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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전쟁과 평화를 돌아보게 하는 사나운 땅의 사람들 추천 드라마

by 썬도그 202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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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를 안 하고 봤습니다. 제목 자체가 구립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뭔 제목이 이런데요. 원제는 '윈시 미국'으로 해석되는 'American Primeval'입니다.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사나운 땅의 사람들>을 본 이유는 '테일러 키치'와 퇴폐미의 '데인 드한'이 주연을 한 영화라는 이유 때문에 봤습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뚜껑을 열어보니 '데인 드한'은 조연으로 초반과 후반에 조금 나오고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테일러 키치'는 영화 2012년 개봉한 <배틀쉽>과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에 출연하는 등 10년 전에는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배우였습니다. 외모가 꽤 매력적인 배우로 제가 꽤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이 배우가 나오기에 봤는데 인생작을 만났네요. 재미있습니다. 작년까지 포함해서 넷플릭스에 본 드라마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사나운 땅의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베티 길핀'이라는 아주 좋은 배우도 알게 되었네요. 이 드라마는 꽤 좋은 배우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톤이 날것 그 자체입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감독은 '마크 L. 스미스'로 2015년작 <레버넌트>를 쓴 작가 출신 감독입니다. 최근에는 2024년 개봉한 꽤 스토리가 좋았던 <트위스터>를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의 톤이나 색감 전체가 <레버넌트>를 연상케 합니다. <레버넌트>를 보다 보면 야생이 어떤 것인지 살벌하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레버넌트>의 그 혹독한 추위와 야생동물과의 전쟁 등등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따라서 <레버넌트> 같은 야생 느낌이 가득한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런데 전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참 좋더라고요. 

 

미국 모르몬교의 마운틴 메도우 대학살을 소재로 한 드라마 

사나운 땅의 사람들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모르고 봐도 뭐 이해하는 데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전체적은 주제는 인디언, 백인, 모르몬교라는 이단 종교인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폭력과 학살과 평화를 갈구하는 시선이 대부분입니다. 다 보고 나면 협상이나 타협이 어려운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역사적인 내용을 그대로 담은 드라마는 또 아닙니다. 전체적인 얼개는 실제 역사에서 빌려왔지만 주인공들은 창조된 인물들입니다. 이 드라마의 역사적인 배경은 1857년 유타주에서 일어난 '마운틴 메도우 학살 사건'입니다. 1800년대 중반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가 생깁니다. 우리에게는 모르몬교 또는 몰몬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단 취급을 받아서 수많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이에 미국판 모세 같은 2대 교주인 '브리검 영'이 모르몬교 신도를 데리고 유타주로 향합니다. 

유타가 젖과 꿀이 흐른다는 한 미국 탐험가의 말을 믿고 도착해보니 야생 그 자체였습니다. 조금 더 같으면 살기 좋은 샌프란시스코가 나왔을 텐데 록키산맥이 가로막은 척박한 유타에 머뭅니다. 그래도 신앙심으로 유타주를 시온이라고 생각하고 세를 확장해 갔습니다. 그러나 유타에는 이미 살고 있었던 인디언들과 미국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냥 모르몬교 교도들끼리 살고 싶었는데 서부 개척 시대라서 많은 동부 사람들이 서부로 이주를 하려고 대륙을 횡단합니다. 그렇게 아칸소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유타주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역마차를 이끌고 지나가다가 120명이 학살당합니다. 얼마나 끔찍했는지 어린이와 유아를 제외하고 어른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사람들을 죽인 사람들은 초기에는 인디언 족이 한 짓으로 여겼지만 모르몬교도와 연관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2007년 모르몬교는 당시의 학살에 대한 사과를 하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용입니다. 왜 갑자기 학살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담지 않네요. 그래서 좀 설명하자면 당시 모르몬교는 동부에서 박해를 받고 유타에서 새로운 신앙촌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유타 전체를 모르몬교의 교리를 따르는 신정 정치를 하고 미국 정부가 파견한 행정가들을 위협합니다. 이런 소식에 열이 받은 미국 대통령인 뷰캐넌이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등 미국인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모르몬교의 행동을 보고 유타에 2,500명의 미군을 파견합니다. 이에 '브리검 영'은 민병대를 조직해서 미국 정부군과 맞섭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브리검 영

