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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빈민가에서 핀 동화이야기 슬럼독 밀리어네어

by 썬도그 200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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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 당신은 운명을 믿으십니까?
아래 글을 읽으시면서 답을 내보세요. 숙제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2페이지가량의 수상경력을 펼쳐줍니다.
아카데미 8개 부분 수상, 골든글러브 4개 부분 수상. 수상 수상 최고상 관객상 어쩌고 저쩌고 뭐 하여튼 상 많인 받은 영화입니다. 80,90 아니 90년대 중반 이전에는 아카데미 작품상 하나라도 받아도 그 영화는 흥행은 보장된 것이었습니다.
야! 그 영화 보러 가자 라는 친구의 말에 재미있을까? 하는 의심을 하면 아카데미 작품상 받았다잖아라는 이유로 많은 영화들을 봤습니다. 정말 그때는 그랬어요. 레인맨, 플래툰, 포레스트 검프, 타이타닉, 브레이프 하트 이 영화들은 영화 자체도 훌륭하고 재미있지만 아카데미 상의 후광도 받는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그러나 반지의 제왕과 타이타닉을 제외한 90년대 후반 이후 현재까지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은 오히려 흥행에 안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칸영화제나 벼를 릴 영화제 작품상 수상하면 요즘 관객들은 골치 아픈 영화겠네 하고 오히려 더 안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수입 개봉도 안 되는 현실인데 이 여파가 아카데미상까지 그렇게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세계적인 영화상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상인 아카데미 상도 칸영화제의 황금 종료상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 그 골치 아픈 영화들?
그래서 디파티드나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크래쉬가 흥행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2009년 2월 아카데미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게 몰빵을 해줍니다. 이래도 안 볼래? 하는 다그치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무리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기가 없고 시청률도 저조해서 올해는 우리나라 케이블 TV도 거부할 정도로 인기가 떨어졌고 이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난국 아닌 난국을 해처 가기 위해서 8 개상을 몰빵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카데미도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8 개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정말 한때 그러니까 80년대 이전에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만 돼도 포스터에 큼지막하게 8개 부분 노미네이트라고 쓴 포스터를 본 기억이 나네요. 전 첨에 친구보고 야 8개 부분 노미네이트라잖아 보자!!라고 했다가 노미네이트는 후보에 오른 것이라고 하는 말에 풀이 죽었던 기억도 나네요.


뭐 어쨌거나 상 무척 많이 받은 영화입니다. 그럼 영화 이야기로 출발해 볼까요

슬럼독 밀리어네어 스토리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가 시작되면 퀴즈 하나가 관객에게 던져집니다. 자말은 최종단계까지 어떻게 올라올 수 있었을까?
A: 속임수로 / B: 운이 좋아서 / C: 천재라서 / D: 영화 속 얘기니깐(쓰인 대로, 운명이니까)
그리고 자말 말라는 고문을 받습니다. 경찰이 빈민가(슬럼독) 출신의 자말이 변호사나 의사 같은 식자들도 못 올라가는 퀴즈쇼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죠. 자말에게 경찰은 다그칩니다. 너 커닝했지, 방청객 중에 답을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지. 어서 불어!!

자말은 전기고문까지 견뎌내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준결승까지 담긴 퀴즈쇼 녹화방송을 보면서 어떻게 퀴즈를 풀게 되었는지를 경찰에게 세세히 알려줍니다.

영화는 이제 출발입니다.

자말의 어린 시절이 그려집니다. 빈민가 출신의 자말과 그의 형 살림 리고 여자 친구 라티카가 나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의 3분의 1 정도는 이 3명의 실제 빈민가 출신 인도 아역 배 두들에게 품어져 나옵니다. 인도 아이들은 사진으로 매번 봐도 정말 눈에 넣고 싶을 정도로 귀엽습니다. 커다란 눈 오뚝한 코는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 3명의 아역배우의 귀여움에 관객들은 어쩔 줄 모릅니다. 자말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습니다. 힌두교를 믿지 않고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힌두교도들에게 어머니가 죽습니다.

영화는 퀴즈 한 단계 한 단계 풀면서 자신의 경험에서 맞추어냅니다. 자말은 빈민가 출신이라서 학교 근처에 가본 적이 없는 일자무식입니다. 하지만 퀴즈는 우연스럽게(이런 우연은 소설이나 가능한 거죠)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들이 나옵니다.
80년대 바보분장을 한 개그맨이 퀴즈쇼에 나와서 세상에서 가장 긴 나라는?이라는 퀴즈에 옆에 친구가 자구 팔을 툭툭 쳐서

너 자꾸 칠레!!라고 해서 맞추었다는 식의 유머는 아닙니다. 100달러 지폐에 모델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자신의 삶에서 나온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답합니다. 삶과 경험으로 배운 지식이 전부였던 자말은 참 운이 좋습니다. 1천 루피 화폐 모델인 간디는 모르지만 1백 달러 화폐 모델은 압니다

이런 식으로 퀴즈 한 단계 한단계 되짚어가면서 자말은 의심 많은 경찰 앞에서 자신이 퀴즈를 풀게 된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런 식으로 퀴즈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모습과 절묘하게 자말의 인생의 연대기가 우연이 맞아떨어집니다. 형과의 우정과 형의 배신, 라티카와의 지고지순한 민들레 같은 사랑 영화 예고편이나 영화 포스터에서도 느끼셨겠지만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영화는 관객에게 처음 했던 질문의 답을 해줍니다.

