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합니다. 심란해요. 북한의 망나니짓에 짜증이 나네요. 이런 심란함을 영화로 달래고 왔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신경이 쓰이더군요. 다행히 추천해 줄 만한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평도 좋고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고 싶었던 '소셜 네트워크'를 뒤로 미루고 예매를 했습니다.아시겠지만 이런 상 받은 영화 특히 미국도 아니고 프랑스도 아닌 아르헨티나,스페인 합작영화는 찾아가서 봐야 하는 괴로움이 있습니다.
영화 엘 시크레토 줄거리
수염이 덥수룩한 벤자민 에스포시토는 고졸출신의 검사보입니다. 은퇴후에 자신의 옛 미모의 상관을 25년만에 찾아가죠.
그리고 소설을 쓰고 있으며 그 내용은 25년전 이야기라고 자신의 상관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어느 날 미모의 코넬 대학 출신의 사무관 이렌느가 벤자민 에스포시토의 사무실에 발령 받습니니다. 에스포시토는 이 상관이자 학력도 높은 미모의 사무관을 짝사랑합니다.
여기에 웃음제조기 파블로 라고 라는 검사보도 함께 있죠.어느날 성폭행 살인사건이 일어 납니다. 맡고 싶지 않은 사건을 맡은 에스포시토, 투덜 거리면서 사건현장에 갑니다.그러나 너무나 참혹한 현장 모습에 고개를 돌립니다. 그런데 경쟁관계에 있는 검사보가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말합니다.근처 공사 인부가 범인이라고 지목하죠. 이상하게 생각한 에스포시토는 그 자백한 범인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얼굴에 구타흔적이 있었고 폭력의 억지 자백을 받은것으로 직감하고 고소를 합니다.
이렇게 되어서 사건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죽은 여자는 너무나 아름다운 23세의 여교사였습니다. 에스포시토는 여자의 남편인 은행원 모라레스와 사건수사 때문에 방문합니다. 모라레스는 죽은 아내와 찍은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 앨범을 넘겨보다 에스포시토는 이상한것을 발견합니다. 사진마다 나타난 고메즈라는 죽은 아내와 사귀었던 청년을 발견 했습니다.
에스포시토는 사진마다 담기면서도 죽은 아내를 쳐다보는 사진속 모습을 유심히 봤던것이죠. 에스포시토만이 찾아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미모의 상관인 이렌느를 에스포시토가 짝사랑하고 있었고 그 또한 사진마다 이렌느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진범은 고메즈였습니다. 그러나 고메즈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죠. 그렇게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아내를 잃은 모라레스는 은행이 끝나면 1주일에 이틀 정도를 이렇게 하염없이 고메즈를 기다립니다. 그냥 기다립니다.
1달에 한번씩 기차역을 바꾸면서 무장적 기다리고 언젠가는 만나겠지 하며 기다립니다.
모라레스는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이 모습을 우연히 에스포시토가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감동을 하죠. 상관인 이렌느를 설득하고 다시 사건조사를 해서 고메즈를 잡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사건을 해결하는듯 했으나 70년대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가 아니였죠.
마치 한국의 80년대와 비슷한 모습이었고 고메즈는 반정부군 색출에 필요한 인물이라면서 풀려나고 정부의 요원으로 활약합니다.그 모습에 에스포시토와 파블로 이렌느는 화가 났지만 시대를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친구인 파블로가 괴한들에 의해 죽음을 당합니다.
결혼을 앞둔 이렌느는 에스포시토의 짝사랑을 알고 있었고 그에게 기회를 주지만 에스포시토는 더 이상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가는 사랑하는 이렌느도 잃을 걱정과 함께 사건을 피해서 도망칩니다.25년이 지난후 하얀 백발과 함께 결혼한 이렌느 앞에 소설원고를 들고 에스포시토는 이렌느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지난 25년 전의 살인사건을 토대로 쓴 소설 원고를 이렌느에게 전해 줍니다. 그 속에는 자신의 속내까지 다 담겨있죠
둘은 그렇게 다시 사건을 찾아 나섭니다. 남편인 모라레스를 다시 찾아간 에스포시토.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이 다가옵니다.
지루하지 않는 영화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라면 사람들은 겁을 먹습니다.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겁을 먹죠. 저 또한 약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이 영화 지루한 영화가 아닙니다.멜로와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고 유머까지 있습니다. 꽉찬 극장안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계속들려 나옵니다. 코메디언 같은 동료 파블로의 행동에 관객은 깔깔거리고 웃습니다.
