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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행복전도사에게 독설을 날리고 경쟁을 예찬한 발칙한 책 '러쉬'

by 썬도그 201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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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한 권 잡으면 길어야 2주 안에 다 읽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무려 3주 넘게 긴 시간을 투자해서 읽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제 거부반응이 초반에 좀 심했다고 할까요. 

그 거부감은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경쟁예찬서이기 때문입니다. 경쟁? 그 경쟁에 치여서 낙오된 사람들이 많고 그 낙오와 상심을 술로 달래고 또는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 경쟁예찬서라니 조금은 발칙한 책이 바로 '러쉬'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색다름이었습니다. 
시내 중심가의 대형 서점에 가면 가판대에 행복을 외치는 책들이 넘치고 넘칩니다. 저도 행복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 봤습니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긴 장탄식을 하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읽었는데 너무 그런 책만 읽다보니 나중에는 똑 같은 이야기 비슷한 이야기만 담기는 모습에 이제 보지 않습니다.

행복에 관한 책들은 거의 뻔하고 비슷합니다
욕심을 버려라, 좀 느리게 살아라, 삶을 관조적으로 여유롭게 살아라

이런 행복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많이 오르지만 한국의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런 행복관련 책들이 듣기는 좋지만 실제 현실에 적용할려면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욕심을 버려라? 전 욕심이 많지 않습니다. 가진게 많을 수록 고통이 심한 것을 잘 알기에 일부러 많이 가질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한 가질수록 소유할수록 책임도 커지고 그 책임으로 부터 오는 쾌락보다 고통이 크기에 미니멀하게 삶을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가 욕망과 욕심 때문에 진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욕망과 욕심으로 인해 서로 경쟁하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면서 진화한거지 수도승 처럼 깊은 사색만으로 진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나친 욕심인 과욕이 파멸을 불러 일으키죠

이 책은 그런 행복관련 책을 '행복전도사'라고 싸잡으면서 비판으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죽은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저가인 '토드 부크홀츠'입니다.  

토드 부크홀츠는 행복전도사들의 말들 즉  "자본주의적 충동을 내려 놓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말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이 반론 즉 과연 경쟁이라는 레이스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해고 그 삶이 행복한 삶인가? 하는 의문으로 부터 책은 시작합니다



이 책은 반론으로 시작해서 겉잡을 수 없기 생각을 확대한 책입니다. 경쟁이 과연 현대인의 삶을 피폐시키고 황폐화 시키고 삶을 고사위기로 몰아 넣는 것인지에 대한 반론을 위해서 심리학은 물론, 신경경제학, 진화 생물학, 르네상스미술을 넘어 원시시대의 원시인까지 등장시키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그 주장이란 바로 경쟁이 없는 세상이 더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죠
그 예를 참 다방면으로 들고 있는데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그 예를 모아놓은 묶음 책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예가 있는데요. 바로 공산주의 비판입니다. 공산주의는 경쟁 자체를 부정하는 체재이죠. 경쟁이 없다보니 공산주의는 나태함과 무력함에 빠지게 됩니다. 남들보다 뛰어나게 일하나 남들보다 뒤쳐지게 일하나 받는 빵의 갯수는 똑같으니 열심히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지 않습니다.

반면 자본주의는 인간 본능인 경쟁심을 엔진삼아서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경쟁심을 무기로 한 자본주의가 승리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석유라는 천연자원이 많은 베네수엘라가 금도 석유도 없는 그러나 서유럽 같은 경제발전을 한 한국을 비교하면서 경쟁이 어떻게 세상을 진화시키고 성장시켰는지 지적을 합니다.

저자의 이런 주장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습니다. 솔직히 같은 일도 경쟁을 붙이면 승부욕이 생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기 능력을 뛰어 넘는 결과물을 가져오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하지만 최근의 오디션 열풍의 엔진은 '경쟁심'입니다.

경쟁이야 말로 가장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하죠. 이건 제가 드는 예인데요. 용산전자상가가 착해지고 순해 진 것은 경쟁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자기들끼리 알게 모르게 짬짜미를 하고 공정한 가격경쟁 대신에 서로 어느 선 이하로 가격을 내리지 말자는 무언의 합의가 있었는데 '다나와'라는 싸이트가 가격경쟁의 물꼬를 제대로 트면서 용산은 치킨게임이라는 가격경쟁 싸움을 하게 되었고 그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큰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경쟁은 악한 기업도 시장도 사람도 착하게 만들게 합니다. 이런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이나 사회는 좀 더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담합이라는 암적인 것들이 득시글 해서 문제죠.

