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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일상에서의 가격의 비밀을 담은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

by 썬도그 2011.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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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항상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에이 이거 마트 가서 샀으면 더 싸게 샀는데 이 음료수 마트에 가면 400원 밖에 안 하는데 600원 주고 사냐?"

할 말이 없죠.
어머니에게 기회비용과 거래비용 이런 것 설명해 봐야 들어오지도 않으실 테고 그럴 때면 짧게 한마디 합니다.
"이거 하나 살려고 마트까지 마을버스 타고 갔다 오느니 비싸도 가게에서 사겠어요"

같은 제품이지만 우리는 다른가격에 물건을 삽니다.
극심한 예로 마트에 가면 아이스크림이 500원 하는데 같은 아이스크림이 바로 옆 편의점에서는 1천 원에 팝니다. 이건 실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편의점이 가격 횡포를 부리고 있는 걸까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꼭 그렇게 가격횡포를 부린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소비를 합니다. (명품 소비는 예외입니다)
편의점에서 1천원짜리 하는 아이스크림을 마트에서 500원에 살 수 있다면 깊게 생각 안 하면 마트에서 사는 게 더 현명한 소비죠. 그러나 마트가 1km 밖에 있거나 마을버스나 차를 몰고 가야 하는 거리이고 편의점은 슬리퍼 질질 끌고서 갈 만큼 가까운 거리라면? 어떤 판단을 할까요?

실제로 여름철에 맥주가 먹고 싶으면 전 근처 편의점에서 파는 1.6리터 페트병맥주 가격을 봅니다. 요즘은 좀 내렸지만 한때 5,000원에 판매하더군요. 반면 같은 1.6리터 페트병맥주를 마트에서는 3,800원에 팝니다. 약 1,200원의 가격차이가 나죠. 마을버스비가 600원이니 왕복하면 1,200원 운이 좋아서 환승이 되면 1000원에 갔다 올수도 있으니 마트에서 페트병맥주를 사는 게 약 200~300원의 이득이 납니다.

하지만 페트병맥주 하나 살려고 마트에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 왕복에 들어가는 시간에 대한 보상을 위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마트에 갔다오는 약 40분 동안의 시간에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마트에 가는 게 오히려 손해입니다. 편의점에 갔다 온 후 집에서 다른 일을 30분 동안 할 수 있는데 생산적이던 비생산적일을 했든 간에 그 시간의 낭비만큼은 줄일 수 있고 이걸 바로 기회비용이라고 하죠

이런 기회비용과 들어간 노동력(버스를 타고 오고가고 물건을 들고 집까지 오는 동안에 사용한 노동력)을 합치면 꼴랑 페트병맥주 하나 살려고 마트에 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다만 다른 물건도 사로 갔다면 마트질(?)이 더 현명하겠죠.

저 같은 경우는 자전거로 운동겸 여러 가지 물건도 살 겸 해서 가기에 편의점에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걸 모른 채 단순하게 가격비교만 하는 어머니 같은 분들이 참 많습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가격 차이만 가지고 날 강도 같은 놈들이니 하면서 편의점이나 가게 주인을 째려보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저 산 꼭대기에 있는 매점이나 자판기의 가격이 산 아래에서 살 때보다 비싸도 우리는 비싼이유을 잘 안다면 아무 소리 못하죠. 그 자판기에 들어간 캔이나 재료, 매점에서 파는 물건을 모두 인력으로 산까지 올려야 하는데 들어간 노동력은 평지의 가게와는 다릅니다. 또한 경쟁이 없기에 비싼 것도 있고요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라는 책은 이런 일상속에 있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로 우리가 먹고 마시고 보고 쓰는 일상용품 가격의 비밀을 아주 촘촘하게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시모토 요시오로 라는 일본 경제학자입니다. 일본에서 경제분야 베스트셀러 1위까지 한 책이고 국내에서는 2008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도서실 갔다가 우연히 집어든 책입니다.


이 책은 일본인이 써서 그런지 한국 경제 상황과 싱크로율이 90%가 넘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구조도 생활방식도 흡사한 게 참 많죠. 아니 한국이 일본의 뒤를 졸졸 쫓아간다고 할까요? 대형마트 때문에 중소상인들의 가게들이 다 망하고 시장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은 일본이 이미 다 겪고 지나갔고 우리가 그 뒤를 쫓고 있죠

이 책은 생활경제서이기 때문에 딱딱한 용어를 앞세워서 머리를 혼미하게 만드는 그런 경제서적이 아닙니다.

왜 페트병 차 음료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가격이 다를까?
왜 텔레비젼과 디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점점 더 낮아질까?
왜 크게 히트한 영화의 DVD가격은 갈수록 떨어질까?
왜 휴대전화 요금제는 그렇게 복잡할까?
왜 스타벅스에서 그란데를 먹는 게 더 현명할까?
왜 100엔숍에는 제품 가격들이 저렴할까?

