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1990년 개봉한 다이하드 2가 너무 떠오르지만 다이하드 2 재미의 4분의 1도 못 채우네요. 예상은 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잖아요. 가끔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넷플릭스 영화는 1년에 1~2편이고 올해는 <전, 란> 딱 하나였습니다.
의욕 상실의 공안 보안 요원의 테러 막기 대소동 영화 캐리온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전직 육상선수였지만 꿈을 접고 아내인 소피아를 쫓아서 무작정 공항에서 검색대 보안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선(태런 에저튼 분)은 이 직업에 대한 의욕이 없습니다. 꿈은 경찰관이 꿈이지만 1번 시도하고 꿈을 접는 아주 아주 소심한 남자입니다. 보고 있으면 뒤통수 한 대 치고 정신 좀 차리라고 하고 싶은 허우대만 멀쩡한 이선입니다.
그날도 지각을 한 후 이선에게 변화가 생깁니다. 아내가 아기를 임신했고 곧 아빠가 되는데 만년 진급 누락에 빡힌 이선은 상관에게 자신이 진급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날도 지각을 한 이선이라서 헛웃음을 웃게 만들죠. 염치도 없습니다. 그러나 더 늦게 입사해서 더 높은 곳에 오른 동료가 보안 검색대 자리를 양보합니다. 처음으로 보안검색대 자리에 앉은 이선. 그에게 불길한 손길이 다가옵니다.
한 여자가 자기것이 아니라면서 무선 이어폰 한쪽을 전해줍니다. 분실물 센터에 전하려고 하는데 문자가 옵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라고 합니다. 이선은 친구의 장난 인가 하고 무선 이어폰을 꽂으니 의문의 남자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사람은 이선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학력 나이 이름 그리고 아내의 이름과 근무지를 넘어서 아내를 죽일 수 있으니 내 말대로 따르라고 협박합니다.
이 범인은 혼자 움직이지 않고 팀이 있습니다. 팀을 통해서 각종 정보를 제공받고 이걸 이선을 협박하는 데 사용합니다. 이 범인은 이선을 통해서 러시아의 강력한 신경가스를 자신이 죽이고자 하는 승객이 탄 여객기 전체를 신경가스로 몰살시키려고 합니다. 당연히 이선은 거부하려고 하지만 모든 것을 CCTV와 아내와의 연락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협박합니다.
중간에 얼굴을 직접 드러낸 범인이 다소 신선하지만 패착
중간에 범인이 직접 이선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죠. 그런데 드러냅니다. 그만큼 이선을 구워삶아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지만 동시에 이게 긴장감을 확 떨어트립니다. 범인의 얼굴을 드러내면 주인공인 이선이 반격을 할 줄 알았지만 이선은 영화 <캐리온>에서 특별한 장점을 드러내지는 못합니다.
영민한 두뇌를 가진것도 아니고 오로지 잘 달린다는 점만 다르지 범인을 제압을 할 힘도 없습니다. 물론 이게 더 진솔하고 사실적인 묘사입니다.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면 형사나 첩보 요원이 되었겠죠. 그러나 반격할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전혀 안 보이네요. 그렇게 끌려만 다닙니다.
개연성이 느슨한 점도 좀 아쉽다
FBI 요원 같은데 정확하게는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FBI 요원 엘레나는 수상한 방화 살인 사건을 조사하다가 의문을 품습니다. 그렇게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다가 델러스 공항 보안요원이 911에 전화를 건 사실을 발견하고 냅다 델러스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연결끈을 가지고 테러리스트들이 있는 공항까지 가는 과정이 좀 개연성이 떨어집니다만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됩니다. 문제는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보이는 행동은 마치 이선을 예전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비행기 이착륙을 엘레나 요원의 지시에 따르는 관제탑에게 이륙을 허가하는데 이는 이선을 처음 보는 관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주인공이니까 믿고 따르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서부터 여러자기 소재나 설정은 <다이하드 2>를 따라 했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빈약하다고 느껴지게 되네요. <다이하드 2>는 주인공인 '존 맥클레인' 형사의 영민한 머리와 테러범들의 머리싸움 대결이 볼만한데 이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냥 저냥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볼만한 넷플릭스 영화 캐리온
딱 넷플릭스 규모의 영화입니다. 가끔 극장 개봉용 영화 급 예산을 투입한 영화들이 있지만 <캐리온>은 전형적인 넷플릭스 용 영화입니다. 예전 말로 하면 방송사에서 만든 TV 용 영화라고 할 정도로 예산이 많이 투입한 영화가 아닙니다. 중간에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안에서의 액션 장면이 그나마 볼만하지만 이런 장면이 꽤 많아져서 이제는 시큰둥하네요.
화려하고 놀라운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연성이 좀 허술한 점은 있지만 영화를 끝가지 보게 하는 힘은 있습니다. 그냥저냥 시간 때우기 영화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적당히 알맞게 볼만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태런 에저튼 팬이라면 꼭 봐야겠지만요.
제이슨 베이트먼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습기 하나 없는 목소리로 이선을 협박하고 가지고 노는 모습이나 쓸데 없는 충고까지 무섭다가도 친근하게 구는 모든 것이 꽤 좋았습니다.
결말은 뻔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기에 같은 장면도 크리스마스 배경을 하니 좀 더 매끈하게 다가오네요. 이 영화의 배경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정작 크리스마스 느낌이 전혀 안 나는 건 좀 아쉽네요. 하다못해 크리스마스 트리나 산타 모자를 쓰고 근무하는 모습이라도 있으면 크리스마스의 흥분과 테러의 긴장이 잘 비벼졌을 텐데요. 다 감독의 역량 부족이죠.
감독은 <블랙 아담>과 <정글 크루즈>, <커뮤터>를 연출한 '자움 콜렛 세라'입니다. 나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지만 영화 썩 잘 만드는 감독은 아니네요.
별점 : ★ ★☆
40자 평 : 넷플릭스가 마지못해 억지로 쓴 크리스마스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