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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죽음을 통해 배우라고 말하는 신경 끄기의 기술 넷플 다큐

by 썬도그 2024.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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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서정가제 이후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습니다. 마침 유튜브가 터지면서 책 대체재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책의 효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바쁘고 시각적인 정보와 보다 쉬운 설명으로 유튜브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익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짜잖아요. 

 

그래서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이 엄청나게 히트를 쳤을 때도 안 읽었고 앞으로도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선물로 줄 생각은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뭔가 했는데 마침 넷플릭스에 <신경 끄기의 기술>이 올라와서 봤습니다. 올라오자마자 본 것도 찜해 놓은 것도 아닙니다. 

 

2024.01.30 - [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 한국은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마크 맨슨의 지적을 곱씹어 보다

 

한국은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마크 맨슨의 지적을 곱씹어 보다

이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작가이자 블로거이자 유튜버인 '마크 맨슨'이 8일 전에 올린 영상 하나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24분 짜리 영상은 한국 사회를 차분하고 날카

photohistory.tistory.com

위 글을 쓰면서 '마크 맨슨'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작가가 쓴 책이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 분이 심리학자(?)는 아닌 그냥 여행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블로거이자 유튜버인 것이 놀랍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너무나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꼭 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면 준전문가는 쉽게 되는 것이 요즘입니다. 물론 준 전문가가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준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세상 이치도 참 듣기 좋은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유튜버 중에는 어떤 것을 잘 설명하는 사람들이 큰 인기를 얻기도 합니다. 

 

넷플 다큐 신경 끄기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의 원제는 욕이 섞여 있네요. 이걸 한국에서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고 번역했네요.  이 책 제목과 동일한 넷플 다큐가 <신경 끄기의 기술>입니다. 이 책의 챕터를 보니 다큐 <신경 끄기의 기술>과 거의 비슷하네요. 책을 읽지 못해서 얼마나 같고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크 맨슨'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일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 맨슨은 자신의 과거와 경험을 통해서 긍정의 세상을 비판합니다. 제가 항상 놀라는 것이자 미국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건 긍정 에너지입니다. 마블 슈퍼히어로 보세요. 죽기 전에도 농담을 내 뱉고 있어요. 얼마나 긍정적이면 저럴까요? 그리고 많은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미국인을 접해보면 모두들 긍정적입니다. 아니 실제로 미국인들은 긍정적인 분들이 많죠. 

 

왜 그리 긍정적일까? 하는 생각보다는 긍정적이니까 좋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긍정 에너지가 긍정적이기만 할까요? 그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전 부정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전 오히려 너무 세상이 긍정적이라서 내가 상대적으로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변명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비판을 받으면 난 부정적이 아닌 현실적인 것을 지향하는 리얼리스트라고 대꾸하죠. 뭐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저도 모르고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건 그 사람의 판단과 몫이라서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수많은 전시회장에 가서 신기술과 신제품을 만나면 좋은 점보다는 최악의 상황과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물어봅니다. 그럼 대답을 척척척 잘하는 기업은 속으로 엄지 척을 올리고 성공하겠구나 하고 지나치지만 대답을 못하거나 그런 건 생각 안 해 봤다거나 하면 신뢰도가 뚝떨어지게 됩니다

 

긍정의 힘이 야기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 못하는 인지 부조화

전 긍정의 힘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긍정만 있으면 사기꾼의 먹이가 되기 쉽습니다. 설마 날 속이겠어. 그러다 사기 당합니다. 사이비 종교에 잘 빠지기도 하고요. 항상 세상은 의심을 바탕으로 봐야지 무한 긍정은 사기꾼과 사이비 종교인들의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특히나 사기 공화국인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그냥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의심해서 얻는 것이 무한 긍정으로 얻는 것보다 더 높은 나라입니다. 물론 내가 뭘 할 수 없고 내 선택이 끝났고 결과는 운에 맡길 수 밖에 없을 때 그때가 무한 긍정의 힘이 발동되어야지 평상시는 꺼둬야 합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은 필리핀 루방섬에서 1974년에 돌아온 일본군인 오노다 이야기를 예로 들어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유명하죠. 일본이 패망한 후에도 필리핀 루방섬에서 필리핀 경찰과 싸우면서 버틴 일본군 오노다의 긍정의 힘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왜곡하는 점을 지적합니다. 

 

가족이 직접 루방섬에 가서 소리소리 지르고 전쟁 끝났으니 나오라고 해도 나오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가 삐라를 뿌리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정글에 숨어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1974년 대학생이던 스즈키가 루방섬에 가서 "천황 폐하께서 돌아오라고" 했다면서 천황 폐하를 꺼내듭니다. 오노다에게는 천황은 상관이었기에 자신의 투항에 대한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으니까요. 결국 직속상관이 루방섬에 가서 항복 명령서를 전달하고 난 후 오노다는 일본으로 귀국합니다. 

 

일본은 영웅 대접을 해줬지만 솔직히 이 사람의 30년은 정글에서 사라졌습니다. 정글에서 삶이 편했겠습니까? 그러나 동정도 가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서 산 대가죠. 이런 오노다 같은 사람들이 한 둘일까요? 우리 주변에도 자신의 신념을 고치지 않고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마크 맨슨은 말합니다. 여자 친구들과 헤어질 때마다 내가 맞고 여자 친구들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신념이 계속되다 보니 여자 친구들을 많이 만나도 비슷한 이유로 헤어졌습니다. 나중에는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이 깨질 때 큰 고통을 받습니다. 변화는 행복이 아닌 고통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그냥 깨진 신념을 붙들고 다시 본드로 붙이면서 삽니다. 

