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간 홍상수 감독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만든 영화는 참 좋아합니다. 홍상수 영화는 뻔합니다. 매 영화마다 식자층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가 가득합니다. 앞에서는 기품이고 품격 높고 선량하고 착하고 매너 있는 척하지만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식자층을 영화로 비판을 합니다.

실제로 많은 식자층들이 위선적인 행동을 아주 잘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뉴스에 보는 권력자나 식자층의 비리를 보면 경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 식자층, 권력자만 이렇겠습니까? 우리들 대부분이 앞에서 하는 행동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릅니다. 최소 앞에서는 바른소리, 쓴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그 일이 내 일이 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구체적으로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함께 삽시다라고 외치고선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거지가 적선을 부탁하면 현금이 없다고 뒤로 물러섭니다. 이런 사람들 특히 식자층의 위선을 담은 영화가 <더 스퀘어>입니다.


식자층의 위선을 담은 영화 <더 스퀘어>

스웨덴 영화 <더 스퀘어>는 2017년, 70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입니다. 요즘은 세계적인 영화제인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도 개봉이 안 되거나 이 영화처럼 늦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18년 여름 한국에서 개봉해서 우리가 볼 기회가 생겼네요.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 분)은 엑스 로얄 스톡홀롬 현대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입니다. 핸섬한 외모에 뛰어난 매너와 언변으로 현대 미술관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크리스티안은 출근길에 한 여자가 소리를 치면서 살려달라는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옆에 있던 행인이 여자를 보호하고 손가락으로 크리스티안을 지목하면서 도와달라고 소리칩니다. 이에 크리스티안은 다가오는 남자를 모르는 행인과 함께 막아냅니다. 두 사람은 난폭한 남자를 막아낸 것을 서로 기뻐하죠. 


그러나 자신의 지갑과 핸드폰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난감해 합니다. 이에 미술관 흑인 직원이 핸드폰이 있는 위치를 알아냅니다. 빈민가 아파트 건물에 핸드폰이 있는데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릅니다. 이에 흑인 직원과 함께 "이 도둑놈아 널 지켜보고 있으니 특정 편의점에 소포로 보내주지 않으면 머리통을 후려 갈겨줄거다"라는 협박성 편지를 작성하고 이걸 아파트 우편함에 모두 꽂아 놓습니다. 며칠 후 놀랍게도 잃어버린 지갑과 핸드폰이 소포로 도착합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은 이 해프닝은 또 다시 소포가 도착하면서 일이 커집니다. 크리스티안은 빈민가 아파트라서 당연히 지갑과 핸드폰을 훔친 줄 알았지만 한 꼬마가 지갑과 핸드폰을 주웠던 것인지 꼬마는 자신을 도둑으로 몰았고 그래서 부모님에게 혼나고 자유롭게 놀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합니다. 


골치 아픈 일은 또 터집니다. 크리스티안이 준비하던 '더 스퀘어'라는 전시회 홍보를 위해서 마케팅 전문업체에 홍보를 맡깁니다. 이 마케팅 홍보업체는 이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소 과격한 홍보 영상물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립니다. 이슈 몰이에는 성공하고 유튜브 조회수는 크게 올렸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책임을 지고 크리스티안이 수석 큐레이터 직을 내려 놓습니다. 영화 <더 스퀘어>는 이 2개의 에피소드가 눈에 확 들어오지만 영화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식자층의 위선입니다. 


사회적인 명성과 지위가 높은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은 굉장히 매너 좋고 핸섬한 외모를 가진 권력자입니다. 하지만 실제 삶의 모습은 그렇게 잘 생긴 삶을 살지는 못합니다. 이혼한 후 여러 여자를 만나지만 다들 쾌락의 도구로 만날 뿐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핸드폰과 지갑을 분실한 후 되찾기 위해서 협박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누가 우편함에 넣느냐 때문에 흑인 조수와 티격태격을 합니다. 당연히 크리스티안이 해야 하지만 흑인 조수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쫌생이 같은 인간입니다. 그렇다고 흑인 조수도 같이 도와주면 되는데 전혀 도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거지가 적선을 부탁하는데도 현금이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거절을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부드럽게 거절을 하니까요. 그러나 편의점에 있던 한 거지가 현금이 없다고 거절한 크리스티안에게 햄버거를 사달라고 부탁합니다. 좀 무례한 부탁이죠. 그럼 그것도 거절하면 됩니다. 놀랍게도 크리스티안은 햄버거를 사줍니다. 그러나 햄버거를 던지듯이 테이블 위에 놓고 나갑니다. 이건 좀 잘못된 행동입니다. 차라리 사주지 말던가. 사주면 좋은 태도로 사줘야죠. 