MTV를 보는듯한 화려하고 다양한 앵글과 카메라 워크,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감독은 영국 감독입니다. 나에게는 트래인 스포팅으로 각인된 감독입니다. 이 감독은 대성할 줄 알았는데 트레인스포팅 이후에는 큰 히트작도 주목할 작품도 없었습니다.

트레인스포팅의 속도감은 대단했죠. 영상 미학도 있었고요. 이런 대니 보일 감독이 영상 미학자로 다시 돌아옵니다.

영화 초반에 인도 빈민가에서 꼬마 아이들의 질주에 눈이 껌뻑이지가 않더군요. 액션 영화에서나 어울릿듯한 속도감 있는 영상과 편집 그리고 쿵쿵 거리는 인도풍 음악은 영화에 쏙 빨려 들어가게 합니다.
거기에 간간히 유머도 있습니다. 지루한 연극과도 같은 정적인 화면 대신에 다양한 앵글들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뺨을 원색의 무지개 장갑을 낀 감독이 두들겨 줍니다. 어디 색에 취해봐!!

전 인도 여행기 갔다 온 분들의 사진을 보면 그 색에 취하고는 합니다. 인도는 원색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인지는 몰라도 인도 사진은 색들이 강렬합니다. 감독은 인도 빈민가를 줌인 혹은 줌 아웃하면서 원경과 접사로 그 삶을 담습니다.

그리고 트레인스포팅처럼 이 영화에서는 음악이 적재적소로 킬패스 해주는 대니 보일 감독이 있습니다.
그 킬패스를 받은 배우들은 톡 하고 가볍게 골을 넣습니다

인도에게 이 영화는 뜨거운 감자

슬럼독 밀리어네어

인도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카데미를 휩쓰는 것을 보면서 국경일처럼 좋아했습니다.
발리우드가 허리우드를 점령했다는 듯 승리에 도취되었죠 그리고 며칠 후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인도의 어두운 면을 다룬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인도에서 환영받지 못하다
인도요? 정말 못 사는 나라죠. 인구도 많고 빈부격차는 세계 최고일듯합니다. 아직도 계급제도인 카스트가 있는 나라고요. 이 영화는 초반 상당히 역겹습니다. 실제 그게 인도의 빈민들의 삶이지만 실제로 영화로 보니 MBC의 W를 보는 듯합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거기서 잠을 자고 앵벌이를 강요당하고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너무나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그려서 눈을 돌리게 할 정도입니다. 아무리 현재 인도가 그렇다고 쳐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인도 정부에서는 이 영화 좋아하지 않을 것 같더군요. 또한 인도인들 대부분을 악인으로 묘사합니다.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고 대부분이 악인인 사회로 묘사합니다.


그게 실제 인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라티카와 자말의 러브스토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주변인들을 악인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자말이 퀴즈쇼에 출연한 이유


스포일 수도 있으니 말림 버튼으로 접겠습니다. 읽으실 분만 읽으세요.

형 살림이라는 캐릭터에 갸우뚱하다
자말의 형 살림은 참 이상한 캐릭터입니다. 동생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다가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개연성 떨어지게 갑자기 총을 잡는 조폭이 되고 동생을 내칩니다. 그리고 온갖 악행을 하는 보스의 개가 됩니다.
살림이 그리고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는데 메시지는 촌스럽고 구태스럽기만 하고 이해도 안 갑니다.
이 영화의 약점은 바로 살림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래서 좋았다.


1.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인도 아역배우들


루비아나 알리(라티카 아역),아유시 마헤시 케데카(자말 아역), 아즈하루딘 모하메드 이스마일(살림 아역)의
3명의 아역 배우는 이 영화 초반을 이끌어가는 선봉대입니다. 엄청나게 귀여운 이 아역배우 3명의 연기에 관객들은 녹아납니다. 다만 이 어린아이에게 감당할 수 없는 저질의 환경은 눈살을 찌푸리게 되죠. 연기도 훌륭합니다. 나무랄 데 없는 연기와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모습 이 영화의 재미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아카데미 수상을 하고 이렇게 아역배우들은 인도의 영웅이 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 밀리어네어

양육권 다툼으로 시끄럽기도 합니다.

루비아나 알리

의 친엄마는 딸을 보기 위해 접근했지만 관계가 소원해진 아버지가
목을 눌러 접근을 못하게 합니다. 불쌍한 아이들 ㅠ.ㅠ

2. 자말의 민들레 같은 일편단심 러브 스토리

저는 가난을 딛고 일어나 인생 역전하는 로또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로또 영화 아닙니다.
러브스토리예요. 2천만 루피 버는 것이 주가 아닙니다. 자말의 지고지순한 마르고 닳도록 라티카를 향한 사랑이야기입니다.
라티카의 상처까지도 보듬는 부처님 같은 사랑이 이 영화의 매력이죠. 연인이 본다면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꽃보다 남자가 아닌 돈보다 사랑입니다. 하지만 이게 이 영화의 단점이자 약점입니다. 자말 같은 담대한 사랑 어디 있나요?

