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에 개봉해서 2주 동안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가 왜 한국에서 개봉을 안 할까 궁금했습니다. <미나리>, <존 오브 인터레스트>, <패스트 라이브즈>의 아카데미 상을 받는 영화를 잘 만드는 저예산 영화 잘 만드는 A24가 제작한 영화 중 가장 많은 금액의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든 영화가 < 시빌 워 : 분열의 시대 >입니다.
그래서 얼마나 들였냐. 제작비가 5천만 달러로 1,470원 환율로 계산해도 735억 원입니다. 이 정도면 한국의 여름 대작 영화의 2배 정도네요. 한국에서 꽤 돈을 들인 영화 제작비가 대략 300억 내외인데 그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이네요. 그러나 할리우드는 대작 영화들이 3,000억 이상 4,000억 원을 훌쩍 넘는 영화들이 많은 것에 비하면 735억 원은 너무 적은 금액입니다.
미국 내전을 다룬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 그러나 속을 까보니
미국에서 내전이 일어난다? 아주 신박한 아이디어입니다. 이미 내전을 겪었던 나라이고 최근 트럼프 2기가 집권하면서 미국의 분열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편 아니면 다 적으로 취급하는 양 극단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담은 영화로 예상되었습니다. 한국도 정치적 극단주의자의 범람과 자본주의의 양극화가 심화된 나라로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영화로 예상되었습니다.
액션은 당연히 많겠죠. 예고편에서 치누크 헬기와 에이브리엄 탱크가 가득 나오는 장면에 솔깃했습니다.
내전으로 파괴된 도로에 쌓인 차량도 보이고요. 그런데 제가 영화 다 보고 나서 안 것은 제작비였습니다. 700억 대의 제작비로 대규모 전투 및 전쟁 액션을 담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화 <시빌워>는 내전이 주제인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사진기자의 성장과정과 그들의 삶을 담은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
바나나 같은 영화입니다. 겉은 노란데 안은 하얀 영화입니다. 겉과 속이 다릅니다. 아니 제목과 영화가 다른 내용입니다. 보면서 이걸 원한 건 아닌데 하면서도 전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소개하는 수많은 사진작가와 사진기자들의 사진들로 인한 사진 근육이 꽤 많습니다. 지금은 그 사진에 관한 열정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진과 카메라 등 이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영화 <시빌워>는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인지 이제는 전성기를 지난 '커스틴 던스트'를 주연으로 캐스팅합니다. 커스틴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그 이름만들어도 존경심이 나오는 '매그넘'이라는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에 소속된 다큐 보도 사진작가인 '리'입니다. 실제로 '리 밀러'라는 세계적인 여성 종군 기자가 있었죠.
리(커스틴 던스트 분)와 그의 파트너인 조엘(와그너 모라 분)과 원로 기자인 새미(스티븐 헨더슨 분)은 내전 상태에서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워싱턴 D.C로 향합니다. 영화는 이상하게도 명확하게 왜 내전이 일어났는지 지금 상황은 어떤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면 영화가 시작되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연설을 준비하는 장면부터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3번 연속 대통령을 했습니다. 이상하죠. 미국은 최대 2번 연속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3번 연속? 네 독재자입니다. 이 독재자가 미국을 지배하자 정치적 양극단인 진보 세력이 많은 캘리포니아 주와 우익의 핵심기지인 텍사스 주의 방위군의 연합인 서부군과 맞서는 내용입니다. 플로리다 주의 중부군 또는 남부군 등도 있지만 주력 세력은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걸 담은 영화가 아닙니다. 전 왜 미국이 분열되었는지 궁금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일도 안 나옵니다. 메인 스토리는 사진작가 또는 사진기자 정확하게는 다큐 사진작가와 그 지망생을 통해서 본 종군 기자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내전 사태를 담은 영화를 예상했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보지 마세요. 액션도 후반에 몰려 있고 백악관 진격 장면이 꽤 화려하지만 길지 않고 짧습니다. 다른 영화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또한 미국 분열 사태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중간에 약 10분 간만 있지 나머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진기자와 종군기자의 삶을 알고 싶으면 추천합니다.
리는 자신이 찍은 분쟁과 전재의 잔혹한 사진들이 세상을 바꿔 놓을 줄 알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음에 한탄스러워 합니다. 사실 요즘은 사진의 힘이 많이 줄었고 그 사진으로 세상이 바뀌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는 확실히 사진의 힘이 강했죠. 사진 1장으로 여론이 바뀌기도 했고 실제로 월남전은 미국 기자들이 신문에 실어 올린 사진들을 식탁에서 보던 미국 청년들이 반전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요즘 보도 사진, 다큐 사진 보고 큰 감동을 하거나 감흥을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사진 대신에 동영상이 세상을 더 크게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진은 올드한 매체로 비추어집니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은 사람 마음을 오래 붙잡기도 합니다.
이런 리를 존경하는 23살의 제시가 워싱턴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리는 탐탁치 않아 하죠. 나이가 너무 어리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나이가 가장 많은 새미는 너도 어렸을 때 저랬다면서 데리고 갑니다.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이 4명의 로드 무비입니다. 내전 중인 미국을 관통하면서 내전이 일어나면 어떤 풍경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내란이 일어난 이유는 소개하지 않지만 그 결과물은 잘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무장을 하고 이웃 사람을 고문합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지역에서도 건물 위에는 자경단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폭탄 테러와 밤새 전투 소리가 들립니다.
