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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창궐이 망한 이유, 밉상 캐릭터들과 하질 시나리오

by 썬도그 2019.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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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먹고사는 산업인 영화 산업은 새로운 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냉전이 끝나자 새로운 적을 발굴하기 시작했고 최근 새롭게 등장한 적이 '좀비'입니다. 부두교에서 나오는 '좀비'가 여러 가지 버전으로 전 세계 영화에서 출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영화 <월드워Z>의 영화에 영향을 받은 <부산행>이 대박을 칩니다.

걷는 좀비가 아닌 뛰는 좀비는 좀비의 혐오를 넘어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영화 <부산행> 좀비의 활동력을 이어 받은 영화가 2018년 10월 말에 개봉한 <창궐>입니다. 


넷플릭스 킹덤을 베낀 듯한 영화 <창궐>

영화 <창궐>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에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곧 방영할 넷플릭스의 6부작 드라마 <킹덤>과 소재와 시대 배경이 너무 비슷합니다. 6부작 드라마 <킹덤>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입니다. 

영화 <창궐>이 먼저 세상에 공개되었지만 제가 넷플릭스 <킹덤>을 베낀 것이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킹덤>의 원작 만화인 '버닝헬 신의 나라'가 2015년 출간되었습니다. 이 만화의 원작자가 바로 드라마 <킹덤>의 원작자인 김은희 작가입니다. 김은희 작가는 tvN 명품드라마 <시그널>과 SBS의 <싸인>, <유령>등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장르 드라마를 개척하고 있는 인기 높은 작가입니다. 

이 '버닝헬 신의 나라'에 등장하는 좀비가 흡혈귀와 좀비의 속성을 모두 갖춘 크리처입니다. 조선시대 + 좀비 + 권력다툼을 다룬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킹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사이에 비슷한 영화 <창궐>이 나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드라마 <킹덤>이 창궐의 아류 또는 베끼기 드라마가 아니냐고 합니다만 오히려 <창궐>이 2015년에 김은희 작가가 쓴 만화 '버닝헬 신의 나라'를 베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의심을 더 하는 이유는 <창궐>의 시나리오 작가가 황조윤입니다. 이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올드보이>,<광해, 왕이 된 남자>, <살인자의 기억법> 등을 쓴 꽤 필력이 좋은 분입니다만 대부분은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원작이 있는 시나리오는 잘 쓰지만 문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를 베낀 듯한 논란도 많았습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는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그대로 베낀 듯한 영화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영화 <공조>도 <의형제>와 참 비슷한 구도죠. 이런 전적이 있다 보니 <창궐>도 <킹덤>을 베낀 영화라는 의심이 듭니다. 


밉상 주인공에 살리지 못한 캐릭터들

인천 앞바다에 떠 있던 이양선에서 한 선원이 게거품을 물고 죽습니다. 역병이라서 격리해야 하지만 권력욕에 눈이 먼 병조판서 김자준(장동건 분)은 이 역병을 이용해서 권력을 탐하려고 계획을 짭니다. 

조선은 병조판서 김자준이 좌지우지할 정도로 모든 권력이 그에게 향해 있습니다. 왕이 있지만 허수아비 왕으로 사리판단력이 흐려진 못난 왕입니다. 그러나 이 못난 왕 밑에 훌륭한 아들인 소원세자(김태우 분)이 병조판서의 권력을 흐트러 놓으려고 노력하다가 역모를 계획했다는 함정에 빠져 스스로 자결을 합니다. 

형이 죽기 전에 자신에게 보내온 서찰이자 유언장을 들고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세자 '이청(현빈 분)'이 인천에 도착합니다. 이 이청이라는 주인공은 세자이지만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어려서 청나라로 끌려가서 청나라 물이 잔뜩 든 재청교포 2세 느낌입니다. 인천에 도착했으나 궁에서 마중 나온 사람이 없고 오히려 살수들을 만나서 살해 위협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인천의 마을을 지나가는데 사람의 흔적도 개, 닭 소리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보이는 건 타고 있는 시체밖에 없습니다. 마을에서 먹을 것을 얻을까 했는데 갑자기 흡혈귀와 좀비의 합성체인 야귀 떼가 나옵니다. 야귀는 심장을 찌르거나 머리를 자르면 죽는 좀비 같은 존재입니다. 낮에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태워야 완전히 제거됩니다. 

갑자기 등장한 야귀 떼에 이청 세자는 크게 놀라지만 마침 형님인 소원 세자를 모시던 박을룡(조우진 분)이 일행을 데리고 와서 이청 세자를 구합니다. 박을룡은 자신이 모시던 소원 세자 대신에 이청을 왕으로 모실 생각이지만 이청은 왕이 될 생각이 전혀 없고 야귀를 물리칠 생각도 없습니다. 오로지 소원세자의 아내이자 형수인 경빈(한지은 분)을 데리고 청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영화 <창궐>은 주인공이 참 정이 안 가고 밉상입니다. 한국 영화에 주인공 밉상 역병이 유행 중인지 작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 밉상 주인공이 참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상류사회>, <목격자>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주인공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관객은 주인공의 심적 변화에 같이 동기화를 하면서 같이 웃고 울고 슬퍼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인공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관객과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 <창권>의 주인공 이청은 공감을 할 구석이 많지 않습니다.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청에서 흥청망청 놀던 생각이 간절하지 망해가는 나라 조선이 야귀 떼가 잡아먹히던 말든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박을룡 일행인 활 잘 쏘는 덕희에게 추파를 날렸다가 하질이라는 쓴소리를 듣습니다. 이런 이청은 이상하게도 형의 부탁은 찰떡같이 듣습니다. 그렇다면 형과 동생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설명할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없습니다. 뭐 큰 문제는 아니기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청이라는 인물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습니다. 

