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2개가 있습니다.
"법대로 해"
"다수결로 해"
세상인 정말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특히나 초연결 사회가 되면서 살면서 평생 알 필요도 만날 필요도 없는 사람과 너무나 많이 연결되어서 스트레스가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더 많이 연결될수록 갈등은 더 많아지고 심해집니다. 이럴 때 하는 말들이 있죠.
"법대로 해"
"다수결로 해"
이게 얼마나 무식하고 단순한 말이냐면 세상 모든 일을 법의 잣대로 제단 할 수 있나요? 못합니다. 그리고 법 이전에 우리는 상식선에서 서로 양보하고 협의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옳은 방법입니다. 법법 외치는 인간치고 상식적인 사람이 적습니다.
다수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쪽수로 밀어붙이기 전에 다수이건 소수이건 여러 의견을 내고 최대한 절충하고 협의하고 조절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협의나 대화는 절대 하지 않고 그냥 다수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들기 때문입니다.
오징어게임 2는 민주주의의 승자독식 시스템을 저격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 1이 자본주의를 저격했다면 시즌2는 민주주의를 저격한 드라마입니다. 사람들이 투표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게 다 이 세상 비판을 위한 장치입니다. 시즌1과 시즌2의 가장 큰 차이는 게임에서도 나오죠.
시즌 1에서는 첫 경기 후에 투표를 통해서 게임 중단을 요청을 하면 다수결 투표를 통해서 게임 중단 요청이 더 많으면 게임이 중단됩니다. 그런데 게임이 중단되면 땡전 한 푼 못 받습니다. 그러나 시즌2는 다릅니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투표를 하고 투표를 해서 게임이 중단되면 그 중단된 시점까지 모은 돈을 생존자에게 N분의 1로 분배됩니다.
따라서 1단계를 지나도 투표로 게임을 중단할 수 있고 그때까지 모은 상금을 나눠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투표가 계속 나옵니다. 투표 방식은 다수결입니다. 가장 쉽고 합리적인 결정 수단 같습니다. 그런데 다수결 투표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다수결 민주주의의 문제점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48.6%, 이재명 후보는 47.8%로 0.8%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초박빙이었죠. 이렇게 초박빙으로 승리를 하면 승자는 패자를 보듬어주고 같이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나 초박빙이기에 국민의 반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죠.
그러나 지난 2년 8개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폭정을 일삼았습니다. 정치는 치고 받는 싸움꾼이 되었고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언론은 재갈을 물리고 비난의 목소리는 입틀막을 했습니다. 지금도 구중궁궐 같은 한남동 관저에서 호위무사 같은 경호원을 대동하고 법을 지키라면서 자신이 법을 안 지키고 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의 폐위된 왕의 난동처럼 느껴집니다.
이게 뭡니까? 다수결은 그래서 참 문제가 많습니다.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보죠.
1. 승자가 모든 것을 장악하는 다수의 독재
2. 비합리적인 결정
3. 대중의 무관심
4. 감정적인 투표
5. 중간이 없다
다수결의 가장 큰 문제는 승자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독재로 빠지기 쉽습니다. 다수결에서 진 소수는 모든 것을 지켜만 볼 뿐이죠. 여기에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하면 투표 자체를 안 하려고 합니다. 내가 해도 안 해도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대중의 무관심도 아주 크죠.
여기에 비합리적인 결정도 심합니다. 선전선동에 휘둘려서 감정적인 투표도 참 많이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후보를 찍기보다는 저 후보는 절대 될 수 없다면서 반대표 느낌으로 투표를 하는 경우도 많죠. 또한 대선 선거 국면에서 수많은 억측과 억까와 비합리적인 뉴스가 난무합니다.
여기에 다수결은 극단적인 대통령 후보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간 지대에 있는 후보들은 자기 색이 없어서 감정적 지지자들이 지지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한국과 미국처럼 2개의 거대 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장악하는 나라는 더더욱 문제가 크죠.
그럼 세상에는 다수결 투표만 있냐? 내편 아니면 니편으로 갈라치는 O X 투표만 있냐? 아니죠 대안도 꽤 많습니다.
다수결의 대안들
O X 처럼 단순한 다수결 말고 프랑스처럼 중간 선거제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선을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아닌 1차 선거를 통해서 가장 득표수가 낮은 후보를 쳐냅니다. 그리고 다시 투표를 하면 득표수가 낮은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이 그럼에도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다른 후보를 찍게 됩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끝까지 완주를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윤석열 후보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과 힘을 합쳤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겁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이전에 합쳤더니 더불어민주당이 협조를 잘 안 해줘서 열 받은 정의당이 이번 2022년 대선에서는 합치지 않았죠. 그러나 만약 중간 선거제로 했다면 이 심상정에게 갔던 표가 상당 부분 이재명 후보에게 갔을 겁니다.
아카데미가 이런 방식으로 수상자를 선정하죠.
이외에도 보르다 투표로 후보들마다 순위를 매겨서 총점을 계산하는 보르다 투표도 대안입니다. 5명의 후보가 나왔다면 1순위는 5점, 2순위는 4점 3순위는 3점으로 표시하면 소수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다수결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압니다. 그래서 항상 따라다니는 문장이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라"입니다. 존중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존중해야 사회가 좀 더 맑고 바른 사회가 될 겁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맑고 바르긴 어려운 사회가 되었네요. 정치적 양극화와 생각의 양극화가 SNS라는 플랫폼이 더 강화 시키고 있네요. 오늘도 음모론과 근거 없는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유튜브 정치 채널에 매몰되어서 하루 종일 자기 삶은 안 돌아보고 헛 인생 사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