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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노순택 어부바의 칭얼거림을 비판하다. 사진전 어부바

by 썬도그 201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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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에는 수 많은 경호원들이 깔려 있습니다. 상당히 위압감이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느슨한 공간입니다. 이 청와대 앞길은 한적합니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들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다만, 청와대 앞길로 차를 몰았다면 그 앞길에서 정차를 하면 안 됩니다. 아마도 테러 위험 때문이겠죠.
그 청와대 앞길에서 가까운 서촌에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이 있습니다. 한옥을 개조한 류가헌은 갤러리 자체는 크지 않아서 많은 작품을 전시할 수 없지만 한옥이 주는 정겨움이 가득합니다. 또한 옆에는 작은 카페가 있고 사진 책이 가득 꽂혀 있어서 사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류가헌에서는 5월 7일 부터 19일 까지 '노순택' 사진작가의 '어부바' 사진전을 하고 있습니다.
노순택은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 사진작가입니다.  지금까지 얄읏한 공, 망각기계, 조류도감 시리즈 등을 선보였는데 특유의 블랙코메디를 잘 녹여진 다큐 사진을 잘 찍는 작가입니다. 해외에서도 크게 인정 받고 있는데요.

톡특한 스타일을 가졌고 무겁지 않는 메타포가 좋은 작가입니다. 아마도 제가 사진작가가 된다면 이 노순택 스타일과 비슷한 블랙 코메디로 세상을 고발하는 사진을 찍을 듯 하네요. 그래서 누구 보다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조습 사진작가도 블랙 코메디 사진을 잘 담지만 연출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전 연출 사진을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 자체가 코메디인데 연출로 세상을 비판하는 것 보다 그냥 현실을 카메라 앵글에 담는 것이 더 진솔해 보여서요.


류가헌은 서촌 한 가운데 있습니다. 많은 여성 분들이 대림 미술관을 쇼핑하듯 많이 들리고 어제도 엄청난 인파가 대림 미술관
바로 옆에는 류가헌이 있습니다. 저는 대림 미술관의 그 화려함도 좋지만 류가헌의 아늑함도 참 좋습니다.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은 카페, 오른쪼근 갤러리입니다. 아주머니가 찾아올 정도로 좋은 곳이죠. 아마도 저 툇마루 때문에 아주머니도 찾아올 수 있게 하나 봅니다. 보통 이런 사진전이나 갤러리에서 나이 많으신 분들 쉽게 보기 힘들거든요. 특히나 썬캡을 쓰고서는 더더욱 그러죠. 그래서 좋아요. 툇마루에서 마당을 즐길 수 있는 그 정겨움이요. 



어부바는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 등에 엎히는 것을 어부바라고 합니다. 
이 어부바는 한국어가 아닙니다. 일본어 어부바를 그대로 쓰는 것인데 어부바도 일본어가 아닌 포르투칼어 ombro라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ombro는 어깨라는 뜻으로 어깨나 등에 물건을 들쳐맬 때 쓰는 말입니다. 

이 어부바를 노순택 작가가 카메라에 담았는데 어부바의 한자가 참 재미있습니다. 어긋날 어, 하루살이 부, 물결 파입니다. 파를 바와 발음이 비슷한데 정확하게 무슨 뜻을 말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은 액자에 무슨 글씨들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글씨를 들여다보니 놀라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 먹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
이 문장은 얼마 전 자살한 학생이 쓴 유서입니다. 한국이라는 망국의 경쟁 시스템에 몰린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교육은 경쟁만이 생존 방법이라고 오로지 1등만을 외칩니다. 
이런 숨막히는 시스템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아이들만 죽는 것이 아닙니다. 20,30대의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라고 하죠. 그렇다고 노인들이 자살을 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노인들도 많은 분들이 자살을 합니다. 우리는 10대 자살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노인들의 자살도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자살공화국,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자살은 어찌보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존 중단입니다. 따라서 자살 그 자체를 탓하거나 거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또 하나의 삶의 중단 방식이니까요. 다만, 자살 버튼을 쥐어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세상이 문제이지요.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가 자살의 큰 원인입니다. 


무자식은 상팔자다
유자식은 쌍팔자다

ㅋㅋㅋ 재치가 쩝니다


한반도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북에서는 김씨 부자가 남쪽에서는 박씨 부녀가 경제는 이씨 부자가 경제를 쥐고 있는 모습
이게 김.이.박의 시대라고 작가는 조롱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김이박이 남북한을 다 해먹고 있네요. 

궁금한게 서양에서는 어부바 풍습이 없나요? 한국에서만 이런 어부바가 있나요? 아이를 등에 메고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요즘은 젊은 엄마들은 어부바 잘 안 합니다. 포대기에 싸서 키우기 보다는 앞으로 안고 키우거나 아니면 유모차에 태우고 다닙니다. 그 이유는 아기 다리가 O자로 되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고요. 

