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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한국여행

한적한 오솔길을 닮은 오롯한 선암사

by 썬도그 200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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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을 하면 꼭 들려볼 곳이 순천입니다. 그리고 순천에 도착하시면 꼭 시티투어버스를 타 볼것을 권해드립니다.  순천의 주요 관광지이인 낙안읍성과  드라마세트장 그리고 선암사와 송광사를 입장료없이 8천원에 돌아 볼 수 있습니다.   단 선암사와 송광사는  같은날 갈수 없고  두 사찰중 한곳만 가니  요일을 확인하시구  순천시티버스 노선표를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제가 갔던날은 선암사를 가는 날이더군요.  송광사는 우람한 풍광이고  선암사는 수줍은 미소를 띤 소녀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시티투어버스에서 내려서 선암사까지 올라갔습니다. 같이간 일행들과 함께 했습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러 누군가는 데이트를 하러 누군가는  역사공부를 누군가는 바람을 쐬러 왔습니다. 

저는 여행겸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구요


한반도가 작다고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굴참나무를 보고 있자니  이런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굴참나무는 코르크의 재료로도 쓰인다고 하는데 만져보니 폭신폭신 하더군요.  아주머니들  산에서 나무랑 등박치기 하시는데 굴참나무로 하면 더 좋을듯 하네요.  뭐 나무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요.  


한 20분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 20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귓가로 스켜가는 바람소리가  이어폰속 노래를 멈추게 하더군요.
노래보다는  자연의 노래가 더 좋은 날이였습니다. 




조계산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산 높이가 800미터가 높은데  등산객들이 많이 내려오고 올라가십니다.  6백미터의 예봉산도 헉헉거리고 올라간 기억이 있어서  8백미터라는 소리에 아찔 하더군요.  그래도 산에 올라가면  고생한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있기에  산에 오르는 것일테구요.   한국은 참 산들이 많아요. 산이 없는  곳이 없고  교가에 산이 안들어간 교가가 없을 정도니까요.  아마 순천이나 인근 지역의 학교들의 교가는    조계산 정기를 어쩌고 하는 가사로 시작하겠죠?

참고로 저는  관악산정기를  학생신분 내내 받았습니다. 


11월의 무채색 풍경에 한줄기 빛처럼  맑은 계곡물에 정신없이 내려가서 물을 젖셨습니다.



한 20분 올라가다 보면 다량의 부도와 비석들을 발견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석하나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죠.
저 비석은 새봉스님이 81세에 열반에 들고 다비식을 하는데  다비식 현판인지 중요한 것이 광풍에 날아가 강원도 월정사 까지 날아갔다고 합니다.  월정사에서  새봉스님 다비식 물건을  갖다주었다고 하는데요.  고마움의 표시로 비석을  월정사 방향으로 비틀었다고 합니다.
18세기 이야기인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암사 입구에는 이런 장승이  서 있는데 재미있는것은  천하대장부 지하여장부라는 남녀 장승이 아닌 남자장승만 서 있습니다. 





선암사에 갈때 두 수녀님도 함께 갔는데요.  종교는 다르지만  우리의 역사를 배울려는  수녀님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종로나 큰 번화가에서 마이크로  불신지옥! 이라고 외치는 종교인들은 참 짜증스럽던데   이런 수녀님같은 분들만 있다면 세상은 좀 덜 시끄러울듯 합니다. 





선암사의 명물이자 순천의 명물다리인 승선교입니다.  아치형 다리인데  눈이 내린 승선교 사신을 인터넷으로 보고 그림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실력이 없어서인지  멋지게 나오지가 않았네요.  사실 사진 찍을 시간이 없었어요 조금만 헤찰하면  가이드분이 한움큼씩 앞으로 나가버리셔서요.




이날  시티투어를 탄 분이 약 30분 정도였는데  많지도 적지도 않아서 좋았습니다. 




선암사 앞에는 이런 차밭이 있는데  햇살을 받은 찻잎이  반짝입니다. 




선암사는  백제성왕 7년인(529)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의 사찰입니다.  선암사 입구에 있는  문의 단청이 바래져 있는 모습에서 어느정도 기풍을 느낄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대국국사 의천이  천태종을 설파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선암사에서 가장 유명한 고승은 도선대사입니다. 

