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북촌 한옥 마을 바로 밑에 있습니다. 헌재가 뭐 하는 곳인지 잘 아는 분들은 나이 들고 정치에 관심 많은 분들 말고 잘 모르실 겁니다.
헌법재판소가 하는 일과 역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들이 투표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과 대통령을 뽑습니다. 이 민주 공화국은 아주 좋은 정치시스템입니다. 그 근간이 되는 3권 분리는 다른 정치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인 권력 집중을 막을 수 있습니다. 권력이 하나에 집중되면 고인 물이 되고 썩는 것이 국룰입니다.
이에 몽테스키외는 법을 만드는 입법부인 국회,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인 정부, 법을 적용해서 죄에 대한 판단을 하는 사법부인 법원을 만들어서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행정부가 폭주하고 독재를 하면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인 법원이 막아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회가 폭주하면 법원과 대통령이 막을 수 있죠.
현재 한국 정치가 개판이 된 이유는 3권 분리 원칙이 서로 존중하면서 같이 굴러가는 제도인데 이걸 극한까지 치닫는 대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와 대통령이 극한 대결을 하고 있고 한국 정치의 발전은 앞으로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게 다 국민의 투표 결과이고 이 극심한 정치 대결은 결국 우리가 만든 풍경입니다. 따라서 정치인들 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누워서 침 뱉기입니다.
그럼 헌법재판소 줄여서 헌재는 뭐 하는 곳일까요?
헌재는 국회에서 만든 법이 국민의 기본권인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법이면 누구나 헌법 소원을 요청합니다. 이에 헌재는 그 법이 문제가 없는지 혹시나 다른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살펴보고 판단을 합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만든 법이라도 문제가 있는 법이면 헌재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죠. 이게 사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는 강력한 견제 도구입니다.
이외에도 정당해산과 심지어 대통령 탄핵도 헌재에서 합니다. 우리는 그 광경을 봤었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곳이 헌재입니다. 반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에는 헌재가 탄핵까지 할 이유가 없다면서 복권시켜 줬습니다. 최근 많은 행정부의 권력 남용에 대해서 행정 소송을 하는 것도 다 사법부가 행정부에 가하는 견제 장치입니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선임합니다. 헌재에서 일어난 다양한 헌법 소원은 시대의 변화를 담기도 하지만 가끔은 꼰대들의 결정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경우도 많죠. 대표적인 것이 저도 서울 살지만 행정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 관습적 수도가 서울이라는 맹랑한 꼰대스러운 판결을 했죠. 이걸 보면 이 헌재 9명의 소장들도 젊은 사람이 있어야지 죄다 나이 많은 사람 그것도 기득권층이 대부분이라서 보수적인 판결을 참 많이 하는 듯합니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판검사, 변호사들이 돈 많은 집안에서 배출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아주 편협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배출한 일면 강남과 SKY 대학 출신이 꽉 잡고 있다 보니 나라가 점점 보수주의자들의 나라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 그런 판결들이 많이 보여서 걱정이네요. 동시에 요즘 KBS나 감사원 등의 행정 폭주를 막아주는 마지막 장치가 행정 소송이고 여기서 행정 폭주를 막아주는 걸 보면 사법부의 역할이 고마울 때도 많습니다. 다만 헌재는 영욕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헌재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8호 재동 백송
헌재는 제가 즐겨가는 북촌한옥마을 아래에 있지만 들어가 볼 생각조차 안 했습니다. 그냥 있는가 보다 했는데 여기 알아보니 천연기념물이 있더라고요.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거나 내 신상정보를 적으면 입장이 가능합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전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입구 경비실을 통과하면 출입증을 주는데 이걸 들고 들어가면 됩니다. 백송 보러 간다고 하면 됩니다.
백송 위치는 건물 오른쪽 주차장 뒤편에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8호 서울재동백송 비석이 있네요.
옆에는 동상도 있고요.
이 나무입니다. 거대한 백송이 V자 형태로 서 있습니다. 쓰어지지 않게 받침대까지 있네요. 수령이 무려 600년이나 되는 고목입니다. 태풍 불면 걱정이 많겠네요. 백송은 창경궁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이게 더 커요. 한국에서 가장 큰 백송으로 크기가 무려 17m, 둘레가 3.8m입니다. 조선 왕조 초기에 중국에서 가져와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종로에 흔히 보는 집 비석이 있네요. 종로 가면 무슨 무슨 터라는 이 돌푯말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안 보죠. 봐도 뭐 어쩌라고 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슨 무슨 터가 있다고 해도 그게 상상도 안 되고 이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차라리 이런 곳에 QR코드라도 달거나 해서 AR로 보거나 홈페이지로 안내하거나 하면 좋은데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집터 비석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신간회를 만든 이상재의 집터가 있었던 곳이라고 하네요.
백송은 정말 하얀색인데 구름이 끼면 회색으로 보이다가 햇빛이 드리치면 하얀색으로 변합니다. 제가 벤치에 앉아서 지켜봤는데 햇빛이 내리치니 하얀색이 확 올라오네요. 꼭 날 맑은 날 봐야 합니다.
이 백송은 원산지가 중국 북경입니다. 중국을 왕래하는 사신이 묘목을 구해서 심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백송을 보면 중국에서 가져와서 누가 심었다고 보셔도 되는 것이 백송이 번식력이 약해서 널리 퍼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엄청 오래 사네요. 어렸을 때는 회청색이었다고 나이 들면 껍질이 벗겨지면서 하얀색이 됩니다.
뒤에는 담장으로 둘러져 있는데 반대쪽은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휴식 공간 같네요.
그나저나 600년 동안 살아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밑동을 보니 많은 고생의 흔적이 보이네요.
삼엽송인데 크기가 거대아고 웅장하네요.
딱 보면 거대하다는 느낌이 확 들어옵니다. 북촌한옥마을 가실 때 한번 들려보세요. 아주 큰 볼거리는 아니지만 거대한 하얀 소나무를 본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갈 겁니다.
제가 말했죠 햇빛이 드니 다른 색으로 보인다고요. 처음에는 그냥 희멀건한 큰 소나무다 했는데 구름이 지나고 햇빛이 드리치니 하얀 백옥 같은 빛이 풍겨져 나오네요. 이걸 모르고 나갈 뻔했네요.
껍질이 벗겨져서 하얀색이 되는 백골송이라고 하는 재동 백송. 껍질이 병충해를 막는 갑옷인데 속옷 바람으로 서 있는 거네요. 병이 많을 것 같은데 장수하는 걸 보면 또 묘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왜 번식력은 약한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안고 나왔습니다. 일부러 갈 정도는 아니고 북촌한옥마을 가면 들려볼 만합니다.
여기는 창덕여고 터였던 곳이기도 하네요. 헌재 정문에서 바로 옆 건물 1층에 헌재 박물관이 있고 도서관도 있습니다. 수많은 곳을 다녔지만 입구에서 공항처럼 수화물 검사 스캐너에 넣고 통과시키는 곳은 처음 봤어요. 판사에 대한 테러를 대비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