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편 이상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던 내 습관이 무너진 2024년입니다. 코로나 때도 1달에 2편 이상은 꼬박꼬박 봤는데 올해는 1달에 1편도 안 본 달이 2달 연속일 정도로 영화관을 잘 가지 않게 되네요. 가장 큰 이유는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인데 이 볼만한 영화라는 기준이 이전과 달리 아주 높아졌습니다. 평일 낮 영화관람료가 1만 5천원 시대라서 영화 선택을 아주 잘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관람료를 아끼려고 조조로 많이 봤는데 이제 조조도 1만원이 넘는 시대네요.
영화관에 손님도 없고 직원도 거의 없고 수리비도 없나 봅니다. 저렇게 전광판이 3개나 고장 나 있는데 수리할 생각을 안 하네요. 직원이 나와서 표검사를 하지도 않습니다. 인건비 아낀다면서 자율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시대에 영화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볼만한 영화가 꾸준히 공급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나마 볼만한 영화가 등장 글래디에이터2 전작의 70% 정도 재미를 제공
아마존 활명수, 4분 44초, 청설, 베놈 3 중에 볼만한 영화는 그나마 <청설> 밖에 없지만 2차 시장에 내려오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개봉한 그것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개봉하는 <글래디에이터 2>를 봤습니다. 미국은 11월 15일 이번 주 금요일에 개봉합니다. 한국이 이틀 일찍 선보입니다.
그래서 볼만하냐? 네 볼만합니다. 전작의 약 70% 내외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이 영화는 장점과 단점이 또렷합니다. 그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 배우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주연 배우는 '폴 메스칼'입니다. 영화 <애프터 썬>의 주연을 한 배우로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배우입니다. 이 배우만 처음 보냐? 쌍둥이 황제인 게타와 카라칼라 황제를 연기한 배우도 처음 봅니다. 1편과 2편에 나오는 루실라를 연기한 '코니 닐슨'이 나오지만 이 배우가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죠.
유일하게 아는 배우는 마크리누스를 연기한 덴젤 워싱턴입니다. 아는 배우가 적다 보니 대작 영화지만 독립 영화를 보는 듯한 배우들에게 눈길이 가지 않습니다. 덴젤 워싱턴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를 한국 분들이 많이 안 봤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1편은 막시무스의 러셀 크로우와 콤모도스의 호아킨 피닉스의 살벌한 대결이 일품이었는데 이 살벌함이 2편은 좀 덜하네요. 이는 배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치 지옥 2에서 배우가 바뀌니 느낌도 재미도 확 바뀐 것과 비슷합니다. 감독은 동일합니다. '리들리 스콧'으로 영화 잘 만드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명감독입니다. 재미를 잘 아는 분이죠.
스토리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글래디에이터 1편>과 2편의 스토리가 거의 비슷합니다. 마찬가지로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위대한 검투사가 되어서 세상을 전복한다는 내용 자체가 거의 비슷해서 이야기 자체가 주는 신선함은 많지 않습니다. 이게 전 좀 지루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또 하네?라는 생각이 들지만 1편을 안 본 분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1편을 보고 봐야 하냐? 그렇지 않습니다.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이해 가능하고 안 봐도 되지만 루실라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1편 다이제스트 영상을 유튜브에서 다시 봤는데 2편 이야기를 싹 다 이해했는데 1편과 비교되는 부분이 참 많아서 독이 되었네요. 그럼에도 볼만합니다. 전작의 70% 내외의 재미를 줍니다.
글래디에이터 2편 간단 줄거리
루실라가 누군지만 이해하면 됩니다. 1편에서 콤모도스라는 로마의 최대의 폭군이 나오는데 이 콤모도스의 누나가 루실라입니다. 루실라는 여러 남자와 정을 나누는 것으로 나오지만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1편에서 죽은 막시무스입니다. 이 루실라가 막시무스가 죽은 후에 새로운 로마의 영웅인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분)와 결혼을 합니다.
로마는 새로운 쌍둥이 황제이자 폭군이자 무능한 왕인 게타와 카라칼라가 공동 지배를 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들죠. 1편에서 콤모도스가 죽었는데 이 두 왕은 어디서 왔냐인데 영화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제가 소개하면 콤모도스가 죽은 후에 발칸 반도의 총독이었던 세베루스가 대군을 이끌고 로마를 입성해서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이 세베루스의 두 쌍둥이 아들이 게타와 카라칼라입니다.
