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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빈집과 같은 허망함과 고독이 넘치는 세상을 가득 채운 영화 빈집

by 썬도그 2014.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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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는 한 영화로만 오롯히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2.3편을 봐야 아! 이 감독이 어떤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구나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무 감독에게나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형 영화제작사나 자본에 휘둘리는 영화에서는 감독의 생각과 사상이 담기기 보다는 그냥 한 끼 때우는 패스트푸드 같은 영화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크리스토퍼 롤란 감독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감독도 있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자신의 색을 입히려고 노력은 하지만 자본의 힘에 의해서 이러저리 다듬어진 결과물을 내놓게 됩니다. 그런 영화들은 오롯하게 감독의 영화라고 할 수 없고 제작자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상업 영화들은 디렉터스 컷이라는 감독 버전의 영화가 나오기도 하죠

한국에는 작가라고 불리는 영화 감독이 몇명 있습니다. 박찬욱, 김기덕, 봉준호, 김지운이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입니다. 
이 감독들은 자신만의 또렷한 색을 가지고 있는 감독입니다. 이 4명 중에서 가장 자신의 색을 잘 드러내고 있는 감독은 바로 김기덕 감독입니다.  90년대 후반 개봉한 첫 영화 '악어'에서 부터 곧 개봉할 영화 '일대일'까지 그의 영화는 20년 가까이 일관된 시선과 미장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김기덕 감독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명감독이지만 호오가 심한 감독입니다. 저는 무척 좋아하는 감독이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명성만 믿고 김기덕 영화를 봤다가 혐오스러운 이야기와 장면 때문에 고개를 돌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분명,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폭력적인 장면 묘사나 육식 동물이 세상을 뜯어 먹는 듯한 과격한 시선과 직설적인 표현 등으로 지켜보기가 힘든 영화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김기덕 감독을 좋아는 하지만 모든 영화를 본 것도 보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고나면 왠지 모를 사람에 대한 연민과 동질감을 느낍니다. 영화 내용은 과격하고 혐오 또는 기괴한 내용일 수 있지만 그 근저에 깔린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입니다. 영화 '빈집'은 200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이라는 큰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 영화 중에서도 덜 난폭한 영화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몇차례 감상을 시도 했지만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대사가 없어서 그럴까요? 아무튼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에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지금처럼 영화 근육이 발달한 시기가 아니라서 보다가 그만 둔 것이 맞을 것입니다.세월호 사고로 잠 못 드는 날이 요즘, 새벽에 잠이 안와서 스마트폰으로 다운 받아 놓은 영화 빈집을 봤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좋은 감상법은 분명 아닙니다. 사운드가 아주 조악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시간 때울 때나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점은 아주 좋네요. 특히, 사운드나 영상이 뛰어난 작품이 아니라면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는 것도 꽤 좋고 추천합니다


빈집만 찾아 다니는 태석

영화가 시작되면 고급 오토바이를 탄 태석(재희 분)이 평창동 고급 주택가의 집집마다 전단지를 붙이는 모습이 나옵니다. 저는 이 자연 보고 이상했습니다. 아니 전단지 돌리는 사람이 저런 고급 오토바이를? 허술한 연출 같아서 반감을 가지려고 했는데 이 태석은 전단지 돌리는 알바생이 아닙니다.

 

전단지는 빈집을 찾기 위한 도구입니다. 태석은 참 묘한 청년입니다. 빈집을 따고 들어가서 빈집을 터는 것이 아닌 빈집에 들어가서 고장난 물건을 고칩니다. 게다가 빨래까지 해줍니다. 그 집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닌 주인이 여행이나 집을 떠난 집에 들어가서 자신의 집처럼 행세를 하다가 주인이 오면 조용히 사라집니다. 

그러다 선화의 집에 몰래 들어갑니다. 빈집 인 줄 알고 들어간 집에는 매맞는 아내 선화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태석은 이전처럼 자신의 집처럼 활용합니다. 고장 난 체중계를 고치고 맛있게 밥을 해 먹은 후 태석은 침대에서 자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집에 있던 선화가 말 없이 지켜봅니다. 

선화를 발견한 태석은 부리나케 도망치게 되는데 때마침 폭력 남편이 출장 갔다가 들어옵니다. 
남편은 소유욕이 무척 강한 남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지 않는 아내에게 폭력을 가합니다. 이 모습을 마당에서 지켜보던 태석은 3번 아이언을 들고 남편에게 골프공을 날려서 쓰러트리고 선화와 함께 빈집 여행을 하기 시작 합니다. 


