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던 넷플릭스를 한방에 기사회생시킨 제작비 약 400억을 들여서 만든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콘텐츠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한국을 빗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드라마죠. 사실 이 자본주의 세상은 돈으로 돌아가는 세상이자 그 어떤 세상보다 돈으로 계산되고 해결되기에 가장 공평한 게임처럼 보입니다.
노력해서 돈을 많이 벌면 세상이 파라다이스이고 돈이 없으면 조선시대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사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그 자본주의의 최첨단 국가가 한국입니다. 자본주의 링에서 떨어져 나간 쓰레기들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준다면서 살인 게임을 하는 모습은 살벌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풍자극이었습니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성기훈을 통해서 비록 빚을 지고 사는 루저지만 인간성을 버리지 않은 삶이 인간적인 삶이 아닌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 2가 나오면 안 되었을 드라마다
드라마나 영화나 제작할 때부터 프랜차이즈 영화로 만들 생각으로 만드는 영화가 있고 아닌 영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블 스튜디오 영화들이 최소 2~3편까지 예상을 하고 제작을 하죠. 1편에서 빌드업을 하고 2편 3편에서 큰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작 없는 영화나 드라마는 시즌 2를 고려하지 않고 집필을 합니다.
할리우드처럼 긴 호흡으로 만들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드라마가 성공할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드라마나 영화 1편으로 모든 내용을 다 때려 넣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서 시즌제로 정착한 드라마가 몇 개나 있고 영화고 <범죄도시 2> 빼고는 2편이 나온 한국 영화가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는 더더욱 없습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시즌제로 가려면 시즌 1의 캐릭터가 확고해야 하고 반복되어도 지루하지 않은 소재여야 합니다. 특히 형사물이나 탐정물이 이런 면에서 아주 쉽죠. SBS 인기드라마 <열혈사제>도 탐정물 또는 히어로물과 비슷합니다.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 1로 끝났어야 합니다. 더 나올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1편의 그 VIP라는 천민자본주의 세상의 최상이 포식자를 박살 내는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재미가 있을까요? 시즌 1이 초대박이 난 이유는 그런 시스템을 풍자하는 것도 있지만 오징어 게임 속 게임 내용이 흥미로운 것도 아주 컸습니다. 그런데 이 놀이를 멈춰야겠다면서 염색한 머리를 한 성기훈이 돌아오는 장면부터 불길한 기운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징어게임 시즌 2는 망할 것 같았습니다.
오징어게임2의 아쉬운 점 3가지
<오징어게임>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지만 불호가 더 강한 느낌입니다. 뭐 어쩔 수 없죠.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붙이려고 하니 붙여지지 않습니다. 같은 게임을 또 할 수도 없잖아요. 여기에 구설수가 많고 문제도 많은 빅뱅의 탑이 출연하는 것도 악재입니다.
그럼에도 또 안 볼 수 없죠. 솔직히 202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중 세계적으로 대박 난 드라마가 있습니까? 없어요. 타임스 선정 2024년 최고의 K드라마 TOP10에 오른 유일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10위에 Mr. 플랑크톤입니다. 이 드라마는 아껴서 보려고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초대작 어쩌고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다 망했습니다.
<스위트홈 시즌3>, < 경성크리처 시즌 2,3> 모두 망했죠. 오징어 게임이라고 다를까요? 다르지 않겠죠. 갑자기 이야기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시나리오 집단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 시즌2>는 황동혁 감독 혼자 썼더라고요. 좀 불안했지만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기에 잘 쓰겠지 했지만 아쉬운 점 중 1등은 시나리오입니다.
1. 성기훈의 어설픈 복수극
이병헌이 연기하는 프런트맨이 시즌 1에서 한 대사가 있죠 "돌아와지 말았어야 한다" 이 말은 이 시스템을 전복하려고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이지만 동시에 시즌2는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유는 성기훈이 복수극이 시즌 2,3에 펼쳐질 것인데 이게 오징어 게임의 핵심 재미와 주제가 아닙니다.
