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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KBS 여자 기자가 대한민국을 고발한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by 썬도그 2012.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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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 났으면 갖은 불평등 속에서 숨 막혀서 제 명에 다 살지 못했을 것 입니다. 한국에서 소수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만약 소수인으로 태어 났다면 눈물만 흘리다가 고통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았을 것 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참으로 갑갑합니다. 만연한 모순과 비합리 비논리가 만연하지만 누구하나 그걸 고칠려고 하지 않습니다. 
문제인식까지는 합니다. 그리고 같이 삿대질 까지는 합니다. 그러나 그 사안이 자기에게 연결되면 자기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삿대질 하는 손을 내리고 숨어 버립니다. 이게 한국의 전형적인 삶의 방정식입니다

박에스더라는 KBS 여자 고참기자 박에스더가 이런 대한민국을 낱낱이 고발 했습니다

책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싶다'는 KBS 고참 여자기자가 대한민국에 살면서 느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대한민국 병을 낱낱히 해부 합니다.책은 총 5파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파트 1. 어느 조직사회 지진아이 좌절 고백"야! 너 몇 살이야?"싸움을 하다가 자기가 질 것 같으면 어린 아이는 상대를 물어 버립니다. 
싸움을 하다가 자기 논리가 말이 안되면 어른들은 상대에게 "야! 너 몇살이야?"라고 합니다.
나이가 뭔 상관입니까? 자신의 몰상식을 인정하기는 싫고 이기고는 싶을 때 꼰대들은 나이를 들먹거립니다. 
저자 박에스더는 이런 한국이라는 계급사회를 호되게 비판합니다. 자신이 KBS입사해서 겪었던 숨막히는 상명하복이 수직형 직장내 인간관계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녹여 냅니다.
장유유서라는 구시대적인 조직체계를 비판도 하지 않고 무조건 받드는 한국인들, 정작 그 상명하복의 피라미드 밑에 있을 초년병 때는 이를 바득 바득 갈면서 상명하복을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이 왕고가 되고 그 상명하복의 시스템의 수혜자가 되면 언제 자기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는지 기억조차 못하면서 원래 세상사! 다 그렇고 그런거야라고 넘겨 버립니다. 저자는 이런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또한 이런 이유로 이 한국의 후진적인 상명하복 까라면 까 시스템은 해체되지 않고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고위직이나 국회의원들의 형식주의도 비판을 합니다.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사를 우린 어려서부터 학교로 부터 철저하게 배웠습니다. 장학사가 온다면 평소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했던 슬라이드기 꺼내와서는 칠판대신에 하얀 스크린에 대고 설명합니다. 거기에 전날은 온통 복도를 왁스질하고 청소를 해야 합니다. 그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장학사들은 흐뭇하게 봅니다.이건 바로 한국의 전형적인 보여주기 형식주의에 찌든 모습이죠. 이런 형식주의는 한국사회를 좀 먹고 있지만 우리는 오늘도 실용보다는 형식에 쓸데 없는 돈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이 정부가 실용주의 정부라는게 더 놀랍기만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현대까지 살아남은 유교적 윤리규범의 대부분은 그것 자체가 정면으로 부정되는 '반'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장유유서는 물론 효나 충과 같은 개념이 모두 그렇다. 부부유별처럼 재고와 반성의 역사를 일부 거친 규범들도 있지만, 장유유서는 그 같은 흔들림 조차 거의 없었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억압에 골몰했던 권위주의 정부들이 이를 굳건히 지원해준 덕이다책 70페이지 중 일부 발췌
저자는 한국의 장유유서의 좋은 점도 인정하지만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장유유서는 정권 찬양 혹은 호위용 혹은국민들을 보다 쉽게 통치 할 수 있는 즉 대통령을 임금으로 여기게 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국가라는 큰 어르신에 대들지 말라고  대드는 버릇 없는 젊은이들을 싸가지 없는 후레자식이라고 비판하면서 정권을 유지했다고 지적 합니다.이 지적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며 여전히 정권을 비판하면 버르장 머리 없다는 시선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논리의 제왕들이라고 하는 진보주의들 조차 자기들 끼리 파벌을 나누며 서열의식이 만연했다는 것 입니다.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고졸출신의 민노당 간부에게 다른 간부가 어느 대학 나왔냐는 질문은 현재 한국 진보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꼰대기질이죠. 장유유서 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시스템은 진보나 보수나 모두 떠 받들고 있기에 쉽게 깨지지 않을 듯 하네요. 지금 처럼  아랫사람은 발언기회도 없는 창의력 제로의 시스템에서 개미처럼 죽어라 일만 하다 쥐꼬리만한 행복 주워먹고 살겠죠. 

