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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과 코멘터리

by 썬도그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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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는 정말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차지하게 될 줄은 꿈에서 생각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 영화들을 보면 제2의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을 뛰어넘는 건 바라지도 않고 바통을 이어받을 새로운 감독들이 거의 안 보입니다. 

 

그 감독 영화라면 꼭 봐야지 하는 감독도 없고요. 이게 다 활력도 떨어지고 자본에 휘둘려서 만들어낸 어두운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언제쩍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입니까? 그럼에도 규모나 영화 제작 시스템이 선진화된 것은 무척 고무적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또 자본의 힘입니다. 

 

한 때 철야 촬영을 하고 쉬지도 않고 다음 촬영 장소로 향하던 최저 임금도 받지 못했던 영화 촬영장이 이제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앞장서서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고 열악함을 벗어난 영화 촬영장이 되었다고 하죠. 또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서 뛰어난 미술팀과 조명팀 촬영팀이라는 훌륭한 스텝진들이 갖추어져서 세계에서도 경쟁력 높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2024년 버전 한국 영화 100선

한국 영화 100선

한국영상자료원은 설립 50주년을 맞아서 영화업계 종사자와 연구자, 평론가, 창작자 등 총 240명에게 한국영화 100선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1934년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개봉한 한국 장편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를 대상으로 3달간 설문 조사를 했고 이걸 토대로 한국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 100편을 선정 발표했습니다. 

 

대체적으로 꽤 공감이 가는 순위네요. 100편 중에 1위부터 10위까지는 순위를 매겼고 나머지 영화는 순위 없이 발표했습니다. 

10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홍상수 감독

10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홍상수 감독

1996년 개봉한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없던 영화 문법을 들고 나온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영화는 기존에 없던 '일상적 리얼리티'를 주도한 영화입니다. 코리아 뉴웨이브 영화의 초석을 다졌죠. 이 영화 전에 1991년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이  '반복과 차이'라는 우리 일상을 녹여낸 작품이라서 눈여겨보게 했지만 영화가 너무 재미없었고 성긴 구석이 많았다면 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기승전결이 뚜렷하면서도 꽤 충격적인 내용도 있어서 흥미롭게 봤습니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 영화 재미있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악역으로 유명한 김의성과 송강호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고 홍상수 영화의 시작점이라서 영화적 의미가 아주 큽니다. 지금이야 홍상수 영화를 통해서 일상을 담은 영화 스타일이 꽤 익숙하지만 이 당시는 꽤 센세이션 했죠. 

 

이 한국 영화 100선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가산점이 붙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영화가 10위 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전 반대하지 않습니다.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9위 헤어질 결심 (2022) 박찬욱

9위 헤어질 결심 (2022) 박찬욱

박찬욱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입니다. 봉준호가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겸비한 감독이라면 박찬욱 감독은 초창기에는 대중성도 높았지만 표현 수위가 높은 장면들과 대중들이 혐오할 수 있는 코드들이 좀 있어서 대중적인 인기는 예전만 못하네요. 대신 이 박찬욱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고 그 뛰어난 작법과 미장센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HBO 드라마 <동조자>를 통해서 이 감독이 갈수록 노련해지는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 2편을 추천하라면 <올드보이>와 이 <헤어질 결심>입니다. 배우들의 연기. 미장센 그리고 스토리와 연출과 편집까지 박찬욱 필모의 정점에 올라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왜 칸에서 작품상을 못 탔는지 아쉽기만 하네요. 그해 작품상을 받은 <슬픔의 삼각형>보다 이 작품이 더 좋던데요. <슬픔의 삼각형>도 좋은 작품이지만 너무 직설적이에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나는 서사 구조와 뛰어난 대사와 두 남녀의 심리 묘사가 아주 탁월한 영화입니다. 

