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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추억을 길어올리는 우물

당신의 추억의 등교길은 안녕하십니까?

by 썬도그 200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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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고나서 어린시절 등교하던 그 골목길이 야심한 밤에 많이 생각나더군요.
시인 서정주가 자신을 키운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지만 저의 추억의 뒷마당을 열어보면 8할이 골목입니다.

이 골목을 지나면 어떤세상이 나올까 저 골목을 지나면 어떤세상이 나올까? 
어 이골목을 지나니까 내가 아는 곳이 나오네. 그러면서 지름길을 스스로 만들어 냈던 골목길

초등학교들이 지금이야 5분에서 10분거리에 있지만 80년대는 학교들이 많지가 않아서 오래걸어서 가야 하는곳이 많았습니다.
시골은 1시간이상 2시간 걸어서 가야 하는 곳도 많았던 시절이죠.  저는 한 40분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에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 길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졌죠.  군것질도 하고  앉은뱅이 오락기에서 게임도 하고  만화가게도 가고 달고나도
먹었던 그 골목길 매일 다니던 그 등교길이 싫어지면 왠지 자신만의 등교길을 만들고자 이러지리  구비구비 골목길을 휘집고
다녔죠

그 등교길을 다시 찾아 봤습니다.  사실 추억을 되새김질 하고자 작정하고 간것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생각이 나서 찾아가봤습니다.
초등학교때는 이 길이 흙이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아스팔트가 깔리고 일방통행이라는  글씨가 아로새겨져 있네요
참 넓었던 골목인데  어른이 되고 몸이 불어서 오니 좁아 보이네요.
사람은 몸이 커지면 사물들이 작게보이는 착시현상이 있나 봅니다. 그러나 추억을 살려볼 건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주택들은 새로 지어지고  기존의 건물들은 다 철거되고 다시 지어졌나 봅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등교길에 아파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파트가 들어섰다면 추억의 등교길 자제가 존재하지 않았겠죠. 



그러나 발견했습니다.  추억속 그대로 오롯이 서 있는 새마을금고.  너무나 반갑더군요. 참.. 건물보고 반가워하고  ㅎㅎㅎ
그러나 추억을 되살릴만한 건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건물은 도색만 달리 했을뿐 예전모습 그대로네요. 20년넘게 저렇게 있다는 것이 쉽지않은 한국인데 이렇게 자기모습을 간직하고 있네요.



그리고 이 벽을 보고서 초등학교 2학년때 기억이 살며시 스며 나오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때 홍역을 앓고 있었는데 그걸 참고 학교에 갔고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잤습니다. 그리고 집에가면서
쓰러질뻔 했습니다. 그냥 기절직전이었는데 얼마나 힘이 들던지 지나가는 아무에게나 살려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죠
저는 그게 홍역인지도 모르고 그냥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이 벽을 보면서 집까지 이제 반 남았다 하고
힘을 냈던 기억이 나네요.   이 벽은 80년대 당시에만해도 많은 집들이 공사비 절감을 이유로 이런 시멘트를 뿌린듯한 모습의
외벽들이 많았죠.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려졌고 어머니는 놀라면서  몸을 배껴보니 오돌톨톨한  반점들이 나오더군요.

어머니는 이웃집 할머니에게 저를 보여주고 그게 홍역이란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3일내내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중간고사도 보지 못했구요.  나중에 혼자 선생님 책상옆에서 시험을 봤죠. 선생님이 가끔씩 오셔서 손가락으로 정담을 눌러주고
가시기도 했구요 ㅎㅎ  지금이야 개근상이 없어졌지만 그 당시만해도 6년개근상이 그 어떤 상보다 추앙받던 시절 저는 그 꿈을
초등학교 1학년때 접었습니다.   지금은 홍역앓는 학생이 없습니다.  어렸을때 예방접종을 맞기 때문에요.





자전거를 돌려  영진시장쪽으로 왔습니다.  이제 슬럼이 되어버린 시장상가건물  맞은편에는 재건축이 한창입니다.





많은 것들이 변했네요. 이 골못도 두 갈래길로 고민을 많이 하게 했던 골목이죠. 왼쪽길은 학생들이 뜸한 골목이고 오른쪽은 메인골목이죠.  친구와 싸웠거나 만나기 싫은 친구가 있으면 왼쪽길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곳에 학교가 끝나고 수천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면 마비가 될 정도 붐비었습니다. 이제는 자동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네요. 문방구도  당시만해도 10곳이 넘었는데 찾아보니 두군데만 보이네요.


몇달전에  아파트안에 있는 문방구가 폐업을 했더군요 요즘은 문방구도 장사가 안된다고  폐업을 많이 합니다.
학교에서는  준비물을 미리 공동구매해서 학생들에게 나워주고 해서  학생들이 문방구에 갈일이 많지 않다고 하네요

정말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는  등교길에 문방구란 문방구는 미어터졌죠. 물건사고  돈내는것도 힘들었습니다. 
학학년만해도 1천명 가까이 되는데  준비물을 가져오라는 학교의 명령에 부모님들에게  돈 달라고해서 그돈으로 준비물 사서
학교에 가야 하는 모습.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추억의 골목길 수십년이 지난후 다시 찾았지만  생각처럼 추억은 많이 묻어 나오지가 않네요.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서울, 그 속에서 추억의 파편들도  부셔지고 다시 쌓여지고 있는듯 합니다.  거기에 작은 몸과 눈높이로 보던 세상과 훌쩍 커버린뒤 보는 골목길은
같은 공간일뿐 다른 시선으로 다가오네요.

여러분들의 추억의 등교길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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