등에 대한 간결하면서 쉬운 설명문과 해설문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텔레비전과 디카 같은 가전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팍팍 떨어집니다. 따라서 가전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사면 가장 비싸게 살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잘 나가는 가전제품이나 디카라고 해도 6개월만 지나면 보통 가격의 3분의 1 정도의 가격이 내려갑니다.

그렇다고 제품에 거품이 있었다는 소리는 아니죠. 제품이 잘나가던 못나가던과 상관없이 제품을 많이 생산하게 되면 제조비용이 내려가게 됩니다. 규모의 경제성이라고 해서 생산량이 늘수록 한대당 들어가는 제조비용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것은 가전제품이 아닌곳에서도 볼 수 있죠

예전에 사진전시회 포스터 생산을 맡기러 충무로 인쇄골목에 갔더니 500부 이상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100장 정도는 찍을 수 없고 그렇게 찍으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무조건 500장 이상을 찍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500장이 10만 원(예를 들어)이었는데 1천 장은 20만 원이 아닌 14만 원에 해주겠다고 하네요. 기계를 한번 돌리면 500장이던 1천 장이던 종이값만 더 들어가기에 많이 주문할수록 가격이 떨어지죠.

이런 간단한 경제규칙은 가전제품에도 적용이 됩니다. 많이 생산할수록 제조단가가 떨어지게 되고 이런 이유로 제품 가격은 팍팍 떨어집니다. 물론 '규모의 경제성'만이 가격을 인하하는 요인은 아닙니다. 안팔리는 제품은 제고처리를 위해서 싼 가격에 덤핑판매를 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HP의 안 팔리는 태블릿 PC를 100달러에 판매해서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고 삼성의 갤럭시탭은 안 팔리니까 가격을 확 내리던가 경품이나 사은품으로 주기고 했으니까요

이런 규칙은 스타벅스에서도 적용됩니다.
왜 스타벅스에서 그란데를 먹는게 현명할까요? 그 이유는 고정비용 때문입니다. 숏사이즈를 먹으나 톨사이즈를 먹으나 그란데 사이즈를 먹으나 제조원가는 비슷합니다. 우유가격이 얼마나 하겠어요 콩가격이 얼마나 더 들어가겠어요. 이렇게 제조원가가 비슷한 이유는 한잔의 커피 속에 들어가는 고정비용 즉 임대비용, 아르바이트비, 유지보수비등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커피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약간의 돈만 더 줘서 그란데를 먹는 게 소비자에게는 더 유리합니다.

저는 딱 한번 그란데를 먹어 봤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못먹겠더라고요. 너무 배가 불러서 그게 더 현명할지는 몰라도 무식하게 배부른 거 억지로 다 먹는 것도 멍청해 보여서 안 먹습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왜 이통사들이 복잡다단한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비밀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통사 시장이 무한경쟁같지만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일본도 꼴랑 3개에서 4개의 회사가 장사하는 독과점이 있는 시장입니다. SKT가 과반을 차지하는 한국 같은 경우도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2,3위 업체들은 1위 업체에 이기려면 1초당 요금을 확 내리면 됩니다. 그러나 LG U+ 나 KT나 SKT나 통화요금이 동일합니다. 마치 서로 짠 듯하죠.

이렇게 그 나물에 그 비빔밥이니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통사들은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여서 마치 다양성을 갖춘 듯 포장을 하죠. 정말 엄청나게 많은 요금제가 있습니다. 이 요금제를 다 꽤 차고 있는 분은 없겠죠. 이통사들은 이렇게 다양한 요금제를 마련해 놓고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애인이 있는 사람은 두 사람 간의 통화를 50%나 무료로 통화하게 해주기도 하고 특정지역에서는 인터넷 전화비용으로 저렴하게 통화할 수 있는 휴대폰 요금제도도 있고요.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런 다양한 요금제를 만들어 놓는 이유는 요금제에 민감한 고객을 모두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건 하나의 꿀단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애인과 하루에 60분 정도 통화를 한다면 특정인과의 통화 시 요금을 50% 감면해 주는 애인요금제를 선택했다고 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이통사 요금이 전달의 50%가 떨어져야 하지만 이전 달과 비슷하게 나옵니다.
그 이유는 A가 애인요금제를 사용하면서 이 요금제가 50%나 싸다는 것을 알고 50%의 통화량을 늘리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60분 통화할 거 120분으로 늘리는 것이죠

또한 이런 복잡다단한 요금제를 모르고 있어도 관심 없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어떤 요금제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모른 채 맘대로 쓰고 달라는 대로 이통사요금을 줍니다. 이런 사람들은 기업들이 봉으로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통사 요금제 꼼꼼하게 챙겨서 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저 또한 그러는 편이고요. 하지만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요금플랜을 제공하면서 유혹하죠.

책은 이런 일상에서 일어나는 경제에 대한 쉬운 해설서 같은 책입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일본의 엔을 한화로 고쳐서 소개했으면 좀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좀 더 재미있게 썼으면 하는데 설명이 쉬우면서도 답답스러운 게 많아서 번역의 오류인지 저자가 원래 유머감각이 없는지 아주 재미있지는 않네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를 볼 수 있는 책이고 경제입문서로 봐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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