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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한강 작가처럼 조용하고 수다스러운 서촌의 서쪽 얼굴

by 썬도그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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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은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합니다. 경복궁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촌이라고 불리는 서촌은 자하문로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뉩니다. 이중 서촌은 더 서촌 같은 곳으로 통인동, 누하동, 옥인동, 체부동, 필운동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하문로 7 길 따라 흘러가는 서촌의 밤

지도앱을 켜고 자하문로 7길을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서촌의 메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촌 하면 이 길이 서촌이고 이 길가에 수많은 인기 상점과 음식점들이 몰려 있습니다. 

서촌

서촌은 한옥 밀집 지역으로 고층 빌딩이 없습니다. 종로구 대부분이 그렇죠. 청와대 인근이라는 이유로 고도 제한이 걸려 있기도 하겠지만 이 동네에 고층 빌딩을 올렸다가는 바로 서촌의 이미지는 사라질 겁니다. 서울답지 않게 저층 건물이 가득하고 한옥과 골목이 많아서 지금도 이게 한국인 줄 알고 알고 가는 관광객들이 많을 겁니다. 

 

지금은 관광지화가 되어서 20,30대 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네요. 서촌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은 더 아름답습니다. 

서촌

서촌은 꽤 넓어서 다 돌아보기엔 꽤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주로 자하문로 7길이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이 길가에 다양한 식당과 카페와 칵테일바가 있습니다. 유럽의 조용한 골목 느낌이라고 할까요. 골목이 많으면 좋은 점이 차가 안 다닌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여기는 가끔 지나가긴 합니다. 

서촌

밤이 내리자 각 공간마도 청춘들이 들어서 있네요. 저 같은 중년이나 노년층은 절대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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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도 많고 알아서들 찾아옵니다. 아쉬운 점도 있는데 이상 생가라고 하는 이상의 집은 이렇게 밤에는 운영을 하지 않아서 불법 주차 차량이 주차되어 있네요.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문인 중에 가장 유명한 문인이자 천재인 '이상'을 기리는 방법이 갈수록 무너지는 느낌이네요. 서울시장이 바뀌고 나서  변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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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하다는 익선동의 그 익선처럼 보이네요. 익선동도 핫플레이스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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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국적 거리이자 세계음식문화 거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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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달콤한 밤 기운에 흘러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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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기는 상점도 꽤 있네요. 여기는 양주 또는 술 판매점 같은데 술 좋아하는 분들에게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음미하는 곳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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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식당도 있습니다. 서촌이 뜨기 전에는 이 분위기였죠. 단 10년 만에 싹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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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골목길입니다. 차만 안 다녀도 참 걷기 좋은 길이 많은데 차 때문에 길 중앙이 아닌 끝으로 눈치 보면서 다녀야 하는 게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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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고 야외 활동하기 딱 좋은 10월이 계절의 여왕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여름은 너무 더웠어요. 가뜩이나 여름 싫어하는데 이제는 혐오 단계에 공포까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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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것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는 나이듬이 주는 기쁨이기도 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만이 옳다고 생각한 청춘이 주는 후회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는 자체가 기쁨이고 온기 가득한 것임을 늙어가는 몸이 안내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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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어떤 피사체보다 평범한 것. 아무것도 아니 것들이 아무것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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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에 변화된 것들이 참 많습니다. 24시간 돌아가던 한국 사회는 이제 퇴근 후에는 조용해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음주 회식도 줄었고 술 먹는 문화도 달라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운영을 해도 손님이 있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는 오후 9시만 되어도 움직이는 사람이 많이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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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퇴근 후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1인 손님은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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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서점은 서촌의 명물이었는데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있네요. 실제로 빛바랜 사진들이 가득하네요. 여기는 평범한 중고서점이었는데 한옥이고 여러 영화나 드라마 및 뮤직비디오에 나오면서 유명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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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행처럼 흘러왔다 지나가는 세월 앞에서 서점 간판도 다 벗겨져 나가고 있네요. 지금은 카페로 변신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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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길가 살짝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한옥 카페가 있습니다. 골목이 많아서 어디든 들어가면 이런 반짝이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불경기라서 그런지 손님은 없네요. 뭐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이동하기에 식사 시간이 지난 후에 손님이 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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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노포들도 가끔 보입니다. 여기도 여러 방송국이 촬영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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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공간이 있다면 새로운 공간도 있습니다. 최근 서촌에는 이런 한옥 지붕을 하고 통유리로 처리된 공간이 참 많습니다. 공간 자체는 너무 작지만 대신 운치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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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끝이 없겠지만 옥인동에 있는 수성동계곡이 끝으로 느껴집니다. 마을버스도 거기서 멈춥니다. 곱게 굽은 길을 보니 계곡물이 이 밑으로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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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상가 그 위층은 가정집인 전형적인 유럽 및 뉴욕 거리 풍경이네요. 이렇게 생활 필수 시설인 근린상가들이 집 1층에 있으면 방범 효과도 있고 근거리에서 생필품을 구할 수 있어서 좋죠. 제가 사는 곳만 해도 근린상가가 없다 보니 물건 사러 500에서 1km를 걸어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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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심야식당 분위기네요. 동네마다 낮의 피로를 푸는 식당들이 꽤 있는데 보기만 해도 온기가 전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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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마을버스가 다가옵니다. 그런데 서촌은 마을버스 안 타는 게 좋습니다. 골목이 너무 예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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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동에는 박노수 가옥도 있습니다. 친일파 윤덕영이 딸을 위해서 1938년에 지은 2층 양옥집을 1973년 화가 박노수가 인수합니다. 그러다 2011년 종로구에 작품과 미술품과 함께 기증을 했습니다. 1930년대의 양옥집을 구경할 수 있는데 안에서 사진 못 찍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 들어가 봤는데 양옥집 구경하는 재미가 있지만 2번은 가볼 만한 곳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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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명한 맛집들도 많은데 여기는 스콘으로 유명한 빵집입니다. 

