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는 정말 재미없게 본 드라마입니다. 이는 저뿐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공통적인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것이지만 이 지옥2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것을 넘어서 오해하는 부분도 꽤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옥은 어떤 현상에 대한 이유를 담는 드라마가 아니다
천사가 죽음을 고지하고 그 죽음의 시간에 맞춰서 3명의 지옥 사자가 나와서 흠씬 두들겨서 팹니다. 그리고 고온으로 시연을 하죠. 저도 그랬지만 많은 분들이 시즌1과 시즌2를 통해서 이 지옥사자는 어떤 존재이고 죽음을 고지하는 천사는 무엇인가 참 궁금해하실 겁니다. 외계인인지 다은 차원의 존재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저승사자인지 궁금하죠. 또한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인지 등등 참 궁금했고 이걸 시즌2에서 실마리를 풀어주나 했습니다.
그런데 안 풀어줍니다. 시즌2에서도 조그마한 어떤 단서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옥에 갔다온 2명의 경험자를 통해서 지옥이 어떤 곳인지는 간접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게 핵심 주제이자 반전이자 놀라움입니다.
그럼 왜 지옥은 시즌1, 시즌2에서 지옥 사자와 천사에 대한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을까요? 저도 궁금했지만 GV 인터뷰를 통해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해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봤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지옥2는 해석의 드라마이다.
나이 들면서 명징해지는 것이 하나 있는데 사람은 이야기를 엄청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이야기로 엮어서 말해주면 이해를 아주 잘합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잘 섞은 이야기로 만들어서 정보를 제공하면 아주 찰떡같이 잘 듣고 이해도 빠릅니다.
문제는 이해 안 가는 행동이나 현상은 그 현상 그대로 봐야 하거나 솔직하게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사람은 과학자나 전문가이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사람을 사이비 종교 지도자나 사기꾼이라고 합니다. 보세요. 사기꾼들, 사이비 종교자들 어찌나 이 세상을 잘 설명합니까?
어떤 현상에 대해서 청산유수처럼 아주 잘 말합니다. 그 이유를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설명합니다. 문제는 이런 설명에 대해서 반문하면 불경스럽게 여기거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찍어 누르죠. 정진수 의장이 바로 그 사이비 종교 지도자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걸 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혹세무민 합니다. 누구도 그 시연과 고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할 때 정진수 의장은 가장 그럴싸하게 말을 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광신도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옥1,2는 사이비 종교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 말합니다. 여기에 시즌 2에서 정진수 의장이 자신을 풀어준 사이비 종교에 미쳐서 죽은 아내의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하죠
"당신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
"모든 걸 남에게 맡겼기 때문이야"
우리가 사이비 종교에 의탁하고 의지하는 걸 남에게 맡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내 문제는 내가 풀어야 하고 종교는 그 고통을 함께 한다는 정도이지 종교가 내 고통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이비 종교의 사탕발림에 속죠. 그래서 전 재산을 의탁하고 종교에 의지합니다. 지옥2는 그걸 지적합니다.
맹신이라고 하죠. 어떤 것을 너무 믿으면 모든 것이 망가질 수 있기에 적당히 믿고 따르고 항상 의심해야 하지만 광신이나 맹신은 적당히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파괴되고 가정도 파괴됩니다.
지옥2는 해석의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난파선에서 일어난 이야기 버전이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같은 배에 탄 호랑이와 사투를 벌인 이야기와 또 하나는 차마 입에 담기도 끔찍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이에 어떤 이야기를 믿겠냐고 관객에게 반문합니다. 우리는 보통 듣기 좋은 이야기를 선호하죠. 그래서 많은 진실이 감추어지고 왜곡됩니다.
지옥에서 일어나는 것도 비슷합니다. 누구도 모릅니다. 왜 갑자기 집단 고지가 일어나는지 왜 지옥 사자가 나오는지 천사가 왜 고지를 하는지 모릅니다. 세상 자체가 모르는 것 투성이이잖아요. 그런데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사람입니다. 사람은 궁금한 건 못 참거든요. 그래서 검증도 안 된 이유를 붙입니다. 그게 사이비입니다. 의미 부여를 통해서 세상의 혼란을 막는 것이 종교가 아닐까 하네요.
이런 의미부여의 잘못된 예가 나오죠. 화살촉들이 왜 시연하는데 사람을 덮어서 같이 죽음을 당할까요? 시즌1에서 아기가 시연을 하는데 두 부부가 아기를 덮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기가 죽지 않았습니다. 신이 실수했는지 모르겠지만 시연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깨닫죠. 또한 신은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죽음을 예고하는 등 죄가 없는 아기에게도 죽음을 고지합니다. 이 2개의 사건을 통해서 새진리회에 대한 믿음이 크게 사라지죠.
그런데 이 사건도 그렇습니다. 아기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천사는 죽음을 알려줄 뿐이죠. 천사가 말하는 지옥에 갈 것이다에서 지옥은 천국일지 지옥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들 멋대로 죄가 있는 사람만 죽음의 고지를 받는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죄인이라고 합니다. 또한 시연을 할 때 같이 타죽는 행위를 통해서 죄의 면죄부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문근영이 연기하는 꽃님반 유치원 교사는 같이 죽습니다.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가 싫으면 다음 단락으로 가세요.
그런데 지옥2 마지막 6화에서 마지막 엔딩 장면은 좀 충격적입니다. 지옥2가 그나마 충격적이고 재미가 있던 것은 마지막 장면 때문입니다. 이건 원작에 없던 장면입니다. 아기는 시연을 당하지 않는 것이 아닌 시연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부활했습니다. 이 한 장면 때문에 신의 오류가 아닌 신은 모든 것을 100% 행했고 그걸 오해한 화살촉들이 집단적으로 시연을 막는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런 행동한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요.
이런 행동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종교 극단주의자들인 탈레반이나 종교 근본주의자들 보세요. 아니 어떤 신이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라고 합니까? 그런데 자기들 멋대로 해석해서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합니다. 종교의 경전을 잘못 해석 하거나 신의 뜻을 자신의 뜻으로 바꾸는 인간들이 참 많습니다.
지옥2는 사이비 종교의 이야기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의미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삶의 의미까지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부여는 아주 좋은 행동이죠. 별 거 아닌 것도 의미를 부여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험난한 세상을 이겨 나가는 힘이 된다면 의미 부여는 아주 좋은 행동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자신의 이익이나 잘못된 의미 부여를 하는 인간들도 참 많습니다. 사이비 종교, 사기꾼 등등 혹세무민 하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지옥2는 그런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지 시연, 고지에 대한 이유를 밝히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너무 재미가 없네요. 차라리 명작 미국 드라마 <로스트>처럼 조금씩 떡밥을 뿌리면서 결국은 이해 가능하고 개연성이 넘치는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계속 아리까리 모호한 상태로만 진행하네요.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느끼고 있네요.
그리고 시즌 1에서 그렇게 감질나게 했다면 시즌 2는 같은 이야기를 또 하면 안 되죠. 또 하고 있네요. 옛말에 1절만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절까지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