 

8위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허진호 감독

8위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허진호 감독

이 영화에 대해서 말을 꺼내면 장탄식부터 나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이고 이걸 앞으로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추억도 깊고 한국 영화가 이렇게 좋아졌구나 느끼게 했던 90년대 후반의 새로운 한국 영화 물결의 시작점이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한석규 특히 심은하의 필모에 가장 우뚝 서 있는 영화입니다. 차승재라는 뛰어난 영화 기획자가 만든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의 주옥 같은 한국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를 지금은 사라진 영등포의 경원극장에서 본 <8월의 크리스마스>는 개봉 당시에는 엄청난 흥행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비슷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편지>가 히트를 쳤거든요. 그러나 좋은 영화는 오래 길게 기억되죠. 전 이 영화가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영화라고 보자마자 느꼈는데 제 생각대로 되었네요. 

 

그럼 무엇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대박을 내서 한국 열풍까지 이끄어냈을까요? 그건 바로 일상의 아름다움을 엮고 자극적이지 않은 시선과 함께 영화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슴슴하지만 깊은 맛을 내고 있습니다. 영화 <편지>가 눈물 콧물 쏙 빼게 자극적인 장면을 잔뜩 넣어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면 한석규가 연기한 시한부 인생인 정원은 약을 먹는 장면은 있어도 죽는 장면도 고통스러운 장면도 없습니다. 

 

첫사랑을 먼 발치에서 보는 어찌 보면 소심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설정이 마치 일본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러브레터> 같은 일본의 감수성을 한국 영화에 넣은 영화입니다. 여백도 많고 아쉬움도 참 많이 잘 담았습니다. O.S.T도 좋고 한석규가 직접 부른 주제가도 좋았죠. 데뷔작 하나로 큰 인기를 얻은 허진호 감독은 아쉽게도 이 영화 이후에 이 영화를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네요. 

7위 시 (2010) 이창동 감독

7위 시 (2010) 이창동 감독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1명을 꼽는다면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꼽지만 전 이창동 감독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고 싶습니다.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은 스토리텔링의 달인입니다. 영화적인 재미는 높지 않아서 만드는 영화마다 해외에서 상을 받지만 흥행에는 성공한 영화가 없습니다. 

 

2010년 개봉한 이 영화 <시>도 21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죠. 
그러나 이 영화는 2000년 한국 영화 중 최고이고 이창동 감독의 뛰어난 영화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영화관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저만 운 것은 아니고 관객이 5명도 안 되었는데 다들 눈이 뻘게져서 나왔습니다. 

 

영화가 세상을 담은 하나의 그릇이자 거울이라고 한다면 부끄러움이 멸종된 한국 사회를 정면 비판한 이 영화 <시>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이 세상을 맑게하는구나를 느끼게 하네요. 

 

6위 바보들의 행진(1975) 하길종 감독

6위 바보들의 행진(1975) 하길종 감독

1970년대 한국 대학생과 청춘을 보고 싶으면 단연코 이 <바보들의 행진>을 추천합니다. 철학과를 다니는 병태가 불문과 영자를 만나서 꽃 같은 시절을 보내다 군대에 갑니다. 이 영화에서 그 유명한 고래 잡으러 간다는 송창식의 고래 사냥이 나오죠. 이 노래 말고 송창식의 '왜 불러'가 장발 단속 장면에서 나오는데 공권력 조롱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됩니다. 원조 입틀막 정권인 박정희 정권을 영화 외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꽃 같은 나이라고 해도 20대 초반의 불안감은 떨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취업이 걱정이었다면 70년대는 학원 시위가 심했죠.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서 동해 바다로 떠나는 내용 등등 어떻게 보면 그냥 흔한 청춘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의 울분과 함께 청춘의 명과 암을 잘 담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후속 편 같은 <병태와 영자>를 1979년에 만드는데 이 영화도 볼만합니다. 

5위 올드보이 (2003) 박찬욱 감독

5위 올드보이 (2003) 박찬욱 감독

한국 영화를 전 세계에 알린 신호탄이 된 영화는 이 <올드보이>입니다. 이 영화도 개봉 당시는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났지만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이 영화를 통해서 한국 영화를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고 꾸준히 추천하는 영화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살인의 추억>보다 해외에서는 한국 영화하면 <올드보이>를 떠올릴 겁니다. 