저자는 경쟁예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일을 많이 것을 찬양합니다. 하지만 전 이 부분에서 심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반론을 하자면 한국을 베네수엘라와 비교 했는데요. 한국이 외형적으로는 베네수엘라 보다 잘 사는 게 맞지만 한국은 자살율 세계1위입니다. 요즘도 중학생들이 학업성적 때문에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카이스트 대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자살공학국인 한국을 저자는 간과합니다. 이게 다 심한 경쟁사회가 가져오는 병폐인데 저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건지 무시하는건지 한 단면만 단순 비교하고 맙니다.

또한 저자는 뭐에 쫒기는지 차분한 어조가 아닌 자기 주장에 맞는 이야기를 주워 모아서는 소개시킨다는 느낌도 강합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예상되는데 반론에 대한 재반론은 없습니다. 또한 행복전도사들이 경쟁을 무조건 협오하는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쟁은 인간이 가져야할 필수 욕망입니다. 경쟁심 없는 사람치고 더 행복한 사람은 종교인이나 수도승 같은 분들 밖에 없고 기본적인 인간은 경쟁심을 가지고 삽니다.  또한 그 경쟁심으로 인류는 진화를 하는 것이죠

공교롭게도 과학의 획기적인 진화는 전쟁기간에 일어난다고 하잖아요. 
행복전도사들이 무조건 경쟁을 배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행복전도사들이 경쟁혐오론자로 낙인을 찍고 말을 계속 하는 모습입니다. 이 부분은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경쟁심을 무조건 배척하고 경쟁의 쳇바퀴에서 나와서 에덴동산이라고 부르는 낙원에서 살자고 하는 그러나 실제 에덴동산은 고통과 나태의 연속임을 지적하는 발칙함에 있습니다.

노인분들이 공원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는 것 보다 일을 하면서 남들과 경쟁을 할 때 더 오래 살며
경쟁을 통해서 성공을 하면 보다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남들 보다 뛰어난 경쟁심이 있었다고 하죠. 또한 자유무역이 시작되고 글로벌 경쟁체제에 들어서면서 우리의 생활은 더 윤택하고 좋아졌고 경쟁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더 똑똑해졌으면 문맹율도 저하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일견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FTA같은 자유무역체제를 통해서 삶이 더 불행해지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인의 시선으로 담은 책이기에 어쩌면 경쟁지상주의가 된 한국인이 읽기에는 껄끄러운 면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면 때문에 쉽게 책장을 넘겨지지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자의 주장이 모두 폐기처분될 내용은 아닙니다. 탄탄하고 풍부한 많은 예시와 일관성 있는 주장 또한 새겨 들어봐야할 경쟁에 대한 재인식들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경쟁심에 불타 오를 때 학교성적이 가장 좋았고 학교성적이 좋았을 때 행복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과도한 경쟁이 문제지 경쟁자체가 문제는 아니죠. 생각해보면 행복전도사들이 20대들에게 강의하는 것을 보면 경쟁대열에서 빠져 나오라고 부추기기만 할 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데는 미흡합니다. 교실에서 빠져 나와서 남들 다 수업하는데 복도를 혼자 걷는 기분은 짜릿하죠. 하지만 복도를 지나 학교를 나서면 뭘 할 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경쟁은 짜릿합니다. 프로야구나 미식축구나 챔피언스리그나 모두 경쟁입니다. 경쟁은 짜릿한 희열을 가져옵니다. 문제는 과몰입된 경쟁의 후유증이 크죠. 경쟁을 하돼 속도조절을 하는 경쟁은 우리를 보다 행복하게 해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가 얻으면 누군가는 밥을 굶은 제로섬이 아닌 진정한 경쟁은 너도 얻고 나도 얻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발칙합니다. 모두 공감가는 것은 아니고 구멍도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뜬구름잡기 식의 행복에 관련된 서적에 따끔한 독설을 날리는 것은 확실합니다. 경쟁, 이건 인류 진화의 큰 원동력이자 행복의 원형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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