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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여행 다큐멘터리도 연출이 있나?

by 썬도그 200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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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하나의 인생을 느낄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침나절의 설레임과 밝음 머리위에 태양이 올라섰을때의  경쾌함과 흥분감 그리고 고생 저녁때의 안도감과 쓸쓸함이  인생을 보는듯 합니다. 특히 붉게 문든 저녁하늘을 배경으로 버스같은 탈것에  기대어 먼 창밖을 보면
여행만큼  사람 영혼을 개운하게 해주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여행서와 여행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요즘  여행프로그램들 참 많더군요.
KBS의 해외여행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EBS에서 평일 저녁에 해주는  세계테마기행을  평일날 보고  시간놓치면 일요일에 봅니다.

너무 외진곳 내가 여행갈 곳이 아닌 아프리카같은 곳은 별 흥미가 없지만  유명관광지가 있는 나라의 여행담을 담은 편은 아주 좋더군요. 이 EBS세계테마기행이 좋은것은 여행자의 시선을 직접 담았기 때문입니다.  시청자와 대화도 하면서 나레이션도 하면서
여행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몇달전에  자전거 여행기로 유명한 이창수씨가 일본 여행기를 담았는데  정말 좋더군요.  자전거여행이라는 테마도 좋았구
이창수라는  젊은친구의 차분한 어투도 좋았습니다.  수능400소년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전 첨 봤습니다.  그런데 이 이창수란 분
여행서 많이 냈더군요.




쿠바 여행기를 쓴 원더랜드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중간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더군요.  쿠바여행을 자전거로 하다가 한 1주일
KBS PD형과 함께 쿠바 하바나를 카메라로 담는것입니다.  이창수씨의 하바나 자전거 여행이 테마가 된것이죠.

128페이지를 보니

PD형이 월드넷의 작가가 쓴 계획서를 보여줬다. 대충 읽어본 바로는 다음과 같다

이창수의 쿠바 자전거 여행. 필요한 그림 : 하바나 전경 스케치, 바닷가, 재미있는 장면, 슬퍼하는 모습, 고생하는 장면
EX : 자전거 펑크를 때우는 모습, 길을 잃는 장면, 주행 도중 너어지는 장면, 재미있게, 감동적인 상황을 적절히 섞어
..

이창수씨는 그 모습에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자전거 타고 가는데 뒤에서 PD가 넘어져라고 주문을 외우지 않을까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다큐도 콘티가 있고 연출이 있고 시나리오가 있나요?  다큐는  있는 그대로 일어난 사실만을 담는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식으로 작가가  마치 전지적 작가처럼  앞으로 일어날 아니 일어났으면 하는 글들을  지시하는 모습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융통성이 전혀 없이 올곧게 있는 그대로만 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흐름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사건과 사고 , 예를들어서  위의 글처럼 펑크가 나고   넘어지고 하는 모습이  나면 좋은것이고 안나면 안나는대로 그냥 담는것이  다큐가 아닐까요?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1박2일등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어느정도  짜고 한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하지만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도  이런식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연출하면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참 허탈할듯 합니다.
시청자들은  카메라가 여행자를  관찰하는 관찰자 시점인줄 알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여행에 개입하여  연극처럼 그림을 연출하는 모습이 있다니 좀 놀랐습니다.  뭐 제가 순진한것일 수도 있죠. 

사람 사는것을 그대로 담으면 정말 재미없을 것입니다. 지루하죠.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그 지루함을 시간으로 치환합니다.
시간을 크게 가지고 지켜보다보면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 지니까요. 워낭소리이 매력은 3년이라는 촬영시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1주일이란 시간동안 재미와 감동의  하바나 자전거 여행을 만들어야 하는  KBS PD분의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엄연한  시청자 기만일듯 합니다. 

세상이 온통 가짜로 돌아가는것 같은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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