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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앵커다운 앵커였던 신경민앵커의 세상에 대한 쓴소리들

by 썬도그 2010.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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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10-04-14T03:28:290.3810
2009년 4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 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크롤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 하겠습니다. 월요일 뉴스 데스크 마치겠습니다.
 

예상대로  신경민 앵커는  이명박 정권에 찍해서 물러났습니다. 그 뒷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앵커보다 힘에 대한 견제를 큰소리로 말했던  앵커.   모두가 자기검열을 할 때 주변의 만류에도 원칙과 소신을 위해서 쓴소리를 했던 앵커입니다.
 
저 또한  9시 뉴스데스크를 그 클로징 멘트를 보기 위해서 봤을 정도로  그 클로징 멘트에는 힘이었었고  사건의 사안을 어떤 시선으로 볼지 몰라서 우왕좌왕할때  상식의 잣대와 신경민 앵커의 경험을 녹이고  20.30대도 알아들을 수 있는 편안한 언어로 풀어 주었습니다.
 
경쟁 방송사인 8시 9시뉴스의 앵커들이  무의미하고  사랑합니다. 고객님! 식의 자기안위적인 초라하고 싸구려 클로징 멘트를 하거나 그냥 아무말도 안할때  신경민 앵커는 달랐습니다.  그는 쓴소리를 했고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일반시청자들이 모르는  정보량을 더해서  사건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누구나  그것이 잘못된것인지 알지만  힘의 눈치를 보던 여타의 앵커들과는 달랐습니다.
 
앵커는 여러종류가 있습니다. 아무말도 안하고 프롬프트에 떠 있는 원고내용만 읽는 앵무새같은 앵커들이 있고  어느정도의 자기 사견을 넣기 하지만  조심스럽게 넣고 혀만 차는 식의 앵커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앵커들을 앵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앵커가 아닌 앵무새같은 아나운서죠.  
 
 이 책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는  2008년 3월말 부터 2009년 4월까지 약 1년간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한 신경민 전 앵커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2008년 3월 부터 2009년 4월까지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정치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말기부터  아마추어리즘으로 가득했던  이명박 정권의 초기까지의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혹자는 신경민 앵커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명박정권에 쓴소리를  잘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입니다.
이 책을 들쳐보면 신경민 앵커는 노무현 정권때도 쓴소리를 잘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아마추어적인 외교활동및 대통령의 구설수에 대한 쓴소리를 했고  청와대의 시스템의 부재를 질타했습니다.  그리고 그 잣대로  똑같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정권에게만 비판을 한줄 알고 있습니다.
신경민 앵커는 세상을 같은 잦대로 비판했지만  세상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비판했다고 우리편으로 아는 분들이 있죠.
그러고 보면 신경민 앵커는   언론인의 바른 모습을  보여준 앵커입니다. 
 
 
  언론의 역활이 뭘까요?
 
정권에 기생하고  기업에 프랜들리해야 하는게 언론일까요?
이 신경민 앵커는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표면상으로 사태하게 된 이유는 광고때문이기도 합니다.
간판 뉴스인 MBC 뉴스데스크에  광고가 두개 정도 밖에 들어오지 않으니   난리가 났고 그걸 빌미로  엄기영 사장이 신경민 앵커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합니다.  그래서 두명의 사람을 잃었다고  내부비판도 있었죠
 
 
이 책 그냥 쉽게 읽었습니다. 아니 쉽게 볼려고 읽었습니다.
그러나 쉬운책이 아닙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한국사람들은 망각속도가 더 빠릅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4월까지 일어났던  굵직굵직한 사건과 사고들을  되돌아 보는 그것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되돌아 보는  책이기도 합니다.   책은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와 함께 부연설명으로 되어 있어서  당시 우리가 그냥 넘어갔던 혹은 잘몰랐던  뉴스뒤의 이면을 잘 적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딱딱한 책은 아닙니다.
신경민 앵커의 과거 기자시절. 워싱턴 특파원시절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앵커의 뒷이야기. 앵커시스템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클로징 멘트는  연대기순이 아닌  국제, 정치,미디어,사회라는 큰 단락으로 나눠서 보기 좋게 읽기 좋게 분류해 놓았습니다
 