주지사이자 모르몬교를 이끄는 브리검 영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지나가는 이민자까지 적대시하게 됩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후에 아칸소에서 출발해서 캘리포니아로 가던 이민자 일행에게 모르몬교도들이 만든 민병대가 통행료를 내라는 합니다. 황당하죠. 무슨 통행료냐고 하다가 결국 사달이 나고 메도우 대학살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크지 않은 전투였지만 인디언과 모르몬교가 함께 공격한 걸 목격한 사람들이 미국 정부에 알릴까 봐 대학살을 합니다. 이게 바로 '마운틴 메도우 학살 사건'으로 1857년 9월 11일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 사건 이후 '브리검 영' 주지사는 모든 권한을 미국 정부에 일임하고 모든 것을 따르겠다면서 미국 정부와 협상이 잘 마무리 되어서 대규모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학살은 '브리검 영' 지도자이자 주지사가 지시한 건 아니고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나중에 보고만 받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사이비 교주처럼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주지사는 몰랐던 일입니다. 그럼 그걸 바로 반성해야 하는데 숨깁니다. 보고 있으면 종교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유타주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모르몬교도입니다. 미국 전체 인구의 2%가 모르몬교도인데 유타에만 60%이니 유타가 모르몬교의 주가 되었네요. 성공한 이단 종교는 종교로 인정받는 것일까요? 한국의 통일교와 비슷한 면이 있네요. 

 

사나운 땅의 사람들 줄거리

사나운 땅의 사람들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철로가 깔리던 1857년 한 모자가 기차역에서 멈춰서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도착한 가이드는 이 모자를 남편이 있는 곳까지 가이드를 해줄 겁니다. 이 여자는 사라 로웰(베티 길핀 분)로 어린 아들과 함께 남편을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교역소에 도착하자마자 싸움이 일어나서 가이드가 사망합니다. 난감해진 사라는 모르몬교 교도인 프랫에게 역마차 행렬에 함께 해도 되냐고 묻죠. 

사나운 땅의 사람들

프랫(데인 드한 분)은 거부하지만 프랫의 아내인 아비시(사우라 라이트풋 레온 분)는 허락합니다. 프랫은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모르몬교이지만 사랑하는 아내는 아비시 하나입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어렵게 행렬에 합류한 사라 모자의 역마차에 누군가가 숨어듭니다. '두개의 달(쇼니 푸리에 분)'이라는 인디언 소녀가 아버지의 성폭행에 견디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함께 숨어듭니다. 이걸 아들 데빈(프레스턴 모타 분)이 모른 척합니다. 이 역마차 행렬은 서부로 향합니다. 그런데 모르몬교의 민병대를 이끄는 '제임스 울시'가 이들에게 통행료를 내라고 합니다. 이에 역마차 행렬은 거부합니다. 여기는 미국 땅이지 모르몬교의 사유지가 아니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신성국가가 되어가고 있는 유타 준주는 계엄령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울시와 백인과 손을 잡은 인디언족이 이 역마차 행렬을 습격해서 120명 대부분을 몰살시킵니다. 이 행동은 미국 역사에 가장 비극적이고 추악한 행동으로 기록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일행과 모르몬교도인 플랫이 죽다 살아나고 아내 아비시는 끌려가고 사라 모자는 가이드해달라고 그렇게 부탁해고 거절하던 혼자 사는 아이작(테일러 키치 분)이 이 모자를 구해줍니다. 그리고 이 셋을 따라다니던 인디언 소녀까지 함께 합류합니다. 

 

물론 아이작은 위험하기에 반대했지만 사라 부인과 아들이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밉니다. 그렇게 이 4명이 한 가족처럼 움직이면서 남편이 사는 서부로 향합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이 역마차 습격 학살 사건인 메도우 사건을 접한 주지사이자 모르몬교 수장인 '브리검 영'은 이 모든 걸 보고 받습니다. 보통 훌륭한 종교지도자면 이런 학살에 대해서 보고 받으면 일을 저지른 민병대에게 큰 죄를 물어야 하는데 조용히 덮으라고 하죠. 이 이야기가 미군 귀에 들어가면 미 정부가 나서기에 증인들을 죽어야 합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이렇게 대학살의 진상을 밝히는 모습과 함께 기본적으로는 추격 드라마입니다. 사라 모자와 인디언 소녀 그리고 아이작이 도망을 가고 사라 부인에게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소리에 현상금 사냥꾼들과 모르몬교 민병대 일부가 추격을 합니다. 또한 가까스로 살아남은 프랫이 아내 아비시를 찾기 위해 모르몬교 민병대인 나부 부대에 부탁을 하자 나무 부대 일부가 프랫과 함께 아비시를 찾습니다. 아이러니하죠. 민병대가 아내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실을 모르고 아내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야만의 시대에서 피어나는 평화의 불씨