크리스티안은 그런 인간입니다. 앞에서는 예의 바른 척, 매너 있는 척, 언변으로 자신이 가진 차로 외모로 자신을 치장하지만 자신을 지켜보는 눈이 없으면 세상에 대한 태도가 아주 불손합니다. 

크리스티안 같은 속물 같은 인간들이 특징이 자신의 자식에게는 도덕 교과서 같은 말을 합니다. 그렇다고 크리스티안이 악당은 아닙니다. 단지 평범한 위선의 가면을 쓴 우리들입니다. 앞에서는 함께 삽시다라고 외치지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면 선뜻 그 손을 잡지 않습니다. 영화 초반 한 여자가 출근길에 비명을 지르면서 도와달라고 외치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않습니다. 크리스티안도 그렇게 그렇게 지켜보고만 있다가 여자를 보호하던 행인이 크리스티안을 지목해야 비로소 도움을 줍니다.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군중심리로 인해 피해자를 양산하는 모습을 영화 <더 스퀘어>는 2번에 걸쳐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에는 대중들의 모습을 후반에는 식자층이자 사회 저명인사들이 모인 전시회 파티에서 유인원 퍼포먼서가 무례한 행동을 하는데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지 않습니다. 

한 사람만 나서면 무례한 공연의 폭주를 막을 수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한 사람이 나서자 갑자기 사람들이 나서서 이 유인원 퍼포먼서를 때려눕힙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마치 현재를 사는 우리들을 보는 듯합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맞고 있으면 누구 하나 쉽게 나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폭력을 촬영한 후 악명이든 호명이든 개의치 않고 유튜브에 올리려고 합니다. 


악명과 호명이든 신경 쓰지 않는 현재 세상을 비판하다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그게 악명이든 호명이든 신경 쓰지 않는 세태를 아주 잘 반영한 단어입니다. '더 스퀘어'라는 전시회를 홍보하기 위해서 금발의 거지 소녀를 이용해서 과격한 영상을 만드는데 누구 하나 만류하지 않습니다. 논란이 일어나든 말든 조회수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명세라면 얼굴에 똥칠을 해도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언론은 논란을 종식할 수 있게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지만 그 논란을 부추깁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언론이 만든 똥밭에서 우리는 뒹굴고 있습니다. 영화는 결국 그 책임을 누군가는 지게 된다고 넌지시 꾸짖습니다. 그렇게 과격한 유튜브 영상 배포에 책임을 지고 크리스티안은 큐레이터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웃겼던 것은 그렇게 사퇴를 하는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은 전시회명과 전시 취지를 받아 적고 유튜브 영상에 대한 비판 기사와 함께  전시회를 기사화합니다. 


자식 앞에서 부끄러움을 깨닫게 되는 크리스티안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성역으로 이 안에선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

영화는 수시로 이 문구를 소개합니다. 신뢰와 배려가 사라진 세상을 계속 환기시킵니다. 빈민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하는 크리스티안의 편견으로 한 소년이 도둑으로 몰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바로 정중하게 사과를 하면 됩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은 뒤늦게 자신의 행동의 문제점을 깨닫고 화상 녹화로 소년에게 사과를 합니다. 그러나 그 사과도 현학적인 말 놀림이 가득한 변명이 가득합니다.

크리스티안은 두 딸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깨닫고 소년이 사는 아파트에 다시 찾아갑니다. 

좋은 영화입니다. 홍상수와는 다른 표현법으로 식자층에 대한 위선을 담은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 심심한 면도 있고 매끄럽다기보다는 날이 선 느낌이 듭니다만 그럼에도 꽤 괜찮은 영화입니다.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를 통해서  현대인들의 위선을 비판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말로는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그 입바른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저를 포함한 우리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 <더 스퀘어>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책임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위선의 가면을 쓴 현대인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썬도그
하단 박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