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성수동과 금천구 독산동의 공통점은 준공업지역이라는 겁니다. 공업 지역이지만 공해 물질 덜 배출하고 경량급 공업 공장이 많은 곳이죠. 그러나 분위기는 완죤 다릅니다. 성수동은 팝업 스토어의 성지가 되어서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가끔 가지만 여전히 활력 넘치는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물론 자주 갈 정도는 아니고 주로 20,30대 위주의 팝업 스토어들이 많습니다
준공업 지역이라서 대형 공장 건물을 그대로 팝업스토어로 활용할 수 있고 길도 넓은 편입니다. 또한 주변에 뚝섬유원지와 서울숲 건대입구 등 즐길거리가 많죠. 반면 독산동은 이런 부분에서 많이 약하고 그래서 같은 준공업 지역이지만 분위기는 다릅니다. 다만 가산 2,3단지가 꽤 인기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지만 그 바로 옆 동네 독산동은 아직도 공업단지 느낌이 많이 납니다. 그럼에도 여기도 많은 공장이 떠나고 있고 그 자리에 오피스텔이 많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독산동에 핀 예술공간 예술의 시간
금천구 독산동은 좀 삭막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예술공간이 꽤 있습니다. 가장 큰 규모는 금천예술공장인데 여기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레지던시인데 운영을 갈수록 못하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습니다. 저도 한참 전시회 구경하러 많이 갔는데 요즘에는 안 갑니다. 금천예술공장은 본인들 자체가 홍보를 안 하더라고요. 오히려 천덕꾸러기 같이 변해 버렸습니다.
오히려 민간인이 운영하는 근처에 있는 예술의 공간이 더 활력이 넘칩니다. 2025년 6월에 서서울미술관이 개관하면 두 곳이 시너지 효과를 낼 듯 합니다.
예술의 시간은 영일프레시젼 기숙사 건물을 개조한 건물로 3층에 '카페 독산'이 있고 2층과 4층에 갤러리 공간이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지금도 굳건하게 독산동을 밝히는 예술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위치는 독산역에서 걸어서 10분 컷으로 아주 가깝습니다.
전시회 산 자와 죽은 자 가운데
2024년 12월 7일부터 2025년 1월 25일까지 열립니다. 참여 작가는 금혜원, 김시하, 김원진, 박보나, 손선경, 오묘초, 장보윤, 정고요나, 정수, 한석경 작가가 참여한 그룹전입니다.
여기는 유일하게 불편한 점이 계단이 한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2층에 올라가면 이런 거대한 갤러리 공간이 나옵니다. 칸막이 벽을 부스고 대형 공간으로 만들었네요. 전시 주제는 '산 자와 죽은 자 가운데'이지만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은 전시회입니다.
식물은 살아 있을 때와 죽었을 때 색깔이 확 다르죠. 동물과 다르게 죽은 후에도 좋은 향과 빛을 냅니다.
작품들은 각자의 경험을 시각 매체로 표현했고 이게 공감이 되는 작품도 있고 안 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는 작가의 경험과 내 경험이 달라서 파열음이 될 수도 있지만 공통된 경험 또는 경험의 질감이 비슷해도 공명하게 되죠. 그런 면에서 이 전시회는 50%는 공감이 가더라고요. 아무래도 공감대 형성이 쉽고 넓은 소재와 주제가 더 쉽게 스며들죠.
또한 작품의 설명이 있으면 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 전시회는 어딜 봐도 작품에 대한 설명은 없고 작가 이력만 있습니다. 이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뭐야~~라고 쉽게 지나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와 SNS가 있으면 좋은데 없는 작가도 꽤 많아요. 이게 한국 작가들의 아쉬움입니다. 다행히 이 전시회는 홈페이지에 작가 홈페이지와 SNS가 공개되어 있지만 눌러보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작가도 좀 있네요.
무슨 센서가 있는건지 아님 타이머인지 기형학적인 금속 안에 유기체 같은 흐물거리는 고무 같은 것이 부르르 떠네요. 마치 알을 까고 나오는 생명 같네요.
BIRTH 2023/ 오묘초
고치에서 태어나는 듯한 생명을 담았는데 바닥에 철망이 있네요. 에어리언 같네요. 영화 에어리언 보면 이런 바닥 철망으로 체액이 떨어지고 그 체액이 금속까지 녹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장보윤 작가의 Black Veil Shradha 2024입니다. 영상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상 작품은 관람하기 너무 불편해요. 15분짜리 영상물이면 처음부터 보기 어렵습니다. 중간부터 보는 경우도 있고 내가 어디쯤 보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작가들은 알까요? 그냥 관람자가 알아서 기다렸다 보던가 해야 합니다. 그래서 싫어해요.
그리고 영상 내용도 재미 없는 영상 뭘 말하는지 모를 영상도 많아서 비디오 영상물 안 좋아해요.
그런데 이 영상은 다 봤습니다. 한국에 영화 공부하러 온 인도 분이 독일 생활을 하는 한국 이민자의 글을 읽습니다. 책 내용이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요. 기억이 안 나네요. 이민자가 이민자가 적은 글을 읽는 독특한 형식이 좋네요.
독일 함부르크를 담은 글 낭독과 함부르크로 보이는 독일 풍경 그리고 1970년대에 독일에서 노동을 했던 근로자들의 사진이 보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에도 나오지만 독일에 광부와 간호원들이 파견 근로를 나갔죠.
끝에 있는 방에는 사운드 작품이 있네요. 테이블에 앉아서 작품을 귀로 감상하고 눈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3층은 카페입니다. 2층에서 커피 주문한 후 커피 들고 3층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독산동에서 가장 예쁜 카페 중 하나죠.
4층입니다. 입구에 큰 디스플레이에 멍이라는 흐릿한 글씨가 떠 있네요.
멍을 사진으로 담으노 초점도 멍해지네요.
유일한 구상화 작품이네요. 요즘 그림 특히 구상화가 참 좋고 편한데 좀처럼 보기 어려워지고 있네요. 이것도 다 트렌드인가 봅니다. 사진이 담지 못하는 포근함이 있어서 좋아요.
금혜원 작가는 외할머니와 할머니 또는 가족을 담은 흑백 사진 및 가족의 구술된 내용을 가공해서 글로 만들고 그걸 읽었습니다.
한국의 격동기를 귀로 들으니 더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그래도 저 시절에 사진으로 남길 정도면 꽤 살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람은 각자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니 작가가 의도한 시선과 다른 시선으로 보는 시선도 있네요. 왜냐하면 제 할아버지는 사진 1장 없습니다. 태어나보니 두 분 다 안 계셨어요. 사진도 없습니다.
그래도 경험담은 남겨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듣다보면 그 시절의 공기가 다가옵니다. 이 작품도 참 좋았습니다.
전시는 1월 중순까지 하니 독산역 또는 가산디지털단지 오셨다면 걸어서 20분 거리이니 들려보세요. 좋은 전시회 자주 하는 <예술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