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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거미집 그러나 참 지루한 영화

by 썬도그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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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조용한 가족>을 만들었던 김지운 감독은 그 한 편의 영화로 신성으로 추앙받았고 <반칙왕>, <장화, 홍련>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흥행 감독이 됩니다. 이후 놈, 놈, 놈과 <달콤한 인생>, <밀정>까지 스타일이 살아 있는 흥행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인랑> 이후 감을 많이 잃은 느낌입니다. 그 감 떨어짐은 2023년 개봉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거미집>까지 이어지네요

영화 <화녀>로 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거미집> 그러나 설정만 비슷할 뿐

거미집

개봉 전에 (故) 김기영 감독 유족들이 김기영 감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점이 고인의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했다가 극적으로 합의를 합니다. 그래서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인 <하녀>를 모티브로 했나 했고 저도 그렇게 알고 영화가 너무 재미없어서 중간에 끊고 급하게 <하녀>를 다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 <하녀>와 영화 속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모티브를 얻은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어디를 봐도 김기영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김기영 감독과 연관되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잘 합의되었지만 괜히 <하녀>를 챙겨 보게 되었네요. 전혀 상관없어요. 

아! 괜히는 아니죠. 영화 <거미집>의 좋은 점은 영화 <하녀>를 제대로 보게 해주었다는 것이고 별 5개 영화를 뒤늦게 보게 해 준 점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하녀>를 보고 난 후 <거미집>을 다시 보니 영화가 더 재미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영화 <하녀>와 연관성이 없다고 한 이유는 <거미집>의 배경입니다. <하녀>는 1960년 작품이고 <거미집> 속의 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입니다. 그리고 영화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초반 오정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과 방직공장 여공의 모습에 <하녀> 구나 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다른 영화더라고요.  <하녀>는 하녀와 집주인 사이의 불륜과 갈등이 내용이라면 <거미집>은 불륜이 있지만 그냥 흔한 3류 막장 드라마이고 재산을 가지고 다투는 솔직히 뭔 내용인지 알고 싶지도 재미도 없는 내용입니다. 그냥 1970년대 반공 시대의 흔한 영화 촬영장을 배경으로 한 코믹극입니다. 

재촬영을 하기 위해서 다시 모인 배우와 스텝들 

거미집

영화 배경은 1970년대 한 영화 스튜디오입니다. 아마도 신필름을 모티브로 했다면 안양에 있는 영화 스튜디오일 것으로 보입니다. 김열 감독(송강호 분) 은 신 감독이라는 존경하는 감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항상 비교가 됩니다. 고민 끝에 김열 감독은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결말을 바꿔서 새로운 영화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재촬영하려면 제작비가 더 늘어나고 무엇보다 서슬 퍼런 공안정권이 허락을 해줄 리가 없습니다. 

 

모든 영화를 시나리오 단계부터 검열하고 촬영 장소도 촬영본도 검열하는 암흑기였죠. 김 감독이 영화를 재촬영하겠다는 이유는 멸시 때문입니다. 신상호 감독 밑에서 머슴살이한다는 소리까지 듣자 모멸감에 재촬영을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그게 선언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죠. 이에 신상호 감독의 아내인 백 회장(장영남 분)을 설득하지만 실패합니다. 그러나 딸인 신미도(전여빈 분)가 김열 감독의 수정된 시나리오를 보더니 명작이라면서 재촬영을 지원합니다. 

거미집

 

그렇게 배우들을 다시 불러서 재촬영을 하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달라지고 영화의 결말에 다들 말이 되냐고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감독의 말에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영화 재촬영 준비를 합니다. 다만 한유림(정수정 분)이 드라마 촬영 중에 와서 컨디션이 좋지 못합니다. 그렇게 영화 재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소동극을 담은 영화가 <거미집>입니다. 

영화 전반에 관한 은유를 곳곳에 숨겨 놓은 영화 거미집

거미집

2023년 개봉한 <라라랜드>의 감독인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바빌론>은 영화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죠. <거미집>도 비슷합니다. 영화 촬영장을 소재로 해서 영화 문화 전반에 대한 은유가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서 난봉꾼인 주연 배우와 배역과 실제를 구분 못하는 메타포 연기를 지향하는 자. 관객 입장에서 나도 저렇게 연기하겠다는 사람이 직접 연기를 하자 혹평을 받는 모습 그리고 줄타기 저울질을 하는 조감독과 모든 것을 명확하게 보고 판단하는 기획자 등등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서 펼쳐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1970년대 유신정권 아래에서 검열이라는 엄청난 압박도 잘 녹였습니다. 