물론 시즌 1의 천민자본주의로 물든 대한민국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하는 걸 또다시 답습해도 비난을 받을 겁니다. 따라서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등 떠밀리고 돈도 더 많은 4000억에서 1천억 이상의 후한 제작비 지원에 힘입어서 결국은 만들었습니다. 그럼 또 다른 공감형성이 가능한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그냥 <오징어게임 2>와 시즌 3까지 성기훈의 복수극으로 그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그 성기훈을 관객이 응원할까요? 응원은 할 겁니다. 다만 복수를 하려면 세련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련되지 못합니다. 물론 루저 성기훈의 한계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너무 단순무식하게 파괴하려 합니다. 전철역마다 조폭을 풀어서 딱지치기 맨인 공유를 찾는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치아에 위치추적기를 다는 것까지 너무나도 어설픕니다. 이미 모든 것을 계획한 듯한 매우 잘 갖추어진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라면 모든 것을 예상해 보고 대처해야죠. 전직 특전사들을 모아서 단순무식하게 섬에 무장병력을 투입해서 박살 내겠다는 자체가 꽤 무식한 생각입니다.
돈 많은 VIP 들은 또 다른 경기장과 인력을 투입하면 되는데요. 물론 그들의 행동책인 프런트맨을 잡는 것이 목적이라면 좀 더 영민해야죠. 그러나 성기훈은 또 이용당합니다. 또한 성기훈의 복수라는 것이 개인의 복수가 아닌 동료들을 위한 복수라고 하지만 그 복수에 대한 공감대가 높지 않습니다. 차라리 가족에 대한 복수라면 또 다르지만 너무 약합니다.
시즌2에도 나오지만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선택한 게임입니다. 물론 이들이 실질적인 선택의 자유가 없다고 했다고 해도 그럼에도 관객들은 목숨까지 걸고 돈을 위한 데스게임에 대한 1차 책임은 참가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점은 시즌 3에서 해결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시즌 2는 복수극이 너무 어설프네요.
2. 튀는 전개
뜬금없는 전개가 꽤 있습니다. 가장 짜증 나는 전개는 성기훈이 갑자기 총든 세모 마스크 인간들을 공격해서 콘트럴룸을 장악하려고 합니다. 성기훈이야 그럴 수 있습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한 것이니까요. 문제는 이걸 따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겁니다. 그냥 있으면 장내가 정리되고 투표를 통해서 게임을 멈출 수 있습니다. 물론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상금을 한 푼도 못 받을 확률이 높은 시스템을 공격한다고요? 이후 총격 장면은 꽤 흥미롭고 볼만했지만 오징어 게임이 총격 액션으로 성공한 드라마가 아님을 간과했습니다.
3. 캐릭터들의 서사가 약하다
황동혁 감독은 여러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합니다. 암호화폐 방송을 하던 사람을 통해서 20,30대들의 암호화폐에 매몰된 삶을 조명하기도 하고 탑이 연기하는 래퍼 타노스를 통해서 마약에 대한 경각심과 향락에 빠진 모습을 특전사 출신의 트랜스젠더를 통해서 성소수자를 조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각 캐릭터들이 꽤 질척거리고 약합니다. 특히 양동근과 어머니가 함께 입소했다는 자체도 별로지만 이 모자가 펼치는 서사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익숙한 맛입니다. 더 짜증 나는 건 그나마 이 모자 캐릭터가 가장 공감대가 높다는 겁니다.
오징어게임 2가 좋았던 점 3가지
1. 탑(본명 최승현)
뭐든 큰 기대를 안 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죠. 기대 안 했습니다. 특히 최승현이 본명인 탑이 출연한다는 소리에 하필 저 사람을 채용했냐는 핀잔도 했죠. 그런데 이게 오히려 반전입니다. 탑을 인간적으로 아주 극혐 하지만 연기는 늘었습니다. 이 출연진 중에 가장 뛰어난 연기와 이목을 집중하게 합니다. 혼자 빌런역을 하는 느낌일 정도로 강력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보면서 이건 실제 삶을 보는 느낌까지 듭니다. 실제로 탑은 마약 문제로 나락을 갔고 앞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2. 관객의 스릴을 유도하는 프런트 맨과 이병헌의 연기
이병헌도 개인적인 삶은 별로 좋지 못하죠. 아주 안 좋은 일을 한 배우로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연기력 하는 깔 수가 없네요. 1편의 카메오 같이 등장하는 이병헌이 2편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됩니다. 1편에서는 오일남 할아버지가 이 모든 걸 기획했다면 2편에서는 아예 이 프런트맨이 게임에 참가합니다. 001번의 표찰을 달고 이름도 오영일로 등장합니다.