거기에 이렌느를 25년간 짝사랑만 한 에스포시토의 지고지순함도 있고 아내를 잊지 못하고 끝까지 정의가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만의 정의로 복수를 하는 처절함도 있습니다. 멜로, 스릴, 그리고 유머 좀처럼 만나기 힘든 요소가 한 영화에서 다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장면도 이 영화에서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놀라운 롱테이크 장면이 있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내가 본 롱테이크 영화중에서 가장 압권이었고 롱테이크가 진행되는 약 5분간 제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CG를 사용한것 같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롱테이크
롱테이크의 시작은 하늘에서 시작됩니다. 고메즈가 축구팬임을 안 파블로는 동료 에스포시토와 축구경기장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헬기에서 축구경기를 담던 카메라는 관중석으로 쑥 들어갑니다. 마치 게임속 장면처럼 자유로운 시점전환에 놀란눈은 다물어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메즈를 발견하게 되고 추격이 시작됩니다. 고메즈는 높은곳에서 뛰어내리는데 그 모습까지 유연하게 담아내며 결국은 축구경기장에서 잡힙니다.
감히 말하지만 이 롱테이크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정도의 놀라운 롱테이크 씬입니다. 지금도 그 롱테이크 씬이 눈에 아른거리네요. 그리고 또 하나는 남편의 지독한 복수입니다. 보면서 속으로 징하다 징해라고 했네요 사랑과 증오의 그리고 복수가 같은 감정임을 알게 해줍니다.
사랑과 증오 복수의 감정은 같은 유전자를 가졌다
남편 모라레스는 사형을 반대합니다. 결코 사형이라는 단순함으로 범인에게 고통을 단발마로 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그렇다고 용서의 대가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삶을 파괴하고 철저하게 고통속에서 종신형을 살게 해야 제대로 된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경악했습니다. 사랑이 저렇게 잔인해 질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주인공들과 관객들은 다른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통쾌한 복수다. 정의사회가 아닌 상황에서 개인이 범인을 처벌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많이 느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아무리 아내를 잃은 슬픔이 깊지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복수해야 할까?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복수보다 더 잔혹스러운 복수에 경악을 했습니다.이 부분은 스포일러일 수 있어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가을에 강력 추천하는 영화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영화를 보고 심란했습니다. 북한의 똘마니 짓에 심란했고 영화 내용에 심란했습니다.
사랑이 뭘까? 증오심이 뭘까? 복수라는 것이 뭘까. 영화는 끝났지만 주인공들의 사랑과 증오 복수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전 좋은 영화를 만나면 그냥 마냥 걷습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를 보고 한참을 걸었고 이 영화를 보고 광화문을 걸었습니다.
에스포시토가 소설로 자신의 사랑을 수줍게 간접화법으로 전달하는 멜로물, 그러나 모라레스라는 남편의 복수극,아르헨티나의 어두운 과거를 담는 시대극, 이 영화는 한가지 주제와 빛깔로 담을 수 없는 수작입니다.
이런 영화를 쉽게 볼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네요. 영화 '시'를 본 소수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지만 또 한번 다수가 아닌 영화를 본 소수에 제가 선택된것에 희열이 생기네요. 영화를 제가 선택했다기 보다는 영화가 저를 선택한듯한 느낌마져 듭니다.
다행히 아직 개봉중이니 볼만한 영화 없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꼭 보셨으면 하네요.
특히 40.50대 이상인 분들이 참 좋아하시더군요. 영화자막 올라가자 몇몇 관객들이 일어나서 나가자 영화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어난다고 나무라네요. 생각해보니 예전엔 영화를 보고 자막이 다 오르고 (감흥을 느끼라고 시네큐브에서는 일부러 불을 늦게 킵니다) 박수를 치던 예전 극장 모습이 그리워지긴 하네요.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요즘 영화보고 박수치는 사람들 별로 없죠
누군가가 사랑을 하지만 그걸 감추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 사람의 눈길을 관찰해 보세요. 분명 누군가를 자주 쳐다보고 쳐다볼때 그윽한 사랑의 시선이 담긴다면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입니다. 저 또한 짝사랑하다가 눈길때문에 친구에게 걸린적이 있죠. 몸과 혀는 속일 수 있어도 마음의 창인 눈빛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별점 : ★ ★ ★ ★
40 자평 : 사랑과 증오는 같은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