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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하게 사진을 찍을 때가 있습니다. 막샷을 날리면서 정작 내가 뭘 찍는지도 모르고 찍을 때가 있습니다. 또는,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 건지 아님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는 건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그곳의 정취나 풍광 보다는 파인더에 담겨진 풍광을 더 많이 보고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네요.

사진 홍수 시대이자 사진이 언어만큼이나 쉽게 담기고 전해지고 공유되고 있습니다. 사진 기반 SNS인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는 세계 공통어인 사진의 힘과 고속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사진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사진에 대한 소중함은 예전에 비해 많이 느슨해졌습니다. 쉽게 찍고 쉽게 지우는 요즘에도 여전히 사진에 대한 접근이 힘든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각 장애인입니다. 시각 장애인이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나올까요? 아니 어떻게 찍는지도 궁금합니다. 얼핏 TV에서 보니  비장애인의 손을 잡고 비장애인이 풍경을 설명해주면 카메라로 설명한 방향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던데요. 그런 방법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네요

지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4월 18일 부터 6월 3일 까지 Sight Unseen(싸이트 언씬)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제 종로에 갔다가 잠시 들려 봤습니다 
싸이트 언씬(보이지 않는 이들의 시각) 사진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11명의 시각장애 사진가들이 제작한 119점의 대표작품을 한 곳에 모아서 전시를 하는 국제 순회전입니다. 2009년 부터 전세계 순회전을 하는데 드디어 한국에 도착 했네요


싸이트 언씬 사진전는 일반 12,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가격이 좀 있긴 하지만 사진에 대한 색다른 시선과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사진전입니다. 

6월 3일 까지 휴관일 없이 운영되며 도슨트는 평일에는 13시, 19시 두번이고 주말에는 11시, 13시, 16시, 19시에 있습니다. 어제 전시회를 보고 저녁 도슨트를 들었습니다.


입구에는 한국의 시작장애인 분이 촬영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앞을 볼 수 없지만 촉감, 후각, 촉각, 청각 등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사진 촬영을 불허 하기 때문에 전시 풍경을 사진으로 소개 시켜드리지는 못하겠네요. 


전시회 입구에는 헤라르도 니헨다(멕시코)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10살 때 당뇨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은 니헨타는 도서관 사서로 근무를 하다가 도서관 옆에서 사진작가들의 행사를 알고 듣게 됩니다. 그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비장애인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은 빛을 인지하고 촉감, 후각, 청각 등의 정보를 이용해서 대충 그쪽으로 카메라를 향하고 촬영을 합니다. 
노파인더 샷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구도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촬영하다가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여자친구와 함께 여자친구도 찍고 풍경도 촬영하게 됩니다. 사진들은 손이 나온 사진들이 많은데요. 꼭 만지고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니헨다의 손이 많이 담깁니다.

시각장애인 분들은 손이 눈 역할을 하잖아요


시각 장애인에게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마술같으면서도 혼란스러운 시력이 존재한다.
이 시력은 보이는 것 겉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해서 마치 안개 속으로 부터 서서히 나타나는 사람의 현상을 지닌 그림자와 같다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고통스러운 현실이란 말인가?

그것은 이승의 세계에서 나타남과 사라짐이 반복되는 광적이면서도 성스러운 비전이다

스티브 쿠시스토



가장 인상이 깊었던 사진은 브루스 홀(미국)의 사진입니다. 브루스 홀은 아예 아무것도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은 아닙니다. 보통 때는 보이는 모든 것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큰 윤곽만 보이고요. 그러나 6cm 앞에 있는 사진이나 사물은 보입니다. 

어려서 부터  안구 진탕증, 약시, 근시, 난시, 시력 감퇴에 걸려서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브루스 홀은 말로만 들었던 별을 보고 싶었습니다. 9살 때 옆집에 사는 동네 형네 집에 놀러 갔다가 망원경으로 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별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망원경이라는 광학의 힘을 빌어서 망원경 렌즈에 맺힌 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나는 모든 사진가들이 무언가를 보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필연적인 행동입니다

브루스 홀은 이후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진으로 사물을 촬영 한 후에 40인치 대형 모니터로 사진을 띄운 후에 모니터를 가까이서 봐야 사물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사지는 세상을 이해하는 단 하나의 창입니다. 

그는 사물의 윤곽을 본 후 그 느낌만 가지고 사진을 촬영 한 후에 집에서 사진을 확인합니다. 우리에게는 사진은 취미이지만 브루스 홀에게는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창구네요.  위 사진은 자폐증에 걸린 브루스 홀 쌍둥이 아이들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진인데 이 사진 말고도 물 호스에서 나온 물이 빛에 반사되어서 빛 줄기가 내리는 사진은 경이롭기 까지 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의 세계 속에서 존재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들 자신들일 것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중에서 

랄프 베이커라는 시각 장애인 작가도 재미있습니다. 
이 작가는 1966년 부터 타임스퀘어 풍광이 잘 담겨 있는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거리의 사진가입니다. 
랄프는 시각 장애인이라서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썬글래스를 끼고 사진 촬영을 해주는데 바닥에 가이드 선을 그려 놓고 그 선 위에 서라고 한 후 사진 촬영을 한 후 돈을 받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분이 시각 장애인이라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가끔 사진이 맘에 안들거나 다른 사람이 더 크게 나왔다면서 구매를 거절한 사진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진들을 셀렉터 한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참 독특한 상상력이자 시도입니다. 시작 장애가 있는데 거리의 사진가를 한다? 그것도 수십년 씩이나요?
아마도 적당히 잘 나온 사진을 찍어주기 때문 아닐까요? 


