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좋은 점은 부패하지 않는 다는 것 입니다. 100년전 디지털로 기록된 기록물도 바로 어제 만든 기록물 처럼 재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반면 아나로그로 기록된 금속활자나 혹은 붓글씨나 혹은 파피루스에 기록한 또는 돌이나 비석에 새긴 글씨들은 세월이라는 힘에 허물어집니다.
하지만 디지털은 다릅니다. 보관만 잘 한 다면 수백만년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뭐 아나로그도 보관만 잘하면 수만년 보관할 수 있긴 합니다만 디지털과는 좀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세월의 흔적으로 서서히 무너지게 되죠
이론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로 디지털 자료나 정보가 아나로그 보다 더 오래 갈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96년 인터넷 세상이 막 빗장을 열고 세상에 선보일때의 그 시절 정보가 지금 쉽게 찾아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제가 96년부터 매달 사다 본 how pc나 PC사랑이 더 오래 보관되고 있습니다. 디지털은 편하다는 장점이 바로 단점이 됩니다. 편하니까 쉽게 널리 멀리 퍼지지만 또한 쉽게 사라집니다.
지금은 사라진 네띠앙의 초창기 모습이나 예전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의 기록물들이 다 남아 있을까요? 그나마 다음이나 네이버라는 거대 포탈에 기록한 기록들은 남아 있지만 세상은 영원한게 없다고 언제 다음이나 네이버가 서비스 중단하면 내가 디지털로 기록한 기록물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2007년 처음으로 산 디카로 찍은 사진들도 그래요. 당시 하이엔드 디카로 찍은 그 사진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라이트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사진 관리를 하기 때문에 2008년 부터 2012년 오늘까지의 사진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2중 백업을 하고 있기에 사진만은 제가 죽어도 보관될 듯 합니다. 제가 유서에 남길거니까요 ㅋㅋ
사진이란게 현재에는 쓰레기 같은 정보지만 100년만 지나면 거대한 정보덩어리가 됨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디지털시대고 카메라 전성시대라고 해도 정작 오래 보관되지는 않는 디지털의 속성을 전 잘 알고 있습니다. 쉽게 취하면 쉽게 사라지는 법이니까요
서두가 길었나요?
제가 추천하는 사진전문 갤러리가 하나 있습니다. 경복궁 담벼락을 마주보고 있는 사간동 갤러리 거리에는 많은 갤러리들이 있습니다. 현대갤러리가 가장 유명한 갤러리고 국제갤러리도 있는 곳이죠. 이곳에는 간판이 아주 작은 그래서 그냥 스치듯 안녕 하는 곳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갤러리 아트 사간'입니다. 이 '갤러리 아트 사간'은 제가 작년 뜨거운 여름 햇살을 식히러 들어갔다가 팬이 된 곳입니다. 빵빵한 에어콘에 사진 촬영도 흥쾌히 허락 해 주시고 천천히 사진 관람을 한 후 방명록과 그 옆에 이메일을 적어주면 메일링 리스트로 전시 정보를 배달해주는 모습에 감동을 했습니다
지금도 '갤러리 아트 사간'에서 보내주는 메일을 보고 관심가는 사진전이 있으면 가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제가 좀 게으릅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찾아간 전시회인데 지금은 다른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4월 11일 부터 4월 30일까지
이원균 사진작가의 a Space-2 라는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글도 한 사진전의 기록물이 되겠네요.
티스토리가 망하지 않으면 계속 이 글은 보존되겠죠.
a Space-2 사진전은 독특한 사진전입니다. 위 사진이 어떤 사진 같으신가요?
이원균 작가는 우연히 책상위에 올려진 오래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발견하고 저장의 매체와 기록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 생각을 시각화 시켰습니다. CD나 HDD라고 하는 하드드라이브도 영원불멸하지는 않겠죠. 이론상으로는 불멸의 기록매체지만 분실이나 충격이나 세월의 더께에 파괴될 것 입니다. 아나로그와 달리 0(파괴) 1(완전체)만 존제하는 매체이죠
작가는 하드드라이브를 호박이라는 봉인매체에 담갔습니다.
왜 수백만년전의 모기나 공룡등 오래전에 멸종한 생물들이 호박속에 죽은 것을 우리는 발견하죠.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도 호박에 갖힌 공룡DNA를 가지고 공룡을 복원하잖아요.
호박은 역사적인 기록물일 것 입니다.
작가는 HDD를 호박에 넣어서 디지털 사진이라는 영속의 기록물로 이중 기록 했습니다.
사진 자체는 큰 느낌은 없었지만 이 행위에 큰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연 우리의 디지털 기록물들 오늘 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과 트위터 글들이 5년 후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까요?
가끔 디지털이 밉습니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0(사라짐) 1(완전한 기억)으로만 기록되는 것 같아 공포스럽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한 기록물이 어느날 확 사라지는 공포감, 차라리 서서히 사라지면 어떤 조치를 하던지 중요한 기록은 다시 수작업으로 배끼던지 하면서 기록을 이어갈텐데요. 디지털은 이게 불가능 합니다. 따라서 2,3중 백업이 필수적이죠.
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이 글을 쓴 후 PC의 HDD가 날아가면 그 안의 사진과 텍스트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언젠가 우리의 기억도 이렇게 디지털화 되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어렴풋이 아는게 아닌 앎, 그리고 모름 이 둘만 남는다면 기억의 빈 여백이 가지는 풍요로움은 사라지겠죠
우리는 기억의 빈 공간에 안 좋은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으로 채워놓습니다. 이게 심리학적 용어가 따로 있더라고요.
기억은 실제보다 아름답게 포장되죠. 그게 가능한 것은 기억의 빈 구멍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디지털화 되면 기억은 추억처럼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을 것 입니다.
추억으로 삶을 살아가는 노인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정신적인 충격이 될 것 입니다.
생각을 너무 확장시키고 있네요. 이쯤에서 줄여야겠네요. 디지털 기억, 오래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갤러리아트사간 홈페이지는 http://artsagan.com/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