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마징가 Z를 보면서 열광했습니다. 아이들의 아이돌이었죠. 그러나 그 마장가 Z가 일본 만화라는 걸 알게 된 후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태권 V가 나왔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일본 로봇 만화의 아류작이었습니다. 그렇게 일본 만화는 한국어로 더빙되어서 한국에 소개되었으나 이 만화는 한국에 결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그 만화는 바로 '건담'입니다.
80년대 일본을 상징하는 게 몇 개 있었습니다. 소니 워크맨, 일제 카메라, 고질라 그리고 만화였습니다. 이중에서 건담은 선진국이자 문화 강국 일본을 상징하는 상징물이었습니다.
약간의 설명만 들으면 이해 쌉 가능한 단순한 스토리의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먼 미래 인류는 지구를 떠나서 우주에서 삽니다. 지구 위에나 다양한 곳에 콜로니를 만들어서 인구를 분산합니다. 콜로니는 대형 우주선으로 인공 행성 역할을 합니다. 이 콜로니에서 살던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지구를 공격하는데 이 침략자들이 지온 공국입니다. 심심해서 지구를 침략하는 건 아니고 인공위성 같이 인간이 만든 거대한 콜로니이다 보니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지구는 흙, 물, 공기 등등 모든 것이 있는 자원의 보고였지만 콜로니는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가진자들인 지구인과 콜로니 사이의 경제적 갈등과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구연방군과 콜로니들의 연합체인 지온공국이 우주세기 0079년인 U.C 0079년에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이 U.C 0079를 배경으로 한 건담이 건담의 시조새인 <기동전사 건담>입니다. 이후 수많은 건담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건담 시리즈는 주류 시리즈가 있고 외전 같이 작은 소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 복수의 레퀴엠>은 첫 전쟁인 U.C 0079년을 배경으로 한 1년 전쟁을 다루고 있고 주류가 아닌 작은 자쿠 부대를 다룬 애니메이션입니다. 넷플릭스가 자본을 된 작품으로 24분 내외의 6부작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배경 지식은 별 거 없습니다. 지구로 침공한 콜로니 연합군인 지온공국이 모빌 슈트라는 자쿠라는 로봇을 앞세워서 지구 인구 절반을 죽입니다. 이에 지구연방군은 최신 로봇인 건담을 앞세워서 지온 공국의 자쿠와 맞선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은 이런 설명 없이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이 6부작 애니는 좀 독특한 시선을 가진 애니입니다.
침략자 지온공국에서 바라본 눈 시뻘건 하얀 악마 건담을 다루다
1979년 최초로 방영한 <기동전사 건담>은 선과 악를 다룬 애니가 아닙니다. 냉전시대임에도 전쟁가해국인 일본이라서 그런지 전쟁의 비참함에 초점을 맞춘 애니입니다. 각자의 이유 때문에 침공을 하고 그걸 막는 과정을 담고 있을 뿐이죠. 다만 지구연방군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10대 소년과 소녀들이 건담과 건탱크 등을 타고 지온공국과 맞섭니다. 소년병에 대한 비판도 많았던 애니지만 동시에 그 모습을 통해서 전쟁의 참혹함을 담고 있습니다.
지온공국이 악마로만 그려지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사야 때문입니다. 건담 파일럿인 아무르가 소년이라면 사야는 멋진 청년이고 이 캐릭터도 엄청 인기 많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자쿠 부대를 이끄는 '이리아 솔라리'가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리아는 레드 울프라는 최강의 자쿠 부대를 이끄는 대위입니다. 철저히 군인 정신으로 무장했지만 무고한 희생을 막고 복수심에 사로잡혀서 이미 패배한 모빌슈트 조정사를 죽이지 않는 등 가장 이상적인 군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다 보니 이 지온 공국이 지구 연방의 인구를 반 이상 죽인 것에 대해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 해도 무력을 먼저 사용한 곳은 지온 공국입니다. 지온 공국의 이런 침략자 입장을 위해서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에서는 침략자임을 숨기지는 않지만 크게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나가는 말로 지구연방군의 건담이 나온 이유를 말할 때 나옵니다.
지온 공국의 소대의 시선으로 다룬 전쟁?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요? 그런데 이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지온 공국 대위가 주인공이지만 건담이 실제 주인공입니다.
지온 공국 부대가 연방군의 기습을 받아서 붕괴되고 있을 때 하늘에서 레드 울프 자쿠 부대가 강습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쓸어 버립니다.
그렇게 내일 전투를 위해서 쉬고 있는데 밤에 하얀 악마인 건담이 등장합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빌슈트입니다. 지온 공국이 승승장구했던 건 자쿠라는 모빌슈트 덕분입니다. 그런데 지구연방군도 모빌슈트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모빌슈트가 질적으로 다릅니다.