한강 작가가 사는 서촌 옥인동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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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서촌 옥인동에 살더라고요. 그래서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 오늘'이 통인동에 있나 봅니다. 여행도 끊고 카페인도 끊었지만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한강 작가. 통인동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니 가까운 거리죠. 너무 많은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한강 작가.  어제 인터뷰가 참 공감했습니다. 

서촌

1970년생으로 현재 50대인데 지금이 최절정기라서 10년 안에 3권의 책을 쓰고 싶다고 합니다. 
사람 머리가 가장 활짝 개화하는 시기가 40,50대입니다. 특히 50대는 40대와 크게 다른 점이 있는데 40대에는 천년만년 살 것 같고 죽음을 떠올리지도 생각도 안 하지만 50대가 되면 가끔 그리고 수시로 합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달고 살다 보니 여러 가지로 깨닫는 것이 많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이 쌓아 놓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유한한 삶에 이게 중요할까?

 

죽음 앞에서 가치의 기준이 이걸 할까 말까를 잘 구분합니다. 젊으면 다 할 것 같고 나중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50대가 되니 뭐가 가치 있고 뭐가 덜 가치 있고 뭐가 불필요한 행동이고 말인지 알게 되더라고요. 이 뛰어난 판단력에서 나오는 글이 얼마나 깊이가 있고 고을까요. 몸만 버텨준다면 좋은 글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한강 작가가 글을 막 써 나가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무려 7년이나 걸렸다고 하죠. '소년이 온다'를 쓸 때는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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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에서 서촌의 한강 작가 집 앞을 비추던데 전 거기가 어딘지 단 번에 알겠더라고요. 제가 수시로 지나가는 곳입니다. 일 때문에 지나가는 건 아니고 마음을 비우고 싶고 채우고 싶은 마음의 환기가 필요할 때 들립니다. 최근에도 갔다 왔네요. 이 사진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타기 며칠 전에 들렸다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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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는 건축학개론 촬영지인 한옥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옥호텔로 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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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 티라고 느낄 정도로 주택가의 쓰레기 처리 방식은 후지네요. 아파트는 관리가 잘 되는데 이런 주택가는 분리수거도 나름 하는 듯한데 이렇게 내놓으니 보기 좋지 않네요. 아파트처럼 대형 쓰레기통을 배치해서 분리수거하면 좋지 않나요? 이게 편리하다고 문 앞에 내놓는 모습이 마치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쓰레기가 안녕하는 느낌이 들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 건지 서울시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수십 년이 지나도 이 모양이네요. 오히려 80년대는 쓰레기차가 내려놓은 쓰레기통에 모두 넣었고 차는 통 전체를 들고 버릴 때가 더 나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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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하동 풍경인데 저 뒤에 한가인이 나온 배화여고가 있네요. 이 옥인동 및 서촌 일대는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가 한 때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문인들이 글 쓰기 참 좋은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한들거리는 서촌의 저녁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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