시끄러운 세상, 말의 부재에서 느끼지는 따뜻한 온기

빈 한옥을 들어가기도 하고 권투 선수의 집에 들어가는 등 둘의 은밀한 생활이 시작 됩니다. 이 영화는 아주 독특하게도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고 태석과 선화를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시종일관 대사 없이 진행 됩니다. 말이 사라진 관계? 보통 우리는 싸움을 하고 나면 말을 하지 않고 서로를 모른 척합니다. 
말의 부재는 심한 갈등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말의 부재는 갈등이 아닌 온기입니다. 태석은 선화를 지켜주려고 하고 그런 태석을 선화는 말없이 따릅니다.  말은 없지만 둘은 서로에게 큰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이어갑니다. 

처음의 관계는 태석에서 선화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였지만 태석의 잘못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후 태석이 눈물을 흘릴 때 선화는 그런 태석을 보듬어줍니다. 말이 없이 진행되지만 놀라운 연출력으로 이 둘의 관계를 수 많은 은유를 섞어 가면서 잘 풀어갑니다. 

집의 정령 같은 태석. 현대인이 느끼는 빈집 같은 고독감을 매꾸다

영화 빈집은 다큐가 아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은유가 많은 판타지입니다. 
태석은 여러 집을 다니면서 그 집에 고장난 물건을 고쳐주고 사람이 없는 빈집에 온기를 불어 넣습니다. 특히, 빈집인 줄 알고 들어간 집에서 노인이 쓰러져 있었는데 그 모습을 외면하고 나가려는데 태석에게 동화된 선화가 그 노인 방에 들어가게 되고 둘은 자식보다 더 정성을 들여서 염을 해주고 나무 밑에 묻어줍니다. 

저는 이 태석이라는 인물이 집의 정령 같아 보였습니다. 빈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은 것이 아닌 집의 정령이 살고 있고 이 집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우리는 집에서 온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빈집은 현대인들의 공허한 마음과 정신 상태를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쓸쓸한 빈집과 같은 고독을 필연적으로 안고 사는 현대인들. 그런 빈집과 같은 공허함을 안고 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폭력을 가합니다. 또한, 집을 피난처나 행복의 근원지가 아닌 소유의 도구로 행동하는 선화의 남편같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 선화의 남편을 향해서 김기덕 감독은 3번 아이언을 꺼내서 골프공을 날려서 각성하라고 다그칩니다.

선화의 무너진 마음을 빈집 같은 황량함이 아닌 집의 편안함을 태석은 제공해 주고 선화는 태석으로 인해 빈집이 아닌 집이 되어갑니다. 태석과 선화는 많은 집을 찾아 다니지만 북촌 한옥마을의 한 빈집을 자신들의 집으로 생각합니다. 태석이 감옥에 간 후 선화는 태석과 머물렀던 한옥 집에 들어갑니다. 주인이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고 마루에서 달콤한 낮잠을 자는 선화. 전 이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집에 살지만 쉘터 같은 비만 피하는 곳에 사는 것인지 아니면 선화의 빈집 같은 마음에 태석처럼 온기가 들어온 것처럼 온기와 사랑 그리고 대화가 가득한 집에서 사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집에 살지만 선화가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집은 한옥집이었습니다. 그러나 선화는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그 집에서 나옵니다. 한 낮의 꿈 같은 집은 사라졌습니다. 

집에 살지만 빈집과 같은 집이 너무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거 노인 혼자 살다가 고독사로 돌아가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척도 있고 이웃이 있지만 관계망이 끊어진 섬처럼 사는 집들이 많습니다. 그런 집 하나 하나가 빈집이자 도시의 빈집입니다. 관계가 끊어진 빈집과 현대인들의 소유욕과 그 소유욕에 비례하는 불안감을 영화 빈집은 복합적인 은유로 잘 담아 내고 있습니다. 

선화는 사랑해요라고  남편에게 영화에서 처음 대사를 내 뱉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태석에게 향합니다. 태석은 선화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그 존재에 대한 설명을 찾는 과정이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재미입니다. 이 영화와 함께 영화 '테이크 쉘터'를 함께 볼 것을 추천합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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