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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이라는 반달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by 썬도그 201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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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별4개반을 준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여러모로 기존의 조폭영화 혹은 갱스터영화와 차원이 아예 다릅니다.   친구 아이가~~~~를 외치는 우정이나 의리로 미화시킨 그런 액션활극이 아닙니다.
또는 무시칸 조폭들이 사람을 배꼽빠지게 하는 한국영화 제2의 전성시대를 연 90년대 말 2천년대 초의 조폭코믹물도 아닙니다.

그냥 진짜 조폭, 실화는 아니지만  실제 조폭들의 삶을 그대로 박제한 영화입니다
온갖 배신과 권모술수와 뒷돈과 같은 검은 커넥션이 난무하는 어떤놈이 나쁜놈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온통 악한자들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거기에 안기부라는 거대한 악도 살짝 거론됩니다.   전두환이라는 악마가 정권을 잡고 있고 친구 악마인 노태우가 대통령 하던 시대이니 누가 누굴 벌하는 자체가 하나의 블랙코메디입니다.

이 영화에는 3명의 조폭이 나옵니다.  두 명은 주먹을 쓰는 진짜 조폭 아니 건달이고 
한명은 조폭인데 싸울줄을 모릅니다. 오로지 머리로만 살아가는 최익현이 있습니다.  최익현은 세관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리공무원이었죠. 공무원들 중에 비리공무원 참 많습니다. 예전에는 공무원 월급이 쥐꼬리만해서 일말의 이해심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 월급도 많은데 요즘도 비리를 저지르는 공무원들이 많을 걸 보면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비리와 뗄수가 없나 봅니다.  그럴 수 밖에요.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권력을 가진 직업인데요.


밀수품 발견하고도 그걸 뒷돈을 받고 무마시켜주던 배임이 일상이 된 부산세관원인 최익현
그는 부산세관에서 짤립니다.  비리가 적발되어 누군가를 꼬리자르듯 짤라야 하는데 술자리에서 딸린 처자식 숫자를 세보니 최익현이 딸2, 아들 하나로 가장 적었고 식솔이 적다는 이유로 세관원을 타의에 의해 강제로 그만두게 됩니다.

최익현은 두 여동생과 처자식을 모두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 역활을 해야 하는데 세관에서 짤리게 되니 살길이 막막해 집니다. 그러다  세관원을 그만두기전에 우연히 손에 넣은 마약을 가지고  진짜 조폭인 최형배(하정우)를 알게 됩니다.
보통 조폭과 손을 잡는 평범한 가장이라면 후덜덜 거리거나 고민과 고심을 해야 하지만 최익현은 그런게 없습니다
마치 어제까지도 조폭인것 처럼 당당하게 행동하죠. 

최익현이라는 캐릭터는 모사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로비의 신입니다. 기존의 갱스터 영화에서 보기 힘든 주먹보다는 로비로 모든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인물이죠.  경찰이 자기를 잡아가도 상납리스트중 한명인 서장에게 얘기해서 전화를 감옥에서 씁니다. 부장검사라는 연줄이 있기에 부장검사에게 전화 한통을 하니 유치장에서도 바로 나오는 최익현,
그는 거침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관리하는 변호사, 검사, 경찰, 안기부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람들이 최익현의 돈에 휘둘리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90년대가 아닌 2012년인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주먹으로 해결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돈으로 로비로 해결하는 최익현을 보고 조폭 최형배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부 같은 사람을 뭐라는지 아세요?  반달이라고 합니다"

건달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반달,  
 


최민식으 연기한 최익현은 주먹질을 못하는 반달로 나오지만 생존본능은 누구보다 뛰어납니다. 그 뛰어난 생존의 촉을 이용해서 어제의 친구도 과감없이 버리고 어제의 적과도 스스럼없이 부등겨 안고 우는 배신의 아이콘입니다.
또한 돈이 된다면 어디라도 연줄을 넣고  뇌물이 통하지 않는 검사를 구워삼기 위해서 간도 배 밖으로 내놓고 다닙니다.
자존심이요? 그런거 없습니다. 자신만 살수 있다면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서슬퍼런 칼날이 목에 들어와도  건달인 최형배나 
김판호(조진웅 분)과 달리 가늘고 모질고 길게 살아 남습니다. 