신경민 앵커는 책 말미에 말합니다
 
 
우리 사회의 이슈들을 따라가면서 항상 떠오르는 의문은 왜 비슷한 문제와 잘못을 담은 역사가 고쳐지지 않고 분야와 시기와 장소와 유형을 바꿔가면서 되풀이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요즘에는 같은 역사가 5년 단위로 등장하고 역시 5년 단위로 사라진다. 역사의 되풀이는 집단적으로 나타났다가 집단적으로 망각된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296페이지 중 일부 발췌
 
 
너무나 공감가는 말입니다. 부산 여중생 사건도  그 발단의 시초는  안양 초등생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용산초등생 문방구 사건도 있었구요. 일명 나영이 사건이라고 하는 조두순사건에도 우리는  심하게 한국의 시스템을 질타했고 그때마다 정치인들은 굽신거리면서 법안을 만들어 내놓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부산 여중생 사건을 보면서  시스템의 부재를 우리는 또 한번 느꼈죠.
 
정부나 경찰이나 정치인들이  안양 초등생 사건에서 배운것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마치 회초리를 들면 싹싹비는 초등학생과 같아 보입니다.당시만 모면할려고 별 호들갑을 다 떨면서  법안을 만들어 내고 후속대책을 마련하지만  정작 실종신고를 하면 가출신고로 기록하는 경찰의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속 깊은 반성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성범죄에 피해자 이름을 씁니까? 이런 관행은 나영이 사건까지 계속되었고  오히려 하챦은 블로거인 제가 그 문제를 지적하겠습니까?  저질 언론들이 자기반성에는 눈을 감고  자기검열이나 하면서  정권에 아양떠는 꼴불견들.  이 책은 그런 언론의 꼴불견과  몰상식함을 심하게 꾸짖고 있기도 합니다.
 
 
 
2007년 12월 7일  
 
작지만 중요한 일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진국에서 군인. 소방관. 경찰이 숨졌을 경우 브리핑하는 관료는 직계 가족에게 알리기 전까지 신원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듣습니다
어제저녁 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에서 스무 살 병사가 부상을 당했다가 밤 10시 40분 숨졌습니다. 40대의 어머니, 어머니는 멀리 대구에서 올라오느라고 새벽 1시 반에야 강화도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부모는 그 사이 차 안에서 라디오 뉴스로 보름 전 휴가 때 봤던 아들의 사망 소실을 들었습니다. 
어둡고 불안한 차 안에서 20살 아들의 이름과 사망 소식을 듣는다면 그때의 심정과 절망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때문에 부모에게 사고가 날 수도 있겠지요.  우리에게는 선진국과 같은 성숙한 관행이 자리 잡고 충분한 배려를 하게 되길 바랍니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268페이지 일부 발췌
 
신경민 앵커의 말대로  우리는 2010년 현재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고떄  군은  가족보다 먼저 언론에 실종자 명단을 건네주었고 언론은 속보라면서 그 실종자명단을 TV화면에 뿌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실종자 가족들은 군에서 연락한통 못받았던 상태였습니다.  군이  가족보다 먼저 언론에 실종자 명단을 건네주었다는 것은 
실종자 가족보다 언론이 우선시 한다는 말과 같고   언론또한 실종자 가족에게 소식을 알려주었냐고? 반문하는 자세여야 하지만
우리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듯 실종자 가족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사쓰기에 바빴습니다.
 
이런 모습은  연예인 자살사건이 나면 블랙카펫을 깔고  장례식에 누가 오나 고개내밀고 구경하는 언론과 일맥상통해 보입니다.
 
 
우리는  많은 잘못을 하고 삽니다.  누구나 다 실수를 할수 있고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번의 잘못은 실수이고   두번의 잘못은 부주의입니다. 하지만 세번이상의 똑같은 잘못은 관행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부조리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 되어있나요?
그런 부끄러운 한국사회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책이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입니다.
 
이제는 그런 쓴소리를 들을 수 없고  앵무새앵커들만  남아서  더 이상 MBC뉴스데스크도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건전달만 하는 뉴스는 시대를 이끌지 못합니다.  시청자들이 사건 마다 각자판단하기도 힘듭니다. 그럴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뉴스앵커는 조력자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게 진보도 보수도 아닌 상식이라는 힘으로  시청자를  올곧은 사회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활을 해야 할 것 입니다.
요즘 유난히  신경민 앵커의 부재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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