먼저 기동력이 엄청납니다. 이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의 가장 큰 재미는 메카닉 표현력이 실제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간단한 점프를 할 때 나오는 불꽃이 파란색으로 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자쿠는 붉은색 불꽃이 나와서 상대적으로 저출력이 나는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빔 샤벨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잘라 버리는 강력한 빔 샤벨과 엄청난 장갑과 혼자 자쿠 부대를 전멸시킬 정도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파일럿까지 지온 공국에게 건담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게임체인저입니다. 이 재미가 아주 솔솔 합니다. 3화까지는 건담의 활약으로 추풍낙엽으로 떨어지는 지온 공국의 패배와 퇴각을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물론 건담 이야기를 아는 저 같은 사람들은 지온 공국의 시선이라고 해도 결코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적군의 입장에서 무시무시한 건담을 보는 독특한 재미가 3화까지 아주 가득합니다. 24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뛰어나네요.
어두운 밤 화염이 가득한 전장에서 건담이 붉은 눈빛을 향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지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모습이 주는 쾌감이 아주 좋네요.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역설적으로 평화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에는 UMRC라는 지금으로 치면 적십자 같은 존재가 등장합니다. 아군과 적군 가리지 않고 다친 사람을 치료해 줍니다.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자이죠. 실제로 '오니 카스가'에 총울 겨눈 지구연방군을 헤일리라는 지온공국 소위가 죽이자 죽이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헤일리는 현실을 모른다고 말하죠. 그렇게 살려두면 다시 돌아와서 우리 동료를 죽일 것이 뻔한데 왜 살려주냐고 합니다. 실제로 그렇죠. 그러나 죽이지 않을 수 있으면 죽이지 않는 것이 맞긴 합니다만 실제 전쟁터에서는 분노심이 가득해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또 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리더 이리아 대위입니다. 연방 모빌슈트에서 조정사가 탈출하려는 걸 보자 이리아 대위는 부하의 공격을 막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지 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참 군인입니다. 이 이라이의 시선 때문에 점점 지온공국을 응원하게 됩니다.
여기에 건담 파일럿이 10대 소녀이고 뉴타입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는 이리아도 다른 사람이 없는 지각 능력이 있는데 이로 인해 뉴타입도 살짝 언급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6화에서 다 망치네요.
뛰어난 매카닉 전투의 디테일과 박진감 그러나 인물 움직임이 게임보다 못하다
3D 애니메이션입니다. CG로 다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3D 애니메이션의 약점은 유기체인 인물, 동물 묘사입니다. 메카닉은 직선이 가득하죠 그리고 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3D 그래픽으로 구현이 편리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인간을 볼 때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닮은 지 더 집중적으로 보죠.
특히 눈이 문제입니다. 인간 표정의 8할은 눈이 담당합니다. 눈빛은 마음의 창이고 이 눈빛 연기가 좋아야 사람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면에서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는 눈빛에서 다 망칩니다. 보면서 기술은 좋은데 눈빛이 너무 어색합니다. 이로 인해 수시로 현타가 옵니다.
얼굴의 모공까지 묘사하면 뭘해요. 눈빛에서 다 망치는데요. 따라서 뛰어난 모션 캡처나 눈빛에 대한 묘사를 잘했어야 하는데 이게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사람이 아닌 이상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메카닉은 3D로 인물은 2D 랜더링으로 각자 잘하는 것을 섞는 걸 잘하죠. 그래서 최대한 인물은 덜 묘사하거나 멀리서 묘사하는 식으로 했어야 하는데 수시로 뭔 배짱인지 클로즈업을 하네요.
뭐 이건 쉽지 않다고 해도 인물들의 모션 캡처라도 잘 하지 인물들의 움직임이 게임보다 못합니다. 너무 어색한 엑스트라 군인들의 움직임에 김이 다 빠지네요.
그럼에도 자쿠와 건담의 대결 장면이나 전투 장면은 그 어떤 건담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박진감이 가득 넘칩니다.
액션 장면은 정말 로봇끼리 싸우는 느낌 그대로를 제공하네요. 정말 액션 장면은 너무 잘 만들었네요.
특히 눈에 뭐가 튀었는지 고장났는지 눈의 반이 가려진 묘사와 머리에 붙은 그을림 같은 묘사는 압권입니다. 정말 디테일한 묘사력이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그런데 6화의 마지막 장면이 참 이상하게 끝이 납니다. 스포라서 말은 안 하겠지만 뜬금없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보면서 이러식으로 막장 엔딩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주인공이 바라는 의지를 쉽게 무시하는 결말에 전쟁은 실전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주인공만 이상하게 만드는 결말에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전체적으로 볼만합니다. 매카닉 액션은 아주 뛰어납니다. 스토리도 그런대로 좋습니다. 단순하고요. 다만 마지막 6화의 결말에서 다 말아먹네요. 짧은 영상 6개라서 후딱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별점 : ★ ★ ★☆
40자평 : 적군의 입장에서 본 건담은 하얀 악마 그 자체이자 색다른 재미를 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