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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10분. 사회 초년생이 겪어야 할 사회라는 홍역을 담은 괜찮은 영화

by 썬도그 201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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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드라마와 영화와 소설이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을 소재로 하거나 마술적인 일상을 담습니다. 그래서 일상을 기반으로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대박을 터트리거나 사회의 악을 징벌한다는 극히 드물거나 일어나기 힘든 일들을 영상으로 담고 우리는 그런 일어나기 힘든 그러나 일어났으면 하는 모습을 보고 큰 쾌감을 느낍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우리의 일상을 담은 척은 하지만 일상을 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더 재미가 없고 이런 일상에서 재미를 찾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이런 일상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큰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 일상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높은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고 농도 짙은 공감대는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무엇일까요? 학생에게는 학교가 일상이 될 것이고 직장인들은 직장이 일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와 직장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지 않습니다. 학원물들은 양아치 같은 극히 일부의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왜곡된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나마 학원물은 꽤 있지만 이 직장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작년에 큰 히트를 친 '직장의 신'이라는 대박 드라마가 직장에서 벌어지는 삶의 애환을 잘 담아서 큰 성공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10분이 직장 생활의 애환과 고충 그리고 현실을 담아서 곧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사회 초년생이 겪는 위선 그 자체인 직장 체험기


영화 10분은 저예산 영화입니다. 또한, 많이 알려진 영화도 아닙니다. 그러나 해외의 많은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요즘 한국 영화들 중에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저예산 영화일수록 돈의 권력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연출가인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고 이 자유로움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영화 10분은 직장 생활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고 흔한 직장 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방송사 PD 시험을 준비하는 호찬(백종환 분)은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센터에서 6개월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방송사 PD 시험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호찬이 이렇게 인턴을 하는 이유는 가정 형편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인 동생과 명퇴를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 보험 판매를 하는 어머니를 두고 편하게 공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남이 가지는 막중한 책임 때문에 인턴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편해만 보이던 인턴 생활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어쩔 수 없었어~

평범할 것만 같던 인턴 생활에는 변화가 생깁니다. 후덕한 부장님, 친근한 지부장님 다른 사원들도 친절하고 사람들이 좋습니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호찬은 서서히 물들어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인 방송국PD도 서서히 멀어지게 됩니다. 

집안 형평을 따지면 자신의 꿈만을 키울수만은 없습니다. 호찬의 아버지는 니 생각만 하지 말라고 지나가는 말로 하지만 이 하나 하나가 호찬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이런 호찬의 모습은 많은 청춘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서 일찍 꿈을 접고 원하지 않는 직장을 다니는 청춘들이 많죠. 

영화 속 호찬의 이미지는 딱 우리의 20대 중후반의 모습을 잘 담고 있고 제 사회 초년생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초반부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서서히 자신의 꿈을 접어가는 모습을 동생만 알고 응원할 뿐 부모님은 어서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기만 바라죠. 

때마침 한 직원이 지방에서 살지 못하겠다면서 퇴사를 하게 되고 호찬이 인수인계를 합니다. 호찬이 인턴을 했기에 면접이라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쉽게 호찬이 정직원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잘 보고 정직원이 되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낙하산이 내려옵니다. 원장 빽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여직원을 보고 사무실 내 직원들은 술렁입니다. 

후덕한 부장은 화장실에서 호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을 너무 쉽게 자주하는 한국인들. 어제 한 여대생이 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 체육관 앞에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대자보가 화제였습니다. 그 대자보는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는 한국의 기성세대를 비판했습니다. 

사회 초년생인 호찬은 이 어쩔 수 없었어라는 말에 큰 슬픔과 분노와 경멸을 느낍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은 원래 이 시스템이 이래~~ 니가 아는 상식과는 다르겠지만 너도 곧 적응하게 될거야. 그러니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너도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거야라는 말임과 동시에  내 책임이 아니야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많이 할까요. 그 말을 하면서 죄책감은 느끼면서 말을 할까요?
이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호찬은 분노를 터트립니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삶

영화 10분은 호찬을 중심으로 호찬의 사회 초년병 생활과 호찬의 가족을 잘 결합해서 보여줍니다. 
디테일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적인 큰 재미는 있지 않지만 20대 중후반에 첫 직장을 갖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뜯어서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 때문에 영화의 공감지수는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별거 아닌 행동에도 극장안 관객은 큰 반응을 합니다. 


인턴임에도 주말 산행을 같이 하자는 부장님 제안에 약속이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장남으로써 가져야 하는 중압감과 처음에 본 이미지와 달리 속물 덩어리이자 책임지지 않으려는 회사 상사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낍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일식집에서 회가 되기 직전의 광어가 팔닥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회사라는 속물의 왕국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펄덕거리는 모습들, 이런 회사생활의 추악한 이면을 영화는 아주 잘 담아 내고 있습니다. 

돈 벌기 쉽지 않다고들 하죠. 그래서 이런 추악함과 추잡스러운 회사 생활을 스트레스는 받지만 호찬은 견디어냅니다. 


여기에 성실하게만 살면 잘 살 것만 같았던 호찬의 상식은 낙하산과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호찬 옆에서 알짱 거리는 인턴 때문에 폭발하게 됩니다. 비오는 거리에서 술에 취해서 소리를 지르는 호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제 사회 초년생 시절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회사라는 부조리 덩어리를 견디면서 사는 것이 우리들이고 이런 부조리에 익숙해져서 식물이 되어가는 것 또한 우리들입니다. 이병때 보이던 부조리들이 병장이 되면 자신의 안락함을 제공하는 안락의자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바루 우리들이니까요. 호찬은 살고 싶은대로 살아지는 삶이 아님에 절망감을 느낍니다. 


10분의 시간이 주어진 호찬



지진 대피 훈련을 하는 사무실 직원들은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복지부동을 합니다. 재난이 일어나면 하는 행동이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호찬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일 매일이 재난상태인 세상에서 남들처럼 복지부동하며 본 것도 못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더러워도 안 더러운척 하며 살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싫어했지만 또 다들 그렇게 사는 삶에 들어가보니 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영화는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꽤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크지 않습니다.  너무 평균적인 장면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좀 아쉽지만 반대로 그런 평균적 일상을 담았기에 이 영화는 깊은 공감대를 끌어냅니다. 

PT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인데 그 장면을 좀 담아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약간의 일탈적인 요소나 재미 요소를 몇개 더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강권하긴 힘들지만 사회 초년생인 분들이나 사회 생활을 해본 분들이 보면 공감하는 장면이 많아서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상암동 영상자료원 건물에서 주로 촬영을 했는데 제가 자주가는 곳이라서 전 더 흥미롭게 봤네요. 
웹툰 미생만큼의 깊이는 없지만 20대 후반에 가지는 사회 생활에서의 갈등을 깔끔하게 잘 담은 영화입니다.
10분의 시간이 지난 후 과연 호찬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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