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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대중 사진을 찍는 사진가와 예술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의 사진전

by 썬도그 202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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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사진전 많이 찾아가고 매주 이번 주에 볼만한 사진전이 뭘까 검색한 후 찾아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열정적으로 사진전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진전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습니다. 사진전 자체도 거의 다 사라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네요. 

 

쉽고 가볍고 구상 미술의 한 지류 같아서 사진은 그 어떤 예술 매체보다 쉬워서 참 인기가 높았습니다. 또한 다른 예술과 달리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바로 사진 예술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낮은 문턱도 큰 역할을 했죠. 그래서 2010년 전후로 국민 취미로 등극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크게 줄었고 저도 사진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진전도 크게 줄었습니다. 사진 전용 갤러리들은 점점 사라지거나 미술전을 전시하는 등 용도가 변경 및 용도 폐기되고 있네요.

주제가 있는 사진들과 사진작가

소재와 주제의 차이를 아시나요? 소설을 예를 들면 형사가 등장하는 소설이면 소재는 형사, 범죄 장르입니다. 그럼 그 소설의 주제는 뭘까요? 뭐 다양하겠죠. 범죄로 파괴된 피해자들의 파괴된 마음을 통해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담을 수도 있고 형사의 거룩한 소명의식을 담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소재는 있지만 주제가 없는 소설도 글도 많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서는 설명을 위한 용도로 쓴 글이라서 소재는 기계 작동법, 서비스 이용법이고 주제는 없을 겁니다. 그럼 사진은 어떨까요? 사진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작가의 심성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입니다. 

 

따라서 사진 속 피사체는 소재가 되고 그 피사체를 통해서 작가가 끌어내는 느낌이나 메시지를 주제라고 합니다. 물론 그 주제는 정답이 없고 사람마다 경험과 기질과 이름이 다르듯 다양한 주제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1965년 4.19 5주년 기념으로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

 이 사진은 일본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은 주제가 있는 사진일까요? 없을 수도 있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기본적으로 다큐 사진은 기록 사진이고 기록물에서 아무런 감정이나 느낌이 없으면 기록사진으로 끝나지만 기록 사진을 보고 인간 세상을 깊게 들여다보는 주제를 발견했다면 이 사진은 주제가 있을 겁니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신디 셔면의 연출 사진

그럼 이 사진은 소재와 주제가 있을까요? 이 사진은 확실히 주제와 소재 모두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진은 사진작가가 촬영한 사진으로 주제를 담기 위해서 소재를 활용했습니다. 신디 셔먼이라는 미국의 유명 여성 사진작가의 사진으로 미국 매스미디어에서 소비하는 여성성을 풍자한 사진으로 유명합니다. 

 

사진가와 사진작가는 다르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이 사진은 소재와 주제가 있을까요? 소재는 유명인이고 주제는 딱히 안 보입니다. 그럼에도 찾는다면 연예인 또는 유명인들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파파라치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럼 이 사진 속에서 파파라치가 찍는 사진들은 사진작가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파파라치를 사진작가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 상업 사진 즉 상품 사진, 모델 사진, 웨딩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사진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진작가라고 부르는 분도 있겠지만 사진가라고 하지 사진작가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냥 습관적으로 사진작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사진가와 사진작가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사진가는 카메라를 든 모든 사람이 사진가입니다. 그 사진가 중에 사진을 예술의 표현 도구로 선택한 창작자 즉 소재를 이용해서 내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라는 주제를 녹인 작가가 바로 사진작가입니다. 그런 면에서 '신디 셔먼'은 사진작가가 맞습니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FRANCE. Paris.Place de l'Europe. Gare Saint Lazare. 1932.

 

그럼 이 사진은 사진작가의 사진일까요? 사진가 중에 가장 유명한 사진가 중 한 명인 '앙리 브레송'의 대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전형적인 기록 사진입니다. 그럼 브레송은 사진작가일까요? 사진가일까요? 사진가입니다. 브레송이 이 사진을 자신의 예술의 표현도구로 활용했다면 사진작가지만 이 당시는 사진으로 예술한다는 개념이 약했습니다. 물론 연출 사진이 있었지만 의도한 사진이고 그 주제가 연속적이고 꾸준히 예술의 도구로 사진을 활용했다면 사진작가지만 브레송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예술의 창작 도구로 사진을 활용한 분은 아닙니다. 

 

그냥 기록 사진 중에 조형성과 뛰어난 미학이 들어간 사진들이 꽤 사랑받고 있을 뿐이죠. 다만 기록 사진도 하나의 특정한 주제성이 보이고 반복적이면서 그 사진가만의 스타일이 강력하면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사진작가가 됩니다. 쉽게 말해서 사진작가는 자신의 생각이나 관념을 사진으로 구체화하는 예술가이고 사진가는 그냥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을 사진가라고 합니다. 