사나운 땅의 사람들

이 살풍경을 묵묵히 목도하고 기록하는 인물은 육군 대위입니다. 뛰어난 관찰과 명철한 판단과 뛰어난 문장으로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이 대위가 이 유타 준주의 야만스러운 모습에 혀를 차면서도 동시에 자연에 대한 경탄을 합니다. 자연 앞에서는 다 겸허한 삶을 살아야 하지만 오히려 자연을 거스르는 학살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것도 종교인들이 저지른 학살에 크게 놀라죠. 물론 처음에는 몰랐다가 살아남은 증인들의 복수 증언에 미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려고 합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사나운 땅의 사람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갈등과 반목과 적대감과 혐오로 인디언, 모르몬교, 미군의 대결이 아닌 서로 합의하고 협의해서 서로 물물교환하는 평화로운 삶이 더 낫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드라마입니다. 폭력과 혐오의 정점에는 모르몬교 민병대가 있고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하려는 인물로는 미군 대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품으려고 하는 인물로는 인디언 쇼숀족의 겨울새라는 여자 추장입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그리고 변화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화주의자이고 전쟁을 원하지 않은 겨울새와 달리 겨울새의 아들 붉은 깃털 족은 백인을 다 죽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붉은 깃털이 잡은 프랫의 아내인 아비시와 겨울새를 통해서 서서히 백인과 공존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꺠닫습니다. 반대로 아비시는 겨울새의 온기를 느끼면서 점점 인디언들과 함께 합니다. 이 온기를 느낀 또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라 모자입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그리고 돈을 받고 가이드 역할을 하는 아이작입니다. 아이작은 돈을 받고 이 모자와 인디언  소녀를 젖과 꿀이 흐르는 서부로 이동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줄 알았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통 넷플릭스 드라마가 마지막 회에서 맥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마지막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드라마는 수시로 유타주의 광활한 들판과 눈이 쌓인 살벌한 설경을 보여줍니다. 보고 있으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드는데 그 밑에서 인간들은 자연의 이치를 따르지 않고 서로 죽고 죽이고 있습니다. 

사나운 땅의 사람들

거대한 액션 장면은 초반에 있지만 전체적으로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습니다. 추격 장면이 많다 보니 긴장이 계속 이어집니다. 또한 촬영이 쉽지 않았을 설산에서 대결하는 모습과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폐부를 뚫고 지나갈 정도로 이들의 고통이 가득 느껴집니다. '레버넌트'의 그 야생과 살벌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매드맥스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문명인인 미군과 쇼숀족들의 지혜가 종교인들의 잔혹성과 살벌함을 치유해 줍니다. 제가 필요 이상으로 몰입한 이유는 배우들도 있지만 역사극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돌아보면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살인과 폭력을 우리 인류는 잘 알고 있죠.  종교가 없었다면 오히려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입니다. 

 

'데인 드한'이 많이 나오지 않지만 엄청나게 고생한 모습이 가득 담기는데 이런 어려운 역할이자 주연도 아닌 조연에 흥쾌히 응한 것도 흥미롭고 놀랍네요. 배우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6화까지 몰입하면서 봤네요. 야만의 시대인 원시 미국의 잔혹과 살벌함과 종교에 대한 비판이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유사 가족의 온기에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사나운 땅의 사람들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모든 것은 잘 모르기에 느끼는 공포에서 혐오와 갈등, 폭력이 나온다고요. 인디언이 백인을 잘 모르기에 경계하듯이 모르몬교도 동부에서 엄청난 박해를 받아서 유타주로 이동한 후 모든 것, 즉 미군과 비종교인, 인디언까지 모두 적대감을 가집니다. 이는 인디언들도 마찬가지고요. 항상 적이 있어야 나와 정부와 종교를 운영하기 쉬운 것 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야 관심사를 외부로 돌리고 모든 것을 설명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한국에서 닥치고 빨갱이 외치듯이요. 

 

흥미로운 점은 매 선거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타주는 모르몬교가 지배하는 보수적인 지역이지만 LGBT라는 성소수자들에게는 무척관대해서 매년 성소수자의 대형 행사가 펼쳐집니다.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 만들면 종교 단체가 가처분 신청을 했을텐데 모르몬교의 어두운 과거라고 모르몬교가 이 메도우 학살에 대해서 반성하고 인정하기에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었나 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 아닌 과거를 반성한 현재가 과거를 직시하게 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드라마를 봤네요. 

 

별점 : ★ ★ ★ ★
40자 평 : 야만의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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