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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원태연 시집같았던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

by 썬도그 2009.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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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하자 마자 욕먹는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는  영화 자체에 대한 욕설에 가까운 기자들의 영화평과 한류스타인  권상우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구설수가 영화에 반감을 심게 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권상우가 2회에 걸쳐서 무릎팍도사에 나왔구  잠시후에  원태연 감독이 출연했습니다. 한 영화에 3회에 걸친 홍보가 이루어진것은  아무리  무릎팍도사가  홍보라는 먹이로  대형급 영화스타들을 낚은다고 해도    쌍끌이로 밑바닥까지 긁어 모은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권상우와 원태연이   이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 홍보가 아니였다면 과연 출연했을까요?  절대로 출연하지 않았을것입니다.  이런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것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무릎팍이란 프로는  홍보중 인지도만 높이는 프로그램이니까요.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위의 글을 읽고 졸리운 눈을 비비는  분들을 위해  영화와 다르게  질질끌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감상평을 말해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감수성이 많은  감독이  만든   내가 너보다 더 사랑한다는 사랑놀음을 담은 영화입니다.
누구 사랑이 가장 클까요? 하는  사랑의 집합놀이라고 할까요?   지고지순한 사랑 뒤의 더 큰 사랑  그것보다 더 큰 사랑을 그리는 영화인데요.  상당히 연출력도 그렇고 영화적 표현도  전체적으로 아마츄어 작품 같습니다.



하나씩 썰을 풀어보죠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저 지하3층까지 내려보낸 초반 어이없는 내러티브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몇 블로거의  평을 보면  기대한것보다는 예상외로 괜찮았다는 평이 많더군요.
영화초반은 헛웃음의 연속입니다.

줄거리를 알기에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헛웃음만 나오더군요.영화 시작하자 마자 카메오로 나온 정준호와  가수 이승철이 나옵니다. 그리고  K와  크림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크림과 K의 이야기를 영향력없고 영양가 없는 캣걸 매니저 입에서 나옵니다.
차라리 이범수입에서 시작되는게 더 모양새 좋고 보편적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K와 크림의 고등학교때 만남을 그리는데  아!!! 권상우의  거뭇거뭇한 굵은 수염을 보여주며 고등학생으로 믿으라는  감독의 말에 건성건성찍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에 군입대씬의 권상우의  가발  ㅠ.ㅠ  무슨 일요일 낮에 하는 재현드라마인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처음부터 영화에 대한 집중을 할수 없게 하는 어설픈 모습들은 실소를 자아내더군요.


두 사람  K(권상우 분)와 크림(이보영 분)의 동거 부분에 대한 설명과 개연성  설득력은  이 영화 최고의 약점입니다.
감독이  좀 더 자세하게 왜 둘이 동거하게 되었으며  둘이 그렇게 사랑하면서 섹스를 한번도 안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했어야 합니다. 그게 시적여백이라고 하면 난감합니다.  감독이야  감수성 예민하고   좋아하는 여자랑 수년을 동거하면서 그냥  같은 집에서 살수 있어도  그걸 지켜보는 관객들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뭐 감독과 같은 감수성 예민한 관객이야 이해하지만  보편타당성은 전혀 없습니다.

여자 혐오증 환자나  몸 만지는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K와  크림이었다면 모를까요.   그러나 K가 크림에게 살짝 키스하는데요.
크림이 감기걸려서 골골되며 자고 있을때 살짝 키스합니다. ㅠ.ㅠ  차라리 그 장면을 지워버리지요.  그냥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을텐데요.   뭐 살짝 키스가 플라토닉러브라고 할수도 있긴 하지만 극에 집중하기에는  초반에 너무 어처구니 없는 설정에 이미  요단강을 건너게 됩니다.  또한  캣걸(남규리 분)의  녹음장면에서 핸드헬드 카메라의  뜬금없는 사용은 눈쌀을 찌뿌리게 되더군요.  핸드헬드 기법은  긴박한 상황이나 액션장면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전혀 긴박하지도 않고  액션장면도 아닌 장면에서
핸드헬드 기법은  극에 집중하기 힘들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원태연 시인의 원죄론  유치한 대사의 남발

이 영화는  대사가 좀 많이 유치합니다. 몇가지 예을 들면
K가 연출한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이  사랑에 빠진 미운오리들   줄여서  사빠미!! 라고 외치는  이한위의 모습과
사랑을 받기만 했다. 포수처럼..    사랑은 칫솔질을 하는 모습과 같다는 K의 사랑론에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인  주환(이범수 분)의 약혼녀인 제나와의 대화는 이 영화를 합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제나 : "사랑이 뭐니...?!"

 

K : "양치질..."

 

제나 :"그건 혼자하는 거잖아..."

 

K : "누구 보라고 양치질합니까..."

누구 보라고 양치질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사랑을 혼자하는게 정답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랑갈래중 하나인 외사랑이나 짝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는 범주안에 넣을수은 있지만 그 사랑이 내세울만한 것은 아닙니다.  보통  소심하고 용기 없는 사람들이 택하는게 외사랑과 짝사랑입니다. 이 영화에서 외사랑과 짝사랑 몰래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묘사하는 모습은  좀 거북스럽습니다.

짝사랑과 외사랑이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긴 있지요.  온통 짝사랑과 외사랑에 신음하는 소리가 많았는지  온통 가요가사는 사랑이야기만 담고  그는 그녀는 이라는 3인칭 간접지시어 같은 단어가 가요계를 주름잡던  저 90년대 이전 사랑이  대세였던 시절에서는  이 영화 어필할수 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이고  2000년을 9년이나 지난 시점에  외사랑 짝사랑을 보면서  이게 니들이 잊고 있던 진정한 사랑이야 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시대착오적 느낌도 듭니다.

