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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문화정보

서울대 폐수영장에는 오리 잡아먹는 남자가 있다

by 썬도그 201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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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폐수영장에는 오리 잡아먹는 남자가 있다
이런 낯선 문장에 이끌렸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예술 아카이브 웹 싸이트인 네오룩닷컴 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고 바로 클릭해 봤습니다. 

서울대 폐수영장에서 5월25일부터 6월 8일까지 블랙 아웃 전이 열린다고 하네요

서울대에 무슨 수영장이? 폐수영장이 있다고? 호기심이 절 서울대로 향하게 했습니다. 다음 지도로 미리 위치 확인을 했습니다. 역시 위성사진으로 보니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네요. 폐수영장이 산 중간에 있네요.  집에서 마을 버스 타고 가는 거리에 있는 서울대, 많이 자주 들리지는 못하지만 서울대를 갈때 마다 느끼는 것은 거대함입니다. 대학교가 원래 거대하지만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서울대가 관악산 한쪽을 잡아 먹은 듯 정말 거대함 그 자체입니다. 


서울대를 몇번 가봤지만 다 둘러 보지 못한 거대한 학교도 입구는 있습니다. 입구의 상징물 옆에는 이런 모던한 건물이 있는데 서울대학교미술관인 MoA입니다. 


지금 동상이몽 전시회가 하고 있네요. 이 미술관은 한번도 안가봤는데 사진촬영도 불허하고 입장료도 대학교 치고는 상당히 비싸서 안갑니다. 그것 보다는 제가 땡기는 미술전이 많지 않아요. 이 전시회도 땡기지 않네요. 

한편으로는 저 건물 지을 돈은 어디서 났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국립대학교라서 국가에서 준 돈일까요?

서울대는 국내 1위의 대학이자 서열 1위의 대학이자 가장 등록금이 싼 대학중에 하나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용이 여기 서울에서 승천합니다. 수 많은 지방 개천에서 올라온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서울대 졸업을 한 후 용이 되는 서울대, 하지만 요즘엔 개천에서 용나는게 아닌 강남에서 용난다고 하죠

부모의 수익차가 학력차로 치환되는 세상입니다. 강남 학생들이라면 가장 비싼 사립대학 등록금도 두렵지 않을텐데 머리까지 좋아서 등록금을 싸게 내고 다니네요.  서울대가  개울과 같이 물이 섞이게 해서  세상을 맑게 하는 곳이 아닌 기존의 계층간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계층 고착화 장소로 변한 것 같아 안타깝네요


80년대 대학생 시위 뉴스가 나오면 가장 많이 나오던 서울대학교 도서관 뒷편의 계단입니다. 저 계단에 앉아서 시위구호를 외치던 그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옛 이미지는 다 사라졌습니다. 


서울대 이야기는 그만하고요.  서울대학교 106동 실외수영장에서 전시하고 있는  블랙아우전 이야기를 하죠. 이 곳은 서울대에서도 후미진 곳에 있습니다. 

서울대 지진관측소 건물 뒷편으로올라가야 합니다.
이미 지도에서 봐서 산 중간에 있구나 했는데 좀 낯설긴 하네요.


갤러리 입구입니다. ㅠ.ㅠ 날벌레들이 땀내나는 저에게 달겨드네요. 이런 환영은 싫습니다. 산벌레 답게 인정사정이 없고 사람 무서운지 모릅니다.  


갤러리에 도착 했습니다. 사실은 갤러리가 아니라 폐수영장에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 입니다
참여작가는 총 12명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서울대대학원 학생들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 폐수영장은 약 30년간 방치된 수영장입니다. 언제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하네요. 
전시회명 Black Out은 이 장소에 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어둠속에 묻혀 있는 곳이죠. 
네오룩닷컴의 설명을 읽어보면 