 

두 사진가의 유료 사진전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이 사진 때문입니다. 3월 3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안나 & 다니엘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두 사진가 잘 알죠. 여자분이 모델이 되고 남자분이 뛰어난 조형의 유사성이라는 스타일로 사진을 촬영합니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이런 사진이죠. 연출 사진이자 아주 매력적인 사진입니다. 소재는 뛰어난 조형적 유사성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면서 어떤 주제가 떠오르나요?  없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정도이지 이걸 보면서 도시의 포근함,  삶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은 전형적인 재미 사진의 한 종류이지 이걸 예술 사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전에서 적시하고 있는 문구는 '행복을 찍는 사진작가 안나 & 다니엘'입니다. 사진가로 보이는데 사진작가라고 하네요. 물론 별 생각 없이 사용한 단어일 겁니다. 또한 저나 이걸 유심히 오래 보지 대부분은 구분 안 하고 사용하고 사진가라고 하던 사진작가로 하던 큰 구분은 하지 않을 겁니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그런데 흥미롭게도  석파랑 서울미술관에서는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일본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사란란'이라는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하네요. 이 사진 유명하죠. 한국에서 '미라이 짱'으로 유명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사진가 '카와시마 코토리'가 친구의 딸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꾸준히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들은 SNS을 통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예술 사진은 아닙니다. 그냥 인기 있는 사진일 뿐이죠. 주제가 없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담은 사진도 아니고요. 따라서 이 사진을 찍은 '카와시마 코토리'는 사진가이지 사진작가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사진전 소개하는 곳을 보니 사진작가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두 해외 사진가의 사진전은 유료 사진전으로 입장료를 내고 봐야 합니다. 

 

사진작가의 사진전은 대부분의 무료 전시회인데 사진가의 사진은 유료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사실 이런 풍경은 사진계에서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고흐의 유명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에서 어떤 주제나 메시지가 느껴지나요? 전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그냥 흔한 풍경 그림과 초상화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흐 특유의 강한 붓터치와 아지랑이가 피는 듯한 흔들거리는 독특한 스타일이 보이죠. 이 흔들거리는 스타일 때문에 고흐의 그림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고 고흐풍이라는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유료 사진전의 두 사진가의 사진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반면 이 그림은 제목이 소재입니다.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양민학살'이라는 국가 폭력을 고발한 그림입니다. 피카소는 대표적인 사회주의자이고 국가 폭력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게르니카'도 독일의 스페인 폭격을 고발한 그림이죠. 한때 피카소가 빨갱이라는 지적으로 한국에서는 금기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재만 있는 대중 영화와 소재와 주제가 강한 예술 영화 

어떤 한 사안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면 좀 더 명징해 집니다. 사진에 대한 시선을 다른 예술 장르로 확대하면 좀 더 명확해지죠.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는 사진가들의 유료 사진전에 대한 생각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은 예술 영화일까요? 대중 영화일까요?  물론 구분하지 않아도 되고 이 구분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해외에서는 예술 영화는 진짜 예술의 한 도구로 사용하는 실험 영화가 예술 영화로 구분되고 작가주의 영화를 아트 하우스 영화라고 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모두 대중 영화입니다. 대중적인 재미를 누구보다 강력하게 추구하는 영화감독입니다. 그러나 메시지도 강력하게 들어가 있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생태주의, 독재자 비판, 자본주의 비판을 꾸준히 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담고 있는 아주 메시지가 강해서 예술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확실히 봉준호 감독 영화는 소재와 주제가 강력해서 예술과 대중 영화의 형태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예술은 좀 거창하고 작가주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감독의 메시지와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되니까요.  반면 마블 영화로 대표되는 영화들은 메시지가 없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철저하게 재미를 위한 영화들이 많죠. 그래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는 오르지 않고 대부분은 시각 효과, 음향 효과 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진으로 돌아오면 안나 & 다니엘 사진전과 '카와시마 코토리' 사진가의 사진전은 대중 사진전입니다. 사람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선사하고 블링블링한 사진전이자 인기 높을 사진전입니다. 그러나 어떤 메시지도 느껴지지 않기에 예술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의 생각이나 사상, 메시지를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뭘 사진을 구분해서 보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사진이라는 것이 하나의 도구이지 그 자체로 예술이 되고 안되고 가 될 수 없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있냐 없냐 와 의도에 따라서 소설이 되고 시가 되고 설명서가 되고 보고서가 됩니다. 다만 우리는 글과 영화는 많이 접하다 보니 쉽게 구분하지만 그림과 사진 같은 시각 예술 쪽에서는 이 구분을 잘하지 않고 보는 느낌이라서 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물론 몰라도 사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작가의 스타일만 천착하고 추종하는 것보다 작가의 메시지가 보다 많이 들어간 사진과 그림들이 인기를 끌어서 사회를 환기시키고 정화시키는 역할을 좀 더 많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같은 그림도 메시지가 들어간 그림이나 사진이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하고요. 

 

일명 '남는 것'이라고 하죠. 어떤 영화를 보면 우리는 재미는 없는데 남는 게 없어. 어떤 영화는 '이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게 공감이 가'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그 영화의 주제이자 메시지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으로 볼 때만 즐겁고 마는 대중 사진이 있고 사진을 볼 때 발화된 생각이 몇년이 지나도 떠오르게 한다면 그게 바로 사진작가의 작가주의 사진이고 그런 사진이 오래 그리고 길게 남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유료 사진전은 이런 작가주의 사진은 거의 없고 눈으로만 들거운 대중적인 사진전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요즘 사진전의 풍경이자 앞으로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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