관객은 그 오영일이 프런트맨임을 알지만 성기훈은 모릅니다. 관객은 알지만 주인공은 모르는 상태는 팽팽한 긴장감을 줍니다. 언제 저 오영일이 배신을 할까 조마조마하게 하죠. 이 긴장감이 전 좋았습니다. 특히 아무 대사 없을 때 성기훈을 바라보는 무심하지만 왜 저럴까? 왜 성기훈은 복수를 하고 싶어 할까?라는 궁금함과 경멸의 눈빛이 참 좋았습니다.
다만 이게 재미를 떨구는 역할도 합니다. 이미 오일남 할아버지로 경기에 이 시스템 관계자가 투입되었는데 2편도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익숙한 맛이죠.
3. 협의가 사라지고 승자 독식의 투표 민주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다.
오징어게임 1과 2가 크게 다른 점은 투표입니다. 시즌 1에서도 한 게임이 끝난 후 투표를 신청하면 투표를 통해서 과반 이상이 게임을 중단하고 싶으면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이 과정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매번 합니다. 매번 하다 보니 투표 장면이 꽤 많이 나옵니다. 이게 많은 사람들이 지루한 구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지루합니다만 전 이게 이 황동혁 감독이 시즌2의 새로운 주제라고 느껴지네요. 시즌 1이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했다면 시즌 2는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시스템일까요? 아닙니다. 민주주의도 문제점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투표입니다. 투표를 통해서 과반이 찬성하면 나머지 반은 자신의 의견과 의지와 달라도 따라야 합니다. 흔히 하는 다수결이죠. 다수결이 만능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게 마치 공정한 룰이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지난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나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안 합니다. 그냥 자기 멋대로 합니다. 지지층을 위한 정책만을 하죠. 이러면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 민주주의는 파괴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이 이 정치 분열이 아주 심한 나라가 되었죠.
한 세대 전만 해도 중도 성향의 인물이 정치인이나 대통령으로 뽑혔지만 지금은 극단적인 인물들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관용과 타협은 개나 줘버려로 변한 악질적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난 이렇게 정치적인 반목이 심한 시절을 겪어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남녀 갈등과 세대 갈등까지 퍼져서 내편 아니면 다 적인 세상이 되었죠.
전 보면서 투표를 통해서 과반에 따라야 하는 모습이 현재의 우리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 다수결 투표 말고 뭐가 있냐고 할 수 있는데 많습니다.
2014.12.19 - [삶/알아두면 편리한것들] - 민주주의의 다수결 방식의 결함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투표 방식들
승자독식의 세상은 천민자본주의와 함께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입니다. 투표는 가장 최후의 도구입니다. 가장 먼저 서로 의견을 주장하고 조율하고 타협하고 협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가요? 남북한 및 국회에서 극강의 대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느낌입니다.
이 문제점을 오징어게임 시즌2는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좀 어설프게 담는 것은 좋은 점이자 동시에 아쉬움이네요. 전체적으로 시즌 1의 게임보다 시즌 2의 게임이 느슨합니다. 잔혹성이 낮아진 점은 좋지만 동시에 신선한 면은 떨어집니다. 흥미로운 게임이 재미요소인데 이게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소재의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좀 더 재미가 좋네요.
볼만합니다. 혹평이 많아도 전 앉은자리에서 7화 전체를 쉴 새 없이 봤네요. 요즘 워낙 볼만한 드라마와 영화가 없다 보니 썩어도 준치라고 <오징어게임 2>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