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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라고 발칙 하지만 공감가는 책

by 썬도그 2011.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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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서울 문화의 밤 행사에 참가하면서 자주 찾던 북촌을 한여름밤에 거닐어 봤습니다.
북촌을 제가 자주 찾는 이유는 서울에서 가장 서울다운 그러나 가장 서울답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서울 답다는 것은 서울의 정체성인 골목길을 많이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서울의 정체성을 골목에서 찾고 있습니다. 서울은 골목이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프랑스 파리나 런던 뉴욕과 같은 평지에 세워진 도시가 아닌 언덕과 야산이 많은 서울은 높낮이가 많은 도시라서 수평이 아닌 수직과 수평의 골목길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드는 도시입니다

서울 도시민들의 8할은 골목이 키웠고 지금의 30,40대 이상의 어른들은 골목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서울은 자신의 매력인 골목을 불도저로 싹 밀어버리고 거기에 아파트라는 무미건조한 건축물을 심어대고 있습니다.

분명 편리성면에서는 아파트가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외관이나 도시 미학적 측면에서는 아주 꽝인 건축물이 아파트입니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북촌과 삼청동은 서울에 다 있는 3가지가 없습니다. 아파트가 없으며, 편의점이 없으며, 프란차이즈점이 없습니다.
이렇게 서울 어느 동네에서나 다 있는 것이 없는 삼청동과 북촌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기 하고 있습니다.

북촌과 삼청동이 서울다운 이유는 서울의 매력인 골목과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평균이미지와는 큰 차이가 있기에 가장 서울 답지 않은 곳이죠.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이 삼청동이 최근에 세련미를 갖춘 많은 음식점과 옷가게 장신구 가게가 늘고 있습니다.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이 많이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점점 이 삼청동이 강남 신사동의 가로수길과 닮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로수길에 비해 좀 더 고풍적이고 옛스러운 삼청동이 점점 현대의 색을 입고 화장을 해가는 모습에서 제2의 가로수길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자신의 정체성을 시나브로 잃어버리면서 그걸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이 삼청동이 점점 싫어지고 언젠가는 발길을 끊을 듯합니다


서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서울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저와 비슷한 쓴소리를 하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건축가 이경훈이 쓴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참 발칙합니다. 그러나 그 발칙함이 참 공감이 갑니다. 그가 왜 '서울은 도시다 아니다'라고 했는지 들어보죠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역으로 해석하면 걷고 싶은 거리가 없다는 서울

어느 정권이나 어느 시도의 캐치프라이즈를 보면 그 정권이나 행정기관의 아킬레스 건을 볼 수 있습니다. 전혀 정의롭지 않았던 5 공화국의 캐치프라이즈가 '정의사회 구현'이었는데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문구입니까?

또한 경제를 살리자면서 실용주의 정부를 내세우고 있는 현 이명박 정부를 보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는 '걷고 싶은 거리'를 9군데 지정하고 각 구청이 지정한 것까지 하면 100개가 넘는 거리가 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모습을 역으로 해석하면 서울시 모든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죠.

서울은 정말 걷고 싶은 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에서는 자동차가 주인이고 행인들이 객이어서 뒤에서 차가 빵빵거리면 비켜줘야 하고 조금만 늦게 비켜줘도 위협적인 운전으로 으르렁 거립니다.

이렇게 차가 주인인 서울시에서 행인은 하나의 장애물로 취급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인도에 버젓이 올라온 차량이 자연스러운 도시가 서울이죠. 저자는 이런 모습을 지적하면서 뉴욕이 아름다운 이유는 걷는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여자 주인공들은 걷고 또 걷습니다. 스트리트를 걷는 그녀들이 한국에 온다면 쇼핑 후 거리를 좀 걷다 보면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를 듣겠죠

저자는 서울이 도시가 아닌 이유로 길은 있어도 거리가 없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길은 목적지향형이라서 A에서 B까지 그냥 앞만 보고 걷습니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거리는 길가 양옆에 즐비하게 서 있는 카페나 쇼윈도 그리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피어있어 그 이야기를 따 먹으면서 걷는 것을 거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가로수길이라고 말하면서 가로수길을 칭송합니다. 비정형성이 가득한 가로수길 같은 거리가 많아져야 서울이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쇼핑몰이 도시를 죽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쇼핑몰의 거대한 주차장이 서울시민들을 걷게 만들지 않고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하게 만들고 이런 이유로 거리는 활력이 없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만 여긴다고 따끔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폐쇄적인 방문화가 발달한 서울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서울 아니 한국은 방문화가 무척 발달했습니다. 노래방, 비디오방, 멀티방, 찜질방, 이런 방문화는 폐쇄적인 공간이라서 도시의 활력의 맥을 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한국은 개인의 방은 황제가 사는 듯 엄청나게 투자하면서 정작 공공장소에 대한 투자는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양인들은 아파트나 맨션 문 앞에서 배웅을 합니다. 집의 현관까지가 자신들의 개인공간이고 거리는 모두 공적인 공간이기에 개인의 공간에서 배웅을 합니다. 반면 한국사람들은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내려가 아파트 1층에서 차를 타고 가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것까지 지켜봅니다. 공공의 장소가 개인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게 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공적인 장소와 사적인 장소의 구분점이 모호하며 개인의 공간을 최대한 크게 해서 봅니다.

