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향기/책서평

폭력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주먹을 꼭 써야 할까?`

by 썬도그 2012. 5. 5.
반응형

x발 x나
청소년들이 인사말 보다 더 많이 쓰는 말입니다. 도서실에서 책을 읽다가 잠시 복도로 나오면 중고등학생들이 가득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왜 그리 욕들을 많이 하는지요. 그 모습에 뭐라고 하기에는 저 또한 그 시절 가벼운 욕은 입에 달고 산 듯하네요. 청소년들이 욕에 중독되는 이유를 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튀고 싶어서. 남들보다 자기를 더 알아봐 달라고 하는 욕망 때문입니다. 똑같은 교복 입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하는 지루한 인생 속에서 남들이 자기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더 솔깃하고 더 가슴에 팍팍 박히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런 말재주나 어휘력은 안되니 강한 것을 찾다 보니 욕을 조미료처럼 모든 말에 넣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크면 압니다. 욕이 자신을 결코 좋게 만들지도 않을 뿐더러 평판마저 낮게 만듭니다.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은 아직 평판이 생성되기 전이고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라는 테두리 속에서 살아가려면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고 그걸 깨달으면 개망나니 행동을 하던 사람도 고분고분해집니다. 그래서 비행 청소년들도 어른이 되면 착실하게 사나 봅니다. 모든 비행청소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이 책을 도서실에서 봤을 때 뭐 이런 책 제목이 다 있나? 했습니다.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청소년을 위한 책 같더군요. 만화책이 줄 알았는데 만화책은 아닙니다. 표지만 만화가 있지 않은 소설입니다

저자 이남석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인지과학 쪽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하는 분입니다. 그중 하나가 청소년들을 위한 이런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업도 합니다. 다빈치형 저자라고 할까요?

이 책을 들자마자 앉은자리에서 100페이지는 훅 하고 읽었습니다. 일단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쉽습니다. 그리고 현장감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중학교 학교 짱인 박종훈과 방과 후 교사인 택견 사범과 과거 학교폭력에 가담한 트라우마가 있는 수정이라는 3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짱인 종훈은 수영복 가방인 투명한 비닐 가방에 펜 두 자루만 넣고 학교에 등교합니다. 교과서는 책셔틀 담당이 따로 있기에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는 전형적인 학교 짱입니다. 그런 종훈의 뒷덜미를 잡는 사람이 있었으니 방과 후 교사인 택견 사범님이었습니다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소설의 내용은 전형적인 악인이 선인이 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스토리에 대한 재미가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뻔한 결말이죠. 하지만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아주 현장감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전 참 궁금했습니다.
왜! 아이들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할까? 우리 어른들의 잘못은 없을까?
그 이야기를 저자는 종훈의 입으로 수정의 입으로 사범의 입으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일화와 소설을 소개하면서 우리 안의 폭력을 고발하며 왜 청소년들이 폭력에 물들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왜 학생들이 폭력을 죄책감 없이 저지르고 그 폭력을 담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청소년들은 도덕성보다는 자기를 세상이 알아봐 주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어른들보다 강하고 그러다 보니 자기가 한 행동이 범죄인지도 인지하고 그 결과로 은팔찌 차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유튜브에 올립니다.

이외에도 80년도 소설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을 통해서 육체적 폭력의 위험성도 문제지만 교사가 가하는 구조적인 폭력도 고발합니다. 우리는 비행청소년의 폭력만 손가락질하지만 교사들의 구조적인 폭력도 참 문제죠. 그러나 우리는 교사들의 폭력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합니다. 지금도 체벌 없앴다고 징징거리는 교사분들 꽤 많을 걸요

몇 년 전에 제가 교사들의 학교 폭력이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다고 제 경험담을 이 블로그에 썼더니 한 젊은 교사가 저에게 왜 체벌이 나쁜 거냐고 말씀하시던데 그 분과 참 오래 댓글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교사분은 머리에 체벌만이 정답이라고 생각의 똬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학원폭력을 다루는데 학생이 가하는 학생폭력과 함께 교사들의 구조적인 폭력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습니다.

또한 학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잘 담고 있는데요. 주인공인 학교 짱 종훈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범님을 통해서 피해자의 심정과 이해심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청소년들이 꼭 한번 들여다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가해자 피해자를 넘어서 방관자들인 대부분의 우리들과 청소년들에 대한 신랄한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악의 평범함'이라고 하죠. 독일군들이 모두 악마였을까요? 모두 악마는 아닌 우리와 같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악마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악마가 되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멍청한 사람들이 라거 그럴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자기 일에 충실한 것뿐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방관자라고 하죠.

