상공인 가맹점을 기준으로 제로페이와 체크카드 수수료 차이가 0.8% 차이가 납니다. 0.8%가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매출액이 큰 소상공인일수록 년 수수료 금액 차이가 아주 큽니다.
연매출 1억원도 안 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매달 카드수수료로 나가는 6만원의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제로페이는 기본적으로 체크카드처럼 은행통장에 있는 돈을 온라인 입금하는 결제 시스템이라서 통장에 돈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소비를 줄일 수 있고 학생들은 대부분 체크카드만 쓰기에 큰 불편은 아닙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제로페이 앱이나 은행 결제앱 또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앱을 설치하면 됩니다. 최근에 카카오페이도 합류하면서 사용 편의성은 더 좋아졌습니다.
제로페이의 결제 방식은 기본적으로 QR코드 결제입니다. 편의점이나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물건을 주문하거나 구입한 후 카운터 앞에서 제로페이앱이나 은행,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앱을 실행한 후 카운터 위에 올려진 제로페이 QR코드를 촬영합니다. 촬영이 끝나면 매장 사장님의 은행통장 계좌번호가 뜨고 결제할 금액을 톡톡쳐서 입력을 한 후 결제를 누릅니다. 잠시 후 매장 사장님의 스마트폰에 결제 완료 내역이 뜹니다. 결제가 끝이 났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물건을 구입하고 제로페이 앱을 실행한 후 내 통장 계좌번호가 찍힌 QR코드를 매장 사장님에게 보여주면 사장님이나 근무자가 QR코드 스캐너로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촬영합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QR코드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소상공인을 살리는 서울시의 제로페이의 가장 큰 문제점
<QR코드 지급결제/작성자: Zapp2Photo/셔터스톡>
이 QR코드 결제 방식은 최근에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죠. QR코드를 촬영하고 결제를 하는 색다른(?) 또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이 QR코드를 이용한 온라인 이체 결제 방식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방식으로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 결제를 한다고 할 정도로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몇몇 사람들이 한국도 어서 중국식 QR코드 결제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또한 QR코드 결제가 마치 미래의 결제 수단으로 말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QR코드 결제는 결코 미래의 결제 수단도 아니고 편한 결제 서비스도 아닙니다.
QR코드는 신용카드 사용률이 낮은 나라에서는 현금 결제의 불편함을 줄인 방식이라서 인기 높은 것이지 한국 같이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QR코드는 구시대적이고 불편한 결제 방식입니다. 마치 핸드폰이 보급률이 90%가 넘는 나라에서 유선 전화보다 편리한 삐삐나 시티폰을 도입하고 마치 새로운 통신 서비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은 나라가 아닙니다. 주로 현금 결제를 하는 나라입니다. 이는 마치 한국의 90년대 풍경과 비슷합니다. 지금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가 시행 되어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건, 현금으로 결제하건 결제 금액에 차등을 두지 못하게 했지만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전에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부가세 10%를 금액에 붙였습니다. 왜냐하면 신용카드로 손님이 결제하면 그 내역이 바로 국세청에 보고가 되기에 부가세를 내야 합니다. 이 부가세를 소비자가 내야해서 구매액의 10%를 더 받습니다. 반면, 현금으로 결제하면 국세청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에 10%를 깎아 줬습니다.
지금 한국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가 시행되어서 현금이건 신용카드건 지불 금액은 동일합니다. 게다가 신용카드가 결제하기 아주 편리합니다. 그냥 주머니에서 꺼내서 주면 10초도 안 걸려서 결제가 끝이 납니다. 반면 현금은 현금을 세서 주면 다시 매장 사장님이 세서 확인을 합니다. 참 번거롭죠.
중국인들은 세금 낼 필요가 없는 현금 결제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현금 결제가 참 불편하죠. 그렇다고 신용카드 결제를 하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현금 결제의 불편함을 줄이고 세금을 내지 않는 결제 방법을 찾다보니 나온 것이 은행통장 계좌 번호가 찍힌 QR코드 결제입니다. QR코드 결제는 은행통장에 있는 돈을 온라인 입금(모바일 입금) 해주는 서비스로 세금도 안 내고 결제도 현금 결제보다 편해서 많이 애용합니다.
이 QR코드 결제가 최근에 한국에 도입이 되었고 제로페이가 사용하는 방식이 이 QR코드 결제입니다. QR코드 결제는 신용카드 결제보다 느립니다. 제가 직접 사용해보니 약 30초 이상 걸립니다. 사용자가 익숙하지 않고 매장에서도 익숙하지 않아서 초기에는 1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손에 익숙해서 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30초 이상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바쁘지않는 매장이나 피크 타임이 없는 상점은 그런대로 사용할 만하지만 음식점이나 카페같이 특정 시간에만 손님이 몰리는 매장에서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뒤에 사람이 대기하고 있는데 결제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면 서로 더 짜증이 납니다.
<빠르고 간편한 신용카드 결제/작성자: Syda Productions/셔터스톡>
반면 신용카드는 아주 빠릅니다. 카드를 들고 있다가 건네주면 쓱 긁거나 꽂은 후 바로 결제가 끝이 납니다. 짧으면 5초 길어야 10초 내외입니다. 제로페이는 최소 30초입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큰 차이입니다. 결제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깁니다. 게다가 앱을 실행해야 하는 방식도 번거롭죠.
신용카드 결제 방식보다 더 간편한 방식이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NFC 결제입니다. 제가 가장 애용하는 결제수단인 티머니가 이 NFC 결제 방식입니다. 편의점에 가서 모바일 티머니라고 말한 후 NFC 단말기 위에 올려 놓으면 바로 결제가 끝이 납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애용하는 것이 LG페이나 삼성페이 방식의 모바일페이입니다. 스마트폰에서 LG페이나 삼성페이를 쓱 밀어서 실행하고 건네주면 결제가 바로 이루어집니다.
QR코드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서울시의 제로페이의 최대 문제점은 결제가 너무 느리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서울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NFC 결제 방식과 바코드 스캔 결제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NFC 결제나 바코드 결제 방식이나 NFC 결제 단말기와 바코드 스캐너가 있어야 합니다. 이 구입 비용을 누가 제공하냐가 또 하나의 이슈가 될 것입니다.
제로페이 사용자가 늘면 소상공인 가맹점들이 알아서 구입해서 결제 단말기 투자 비용을 초기에 회수 할 수 있지만 제로페이 사용자가 적으면 돈만 날릴 수 있습니다. 부디 3월 전에 NFC 결제, 바코드 결제 방식이 장착되어서 출시 되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현재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주는 혜택인 소득공제율 40% 이외에 또 다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끽해야 서울시 관련 시설물 입장료 할인 정도로는 사용하려는 서울시민이 많지 않습니다. 좀 더 강력하고 확실하고 눈에 보이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은 소상공인들에게만 혜택이 많지 사용자인 소비자의 혜택이 많지 않네요.
뭐 점점 잘 정착되면 소비자 혜택도 늘어가겠죠. 제로페이가 잘 정착되어서 년매출 3억 이하 진짜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매달 내는 6만원 정도의 카드결제수수료가 사라졌으면 합니다. 갈길이 멉니다. 그러나 하나씩 살펴보고 불편한 점을 지우면서 나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