폐수영장 프로젝트는 원래 폐허를 이용하여 전시를 한 뒤, 건물을 개조 보수하여 미대 졸업생을 위한 레지던시를 만드는 이중의 기획이었다. 하지만 모 기업이 서울대에 건물을 기증하는 과정에서 해당 면적만큼의 공간을 녹지화해야 하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였고, 녹지화 하는 장소로 이 폐수영장이 결정되었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설립이 진행된 대학교 소속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대부분의 승인과정을 거쳤으나 외부적인 이유로 좌절되고만 것이다. 이것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전시 타이틀인 블랙아웃(말소)과 묘하게 연결된다. ● 이 프로젝트는 학교 내부 시설의 문제를 환기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움직임으로 시작한 것이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겪은 여러 현실적 문제들은 프로젝트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 형태를 통해 미술이 현실과 만나는 지점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와 차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주었다.

출처 http://www.neolook.net/

요즘 부동산 불경기라서 그런건지 아무튼 레지던시 설립이 좌절 되었습니다. 이런 불경기에 가장 먼저 죽는것은 카라니아 같은 예술입니다. 예술이나 문화에 투자하는 비용부터 사람들은 줄여나갑니다. 


강현선_How Do You See Me?_디지털 프린트_가변설치_2007


폐 건물 안에 눈이 참 맑고 예쁜 여자분이 쳐다보고 있네요. 

강현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평행우주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우주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 우주속에서 또 다른 찾고 있는 모습이네요.  다른 차원의 내가 이쪽 차원의 나를 들여다 보는 느낌입니다. 

박호은_당신은 왜 자살하지 않(았)습니까?_디지털 프린트_29.7×21cm×30, 가변설치_2012

 

이 작품은 좀 무서웠습니다.  어두워서 무서웠고 작품 제목에 무서웠고 작품에 무서웠습니다. 벽면에 붙어 있는 글들은 유서와 같은 글입니다. 자살에 대한  뉴스기사나 유서를 적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폐수영장도 죽은 상태이죠. 폐수영장과 유서와 어두운 공간 이거 어우러지니 섬뜩함이 등덜미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천장에 달려 있는 것이 있었는데 뭔가 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그 용도를 알았는데 마이크 같이 생긴 저것은 손전등입니다. 
이 곳은 낮에도 상당히 어두웠는데 그런 이유로 작품을 읽을려면 손전등이 필요 합니다. 


작가들의 작업 흔적이 남아 있네요. 안 뜯은 생수통이 보입니다. 망치도 있고요. 저 같은 관람객들이 올텐데 좀 치우지 그랬어요. 누가 들고 가면 어쩔려고요. 


왜 수영장을 운영하지 않았을까요? 잘 다듬으면 서울대생과 교직원들의 놀이공간이 되었을텐데요. 수영장과 대학교가 어울리지 않아서 일까요?


김우민_Cascade_실리콘_80×140×30cm_2012

긴 선들이 흘러 내립니다. 작가는 저 선을 노인의 주름, 지하동굴의 기둥, 차곡차곡 쌓인 지층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거미줄등 줄이 쌓이는 모습속에서 삶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선이 쌓이는게 삶이죠. 씨줄과 날줄의 하루하루가 쌓여서 삶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그나저나 CCTV도 없고 누가 작품 훼손 하면 어쩔려고 아무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정영진_There was Body Heat_헌옷_가변크기_2012

천을 이어 기운듯한 이 작품은 하나의 천이 하나의 추억과 수많은 행위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추억 한조각 한조각 이어 붙였네요. 이 방은 수영장의 탈이식인데요. 탈의실 안에 거미줄 같은 추억의 조각들이  붙어 있습니다. 


최종하_유연한 시계_혼합재료_100×100×15cm_2009

 공감이 가는 작품 중 하나 였습니다. 시간은 가장 공평하다고 합니다. 부자의 시간이나 가난한 사람의 시간이나 물리적인 크기는 똑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시간은 크기가 다릅니다. 

수업시간의 시간은 너무나 길고 쉬는시간의 10분은 너무나 짧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볼때면 시간이 빨리 가지만 지루한 영화는 시간 참 더디게 가죠.  작가는 시계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기발한 발상이죠. 