교실에서 폭력이 일어났다고 칩시다. 싸움 당사자만이 폭력에 관연 되었을까요? 아닙니다. 수많은 방관자들이 폭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왜 폭력을 보고 말리지 않을까요? 말렸다가는 자기도 그 폭력에 직접적인 린치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독일병정들도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을 알기에 그게 반인륜적인 행동이라도 따랐던 것입니다.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이 책에서는 밀그램의 실험을 소개하면서 우리 안의 폭력의 근원을 찾아주고 어느 정도의 해답도 제시해 줍니다.
1961년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밀그램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실험을 합니다.

밀그램은 실험 대상자를 모읍니다. '징벌에 대한 학습효과'라는 실험을 하겠다며 실험자들을 속인 후 선생 역할과 학생 역할을 하는 두 그룹으로 실험자들을 나눕니다. 그리고 선생그룹과 학생그룹 한 명씩 짝을 이룹니다.

학생이 테스트에서 틀리면 전기충격을 줍니다. 한번 틀릴 때마다 15 볼트씩 전압을 높이라고 지시하죠. 최고 전압은 450 볼트입니다. 실제로는 전기충격이 연결되어 있지 않고 학생 대신에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가 전기충격을 받는 척했습니다.

감독관은 실험을 지시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차분하게 진행을 합니다. 학생이 답을 틀리면 15 볼트씩 올립니다. 고통의 소리가 옆방에서 들립니다. 그렇게 서서히 올리다가 괴성이 나오는 소리에 실험참가자들은 불안해했지만 감독관은 괜찮다며 계속 실험을 진행하라고 합니다.

옆방에서는 방을 울리는 괴로움의 신음소리와 비명이 들렸지만 실험자들의 65%는 450 볼트까지 올리게 됩니다. 이게 바로 독일군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권위에 대해서 우리는 쉽게 복종합니다. 그게 비인간적인 행동이라고 생각이 들어도 권위자나 권력자가 지시를 하면 순순히 따르는 게 인간입니다. 그러나 35%는 권위와 지시에도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실험을 중단합니다.

이 이야기는 폭력에 대한 방관자에 대한 지적에 활용됩니다.
영화 '돼지의 왕'은 이런 학교폭력의 먹이사슬과 학교풍경을 잘 담고 있습니다. 모범생과 일진이라는 개에 뜯어 먹히는 왕따와 방관자라는 돼지들을 보여줍니다.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여기에 일상의 폭력중동에 대한 고발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죠 "조선 놈은 패야 해" 우리는 너무 쉽게 문제 해결을 폭력으로 하려고 합니다. 충분히 말로 할 수 있는 것을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그게 해결된 것으로 압니다. 폭력이 나쁜 것은 겉으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마음에 상처를 주고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교사들의 폭력도 그게 문제입니다. 학생이 말을 안 들으면 왜 그런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깊게 볼 생각은 안 하고 옆에 있는 당구큐대 들고 팹니다. 그렇게 교사가 학생을 패다 보면 학생들도 문제 해결이 대화가 아닌 발길질로 쉽게 해결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사회 전체가 폭력에 너무 관대하다는 게 현재 우리 아이들이 폭력에 중독되고 폭력만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그런 학교폭력의 근원과 비행청소년 또는 일진들의 심리상태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른 두꺼운 전문서적풍의 지루한 내용과 와닿지 않는 내용의 책들과 달리 실제 학교에서 있을 법한 화법과 이야기를 토대로 학교현장을 그대로 담은 듯한 친밀감과 사실성이 무척 뛰어난 책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청소년들과 교사들이 꼭 읽어 봤으면 합니다.

책의 스토리는 좀 작위적이라서 약간 오그라들지만 저자가 말하는 내용들은 현장경험에서 나온 학생들의 폭력의 근원과 치유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당장 학교폭력을 해결하긴 힘들다고요.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합심을 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서서히 학교 폭력은 사라질 것이라고요. 단박에 학교 폭력을 싹 없앨 수 있다는 꼰대들의 행정폭력은 해결책이 아니라고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십 대를 위한 폭력의 심리학. 왜 학생들이 주먹을 하는지에 대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