반면 서양인들은 개인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공공의 공간을 우리들이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공공의 장소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모습이 서울이기에 서울은 공공장소에 대한 투자가 크지 않다고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참 공감이 가는 글들인데요. 생각해 보면 뉴타운 사업을 할 때 뉴타운 안에 공원부지까지 뉴타운에 속해 있는 시민들이 돈을 각출해서 공원을 만들어야 하는 모습은 개인들이 각자 돈을 모아서 공원까지 만들어야 하는 모습은 부당한 모습이죠

저자는 방이라는 폐쇄적인 끼리끼리 문화보다는 우리의 일상을 모르는 사람과 보다 쉽게 서로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냅니다.

 



습식 건축물이 가득한 서울시, 기억이 쌓아 올려지지 않는다

 

건축에는 습식 건축과 건식 건축이 있습니다.
습식 건축은 본드칠을 해서 만든 건축이고 건식은 본드칠이 아닌 레고처럼 조립해서 무너지지 않게 만든 건축입니다.
예를 들어 습식 건축은 벽에 못을 박지 않고 본드를 칠해서 액자를 거는 방식이고 건식은 못을 박고 그 위에 액자를 거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습식 건축물이 아파트이고 우리 주변에 널린 건축물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본드로 붙인 액자가 떨어지듯 20년 이상이 지나면 아파트는 노쇠화 과정을 거치고 흉물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30년 이상 지나면 기존의 아파트나 주택을 싹 허물고 보다 높고 큰 아파트를 올립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의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30~40년 이상이 된 건축물이 없고 그런 이유로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길과 건축물은 거의 없고 전혀 낯선 건물들이 고향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 또한 제가 태어나고 살았던 곳이 싹 바뀌었는데 거기에 아파트가 휑하니 서 있는데 기억의 편린들을 주워보려다가 포기해 버렸습니다. 흐트러진 직소퍼즐에서 내가 맞출 수 있는 직소퍼즐은 몇 조각되지 않았습니다

뉴욕이나 런던 파리를 가면 고풍스러운 오래된 석조건물들이 즐비합니다. 또한 50년이 넘은 건물도 수시로 보수를 하면서 가꾸어 갑니다. 하지만 서울의 건축들은 가꾸기보다는 오래되면 허물고 그 자리에 보다 높은 아파트를 올려버리죠. 이게 부동산 불패신화가 유통되던 몇 년 전 까지는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재개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고 재개발을 하려면 수억 원을 더 내야 하기에 서울은 빠르게 슬럼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도시 강박증에 걸린 서울시

저자는 서울을 도시 강박증에 걸린 도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심에 무조건 공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조금만 틈이 생기면 활용도 되지 않는 공원을 만들어 버립니다. 서울은 조금만 걸어가면 산이 즐비한 도시인데 도심에 런던의 2배나 많은 공원을 만듭니다. 이미 녹색으로 주변이 물든 서울인데 도심까지 억지로 녹색 공원을 만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의도 공원은 참 거시기 합니다. 차라리 예전처럼 거대한 빈 공간을 담고 그곳을 수시로 여러 빛깔로 채우면 좋으련만 무미건조하고 특색도 없는 여의도 공원을 만듭니다. 광화문 공원도 마찬가지죠.

연말이 되면 서울시는 청계천 주변에 루체비스타 같은 인공 조형물로 유럽의 여느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연말 분위기 연출을 합니다. 유럽은 개인들이 자연스럽게 연말 분위기를 만든다면 서울은 관이 나서서 거리를 치장합니다.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이런 모습에 저자는 가상의 도시라고 지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기 취임 초기에 유럽 견문을 하고 돌아온 후 청계천에 유럽의 돌길이 깔리고 거리의 악사가 등장합니다. 서울은 서울의 주체성을 잃어버린 채 유럽의 부러운 그것(오세훈 시장이 부러워하는)을 그대로 차용합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은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채 여기저기 서양의 그것, 시장이 부러워하는 그것으로 채워집니다.

이 책은 서울에 대한 따끔한 지적과 충고가 가득한 책이고 서울을 아주 날카롭게 비판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닙니다. 방음벽문제라든지 걷고 싶은 서울을 만들라면서 마을버스도 지적하는데 뉴욕과 파리 같이 평지의 서울이라면 공감이 가겠지만 저 산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것마저도 비판을 하는 모습은 공감이 안 갑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 공감이 가는 책이고 서울 안에서 서울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서울시민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또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도 읽어보면 좋은 책이기도 하죠.

저자는 서양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서울의 도시로써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약간 미흡합니다. 현실적인 대안보다는 서양은 이런데 우리는 이렇다. 따라서 문제다 식으로 맺음을 하는 게 많죠. 문제제기는 가득하지만 대안 제시는 좀 많이 심심하네요. 서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서울에도 각종 공원이 생겨나고 걷고 싶은 길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 없고 불편하고 삭막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의 저자인 건축가 이경훈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자연’에 매달릴수록 각종 도시 문제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편다. 서울은 푸르른 녹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시 되기에 실패해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서울이 왜 뉴욕, 파리처럼 동경하는 도시가 되지 못하는지를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덟 가지 일상 풍경 속에서 찾아낸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공간의 존재가 도시 생활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이경훈
출판
푸른숲
출판일
20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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