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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대한 단소리

양푼이 쿠폰인 재미있는 떡볶이 배달업

by 썬도그 201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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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미니빔프로젝터 체험단을 하고 있습니다. 집에 설치할려고 했지만  LG전자의 PDP 50인치를 얼마 전에 사서 저 보다는 여동생 집에 설치해 주었습니다. 여동생 집이 걸어서 10분거리의 옆 동네예요

조카들이 방학이라고 집에만 있는데 미니빔 프로젝터를 설치해주고 보여주니 눈을 크게 뜨고 보더군요.
동생이 주말인데도 회사에 출근해서 초등학생 조카들이 점심을 먹고 있지 않더군요.  빔프로젝트 설치하고 저도 배고프고 해서  조카들 PC게임 하는 뒤통수에 짜장 or 치킨을 외치니 짜장이라고 피드백을 보내네요

자석이 달린 음식점 미니간판이 붙어 있는 냉장고를 보다가  떡볶이 집이 보이네요.
요즘은 떡볶이도 배달되나.  약 5초간  대학교때  먹은 신당동 떡볶이를 생각했습니다.  순대도 신림동 순대타운이 최고이듯  학교 앞에서 먹던 그 떡볶이랑  차원이 다르더군요.  학교앞 떡볶이는  뻘건 물엿과 고추장 범벅이라고 한다면   신당동 떡볶이는 야채와 국수가락과 여러 추임새 같은 곁가지들이 많더군요

이런 모습은 신림동 순대타운에도 적용되는 모습입니다. 원조, 오리지널을 외치는 음식점들의 공통점들은 
여러가지 소스와 재료와 곁가지들을 푸짐하게 버무리죠.

좀 멀리 나왔나요? 다시 본론으로 진입하죠.  자석으로 된 홍보물을 보고 그냥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기 xxx 아파트입니다.  떡볶이 세트1.2주세요 
사장님은 설명해줍니다. 세트2는 좀 많이 매워요. 아 그런가요? 그럼 세트3 치즈 떡볶이로 주세요
가격은 기본이 5천원  매운 세트 6천원 치즈떡볶이 6천원입니다.  사장님은 왜 세트2의 부연설명을 했을까요?  아마 다른 고객들이 세트2 너무매워요라고 했겠죠. 그래서 설명을 했고 저는 그게 지뢰임을 직감하고
세트3 치즈 떡볶이를 시켰습니다. 더구나 맵고 짠맛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 조카들입니다

세트1.3이 도착했습니다. 배달시간은 10분. 너무 빨리 와서 놀랐네요.
그런데 배달 온 사장님인듯한 분이  팔팔 끓는 음식이 아닌 양푼위에 냉냉한 떡볶이, 만두, 야채,사리,라면이 랩으로 싸여 있었습니다


"이게 뭔가요?  직접 해 먹어야 하나요?"
"첨 시키시나요?"
"네 오늘 첨이예요"
"여기 육수가 있어요 육수 붙고  고추장 다 넣으면 짜니까 한스푼 정도 덜고 다 부으세요. 그리고 끊이면 됩니다"
"끊이는 시간은요?"
"라면 끊이듯 하면 되요"
"아 네 감사합니다. 여기 1만1천원이요"
"다 먹고 그릇은 밖에 놓지 마세요"
"예? 그럼 어떻게요? 그릇 안찾아가세요?"
"그릇은 안찾아 가고요. 이 양푼이 쿠폰이예요. 양푼 10개 모아서 주면 2인분 서비스예요"


양푼이 쿠폰??  
양푼이 그렇게 싸나?  랩을 벗겨냈는데 너무 멀쩡하고  쿠폰이고 자시고  그냥 집에서 라면 끊일때 쓰면 되겠다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후라이판에 육수를 붙고 고추장을 풀려다가  혹시 이 양푼의 이유가 여기에 재료 넣고 육수 넣고 고추장 넣으라는 건가? 하고 생각했죠

저 요리 젬병이예요
후라이판에 담았던 육수를 양푼에 다시 옮기고  재료를 넣었습니다. 거기에 고추장을 넣고  팔팔 끊었습니다. LG 미니빔TV  설치 마무리를 좀 하고 있으니 벌써 팔팔 끊습니다.
그렇게 라면 끊듯 10분만에  훌륭한 요리가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6학년과 4학년인 조카가 맛있다면서  막 퍼가네요. 계란은 딱 두알 들어가 있었는데 서로 먹겠다고 난리여서 제 그릇에 담은것을 줬고요.  마침 회사에서 온 여동생이 와서 4명이서 점심식사를 훌륭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동생에게 설명했죠.  이 양푼  쿠폰이니까 잘 보관해.
양푼이 쿠폰이야? 어 신기하네. 그냥 써도 되겠는데 그냥 써도 되고  10개 모이면 쿠폰으로 써도 되고 니 맘대로 해.

4명이서 2인분의 떡볶이를 먹으면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맨날 짜장  or 치킨 혹은  피자였는데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했네요.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합니다. 이 주문도 10대의 앳된 배달원이 아닌 사장님이 직접 오는 모습을 보고  대번에 자영업의 고단함을 느꼈습니다. 장사가 잘 되었다면 사장님이 아닌 배달원이 따로 왔겠죠. 

앞으로 자주 시켜먹을까 합니다. 특히나 아니들이 좋아하는 떡볶이잖아요. 4학년짜리 조카는  떡볶이가 이상하다면서 연신 큰소리로 말하네요.  이상하겠죠. 그 안에 치즈가 들어가 있으니까요
물컹한 치즈가 입안가듯 향기를 내며 터집니다.

이 엄동설한에 배달업을 하는 모든 분에게 존경을 보내드립니다.  사장님이 되었든  알바를 하는 10대가 되었든 누군가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지난 여름 그 폭우속에 달려와 김이 서린 안경을 끼고   뜨거운것을 확인하라는 피자배달원의  몸짓들.  맛있게 드세요~~~ 라는 말이  쿠폰처럼 으례적인것을 알면서도  추운 날씨 때문인지 으례적인게  너무나 진정성 있게 들리는 모습들
그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느껴지네요.   배달의 민족이 그 배달은 아니지만  떡볶이 배달을 처음 맛본 저로써는 경이롭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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