계단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드디어 수영장이 보이네요. 


30년간 방치된 폐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진나래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품명은 '이야기 재생소'입니다  긴 밧줄이 있고 수영장 한가운데 뭔가가 묶여 있습니다. 이야기 보따리인가요?


윤채은 작가의 Fragments of Era라는 작품입니다. 무너지는 모든 것은 부셔집니다. 자신의 파편을 사방에 퍼트리면서 무너집니다. 또한 녹스는 모든 것은 자신의 조각을 흩뿌리죠.  폐수영장이 녹슬고 있고 그 녹슴이 만든 무늬가 작품과 묘하게 동기화 되어 있습니다



작은 지붕이 있는 방에 다가가 보니 재미있는 낙서가 많네요. 


작품명 '먹고 쓰다 남은 것들'입니다. 농담이고요. 작가분들이 작업하면서 먹다 남은 빵이네요. 전 이런거 보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요. 가져가서 먹지 그냥 버리고 갔네요.  다른 곳에는 개나리콘이라는 노란 스낵도 택배로 배달 받아 있고 보리건빵도 한푸대 있었습니다. 
돈이 한푼이라도 아쉬운 학생일텐데 그냥 두고 간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작품을 보러 온 관람객에 대한 배려도 아니고요. 

의도하지 않는 자연의 화분이 생겼습니다.



진나래_얼굴 없는 용자 #3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2 * 전시기간 매일 오후 1시 이야기 재생 퍼포먼스

밖으로 나갈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단 반대쪽을 보지 않았습니다. 하마터면 그냥 돌아갈 뻔 했습니다. 또한 실망감을 안고 갈뻔 했네요

진나래 작가의 이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방 가운데 와이파이 표시가 있습니다. 통신 연락 뭐 이런것을 상징하는 기호로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연필이 떨어져 있습니다. 작품 설명을 읽업조니 벽에 낙서를 하라고 유도하네요

 

연필을 들어서 낙서를 했습니다. 80년대 대표적인 낙서죠.  뭘 봐 !
돌이켜보면 이런 벽의 낙서야말로 휴대폰이 생기기전의 통신수단이 아니였을까요? 낙서는 아니지만
 약속장소에 늦게 도착하면 메모 뒤적이면서 이동한 곳을 찾잖아요. 


임현정_무제_캔버스천에 콘테_160×350cm_2012

김우민 작가의 그물이라는 작품입니다. 마치 거미줄이 쳐진 집안 같습니다. 폐수영장이 긴 시간동안 방치 되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 한듯 합니다. 

이종주_Color & Plain No.21._wheel thrown cone9, white porceline_81×30×30cm_2012

강호연_CD 플레이어로 재생한 무지개_오브제_가변설치_2011

복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계속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디서 나는가 검은 천을 들쳐보니 한 방에서 CD가 틀어져 있습니다. 아래에 건전지가 수북한 것을 보니 수시로 누군가가 건전지를 갈아 주고 있네요. 이 작품은 이게 전부가 아니고 벽 반대편에 생긴 무지개가 있어야 완성되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저것만 찍고 보고 왔습니다


이게 전체 모습입니다. 


한쪽에 손전등이 있고 스위치를 눌러다라고 하네요. 왜? 라는 물음속에 지시대로 따라 했습니다.


빈 검은천에 빛은 막혔는데 뭔가 했습니다. 혹시? 안에 들어가면 

헐~~~~ 이런 대박이 있나 검은천에 수 많은 구멍을 냈고 그 구멍을 통해서 바깥의 빛이 쏟아져 들어 왔습니다.  작가와 작품이름을 적어오지 못했네요. 

은하계를 보는 느낌입니다. 별을 재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네요. 

허름한 복도를 지나서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데 새로운 관람객이 들어오네요. 



평생 잊지 못할 갤러리였습니다. 산속에 있는 갤러리, 폐수영장을 갤러리로 삼은 모습, 그리고 그 이유가 서글픈 느낌, 이 작가분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Black Out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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