사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영화 시빌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이 장면입니다. 저격수가 총을 쏘려구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흑백 필름을 장착한 니콘 FE2로 제시가 촬영합니다. 흥미롭게도 총을 쏘다와 사진 찍다의 영어 동사는 shoot입니다. 둘 다 행동이 아주 유사하죠. 그래서 동물들이 카메라를 총으로 오해해서 많이 놀라서 도망갑니다.
이걸 필름 카메라로 촬영합니다. 왜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지는 나오지 않고 아버지가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를 어린 사진기자 지망생이 들고 다닙니다 영화는 이 흑백 필름 카메라를 현상통에 넣고 현상하고 나온 사진을 인화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살펴보는 장면이 참 인상 깊습니다. 필름 카메라가 단점도 있지만 관용도가 좋아서 아직도 애용하는 사진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시대에 굳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까 하지만 제시가 촬영한 사진이 리가 촬영한 사진보다 영화에서 더 많이 나옵니다.
영화 중간에 민간인을 학살하는 군복 입은 사람들이 종군 기자 일행을 잡고 태어난 지역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다 미국인이라고 하지만 어떤 미국인이냐고 묻죠. 이 즉결 처형 장면은 현재 미국의 분열상을 극렬하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이 더 많았으면 하는데 없네요. 사실 이건 우리도 경험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남한 우익 청년 단체가 죽인 민간인 숫자가 엄청나다고 하죠.
그러나 영화는 종군 기자의 생리에 더 집중합니다. 물론 제가 사진에 관심 많다 보니 이걸 좀 더 집중해서 본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영화가 내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보이지 않네요.
흥미로운 내용은 후반에 몰려 있습니다. 애송이 같던 제시가 베테랑 못지 않게 과감하게 사진을 찍기 시작하빈다. 그러나 전쟁의 잔혹함이 떠올랐는지 리는 카메라를 들지도 못합니다. 리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너무나도 과감하게 행동하는 제시를 리가 바라봅니다. 애송이로만 생각했던 제시가 리를 뛰어 넘는 활약을 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합니다.
사진은 오해하기 딱 좋은 매체이기도 합니다. 소리와 냄새가 차단단 매체이고 순간만 담기에 설명이 없으면 화재가 난 숲을 지날 때의 모습이 반딧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맥락을 보면 내란의 불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죽음이 사진기자와 종군기자들에게는 특종이 될 수 있고요. 남의 고통을 얼마나 잘 담느냐에 따라서 사진기자들은 특종과 낙종을 판가름합니다. 어떻게 보면 직업 자체가 쉬운 직업이 아닙니다. 남의 고통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질문하고 고뇌해야 합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룰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 리는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영화 초반 동네 친구를 고문하는 모습을 목격한 제시는 구역질을 하지만 리는 사진기자는 기록자이고 목격자이지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룰이 있기에 반군 세력도 정부군도 그 어떤 세력도 사진기자와 적십자는 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록자인 사진기자들이 전투에 가담한다? 그럼 사진기자들부터 총으로 쏠 겁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 <시빌워>
전체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내전과 종군기자 2개의 시선이 공존하다 보니 초점이 흐려졌습니다. 아마도 내전은 흥행을 위한 소재 같고 실제는 종군기자가 핵심 주제로 보입니다. 영화 후반은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전투가 담기는데 이 전투 장면은 너무나도 현실감 높습니다. 여기서 사진 욕심이 담깁니다. 사진 찍다 보면 사진 욕심이 생깁니다. 남들이 욕하고 손가락질해도 잠깐이면 괜찮겠지 하고 카메라를 들고 위험한 장소에 서서 사진을 찍죠.
그러다 죽습니다. 그러다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해 봤습니다. 너무 사진에 심취하다 보니 사진 욕심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할 뻔했습니다. 이게 누가 말리지 않으면 어렵더라고요. 전 사진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순간적인 브레이크가 잘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직업인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아쉬운 점이 꽤 있습니다. 영상과 사진 매체의 차이점을 담을 수 있는 기자들이 나오는데 여기에 대한 신랄한 비판적인 또는 현실적인 대사도 없습니다. 또한 사진기자가 아무리 현장에서 뛴다고 해도 거추장스러워하지 어떤 소대가 같이 이동하면서 촬영하라고 하나요? 오히려 작전에 방해된다면서 이라크 전쟁에는 사진기자들을 배척하거나 룰을 정해주고 안 지키면 바로 퇴출시키는데요.
비현실적인 장면도 있지만 대신 영화가 한국의 내란 사건과 겹치면서 한국도 저랬을 뻔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기에 사운드와 음악이 아주 좋더라고요. 영화 분위기를 사운드와 음악이 좌지우지할 정도로 분위기를 장악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또 있는데 가장 마지막 엔딩 스크롤이 오를 때의 장면입니다.
엔딩 장면은 하얀색으로 시작해서 사진이 점점 떠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끝납니다. 사진 인화 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백지 같은 사진 인화지 위에 인화액이 묻기 시작하면 서서히 인화된 사진이 피어오릅니다. 마치 하얀 눈 위에 검은 점들이 떠오르듯 하는데 이때의 감격은 형언할 수 없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인화액에 담긴 사진이 피어오르듯 떠오르네요.
좋은 영화이지만 아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사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는 영화이지만 액션 영화나 미국 내전이 일어난 세상만 담고 있지 이유를 궁금해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전 사진 좋아하지만 좀 그냥 맹숭맹숭했습니다. <보고타>는 딱 봐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이 영화도 그렇게 눈여겨 볼만한 영화는 아니네요. 다만 내란 사태를 겪은 우리들이 가슴 쓸어내리면서 볼만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