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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화려한 백화점, 그 속에서 일하는 알바생들

by 썬도그 201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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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로 스타작가 반열에 오른 소설가 정이현이 쓴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에는 '삼풍백화점'이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수원 여행을 갔다가 팟캐스트로 소개 받은 이 소설은 올해 읽었던 많지 않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책을 읽은것은 아닙니다. 소설가 '김영하'의 팟캐스트로 소개 받았죠

소설의 내용을 살짝 말하자면 고등학교 동창을 소설의 주인공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백화점에서 만납니다. 
고등학교때는 데면데면 했던 사이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백화점에 취직한 그 친구는 먼저 살갑게 다가옵니다
이후 둘은 친해지게 되고 대학졸업 후 빈둥거리던 주인공에게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는 전화를 해서 알바를 뛰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셈을 잘못 하는 바람에 큰 실수를 내고 백화점 알바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나와 버립니다.
그래도 둘은 친하게 지냈죠. 그러나 삶의 방향성이 다른 두 사람은 도 그렇게 끊어진 연처럼 인연이 끊어질듯 이어질듯 한 시간을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이 라디오에서 들려 옵니다.  
소설은  그 모습을 덤덤하게 담습니다.  자기 친구가 일하던 자신이 잠시 일했던  삼풍백화점,
한 컬럼리스트가  '삼품백화점'붕괴를 물욕에 쩌든 인간군상에 대한 하늘의 저주라는 글을 신문에 올렸고 그걸 읽은  주인공은
그 컬럼리스트 연락처를 알기 위해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서 화를 냅니다.

그 붕괴사고로 죽은 사람중에는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백화점에서 일했던 자기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죠
정확한 내용은 아닐 수 도 있습니다. 언제 한번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요즘 읽을 책들이 너무 밀려서 머리가 좀 복잡하네요


영등포의 거대한 복합쇼핑몰을 갔습니다. 올해의 건축상을 받은 이 거대한 백화점 + 복합쇼핑몰은  정말 거대했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십중팔구 방향감각을 잃게 됩니다. 특히 지하에는 개미굴 같이 엉키고 엉킨 거대한 미로 같아 보입니다.

한 10대 소녀가 지하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내려가는 동안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매니저인듯 한 정직원이 여기서 전단지를 나눠주라고 시키더군요.
어색해하는 표정이 역력한 모습,  저의 아르바이트시절 모습도 떠오르고  수 많은  10대 알바생들도 아른거리더군요

작년에 던킨도너츠에서 크리스마스 케익을 샀습니다.
10대 알바생은 케익을 꺼내다가 그걸 떨어트렸습니다. 그리도 새것으로 담아 주더군요
집으로 오는 내내 속상했습니다. 

혹시 악덕점주가 알바비에서 깐다고 하는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죠
얼마전 xxx피자는 제시간에 배달 못하면 피자를 공짜로 주는 제도가 있다고 하는데  그 공짜 피자의 값을 혹은 할인해 준 값을
알바생 일당에서 깐다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이 이야기를 집에 얘기 했더니 요즘은 안 그럴것이라고 말해주더군요.
10대 알바생들, 우리 사회의 최대약자들 중 한 부류입니다. 최저임금을 받고 그것도 제때 제대로 된 일당도 받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대학가 앞에서는 최저임금 이하로 일당을 받은 알바생도 많습니다.
수요공급의 단순한법칙에 의거해서  공급이 넘치니 일당비는 떨어지는 것이죠.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지정한 가이드라인인 최저임금제도. 그것은  쉽게 무너집니다.

저 전단지를 돌리던 그 10대 소녀가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 확률이 높죠. 
에스컬레이터가 지하1층에 도착했고 소녀가 주는 전단지가 제 앞에 있었습니다. 저는 패스트푸드 거의 안먹습니다. 그냥 굶고 맙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도 별로고 취향도 아니기에 잘 먹지 않습니다.  그래도 받아들었습니다. 제가 받지 않으면   알바생이 더 오랜시간
전단지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죠

본의 아니게  지하에서 하는  사진전을 보고 사진 촬영 떄문에  몇번 왔다갔다 하면서 4장을 받아 버렸네요
백화점은 소비의 도시입니다. 마트보다 고급스럽죠. 하지만 그 고급스러운 소비의 도시에는 알바생도 많고 소시민도 많습니다
별거 아닌 그 이야기,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10초동안 주마등처럼 이런 생각이 들었고 

30분을 들여서 써 봤습니다.
생각은 번개처럼 지나가고 그걸 담아낼 용기는 별로 없네요. 다만 기억이라는 불확실성이 강한 관념의 용기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추우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많은 10대들이 아르바이트를 할것 입니다.
부디 모두들 건강한 노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 기성세대들도 사회적 약자인 10대 알바생을 정당하게 대우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들이 10대에 받은 상처는 평생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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