한국불교에는 크게 천태종과 조계종이 있는데  고등학교때는 배운듯 한데   지금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네요.
뭐 천태종이나 조계종이나  다 하나의 불교아래 같은 집안식구들이죠. 어느종교나 다 교파가 있나 봅니다.  기독교는 셀수없을정도로 교파가 넘치고 넘치고 같은  종교에서도  성경해석을 달리한다고  다른 종교가 되기도 하죠.  무슬림들이 읽는 코란과 구약성경은 같은 책이라고도 하잖아요. (제 글이 틀렸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종교는 잘 몰라서요)








서울 인근의 사찰들은 단청색이 아무 화사합니다. 마치 아침에 꽃단장을 하고 나온 새색시 같다고 할까요. 그러나  이 선암사의 단청을 보니  늙은 어머니의 모습과도 같이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습니다. 저는 이 단청이 너무 아름다워서 연신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약간 벗겨진 단청과  빛바랜 모습들  마치 파스텔화를 그려놓은듯 합니다. 



오래된 사찰답게 팔작지붕이 아니네요.  조선시대와  고려시대를 구분하는  건축양식으로 팔작지붕이 있다고 하죠.
팔작지붕이 있으면 조선시대에 건축된 건물 팔작지붕이 아닌  책을 엎어놓은듯한  지붕은 고려이전의  건축물이라는 것을  국사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네요. 



선암사는 크지 않은 사찰입니다. 다 둘러보는데 40분이면 넉넉합니다.  전기와 수도가 없는 사찰이라고 하더군요.
요즘  서울 인근 사찰들은 그 높은 산 꼭대기까지  전기가 들어가더군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집에서  관악산 중턱을 바라보면 밤에 밝은 불빛이 산중턱에서 새어나오는데  하도 이상해서 한번은 날잡고 올라갔더니 작은 사찰이더군요.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스님이 핸드폰하고  전기불 밑에서 생활하고 하면  좀 뜨악하게 보는데  뭐 시대가 변했으니 스님들도 변해야죠.  어느 주지스님은  외제차 몰고 다닌다고 하시던데요.  그러나 선암사에서는  차를 못봤습니다.  또한 20분동안 올라가면서 차량이 올라가는 것을 못봤구요. 
선암사 스님들이 자가용 몰고 다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왠지 자가용몰고 다니는 스님은  쉽게 머리속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  쓸데없는 고집일까요?




캉캉춤을 추는 무희처럼  처마지붕을  힘있게 올린 모습이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화장이 먹지 않은  아줌마 얼굴 같아 보이는데  오히려 이런 모습이 천년고찰의 느낌을 나게 합니다. 




돌담도 소박하고 탐스럽게 잘 빚어져 있습니다. 





사찰에는 여러건물이 있지만 각각의 건물에 이름이 있습니다.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이 있고 미륵불을 모시는 미륵전도 있고 극란전오 있습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관음전이 있구요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불교의 보살이 관세음보살입니다.

선암사 관음전은 가이드분이 극찬을 하더군요. 그럴수 밖에 없는게  다른 사찰에서 보기 힘든  문살이 있습니다.  한폭의 꽃이 있는 큰 판화를 박아놓은듯 한데요



자세히 보니  나무를 다 깍아서 만들었네요. 관세음보살님이 여자분이신데  정말 건물이 아름답네요. 


사람손때가 많이 묻지 않은 사찰같다는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사람의 쉽게 찾아오고 많이 찾아오는 사찰일수록 사찰의 느낌보다는  도때기 시장같은 정체불명의  이미지를 많이 만들어 내는데  선암사는  옛것의 느낌을 참 많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동전을 뒤적거려서 던져볼까 했는데  한개도 없어서 아쉽게도 패스! 




이 선암사 화장실은  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하네요. 화장실인데 푯말은  ㅅ간뒤 라고 써 있스빈다. 깐뒤라고 읽으면 되겠죠.
깐뒤?  간디?   가이드분이 설명해 주길  예전에는  한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서  뒤깐으로 읽으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깐뒤도 말이 되죠.    엉덩이를 깐뒤에 일을 보는곳이 뒷간 아닌가요?

혹시 우리의 조상들도 부끄러운 단어를 말할때 꺼꾸로 말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가슴을 슴가라고 말하고  노르포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듯이요.  그래서 원래 깐뒤가 맞는데   좀 창피하니까   뒷간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영광스럽게도 깐뒤 탐방이 있었습니다. 저는 살짝 들어갔다 나왔는데 그렇게 냄새가 나지 않더군요.  사찰 해우소들이 다 그렇듯
밑이 뻥 뚫려 있습니다. 



선암사에서 터벅터벅 다음 장소로 향했습니다. 


천년고찰과  일반사찰의 차이점을 많이 느끼게 한 곳이 선암사입니다.  복닥거리고  색이 선명한  사찰보다는 이런  시골 흙담길 같은  선암사의 옛모습을 변하지 않고  간직한 모습이 깊어가는 가을 더 운치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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