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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모니카를 통한 소년의 성장기 '모니카와의 여름'

by 썬도그 2013.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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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 영화가 계속 개봉되고 있고 계속 관람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잉마르 베리만 감독 영화하면 종교와 삶에 대한 성찰 '제7의 봉인'과 첫사랑과 삶에 대한 주마등을 담은 '산딸기'가 가장 유명합니다.  제7의 봉인과 산딸기는 철학적인 사유가 꽤 있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런 사색적이고 생각할 꺼리가 많은 영화가 참 좋지만 가끔은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합니다. 

모니카와의 여름은 경쾌하면서도 가볍습니다. 쉽게 읽혀지는 영화이자 상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생각꺼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제7의 봉인과 산딸기가 쓴 블랙커피였다면 '모니카와의 여름'은 밀크 커피 같은 영화입니다

 

잉마르 베리만 1953년 작 '모니카와의 여름'

시간과 볼 기회가 된다면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를 쭉 다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죠. 몇편만 볼 수 있다면 저는 1950년대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예술가도 가수도 스포츠 선수도 모두 전성기가 있습니다. 특정한 시기에 급격한 인기와 주옥 같은 영화나 작품을 선보이는 시기가 있는데 잉마르 베리만 감독에게는 50년대가 그랬습니다.

1953년 '모니카와의 여름'을 시작으로 1957년 산딸기, 제7의 봉인이라는 세계적인 명화를 만들어냅니다. 50년대가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리즈 시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50년대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이 바로 '모니카와의 여름'입니다. 

모니카와의 여름은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익숙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영화 감독과 드라마들이 '모니카와의 여름'을 원형재로 사용하면서 수 없이 우려먹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7살의 모니카와 19살의 해리는 어린 나이지만 둘 다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니카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유부남의 성추행이 하루의 일과가 된 10대 소녀죠. 가장 형편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한 집에 3명의 동생들과 함께 삽니다. 방 한 칸 짜리 아주 가난한 집에서 사는 모니카는 이런 자신의 삶이 너무나 싫습니다. 

그러다 폭발하게 되죠. 아버지가 결혼 25주년이라면서 흥에 겨워서 엄마와 분위기 있는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딸인 모니카가 아버지에게 좀 심한 말을 합니다. 아버지는 모니카를 때리자 모니카는 짐을 싸고 집을 나섭니다. 19살의 해리는 도자기 상점에서 도자기를 포장하고 배달하는 일을 합니다. 도자기 깨뜨리기를 밥 먹듯 하고 항상 느릿느릿 행동하며 땡땡이도 잘 깝니다. 빠릿 빠릿 하지 못한 모습과 어리숙한 모습에 동료 직원들은 핀잔을 주고 윽박 지릅니다.
직장 생활에 부적응을 보이며 해리도 자신의 현재의 삶에 약간은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이 두 10대 청춘남녀는 허름한 상가에서 만나게 되고 만나자마자 영화 관람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급속도로 가깝게 된 두 10대는 그렇게 지옥 같은 삶을 조롱하면서 보트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낙원 같은 그들의 여름

일상에 찌들어 사는 도시인들을 조롱하면 이 두 남녀는 해리의 아버지 보트를 타고 긴 여행을 합니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이 섬 저 섬 메뚜기처럼 뛰어 다니면서 둘 만의 지상 낙원을 만들어가죠. 이 긴 여름 동안 둘은 해안가에 보트를 정박한 후에 아름다운 시절을 보냅니다. 영화 '파라다이스'나 브룩 쉴즈의 '블루 라군'이 생각나게 하는 무인도에서의 긴 긴 여름날입니다.

이 여름은 해리와 모니카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줍니다. 매일 아침 지각에 대한 걱정도 없고 공장장의 잔소리도 없으며 유부남의 성추행도 아버지의 구타도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삶이 여름일 수도 바캉스일 수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매일 매일 놀고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름이 지나가도 모니카는 절대로 집에 가기 싫다고 거부합니다. 
그러다 모니카가 임신을 하게 됩니다

임신을 계기로 둘은 현실 감각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밀애는 끝이나게 되죠. 