3. 영화 자체가 하나의 뮤직비디오 같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음악은 영화를 이끌어 가는 커다란 힘입니다. 별 재미없는 장면 지루할 수 있는 장면에
가슴을 울리는 타악기가 많이 첨부된 인도 음악인지 인도풍 음악인지 모를 음악들은 이 영화에 졸린 눈꺼풀을 용납 못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느닷없이 뜬금없이 모든 출연배우와 엑스트라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한 100명이 함께 봤는데 그 느닷없는 엔딩 크레디트의 춤사위를 안 보고 나가는 분이 3명밖에 안되더군요.
이런 느닷없는 춤사위는 발리우드(인도영화)의 특징인데요. 저도 그 모습에 웃기기도 하면서 뜬금없음에 어이없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었습니다. 심각한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어이없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 춤사위를 다 지켜보는 모습에 매력포인트 하나라고 보입니다. 이런 게 발리우드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영화에 군무와 노래가 있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이 발리우드 영화에 대한 존경심인지 오마쥬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래서 싫었다.


1. 정답이 운명론??


전 이 영화의 주제가 전 맘에 안 듭니다. 영화 마지막에 영화는 영화 시작 때 했던 질문의 답을 내는데 그 답이 신의 뜻대로라는 답이었습니다.(스포 아니겠죠. 많은 영화 리뷰나 예고편에도 나온 내용이라서요) 보통의 영화들이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공들을 담습니다. 더럽고 치사하고 거스르기 힘든 운명을 주인공의 노력과 자유의지로 이겨낸다는 내용이 주요 아카데미나 여러 영화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좀 이상합니다. 정답이 운명론입니다.
뭐 이런 시대를 역행하는 답인 가요. 이 답은 인도 같은 운명론적인 카스트제도가 있는 계급사회나 통하는 대답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도 운명이라고 말한다면 개천에서 뛰놀던 미꾸라지들은 누가 용을 써서 용이 되려고 할까요?
그냥 운인데 뭐!! 어차피 잘나고 못나는 것은 다 운인데. 내가 가난하고 빈민굴에 사는 것도 운이고 빈 밀굴 출신이 퀴즈쇼에서
6억 버는 것도 운이고 대니 보일 감독의 메시지인 이 운명론은 좀 시대착오 같아 보입니다. 이 메시지는 인도의 고위층들은 좋아하겠더군요.


2. 퀴즈가 너무 쉽다

6억 버는 퀴즈쇼의 퀴즈가 너무 쉽습니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결승 퀴즈가 내가 알 정도로 쉬운 답이었어요.
거기에 모두 객관식입니다. 또한 황당했던 게 문제를 제시받고 도전할 거냐 안 할 거냐 결정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 퀴즈쇼를 보면 도전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는 문제를 받기 이전에 선택하고 문제를 받습니다. 다음 문제 보고 포기한다고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또한 문제가 너무 쉬워서 도전 골든벨 칠 실력이면 인도 가서 몇십억 벌어올 수 있을 듯합니다.
퀴즈의 난이도가 들쑥 날쑥입니다. 마지막 결승 문제 난이도는 서울시청 앞 잔디공원의 잔디는 일 년에 몇 번 개보수하나? 남산타워에 걸린 사랑의 자물쇠 개수는? 하는 식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63 빌딩의 높이는? 남산타워의? 한강 교량수는?
하는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현실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너무 쉬워서 ㅎㅎ 그게 감독의 노림수였을 수도 있긴 하지만요

3. 러브스토리를 넘어선 동화 같은 이야기

전 슬럼독이라는 말에서 나왔듯이 빈민이라는 계급이 신분상승을 하는 모습에서의 괴리감이나 여러 가지 사회 부조리와 병폐를 다룰 줄 알았는데 그런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지 않습니다. 후반부는 자밀과 라티카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하는데 너무 달달하고 작위적인 모습도 약간 있으면서 몸이 베베 꼬이더군요. 그렇다고 심한 것은 아니고요. 제가 워낙 까칠한 내용 좋아해서요.
영화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라는 식의 동화책 마무리 멘트로 끝나는 모습이 기쁨도 주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현실 외면이라고 할까? 이렇게 허무한 해피엔딩으로 끝날 거면 왜 슬럼독이란 말을 왜 꺼낸 건지 ㅠ.ㅠ


총평 : 간단한 거 좋아하는 분들에게 있다 없다 퀴즈 문답 형식으로 말해보죠

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 밀리어네어

화이트데이가 지났지만 연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랑은 2천만 루피보다 위대하다. (단답형인데 서술형이네 ㅠ.ㅠ)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1/4분기 영화 중에서는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재미도 사랑도 함께 녹여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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