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초대박이 나는 애니는 없지만 항상 평균 이상의 재미를 제공하는 카테고리가 일본 애니입니다. 요즘 한국 드라마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는 대중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시나리오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어서 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기 드라마 중 많은 드라마가 인기 K 웹툰을 원작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 K 웹툰 시장이 고인 물이 늘고 그동안 쌓아 놓았던 웹툰 풀이 소진되자 저질 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하네요.
반면 일본 애니 대부분은 만화책으로 나오면서 혹독한 경쟁을 거치고 이중 성공한 만화만이 애니가 됩니다. 그래서 항상 평균 이상의 재미를 주는 애니들이 많네요. 그리고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할 수 없는 뛰어난 작화력은 수십 년 간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겁니다.
물론 위기는 있었죠. 많은 나라들이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 새로운 도구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체할 것 같았지만 일본 애니들도 디지털 기술을 적극 수용하면서 다시 근접할 수 없는 높은 작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신 일본 드라마들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많네요.
단순한 소재 그러나 뛰어난 상상력의 단다단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 학원물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로 1화부터 표현력이 쌥니다. 성인들이 보기에도 첫 1,2화는 역시 일본이다 싶을 정도로 꽤 강하네요.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차분해집니다. 1화부터 폭주를 하는데 이유는 소재가 흔하지만 두 개를 섞다 보니 현란합니다.
하나는 귀신이 나오는 오컬트이고 또 하나는 외계인이 나옵니다. 외계인과 유령 동시에 나오다 보니 복잡하지만 또 이게 동시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서 크게 번잡스럽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외계인을 격퇴하는 것이 유령이라는 점이 독특하네요.
주인공은 학교에서 꽤 유명한 아야세 모모와 UFO에 심취한 오타쿠 오카룽입니다. 모모는 오카룽이 괴롭힘을 당하자 그를 구해줍니다. 그리고 UFO 잡지책을 보면서 제안을 하죠. 학교 근처에 폐쇄된 터널이 있는데 여기에 할머니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있으니 오카룽이 가고 대신 자신은 UFO 스팟인 폐 건물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물론 둘은 믿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납니다. 공간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는 세로프 성인이 모모를 잡고 터보 할머니 귀신의 힘으로 폭주하는 오카룽과 모모의 염력 능력이 깨어나면서 세로포 성인이라는 외계인을 박살 냅니다.
그렇게 둘은 한 팀이 됩니다. 오카룽은 수시로 괴물로 변할 수 있고 모모는 염력을 이용해서 외계인과 괴물을 물리칩니다. 이 <단디단>은 처음에는 과한 설정과 다소 과격한 이야기가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초반만 이렇지 후반으로 가면 무척 선을 잘 지킵니다. 아무래도 초반에 질러줘야 끌리는 요즘 세상인 걸 잘 아는 애니네요.
외계인과 유령을 소재로 한 점이 매력적이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액션과 작화입니다.
수시로 작화 스타일이 변하고 액션 시퀀스가 무척 뛰어난 역동성이 매력적인 단디단
좀 보다 마려고 했습니다. 초반 작화가 별로라서 끄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은 또 엄청나 묘사력을 보여줍니다. 작화 스타일이 수시로 변합니다. 그리고 알았죠. 실력이 있는데 일부러 느린 커브를 던지는 것을요. 이후 세르포 성인이라는 외계인과 터보 할멈 귀신과 싸울 때는 엄청난 액션 시퀀스를 보여줍니다. 눈뽕이라고 할 정도로 액션 표현력이 엄청납니다. 요즘 일본 애니의 현주소네요.
귀멸의 칼날도 만화책으로 보면 밍숭밍숭한 것도 애니로 보면 아예 다른 만화입니다. 화려한 액션에 수시로 액션 각도를 가꾸면서 부피감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요즘 일본 애니들이 인건비 줄인다고 올 3D 애니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애니가 공각기동대인데 인물은 유기체라서 기존의 종이 질감의 작화가 좋은데 몽땅 3D로 하니 인물들이 도자기 인형 같아서 생동감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귀멸의 칼날>도 그렇고 <단디단>도 적절하게 2D와 3D를 살 섞어서 뛰어난 작화를 보여주네요.
역시 동양 귀신들은 척결의 대상이 아닌 원한의 관계
서양 유령이나 동양 유령이나 유령은 무슨 서사가 있습니다. 물론 마귀나 악마는 서사가 없죠. 그래서 척결 대상입니다만 대체적으로 동양 귀신이나 유령은 서사가 있습니다. 어렵게 터보 할멈 귀신을 때려 잡았는데 그 원한이 사라지고 난 후 모모네 집에 기거하게 됩니다. 그것도 귀여운 고양이 인형에 영혼이 들어가고 에너지 일부가 오카룽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오카룽이 귀신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할머니라고 하지만 너무 젊은 모모의 할머니가 모든 사건의 콘트롤타워가 되면서 여러 악귀와 외계인을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내용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액션이 기존의 액션과 다른 풍부한 상상력의 액션이 많아서 꽤 볼만합니다. 엄청난 몰입도를 가진 건 아니고 보다 말다 수 차례 끝에 12화까지 다 봤네요. 시즌 1이 어떤 큰 마무리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이야기를 하다 끝나 버리네요. 아마 시즌 2 나오면 이야기는 계속될 듯하네요.
액션 가미 학원 로맨스 단디단 꿀잼
오카룽은 모모를 짝사랑합니다. 모모도 오카룽이 좋지만 내색은 안 합니다. 그리고 사랑의 짝대기들은 엉키고 설킵니다. 액션 무협, 오컬트, 외계인이 나오지만 감정의 기본은 로맨스입니다. 어떻게 보면 고스터버스터즈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붙는 것도 꽤 보기 좋네요. 중독성은 약하지만 그냥저냥 꽤 볼만한 일본 애니 <단디단>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아는 맛 2개를 섞으니 또 하나의 맛이 탄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