이 반달은 현재 우리 곁에서도 살아 남고 있고 시대를 넘나드는 로비스트들이 조폭들과 달리 아직도 떵떵거리고 살고 있습니다. 로비스트 치고 감옥에서 썩는 사람이 있던가요? 무시칸  조폭들이라면 수십년을 썩고 나와서도 또 주먹질하다가 또 감옥가곤 하지만 이 로비의 귀재들인 반달들은 결코 감옥에 가지 않습니다. 


전 이 반달 최익현이 나쁜놈이긴 하지만 밉게 볼수만은 없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최익현은 나쁜놈이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약간의 미화를 해줍니다
그 미화란 바로  우리네 아버지 세대들의 반달기질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을 가지고 예를 들어주죠
교대를 갓 졸업한 혈기 왕성한 젊은 선생님은 촌지 같은 부정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결심 흐지부지 되는때 혹은 그 심지가 흔들릴때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를 낳고 그 아이 때문에 부정한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결심은 아기의 장난감 생각에 허물어지죠. 그리고 서랍을 열고 촌지는 이 곳에 살짝 넣으라고 촌지 들고 찾아온 학부모에게 무언의 지시를 합니다. 

제가 너무나 따르던 여자선생님이 어머니가 촌지를 들고 찾아갔는데 한사코 안받겠다고 하면서 마지막에 윗서랍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어깨넘어로 듣고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가 않네요.  믿었던 선생님인데 나 보고 바르고 착하게 자라라고 한 여자 선생님, 그 이후로 말 한마디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모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말 한번 안섞고 지낼 수 있는게 학교니까요.

이 선생님만 그걸까요? 우리네 아버지 세대들, 우리네 아버지들 최익현과 같이 대놓고 나쁜짓을 하지 않지만 수 많은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을 것 입니다. 법에 저촉되는 행동도 있었을것이고 단순한 비리도 있겠죠. 그 비리의 근원은 다 우리 같은 자식들 때문입니다. 최익현도 그랬습니다. 이리저리 빌붙고 다니는 이유, 계속 배신을 때리고 살아남을려고 하는 이유도 자식 때문입니다.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비록 자신은 더러워져도 집안까지 그 더러움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을려는 모습.
가족 입장에서는 최익현은 나쁜놈이 아닌 착한 가장이었습니다. 


부패지수가 OECD국가중 최고 높다고 하는 한국, 이런 비리의 시작들은 너무나 큰 부성애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이런 부패를 미화할려고 쓰는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놈의 한국사회라는 곳은 부성애가 너무크고 가족애가 너무 큰 아버지들 때문에 비록 그게 비리인줄 알고 법에 저촉하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쉽게 일을 저지르고 마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좀 충격적이면서도 역시 한국이란 사회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영화 속에서 최익현은 야쿠자가 선물한 빈총을 계속 들고 다닙니다. 총알이 들어가지 않는 빈총을 휘두르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데  싸움은 못하지만 자존심만은 누구보다 강한 최익현,  마지막 배신에서도  그는 빈총을 허리에 차고 나갑니다.
총알이 없는 총은 껍데기일 뿐입니다.  그 빈총이 최익현 본인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들 앞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싶지만 항상 권력자에 기생하는 반달로 살아야 하는 신세 한탄이라고 할까요?  빈총을 차고 다니면서 권총을 차고 다니는 권력자들 옆에 빌붙는 모습, 그러나 언젠가 시원하게 빵 하고 쏘고 싶지만 자식들을 위해서 참아야 하는  부정한 모습의 우리네 아버지 세대들에 대한 조롱과 헌사가 함께하는 모습 같습니다.

 오늘도 룸쌀롱에서 수백만원짜리 술 값 내면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수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이 어른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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