 

둘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영화는 그냥 평이한 이야기입니다. 
그냥 철 없는 10대 둘이 일탈을 즐기다가 결혼하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임신 시켜놓고 결혼하는 모습은 현재 한국 연예인들의 결혼 풍속도의 원형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임신 시켜놓고 결혼하는 모습이 좋은 모습은 아니죠. 10대들이나 20대 초반이나 그런 짓을 하지. 다 큰 어른이 그런식으로 결혼하는 것은 지탄 받아야 합니다. 

이 결혼 생활에서 해리와 모니카의 태도가 극명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그 달라짐은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철없던 여름 시절의 행복함과 모니카라는 욕망의 만남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모니카'가 아닌 '해리'라는 것을요

전 제목에 모니카가 나와서 모니카가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난 후에 다시 쳐다보니 해리가 모니카와 보낸 여름이라고 읽혀지네요. 네! 이 영화는 해리가 모니카와의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여기서 모니카는 해리에게 있어서 거대한 욕망이자 추억이자 철듬이자 사랑이자 연인이자 아내였습니다. 
모니카를 통해서 10대 소년은 청년을 지나 아버지가 되었고 어른이 되었습니다. 봄에 모니카를 만나 뜨거운 여름 뜨겁게 사랑했고 가을에 모니카와 결혼하는 모습은 1년을 10대 부터 30대 까지의 삶을 보여주는 뛰어난 은유가 있습니다.
1년을 10,20,30대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인생의 큰 변곡점은 결혼이라고 하잖아요. 그 결혼 전과 후가 확 달라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뭐 어른들은 군대 갔다오면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그 보다는 남자나 여자나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됩니다. 그래서 결혼한 20대가 결혼 안 한 30대 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합니다.그 이유는 책임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결혼 보다는 출산과 육아를 하기 시작하면서 어른이 되어가죠
아이 낳아보면 어른이 됩니다. '모니카와의 여름'은 해리라는 청년 혹은 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내용은 색다른 것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루하거나 유치하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는 이유는 이 이야기들이 현대 영화의 통속극의 원형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50년에 제작된 영화 치고는 지금 봐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를 앞선 이야기 때문 아닐까요? 실제로 이 영화에 영향을 받은 영화들이 꽤 많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세련된 영화 '모니카와의 여름'

지금 같으면 다 보여줬겠지만 50년대 스웨덴은 현재의 한국 보다 더 보수적인 나라였습니다.
지금이야 성에 대해서 관대한 나라이자 잘 사는 나라의 대명사인 스웨덴이지만 50년대 스웨덴은 유럽의 가난한 나라였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보수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직장내 성추행과 음주 후 딸을 구타하는 모습 등, 전 근대적인 모습 혹은 현재 한국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에 두 청춘 남녀의  러브 씬은 갈대나 파도로 처리해버립니다. 
순간 빵 터졌네요... 이 영화 부터인가? 80년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뭔가 남녀간에 스파크가 일어나면 애먼 물레방아 소리를 들여주거나 서양 같은 경우는 벽난로를 보여주잖아요. 


그리고 영화 사상 최초로 카메라 정면응시 장면이 나옵니다.
배우 해리엇 안데르손이  느닷없이 카메라를 갑자기 응시합니다. 그 표정이 이런 말을 담고 있네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마치 당돌한 10대 소녀의 당찬 모습인데 정면 응시 장면이 꽤 길게 나오기에 저런 저! 확 한대 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지금도 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관객이 불편해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30대의 잉마르 베리만 감독은 당차게 썼네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해리지만 팜므파탈 같은 모니카를 연기하 '해리엇 안데르손'의 당찬 매력도 꽤 좋더군요. 말괄량이 삐삐 같은 모습. 그러나 사랑스러운 모습. 대단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입니다. 이런 두 배우와 감독의 당참 때문일까요? 둘은 나중에 함께 동거를 합니다. 참 재미있게도 영화와 감독의 현실이 묘하게 이어지는 듯 합니다. 제7의 봉인이나 산딸기 같은 깊은 사유는 없습니다. 보다 가볍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특히 해리엇 안데르손의 연기와 이미지가 너무 좋고 남자 배우인 '라스 에크보리'의 핸섬하면서도 순박한 청년 이미지도 좋습니다. 가볍지만 여운을 길게 가져 가게하는 삶이 녹아든 영화입니다. 짦은 바캉스라는 달콤함 후에 밀려오는 카드 명세서 같은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잉마르 베리만 감독 팬이라면 꼭 보셔야 할 영화입니다. 인생은 항상 여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여름 후회없는 여름이 되길 바랍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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