 

마크 맨슨은 말합니다. 너도 틀렸고 나도 틀렸어.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 밖에 없다면서 잘못된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지를 설명합니다. 여기에 긍정의 힘이 이런 잘못된 신념을 키운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건 다큐 내용에 없지만 제가 늙어보니 신체의 변화 때문에 신념을 지키는 것도 있더라고요. 정말 나이들면 변화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변화와 변하는 것은 모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몸이 젊으면 그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데 나이들면 적응도 쉽지 않고 몸도 따르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하던 것만 계속하게 됩니다. 그게 편하니까요. 몸이 편하면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커집니다. 그래서 나이 든 중노년이 생각을 잘 바꾸지 않죠. 그렇게 꼰대가 되는 겁니다. 

 죽음과 부정이 주는 힘을 강조하다

신경 끄기의 기술

 

다큐 초반에는 메가데스 이야기를 합니다. 메가데스는 헤비메탈의 왕이었던 메탈리카의 기타리스트가 뛰쳐 나와서 만든 헤비메탈 그룹입니다. 데이브 머스테인은 메탈리카에서 나오면서 메탈리카를 박살 내겠다고 했습니다만 박살 내지는 못하고 메탈리카와 함께 성공한 헤비메탈 그룹이 됩니다. 

 

1인자는 아니지만 2인자도 큰 인기를 얻었던 그룹이고 그 자체로 남들 기준으로 성공한 메탈 그룹이었습니다. 그러나 데이브 머스테인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목표인 메탈리카를 이기지 못했으니까요. 이런 사람들이 한 둘일까요? 정상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걸 즐기지 못하는 열등감 덩어리들이 세상에 참 많습니다. 마크 맨슨이 한국에서 느낀 점은 거대한 배틀 로얄의 나라라면서  전부 아니면 전무라고 말했죠. 1등만 행복하고 나머지 모든 사람은 불행한 나라라는 점을 지적했죠. 

 

마크 맨슨은 친구의 죽음을 통해서 변했다고 합니다. 죽음과 부정의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주장합니다. 미국이 긍정의 힘으로 성장했다면 폴란드 같은 당시 동구 공산권 국가 특히 홀로코스터 생존자들이 많은 폴란드 사람들은 많은 사람의 죽음과 고통을 통해서 연민의 힘을 기를 수 있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과 미국 스타일 국가에서 유행하는 수 많은 자기 계발서가 말하는 건 긍정하라고 다그치죠. 그러나 슬픔과 고통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고 그 감정이 결고 소모적이거나 지워야 할 감정이 아님을 말합니다. 저 또한 긍정보다 슬픔과 고통 속에서 더 많은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고 어떤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통과 슬픔은 우리의 삶이 결코 내가 잘나서 잘난 것이 아닌 운이 좋아서 내가 오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이 고통과 슬픔은 자존감을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통과 슬픔과 함께 죽음이 주는 교훈을 다큐 후반 강력한 어조로 말합니다. 

 

다큐 내용을 보면서 저와 비슷한 생각에 좀 놀랬습니다. 마크 맨슨이 결코 심리학자가 아닌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어서인지 참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네요. 심리학자였다면 수많은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분석하려고만 했겠죠. 그러나 마크 맨슨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뭣이 중한지를 깨달았고 그걸 말하고 있습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

 

인스타그램을 좋아하지 않고 잘 하지도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은 긍정만 가득한 SNS입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삶의 절정인 순간 또는 하이라이트만 올라옵니다. 결고 삶이 그렇지 않죠. 삶은 하이라이트보다 길고 지루합니다. 그런데 어떤 축구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만 보고 그 축구 선수가 10번 차면 10번 다 골을 넣는다고 열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스타그램처럼 사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비싼 스포츠카, 비싼 옷, 비싼 반지 같은 피상적인 것을 강조하고 그걸 쫓는 부나방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차고 넘칩니다. 물론 저도 현혹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최근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합니다. 제가 내일 죽는다는 것이 아닌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그랬더니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아세요? 이목도 덜 신경 쓰게 되고 무엇보다 남들과 비교하는 빈도가 확 줄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남들과 비교하면서 등수 체크하고 있는 그런 시간에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하니 자연스럽게 주변의 잡음들이 신경 쓰이지 않게 되네요. 

 

매일 20분 이상 연예인 기사 읽고 한 마디 하는 그런 삶이 아닌 연예인과 나와 상관 없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줄이고 내 삶, 나와 관련 있는 삶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마크 맨슨은 말합니다. 너도 틀렸고 나도 틀린 세상에서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책임을 지면 내가 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내 책임이라고 인정하면 내가 만든 세상에서 벗어나서 보다 정확한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간도 사고 파는 세상(내가 할 것을 남에게 돈 주고 시키고 남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에서 시간마저 불공평한 세상에 유일하게 평등한 건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입니다. 죽음 앞에서 신경 써야 할 것과 덜 쓸 것을 구분하고 신경을 쓸만한 것을 만나면 잡소리가 안 들리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신경 끄기의 기술>은 말하고 있습니다. 

 

무한 긍정의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다큐입니다. 추천합니다. 

 

별점 : ★ ★ ★ ★
40자 평 : 무한 긍정의 세상에서 고통과 슬픔과 죽음이 삶을 더 또렷하게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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