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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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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윤미네집이 잘 팔리는 이유는 가족애 때문

썬도그 썬도그 2011. 2. 22. 14:38

작년 모 카메라 업체의 신제품 발표회를 경청하고 돌아가는 길에 손에 쥐어준 선물이 있었습니다. 비가 무척 많이 내리던 그 여름, 그 선물을 가방에 넣고  집에 오자 마자 펼쳐봤습니다.

윤미네 집 이라는 사진집이네요.
워낙 유명한 사진집이고 많이 팔린 사진집이라서 책 표지만 보고 알았습니다. 그러나 전 유명하다고 하면 왠지 더 거리감을 두는 반골 기질이 있어서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본의 아니게 이 책을 어디에 둔지 기억해 내지 못합니다.

며칠 전 감기기운을 뒤집어 쓰고서 그 먼지 구덩이속을 파헤치면서 방 청소를 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것들을 5개의 큰 박스에 버렸습니다. 10년전 PC잡지부터 사은품으로 받은 CD며 별 잡동사니가 다 나오더군요. 그런 잡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것도 아니기에 10년전 잡지들을 다 버렸습니다. 

컴퓨터의 과거사를 알아봐야 뭔 큰 도움이 되겠어요.

그리고 정리하다가 발견한 빨간책. 윤미네 집을 다시 손에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책을 한장 한장 넘겨 봤습니다. 

처음에는 스킵하듯 넘기다가 어느 순간 제가 그 사진집 속의 윤미와 엄마와 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앨범속에서 웃고 있는 얼굴과 현재의 인상쓰고 있는 내 얼굴이 교차편집되어 머리속 스크린을 지나갔습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외삼촌에 대한 기억.  동네 뒷산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동화책을 읽고 있던 나와 외삼촌의 사진들이 마치 막 인화를 끝낸 사진처럼 통통하게 살이 올라서 다가 왔습니다. 이렇게 기억의 창고가 빗장을 열고 쏟아지면서  윤미네 집 넘기는 속도가 줄어 들어 갔습니다.

사진이 위대한 이유는 그 사진 한장으로 인해 심해에 묻혀 있던 봉인된 기억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사진집 '윤미네 집'은 토목공학 교수였던 전몽각 교수가  딸 윤미가 태어나고 결혼하기 까지의 기록을 엮은  사진집입니다. 전몽각 교수는 사진작가가 아닌 아마츄어 작가입니다. 

딸에게 주는 선물인듯한 이 사진집은 90년도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당시는 1천부 정도만 팔린 사진집이었죠
그러나 이 사진집을 재출간한게 작년입니다. 그런데 재출간 2달만에 3쇄 인쇄까지 하는 대단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왜 90년대에는 인기가 별로였다가 2010년에는 인기가 많아 졌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세상에 변했기 때문입니다.

전몽각 교수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찍었습니다.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찍어 되었습니다.
이 '윤미네 집'을 넘기다 보면  이렇게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려면 항상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사진속에 아이들의 웃음끼가 가득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결정적 순간만 찍어내는 대가이거나 아니면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많은 셔터를 눌렀어야 했기 때문이죠.   솔직히 사진들의 구도나 구성면은 특별한것도 뛰어난 것도 없습니다.

밥먹는 장면이 많은 모습. 대부부의 사진이 집에서 찍은 모습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연출할려는 목적으로 찍은 사진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윤미네 집'에는 프로들에게서도 느끼기 힘든 미소와 웃음이 가득 합니다.

그 미소와 웃음은 윤미라는 딸의 미소와 웃음, 아내의 미소와 웃음도 있지만 카메라 뒷편에 서 있는 전몽각 교수의 미소와 웃음도 사진에 묻어나옵니다.  이 사진 찍으면서 교수님도 웃으셨겠다 싶은 사진들이 참 많네요



전몽각 교수가 책에서 말했듯  아이들이 커가면서 카메라를 의식하고 표정들이 어두워졌다고 합니다.
많은 아기들의 아빠 엄마들이 DSLR로 아기의 똘망똘망한 사진을 담지만 그 아이가 말을 하고  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카메라를 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아이들이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서글퍼지게 됩니다.

분명 얼마전 까지 카메라를 들면 포즈를 취하던 아이들이 언젠가 부터 카메라를 들면 고개를 피하는 모습들. 그게 바로 자의식의 생성 아닐까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참 서글픈 현실이지만  이제 날개에서 깃털이 막 자라서 혼자 나는 연습을 하는 하나의 주체적인 영혼이 생성되는 것으로 봐야 하고 그렇게 알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참 서글퍼 지는 모습이죠.

책장을 뒤지다가  유일하게 전몽각 교수가 담긴 사진입니다. 

궁중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과 흡사한 사진이네요.  
이 '윤미네 집'이 2010년 뒤 늦게 대박이 난 이유는 이 사진속에 잔뜩 담겨있는 가족에 대한 따스한 시선때문이 아니였을까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기본이고  형제들끼리의 형제애도 가득했던 지난 시절과  형제가 없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 형제가 있어도 살갑게 지내지 못하는 모습들.  같이 살지만 같이 살기만 할뿐 집을 여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인들

혼자 사는게 익숙한 우리네 사회상들이 이 사진집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려 놓은 것 같습니다.
결코 사진미학적으로는 크게 어필할 사진집은 아닙니다만  다른 사진집에서 느끼지 못하는 질척거리는 가족애가 잘 농축된 사진집입니다. 

아이가 카메라를 의식할 때 움츠러들지 말고  계속해서 그 성장모습을 담아서 아이가 결혼할 때 사진집을 만들어서 준다면 그 것보다 큰 선물은 없을 듯 하네요. 시간은 그 어떤 선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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