파트2 장미는 백합을 부러워하지 않는다2장에서 저자는 Best One만 원하는 한국 사회를 꼬집습니다. '원 스탠다드'속에 모든 사람을 집어 넣고 좋듯 싫든 경쟁하게 하는 이 거대한 모순의 숨막힘을 고발합니다. 왜 10,20대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일탈을 하는지  왜 한국인들은 목표가 비슷비슷한지 왜 자기 꿈을 버리고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지에 대해서 따끔한 지적을 합니다. 또한 패자부활전도 없어서 경쟁의 쳇바퀴에서 만신창이가 되어서 굴러 떨어져 나오면 누구하나 보듬어 주지 않음을 지적하죠저자는 Best One이 아닌 Only One이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결코 장미는 백합을 부러워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둘은 아릅답다고 말합니다. 

파트3 일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우리저는 김C가 좋습니다. 그는 철저한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에 좋습니다. 저도 개인주의자입니다. 저도 한 5년 전 까지만 해도 나 보다 우리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난 조개구의가 참 좋은데 친구 모임중에 오로지 한 녀석이 조개알러지 있다고 하면 안 먹었습니다. 또한 친구들이 다 좋다고 하면 저는 싫지만 따랐습니다.그런데 이게 너무 스트레스입니다. 난 싫은데 친구 대부분이 좋다고 저도 따라해야 하는 이 고통. 솔직히 친구들이 고등학교 친구들이라서 취향들이 다 다릅니다. 일부분 맞는 것도 있지만 저와 취미나 취향이나 사고 방식이 저와 상반됩니다. 그래도 친구들이 좋고 인간들이 웃기고 재미있고 해서 참고 지냈는데 그렇게 모임을 10년 이상 갖다보니 짜증이 나더군요그래서 한 5년 전에 뒤집어 엎었습니다. 나 이렇게 못 살겠다.
 
난 이런 취향 아니니까 나 이 모임 안나와도 좋으니까 나 이렇게는 못살겠다 했습니다. 친구들은 놀랬고 그날 이후 전 개인주의자로 커밍 아웃 했습니다. 그 이후 모임은 여전히 갖고 있고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달라진게 있다면 개인주의자인 저를 인정해 주었고 각자 개인적인 취향에 맞을 때만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다 같이가 아닌 따로 또 같이로 변했습니다. 그렇게 변하니 또 모임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더 행복해졌습니다. 저자는 이런 우리 강박증에 중독된 한국 사회를 비판합니다. 한국식 마피아 조직을 비판합니다. 저자는 정치인들의 우리의식을 말합니다.정치인들은 선거 전에는 쓴소리 바른소리 심지어 자기 당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회 입성하고 당에 소속되어지면 입을 봉해 버리고 소수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내린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거수기가 됩니다.  이런 우리라는 시스템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한국인들을 소개하며 외국과의 비교를 합니다.

파트4 변화를 가로막는 구시대의 괴물들4장에서는 정치 비판을 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의 후진성과 데모하면 사회가 불안하다는 호들갑을 떠는 보수정권을 비판하며 이명박과 박근혜의 정치관계를 오바마와 힐러리를 빗대면서 비판합니다.  오바마는 정치적 숙적인 힐러리를 숙청하지 않고 비록 경선레이스를 같이 달렸고 다음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에서 강력한 후보가 될것이기에 숙청을 했어야 했지만 오히려 손을 내밀어 국무장관에 앉힙니다. 반면 이명박은 대통령이 된 후 바로 이어진 총선에 박근혜 쪽 의원후보들을 거의 다 짤라버려 수족을 못 쓰게 합니다. 저자는 4장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말합니다. 보수도 비판하지만 진보의 고리타분함도 비판합니다.  저자는 진보가 대중을 외면하고 대중을 가르칠려고만 드는 모습과 함께 대중의 언어가 아닌 자신들만의 언어로 대중을 상대하는 찌질함도 비판합니다. 4장에서 저자는 한국의 후진정치, 후진 진보주의자들, 후진 민족주의와 후진 인종차별을 비판합니다

한국의 구시대적인 생각들, 이 생각들을 저자는 긴 장탄식으로 담고 있지만 제 생각에는 이런 구시대적인 생각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네요. 
조선의 외교정책은 사대교린이었습니다. 중국에게는 무조건 닥치고 사대하고 중국 이외는 무조건 오랑캐로 보는 시선, 주체성도 없고 외교도 계급주의로 내려다 보는 모습을 저자는 지적했는데요. 이 모습은 현재 한국의 외교와도 비슷합니다미국님은 무조건 좋아하고 사대하고 알라뷰 날려주는 센스, 그러나 중국이나 북한은 무조건 적대시하거나 하대할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외교는 주고 받고 하는 것이지 무조건 일방적으로 주고 무조건 적대시 하는게 아니죠. 이러니 외교꼴통국가라고 불리우죠이외에 저자는 한국의 민족주의도 비판합니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군사정권과 독재정권이 통치를 보다 편하게 하기 위해서 민족주의 고취를 했다고 말합니다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민족주의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그에 동조해 행동하는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사실은 통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동원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민족'이라는 명분이 지극히 정당하게 느껴지고, '민족 번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게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책 260페이지 중 일부 발췌