거미집

사실 이 검열이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 70~80년대 군부독재정권에서 왜 세계적인 영화나 노래가 안 나온지 아세요? 특히 영화사를 보면 한국의 영화 암흑기는 70~80년대였습니다.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 정권은 문화 활동을 억압했습니다. 가수 앨범마다 건전가요가 강제로 들어가야 했고 영화 시작 전에 대한 뉴우스라는 국정 홍보 영상을 봐야 했습니다. 모든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검열을 받아야 했고 완성 후에도 검열을 받아야 했습니다. 바로 그 무시무시한 사전검열 제도가 있었죠. 그래서 만화를 영화로 만든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공포라는 단어가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유발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제목이 수정되었습니다. 각설하고 

거미집

영화 <거미집>은 후반 고난위도 촬영술인 롱테이크 과정을 어떻게 촬영하는지를 생동감 있게 담습니다. 사망한 신상호 감독(정우성 분)이 등장해서 김열 감독을 압박하는 모습 등 크리에이터의 고뇌까지 전체적으로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고 상영하는 모든 과정을 담았습니다. 

 

감독 인터뷰에서도 나왔지만 영화 제작과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마치 거미집에 걸린 듯한 배우와 감독의 빛이자 어두움도 담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크게 부각한 것은 창작자로서의 감독의 위치와 무게와 한계입니다. 

 

창작자의 고통을 잘 담은 영화 <거미집>

거미집

창작은 극심한 고통을 유발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정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강박들을 크리에이터들은 가지고 있죠. 그러나 너무 생경스러운 걸 만들면 대중이 외면합니다. 그렇다고 대중 취향적인 요소만 잔뜩 넣어서 만들면 또 식상하다고 안 봅니다. 그래서 가수 윤종신의 말처럼 남들보다 한 두 발짝 앞서가야지 너무 멀리 가버리면 대중이 쫓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중과 함께 가면 유치하다고 하고 너무 멀리 가면 난해하다면서 외면받습니다. 

 

김열 감독의 고통은 신상호 감독이 친 거미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으로 재촬영을 하지만 결국 그 거미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지만 관객들은 환호하는 모습에 더 무표정하게 변해갑니다. 이런 전체적인 영화 제작에 대한 다양한 고통과 고민과 코믹을 잔뜩 넣었습니다만 영화 <거미집>은 재미가 없습니다. 

영화 마니아가 아니면 뚱하게 보게 될 영화 <거미집>

거미집거미집
거미집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면 영화 <거미집>은 재미없게 볼 겁니다. 영화 자체가 큰 재미가 없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저도 영화 보면서 그래서 뭘 어쩌라고 태도로 보게 되네요. 영화 제작 과정의 분란과 모습을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이고 이걸 다양한 캐릭터로 보여주는 건 알겠는데 그 은유를 엮을 강력한 서사가 없습니다. 열등감에 사로 잡힌 감독이 명 감독이 친 거미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창의적인 내용을 넣어서 재촬영 하고 그 영화를 짧게 영화 속에 집어넣고 다시 스크린에서 나오는 과정 자체는 신선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놀라운 창의력이나 재미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 생각들이 반영된 것이 관객 동원수가 아닐까 합니다. 

거미집

저도 김지운 감독이라는 이름만 믿고 개봉할 때 보려고 했다가 너무 저조한 흥행 성적과 평을 보면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영화관람료 1만원 시대라면 조조를 선택해서라도 봤겠지만 1만 5천 원 시대에는 함부로 보기 쉽지 않고 최대한 살펴보고 보게 됩니다. 너무 저조한 흥행 성적에 안 봤는데 안 보길 잘했네요. 영화가 재미가 없습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만 관객은 감독의 넋두리 같은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게 아닌 재미를 요구합니다. 그런 면에서 재미를 거미줄에 걸리게 하지 못했네요. 차라리 2020년 현재를 배경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검열의 시대의 엄혹함을 담으려면 제대로 담아야 하는데 요즘 20,30대 관객들은 검열 시대의 엄혹함을 이해하지도 그게 뭐가 중헌디~~라고 볼 것 같네요. 

 

나이 들수록 자기 고집보다는 남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김지운 감독의 아집도 좀 느껴졌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지만 잘못 담으면 개인적인 넋두리로 담길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별점 : ★ ★
40자 평 : 관객들에게 영화 제작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은 거미줄을 쳤지만 재미는 다 빠져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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