원태연 시인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사실 영화 보는 내내 제 머리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영화보다 감독생각을 많이 했네요. 유치한  대사 남발에 손발이 오그라 들기도 했구요.  중고등학생이나 20대 초반의 여자분들에게는  아름다운 대사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사랑의 경험이 많은 20대 후반 30대 이상 분들에게는  피식웃음만 나옵니다.


원태연의 감수성

이 영화에서 기대한것은  권상우의 슬픈얼굴이나 이보영의 미모가 아니였습니다. 원태연 그의 감수성이 이 영화에 얼마나 녹여내나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원태연의 섬세한 감수성은 곳곳에 묻어냅니다. 먼저  전체적인 줄거리는 유치찬란할지 몰라도
K의  이해못할 행동들  즉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다른남자에게 소개시켜주는 모습에서의 떨림은  잘 그렸더군요.
그런거 있지 않아요.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사랑을 고백하면 차일것 같고  이후  관계가 소원해질것 같은 느낌.
그래서 고백은 못하고 주변에서 맴도는데   그 여자아이의 맘을 떠볼려고   넌지시 이런말들을 남자들은 하죠.

나 군대가!!

그때 그 여자아이의 눈망울을 보면서   나에 대한  그 여자아이의 느낌을  살짝 느끼는 것입니다.
저도 그래봤는데  별 반응이 없더군요. ㅠ.ㅠ   이 수법은  대학교때 동아리 동기 여자친구에게 나를 포함한 3명의  남자동기가 써먹었는데  다 큰 효과 못보고   1달사이에 다 입대했습니다 ㅠ.ㅠ

K를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사랑해 그 말 하나 못하면서 여자가 그냥 마냥  잘되길 바라는 모습,   이게 더 큰 사랑같고 지고지순해 보이고 순수해 보이고  이게 내 사랑의 정답이라고 스스로 내리는 모습.   그러면서  크림이 내 사랑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복잡한  K의 모습을 담는모습은 잘하더군요.   사랑하니까 떠나간다는 모습.   정말  누군가를 극도로 사랑하면 이런 행동이 나올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점의 사랑관념에서는  쉽게 이해되는 모습은 아닙니다.

사랑하기에 떠나간다는  그말 나는 믿을수 없어!!   87년 이정석이  불렀던 가요 가사가  영화를 울리네요.


영화의 재미는  후반부 크림의 나레이션에 있다

이 영화 초반에  사람 기대치를  0%로 수렴하게 만들더니  후반부에는  급상승을 합니다.
영화는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과  하얀 눈 면사포등   뻔한 이야기만 뽑아내다가 나중에
크림의 나레이션이 나오면서 반전을 하게 됩니다.

요즘 영화치고 반전없는 영화 없죠.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반전이 있습니다.   반전이 있을때  오!! 내가 이 영화 너무 섣부르게 판단했나 했습닏. 그러나 그 반전의 나레이션이 짧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깁니다.  나중에  진이 빠지더군요.
아 됐다구요.  반전 고만좀 하라구요.  1절만 해요.

그리고 또 한번의 반전이 있습니다.   그 마지막 반전에서는   뭥니~~~~ 하는 표정으로 변하게 되더군요.
뭐야  누구사랑이 더 큰가 내기하는거니?   작은 사랑을  먹은 큰사랑이   더 큰 거대한 사랑에 교집합이 되는 모습. 으이그
하지만   크림의  나레이션 장면에  느낌은 있더군요. 이 크림의 반전 나레이션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리게 하는 포인트입니다.
또한 생각보다  K가 오버하지 않더군요.  죽는 장면도 나오지 않구요

원태연 시집같은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

원태연 시집은 특이합니다.  만약 50편의 시가 있다면  한두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는 여고생이 자율학습을 하다가  몇게 뜬 별을 보면서 눈물 뚝 흘리면서 연습장에 낙서한 시도 아니고 넋두리도 아닌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 두개의 시가   감수성 듬뿍 빨아들인 스펀지 같은 시죠

이 영화에서  한 두장면은  괜찮은 장면입니다.  K가 길거리를  울면서 뛰어가는 장면에는 저도 약간 울컥하더군요.
보통의 영화에서는 그런 촌스러운 장면을 넣지 않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한두번쯤은  길거리를 누가 쳐다보던 말던 눈물을 훔치면서 걸어본적이 있을것입니다.   저도  너무 속상하고 슬퍼서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지도 모른채 그냥  길거리를 걸으면서 울었습니다.  누가 보던 말던  신경도 안썼죠.   그런데 이런 장면  영화에서 담지 않잖아요.    재미가 없고 3자입장에서 보면   저 사람 뭥니~~ 하는 표정으로 볼뿐이죠.   그래서 보통  이런 장면을 담지 않는데  영화에서 이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도
그 모습에 동화되더군요







총평 :  이 영화는 원태연 감독의 영화입니다.  음향적인 실수도 편집이 튀는 것도 좀 보입니다.  또한  시인출신이어서 그런지 모든 사랑을 대사로 함축적으로 보여줄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영상이 주무기인 영화는 대사도 중요하지만 행동도 중요합니다.
크림과 K의 사랑이 지고지순하고 동화속 사랑같지만 그걸 영상미학의 세심함과 감수성으로 담았다면 영화 괜찮을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제적으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네요.

사랑에 닳고 닳은 30대에게는 추천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정의를 내리기 시작한 분들에게는 어필할 영화입니다.
시인의 영화감독으로의 외도가 아닌 계속  전진하길 바라면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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