 


파트5 나는 그저 나일 뿐, 그거면 충분하다저자는 5장에서 한국의 성을 고발합니다. 거리에서 키스하면 경망스럽다고 고개를 돌리면서 저 경춘국도 옆에 즐비한 러브호텔들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성왜곡을 비판합니다. 솔직히 한국 사람들 성에 대한 이중플레이는 좀 역겹기 까지 하죠앞에서는 권위있는 척 근엄한 척 척이란 척은 다 하면서 정작 밤에 룸싸롱 가면 아가씨들 끼고 노는 꼬라지들, 사창가를 없애면 남자들의 욕구는 어디서 해결하냐는 얼척 없는 소리나 합니다. 그러면서 여자들의 성적 욕구를 푸는 것은 경악스럽게 보죠.
한국의 성은 남성과 여성의 성의 잣대가 철저하게 다릅니다. 남자들의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어느정도 관대하게 바라보면서 여자가 똑 같은 일을 하면 대서특필됩니다.이 괴리감은 수세대가 지나도 바뀌지 않네요. 또한 이성의 성 말고 동성의 성에 대한 혐오감도 저자는 지적합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동성문화가 있었고 영화 '쌍화점'에서도 나왔듯 지배계층에서도 동성애를 즐겼던 민족인데 유교문화 때문인지 성에 대한 아주 보수적이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지적하고 있지 않지만 기독교의 동성애 비판은 동성애자를 정신병자 취급까지 합니다.저는 동성애가 나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반대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살던 그걸 왜 국가가 종교가 뭐라고 합니까? 과학적으로도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선사시대 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약 3%는 동성애자였다는 소리도 있습니다왼손잡이가 불경스럽다면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만들었던 우리 어른들의 모습과 동성애에 대한 태도가 너무 비슷하네요

 


이 책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한국의 못난 모습을 들쳐내서 고발한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쉽고 간결하고 조리있게 말한다는 것 입니다. 기자 특유의 현장감도 정확한 언어구사력과 머리에 팍팍 박히는 예들과 어렵지 않은 문장들이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민족주의와 한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자주 많이 끊이없이 해서 이 책이 더 좋아 보일 수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박노자 교수가 어느정도 외국인의 시선을 가지고 한국을 비판한 모습이라면 우리 내부에서 한국을 비판했고 그런 이유로 박노자 교수의 한국 비판서와 맞먹을 정도로 괜찮은 한국 비판서입니다우리 안에 있다보면 우리가 정말 좋은 집단으로 착각하고 살죠. 한국이 한류가 전세계에 퍼지면서 한국을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줄 알죠? 아닙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외국인들이 더 않 좋아 하는 나라입니다. 이게 제대로 된 현실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파란색이 긍정적 주황색이 부정적
이렇게 외국인들이 한국을 싫어하는데는 우리안의 구역질나는 모순과 비합리성이 있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한국의 구태와 비합리성을 척결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비효율성에 치이며 스트레스만 엄청나게 받고 살것 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한국의 구태중에 이 장유유서 부터 어떻게 깨트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군대가서 놀란게 하루 먼저 왔다고 고참대접 받을려는 그 쪼잔함과 찌질함, 이거 정말 한국적인 풍경입니다.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그 다른 대한민국은 언제 우리 곁에 올까요? 염세주의자인 제가 보기엔 앞으로 20년은 더 걸릴 듯 합니다. 지금의 20대 10대들의 모습을 보면 30대인 저 보다도 더 고리타분하고 꼰대 같고 몰상시과 비논리성과 비합리성을 고루 갖추고 살고 있더군요.  이런 책이 그나마 계속 한국을 까야 한국이 바뀌지 그러지 않으면 안 바뀌는 한국입니다. 특히 40대 이상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 봉건주의 같은 상명하복 구조를 까 부셔야 하는데 자기 20대도 그랬다면서 이제 달콤한 권위의 안락의자에서 편안하다고 늘어지고 있네요. 역시 말과 현실은 다른가 봅니다. 뒤에서는 같이 옹호하고 비판하면서 정작 그 일이 자기 일이 되면 슬그머니 도망가는 모습, 물론 여기엔 저도 포함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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