궁궐에 입성한 후 병조판서와 입씨름을 할 때는 형에 대한 복수와 왕권을 세우기 위한 바른 세자의 모습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난 청에서 자랐고 여기 온 이유는 경빈과 함께 청으로 돌아가는 게 목적이라고 정색을 하고 말 합니다. 한 인물이 못난이에서 바른 청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대부분의 영화가 이런 주인공의 변화를 넣어서 감동 코드를 만듭니다.

그런데 영화 <창궐>은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닌 야귀와의 전투를 앞둔 상태에서도 조선의 세자와 청나라 날라리 귀족 청년의 모습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줍니다. 이게 내적 갈등을 표현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냥 지킬 박사와 하이든 같이 이중 성격을 가진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끄럽지 못합니다. 영화 끝부분에서는 조선의 왕으로 변이가 끝이 나지만 그 변이 과정이 너무나도 인위적입니다. 

현빈의 연기도 너무나도 전형적입니다. 배우 현빈이 연기를 잘 한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드라마라를 봐도 영화를 봐도 이미지가 참 비슷비슷합니다. 강동원과 함께 연기가 크게 늘지 않는 배우 중 하나입니다. 


더 안타까운 건 장동건입니다. 사람 좋고 매너 좋고 인격 좋은 장동건은 극찬을 받아야 할 사람이지만 배우 장동건은 참 안타깝습니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또한, 노력파이고요. 문제는 최근에 출연한 영화들이 대부분 망해서 영화 선택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창궐>에서의 장동건은 전작인 <7년의 밤>보다 더 못난 캐릭터입니다. 연기력을 보여줄 구간도 없고 그렇다고 악독함을 잘 담긴 캐릭터도 아닙니다. 그나마 초반은 캐릭터 구축을 잘 하는 가 했는데 궁궐에서 이청과의 첫 대면에서 '살려는 드릴께!'라는 대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유명한 영화 <신세계>의 명대사를 그대로 씁니다. 이는 시나리오 작가의 무능함이 빚는 참극입니다. 어쩜 유명한 대사를 그냥 막 쓰나요? 자존심도 없나 봅니다. 물론, 이건 장동건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장동건은 이런 영화를 선택한 잘못만 있을 뿐 캐릭터 자체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잘못이 크죠. 영화 후반에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꽤 많았습니다. 이청이 좀비들과 인정전 안에서 대결할 때 왕의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있는 모습이 괴이스럽더군요. 

주변 인물도 박을룡(조우진 분)을 빼면 제대로 구축이 되지 않습니다. 초반 등장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활 잘 쏘는 덕희는 이후에 활 쏘는 액션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무공하는 스님으로 나오는 대길(조달환 분)은 자세히 소개되지도 않습니다. 게임처럼 파티 플레이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없고 그냥 이청 혼자 액션을 거의 다 합니다. 

유일하게 정감이 가고 공감할 수 있는 멀쩡한 캐릭터는 박을룡(조우진 분)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박을룡이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하질 시나리오의 <창궐>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은 엄청 욕을 먹어야 합니다. 캐릭터 욕을 했지만 배우들의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다. 저질 시나리오와 그걸 그대로 연출한 감독이 문제죠. 가장 웃겼던 것은 야귀가 흡혈귀처럼 낮에는 활동을 못한다는 말에 이청은 낮에 죽이면 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당연한 질문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낮에 야귀를 처리하다가 밤이 되면 어쩔거냐는 질문에 바로 수긍을 합니다. 놀랍습니다. 아니 상식적으로 낮에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서 밤이 되기 전에 처리하고 밤이 되기 전에 철수 한 후에 다음 날을 대비하면 됩니다만 이청은 바로 수궁하고 낮에 야귀 소굴을 찾을 생각조차 안 합니다. 이건 그렇다고 치지만 빛을 싫어한다는 야귀 이야기가 나온 후 다음 장면에서 야귀가 낮에 조선의 왕을 물어뜯습니다. 이건 거짓말도 장단이 맞아야죠. 

시나리오 자체가 참 하질입니다. 주인공을 밉상으로 그리고 마지막 결투 장면과 엔딩 장면은 너무나 작위적이라서 오글거리기까지 합니다. 



야귀 액션만 볼만했던 영화 <창궐>

사람들의 말이 맞았습니다. <창궐>을 관람한 분들이 야귀만 볼만했다는 말이 많았는데 그 말이 맞네요. 야귀들이 다 했습니다. 야귀들의 액션만이 유일한 재미입니다. 야귀 연기를 한 배우들에게 기립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영화 <부산행>의 좀비보다 좀 더 진일보했습니다. 

여기에 조선 궁궐 사람들이 복장을 한 모습이 진귀했습니다. 액션도 정말 화려하고 짜임새가 있었습니다. 액션만 보면 꽤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만 액션의 밀당이나 밀도는 높지 않습니다. 그냥 물량 공세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액션 하나 하나는 꽤 잘 만들었지만 전체적인 액션의 밀당과 줌인 줌아웃은 별로입니다. 

그냥 화려하기만 합니다. 액션에 무슨 스토리가 있냐고 하시겠지만 액션은 합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있어야 그 액션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영화 <창궐>의 액션은 화려하기만 할 뿐 맛은 좋지 못합니다.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는 영화입니다. 연출과 시나리오가 하질입니다. 주인공인 현빈의 연기도 별로고요. 비추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하질 시나리오와 연출과 밉상 주인공이 야귀보다 더 무서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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