노순택 작가는 2010년 서울 세종로, 을지로, 2013년 경기도 고양, 경북 용궁리에서 찍은 어부바 사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노순택 작가는 이 어부바를 날카롭게 봤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이런 어부바 사진 보면 모정이라든지 사랑, 애정 이런 따스한 단어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노순택 작가는 오히려 이 모습을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합니다.

그 이유는 과도한 애정행각 때문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자식 사랑이 너무 지나치다보니 많은 병폐가 시작 된다고요. 우리는 부모를 공경하고 자녀 교육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강조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다이나믹함에도 있습니다. 우리가 밥은 굶더라도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아이들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훌륭한 사람이 될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는데요. 좋은 대학 나오면 가난한 집 아이도 부자가 될 수 있고 심지어 상류층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계급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듭니다만 최소한 불이익을 얻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사교육비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맹목적인 헌신과 희생이 한국 사회를 뒤틀리게 하고 있다고 작가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대학 수강 도와주고 아이를 한 시간이라도 더 재우려고 근처 공립 도서관에 엄마가 새벽에 가서 도서관 좌석을 끊어주는 모습,  이런 아이들의 칭얼거림을 모두 받아주는 우리들 부모들이 모든 것을 흔들어 놓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새끼리즘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친구도 골라 사귀어야하고 도움이 안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옆에 있는 친구는 친구가 아닌 경쟁상대일 뿐이죠.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나 오냐오냐 키우는 우리들 부모들의 나약함을 꼬집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이들을 저렇게 과도한 애정을 쏟는 이유는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것도 있고 어찌보면 부모님들이 나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듭니다. 또한, 20살이 되면 떨어져사는 서구사회와 달리 우리는 결혼 전 까지 아니 결혼 후까지도 같이 사는 모습도 이런 과도한 애정의 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취직 못한 20,30대들을 50,60대 부모님들이 먹여 살리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이런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에 변명을 하자면 이런 모습은 한국의 한 문화이고 하루 아침에 바꿀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아이에 대한 깊은 애정에 대한 맹목성을 제거하고 비판 정신을 갖추고 더 날카로운 애정 혹은 세련된 애정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좋은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순택 작가는 어부바를 통해서 한국사회의 맹목적인 부모의 헌신에 대한 물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관객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재미있게도 사진은 어부만 있는 것이 아닌 목마도 있습니다.



목마와 어부바는 또 다른데요. 어부바는 이동할 때나 아이가 잠을 청할 때 하는 행동이지만 목마는 아이의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해주는 모습이고 이 목마는 한국사회를 넘어 서양이나 유럽인들도 많이 해주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사진 반 정도가 어부바가 아닌 목마이다 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목마는 비판할 꺼리가 거의 없거든요. 저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희생정신인데요.  또한 목마는 오래 탈 수도 없습니다. 노순택 작가는 이런 모든 행위 즉 목마나 어부마나 부모에 기대는 모습을 모두 함께 뭉뚱그려서 담았습니다.


노순택 작가의 작업노트를 읽어보니 노순택 작가는 아이를 낳지 않을려고 했네요. 아이는 낭만도, 아이 낳아야 어른 된다는 어른 숙성 도구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에 낳지 않으려고 했지만 낳았습니다. 

작가는 10년 전에는 아이를 낳지 말자고 했다가 이제는 아이를 낳자고 하는 정부의 말 바꾸기고 비판하고 있네요. 
대단히 시니컬하고 반골기질의 노순택 작가입니다. 그 반골기질이 바로 노순택 작가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 같네요. 물론, 이런 반골 기질의 노순택 작가의 작품에 대한 호오가 극명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같은 작가지만 어떤 시리즈는 공감이 가지만 어떤 시리즈는 별 공감을 못느끼거든요. 

이 어부바 시리즈는 솔직히 큰 공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좀 더 깊이감이 있고 어부바와 과도한 부모의 희생의 상관관계가 잘 담겨 있다고 느껴지지 않네요. 감히 제 주관적이 느낌을 적자면 이렇습니다. 



특유의 플래시 광을 적극 활용한 이미지가 많습니다. 노순택 작가의 특징이지요. 그럼에도 제가 이 전시회를 좋게 보는 이유는 이런 소재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그 소재성입니다. 항상 보면 남들이 크게 생각하지 않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잘 끌어내는 작가가 노순택 사진작가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추상 사진이나 뭔 말을 하는지 모를 명료하지 않은 사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를 끌어내지 못하는 사진은 전 그냥 그냥 넘겨 버립니다. 한 장의 사진에서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진, 그런 사진을 잘 찍는게 노순택이고 이 작가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응원할 것입니다. 사진전 어부바는 전작인 사회성 짙은 사진과 달리 좀 가벼운 소재이지고 일상성을 추구했지만 전 그 날카로운 시선 만큼은 변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좀 쉽게 쉬어갈 수도 있는 시리즈임에도 너무 눈을 부릅뜨고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문제 의식과 문제 제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맹목적인 자녀사랑, 그 자녀사랑이 우리의 심장을 갉아 먹고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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