 

일본 만화 원작인 <올드보이>는 만화를 엄청나게 뛰어난 각색을 통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만듭니다. <올드보이>는 재미와 작품성 모두 겸비한 엄청난 영화로 마지막 반전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반전이었습니다. 저도 보면서 이게 뭔 소리야라고 경악했던 생각이 나네요. 유지태와 최민식이 동창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스토리, 연출, 연기, 편집 모두 뛰어난 작품입니다. 

 

4위 오발탄 (1961) 유현목 감독

4위 오발탄 (1961) 유현목 감독

10년 단위로 세상을 잘라서 본다면 그 당시 그 시절의 공기를 잘 담은 영화로는  90년대는 <우묵배미의 사랑> 80년대는 <칠수와 만수>, 70년대는 <바보들의 행진> 그리고 60년대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이 있습니다. 1960년대는 경제 5개년 계획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아주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전 국토가 황폐화되었고 먹고 살길이 막막하던 시절 주인공 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와 전쟁으로 인해 미쳐버린 어머니와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와 양공주가 된 여동생과 백수인 퇴직 군인 영호 그리고 학업을 포기한 막내 동생 민호가 나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현실입니다. 이 암울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오발탄이라고 철호는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군사 정권이 아니였기에 가능했죠. 바로 다음 해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 정권이었으면 상영조차 못했을 겁니다. 영화가 꽤 어둡고 비극이 가득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 한국의 60년 대 모습입니다. 

 

3위 기생충 (2019) 봉준호 감독

3위 기생충 (2019)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3위입니다. 한국 최초로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칸 영화제 작품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기생충이 뛰어난 영화이지만 시기를 잘 만난 것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한국이라서 이런 소재의 영화가 잘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네요.

 

극심한 자본주의의 양극화를 수직으로 잘 담은 영화입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비극적이고 허망한 금전만능주의 세상을 봉준호 감독 특유의 맛으로 잘 빚어낸 뛰어난 영화입니다. 

 

2위 살인의 추억 (2003) 봉준호 감독

2위 살인의 추억 (2003)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의 집념이 만들어낸 명작입니다. <플라다스의 개>로 망한 후에 대중의 시선을 잘 알게 된 봉준호 감독은 지금은 진법이 잡혔지만 당시에는 80년대 최대의 미스터리 사건이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극 원작의 <살인의 추억>을 만듭니다. 

 

이 영화가 위대한 이유는 참 많지만 전 송강호로 대변하는 미신의 시대에 사는 구시대와 김상경으로 대변하는 지식과 과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시대의 충돌을 아주 잘 담았다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후기 산업 시대가 한국에서는 80년대에 도래했는데 그 두 문명의 충돌로까지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돌아보면 80년대 그 야만의 시대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많은 것이 비합리적인 구석이 많았거든요. 

 

1위 하녀 (1960) 김기영 감독

1위 하녀 (1960) 김기영 감독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이 존경하고 큰 영향을 받은 감독이 김기영 감독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자 한국의 많은 감독들이 존경하는 감독입니다. 김기영 감독이 남긴 영화들은 비범한 영화들이 많았는데 그중 <하녀>는 60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식미도 좋고 스토리도 꽤 좋습니다. 이은심 배우의 명연기가 일품인 영화입니다. 

 

1960년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왜 봉준호 감독이 추앙하는 지를 알게 되다

 

1960년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왜 봉준호 감독이 추앙하는 지를 알게 되다

김지운 감독의 을 보면서 한국 명감독들이 존경하고 추앙하는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품인 를 보고 봐야 하나 할 정도로 그 상황을 재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없나 할 정도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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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의 한국영화 100선 영화리스트는 

 

https://www.kmdb.or.kr/db/list/detail/242/0003

 

KMDb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 [출처 : KMDB]

www.kmdb.or.k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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