커트 웨스턴 작가의 사진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전 이 사진이 무슨 사진인지 아니 그 보다는 어떻게 촬영 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저를 포함해서) 신기한 사진을 보면 그 사진이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기 보다는 어떻게?? 라는 목적이 아닌 수단을 먼저 찾습니다. 

아니 어떤 도구로 어떤 방법으로라는 본질과 상관 없는 부수적인 것에 너무 매달립니다.
네 저도 그랬고 이 사진을 보고도 그랬습니다. 그래도 뭐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죠. 위 사진은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평판 스캐너 위에 얼굴을 올려 놓은 후 스캔을 한 사진입니다. 

스캐너 위에 반짝이 등을 뿌려 놓고 친구나 동료들의 얼굴을 스캔했는데요. 스캐너는 바로 위에 올려진 것만 스캔을 하기에 얼굴은 명료하게 스캔을 하지 못합니다. 이런 모습은 웨스턴 본인의 현 상태이기도 합니다. '커트 웨스턴' 본인이 현재 이렇게 초점이 나가고 갈라진 형태로 세상을 보고 있고 그걸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진은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는 드러냄이고 자신의 심정이나 느낌을 남들에게 사진으로 말하고 그 말에 공감을 하면 널리 퍼집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모습이 잘 보이는 작품이네요




피터 에거트의 작품도 꽤 흥미롭습니다. 이 작품은 사진이 아닌 유화나 그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추상화 같기도 하고요
위 사진은 어두운 방에서 장노출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약 2시간 동안 셔터를 개방한 상태에서 피터 에거트가 서 있는 모델의 몸 여기저기를 손전등으로 비춘 모습으로 '라이트 페인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들과 함께 직접 촉감으로 사진을 느끼는 공간도 있고 6분 짜리 동영상도 있습니다. 작가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는 꼭 보세요. 저는 '브루스 홀'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완벽하지 않는 세상을 완벽하지 않게 담고 싶었다"라는 브루스 홀의 말에 순간 멍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나나 여러분이나 사진의 완벽성을 위해서 노력하고 정진 했습니다.  완벽한 사진은 없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세상 자체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저 시각 장애인들도 그렇죠. 만약 신이 있고 세상이 완벽 했다면 저런 장애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은 완벽한 상태도 완전체도 아닙니다. 그 완벽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잊고 완벽한 모습으로 세상을 담을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통제된 아름다움 보다는 통제되지 않은 우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이 더 정감있고 깊이 있고 오래갑니다. 완벽하지 않게 담는 것도 생각해보니 쉽지는 않겠네요. 완벽함을 이해하고 완벽해 봐야 완벽하지 않음을 올곧이 이해할 수 있을텐데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많은 상념에 잠기네요. 

뭘 찍고 다녔던 것일까? 사진이 뭘 할 수 있을까?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본다라는 단어는 한 단어지만 눈으로 본다와 머리로 보는 의미는 또 다르겠죠. 앞에 있는 피사체를 눈으로 똑같이 보지만  피사체에 대한 내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같은 피사체라도 다르게 볼 것입니다.

때문에 사진은 많은 경험이 켜켜히 쌓이고 세상을 이해하는 혜안이 가득해야 사진 이면의 세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한 세상을 다시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요즘 사진에 대한 소비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10초 이상 보는 사진이 없듯 바로 느껴지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버리죠.


사진은 빠르기 때문에 인기가 있습니다. 그림 보다 빠른 뛰어난 묘사력과 재현력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 빠름은 SNS를 타고 더 빨리 멀리 전세계로 퍼집니다. 그러나 이런 빠름의 사진 시대에 남들보다 10초만 더 바라보면 또 다른 이미지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 '싸이트 언씬'사진전이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섬뜩했던 이유는 세상의 추악함이었습니다. 눈 하나 가렸을 뿐인데 인간들이 짐승이 되는 과정을 잘 담고 있습니다. 우리도 앞에서는 악수하고 웃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욕망 그 자체인 비열함이 가득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 시각 장애인들은 그런 직설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을 비장애인 보다 더 잘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명 이 사진전은 시각장애인들을 통해서 보이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모습도 있지만 저는 그 보다는 이 시각 장애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흥미로웠고 사진으로 비장애인들과 함께 소통하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입구 바닥에 깨알 같은 글씨도 느끼고 관심없고 보지 못하면 그냥 지나치는 것이겠죠


교보문고에서 3대 사진 비평서의 하나인 본다는 것의 의미를 샀습니다.

수잔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카메라 루시다)' 그리고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3명 모두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사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본질을 찾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었고 완벽하지 않은 세상 이제는 힘 좀 빼고 덜 완벽하게 사진을 찍어 보고 싶네요



전시명 : '보이지 않는 이들의 시각: 싸이트 언씬(Sight Unseen)
전시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기간 : 2013년 4월 18일 ~ 6월 3일 오전 11시~ 오후 8시 30분 (휴관일 없음)
전시도슨트 : 평일 (13시, 19시) 주말 (11시, 13시, 16시, 19시)
전시입장료 : 성인 12,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홈페이지 : http://www.sightunse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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