따라서 카라칼라와 게타와 루실라는 남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역사를 재현한 영화라고 착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루실라는 실제 역사에서는 동생 콤모도스에게 자신을 죽이려고 해서 오히려 제거됩니다. 당연히 막시무스나 2편의 주인공인 하노라는 인물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2편은 하노의 시선으로 시작됩니다. 북아프리카에 살던 민족을 로마 군대가 침공합니다. 초반 액션이 꽤 화려합니다. 배에서 바로 성벽을 넘어 싸우는 장면이 꽤 화려하고 볼만합니다만 길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프리카 부족은 패배하게 되고 하노는 노예로 팔려 나갑니다. 궁수였던 아내가 전투에서 사망하고 분노심이 가득한 하노는 노예 검투사 상인이자 왕과 겸상을 할 수 있는 권력자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 분)에게 발탁됩니다.
하노의 꿈은 자신의 나라를 박살 낸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분)를 죽이는 겁니다. 이에 마크리누스는 그렇게 해줄 예정이니 검투사 전쟁에서 승리하고 살아남으라고 하죠. 그렇게 1시간은 1편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좀 지루합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난 후 하노라는 주인공의 진짜 이름과 신분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좀 달라지기 시작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1편처럼 추락한 주인공이 계속 승리하면서 승리한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의뭉스러운 캐릭터 하나가 영화 전체의 재미를 흔들어 놓고 증폭시켜 주네요. 이 정도만 소개하겠습니다. 더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됩니다.
콜로세움 해전 액션이 신선하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은 덜하다
검투사 영화이기에 당연히 검술 액션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네요. 먼저 쓸데없이 카메라 흔들어 찍지 않아서 좋습니다. 액션이 초라하면 카메라를 마구 흔들어서 긴장감을 유발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촌스럽죠. 리들리 스콧 감독은 카메라 흔들기를 안 해서 좋습니다. 다만 검술 액션이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좀 실망스럽네요. 1편보다 재미가 없네요. 검술 액션도 <전, 란>처럼 초소형 카메라를 칼에 부착해서 상대방의 얼굴을 보이게 하는 식으로 색다른 액션씬 시도라도 하지 이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눈요기거리는 꽤 있습니다. 코뿔소를 타고 나와서 전투하는 장면은 아주 신선했는데 이게 또 허무하게 끝납니다. 그럼에도 해전 장면은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이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대결만 한 것이 아닌 물을 채워서 해전 재현을 했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로마 시민들의 오락거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콜로세움은 진짜 사람이 죽고 죽이는 검투사 대결을 넘어서 자신들이 승리한 해전을 재현한 실제 전투를 구경했다는 설정은 좋네요. 배가 들어와서 콜로세움에서 배 싸움을 하는 장면은 가장 신선했습니다.
그러나 후반 대규모 전투 장면을 기대했는데 이게 또 없네요. 그러나 이게 또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다음 단락에서 담겠습니다.
약육강식 vs 힘과 명예
이상향을 꿈꾸던 명상록을 쓴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죽은 후 로마는 계속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로마가 위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복을 한 후 그 원주민들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했기에 반란이 일어나지 않고 로마의 따뜻한 품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융합 통치술이죠.
그러나 마크리누스는 로마는 약육강식의 제국이고 그래서 검투사 대결 같은 정글과 같은 생존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하노는 다릅니다. 힘과 명예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명예는 비굴하고 짐승 같지 않은 인간이 가진 거룩함입니다. 이 거룩함을 지탱하는 건 힘입니다. 이 둘이 합쳐서 세상을 통치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카라칼라가 정복욕에 미쳐서 날뛰는 시대를 대신할 세상을 꿈꿉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뭉클함이 밀려오네요. 이는 영화 때문은 아닙니다. 우리 시대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에서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그 어떤 지역보다 위험한 전쟁 위험 지역으로 한반도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시대에 접어든 세상이 투영되자 가슴속에서 뭉클함이 밀려오네요. 물론 이는 영화가 의도한 것은 아닐 겁니다. 대규모 전투 장면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마무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배우의 연기에 감화되어서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네요.
볼만하지만 엄청나게 잘 나온 영화는 아닙니다. 주말에 볼 영화 없으면 봐도 괜찮은 정도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글래디에이터의 재미와 스토리는 그대로지만 배우가 주는 아우라가 제거된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