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는 일본에서 인기 높은 만화입니다. 한국에서도 소개되어 인기를 끌고 있죠. 줄여서 이 좀100이 현재 넷플릭스에서 애니와 영화로 동시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애니는 매주 1편씩 업로드되고 영화는 2시간으로 끝을 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악덕기업에 다니던 텐도 좀비 세상에 만세를 부르다
좀100은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이 좀비에게 물려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그걸 다 하고 죽겠다는 아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텐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텐도(아카소 에이지 분)가 이런 생각을 가진 이유는 악덕 기업에서 1년을 다녀서 영혼이 가출 직전인 상태라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그날도 쓰레기가 가득한 방에서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뭔가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매일 인사를 하던 경비 아저씨가 좀비가 되고 길거리 여기저기서 좀비 떼가 출몰합니다. 좀비 세상이 되었습니다.
텐도는 이 좀비 세상에서 만세를 합니다. 회사 안 가도 된다는 생각에 싱글벙글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좀비에 죽을 거 죽기 전에 그 동안 못했던 것을 노트에 적습니다. 그게 바로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입니다. 스토리는 독특하지만 구멍이 너무 많습니다. 좀비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관심이 없을 수 있습니다만 적어도 생존을 위한 철두철미한 생각을 해야 생존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좀비들의 특징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그냥 걸리적거리는 존재 수준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인 텐도는 버킷리스트를 쓰고 하루 하루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한 것들을 체크하면서 하루하루 즐거움이 가득한 삶을 삽니다. 여기에 대학교 럭비부 동료인 류자키(야나기 슌타로 분)와 시즈카(시라이시 마이 분)가 함께 합니다.
애니를 보면서 미친 스토리 미친 작화라고 했지만 스토리는 신박하긴 한데 딱히 뭐 대단한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라서 별로였습니다. 간단한 설정을 밀어부치는 일본의 힘이 무섭다는 생각만 좀 했고요. 이러니 소재의 다양성면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더 좋아 보입니다.
애니 좀100의 핵심 재미는 작화입니다. 페인트를 뿌려 놓은 듯한 페인트 낙서광의 그림처럼 화려한 색들이 가득합니다. 빠른 비트의 음악과 그라피티의 에너지만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멤버들과 좀비 세상 여행기 같아도 볼만 헀습니다. 그런데 영화 좀 100은 일본판 웅남이가 아닐까 할 정도로 졸작이네요. 올해 본 일본 영화 중 최악이네요. 좀비 세상을 그린 거리 풍경이나 액션이나 꽤 잘 만든 장면들이 많긴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억지 설정에 좀비를 응원하게 되네요.
간장 국물 흘린 듯한 J 좀비들의 어설픔
참고 사진으로 올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J 좀비들은 더럽게 느껴집니다. 먼저 피를 흘려야 하는 좀비가 간장을 흘리는지 시커먼 피를 묻히고 다닙니다. 붉은 피는 잔혹해서 그런가 봅니다. 여기에 눈은 렌즈를 껴서 괴물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오히려 더 조악해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행동이죠. K좀비들은 관절꺾기와 행동들이 아주 자연스럽죠. J좀비들은 누워있다가 손을 안 쓰고 허리 힘으로만 일어나는 장면에서도 피아노줄을 이용한 와이어 액션으로 일어납니다. 전체적인 좀비 움직임이 현실감도 무섭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좀비들이 무섭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고 더럽다는 생각만 드네요.
목표가 사라지고 상어 좀비라는 산으로 가는 이야기
고구마 캐릭터 나옵니다. 시즈카라고 하는 꽤 영리하고 생존 능력이 뛰어난 차원이 다른 생존력을 보여줄 것 같은 시즈카는 단독 플레이를 지향합니다. 타인들은 다 거추장스런 존재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두 럭비부 출신 텐도와 류자키에게 도움을 받고 둘과 함께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그렇고 좀100도 그렇고 이 아포칼립스 세상을 제대로 그리려면 제대로 설명해줘야 합니다. 아니 좀비가 이렇게 창궐하는데 수도와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는 것이 말이 됩니까. 뭐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러려면 전체적인 상황을 안내하던가 해야 하는데 전혀 설명이 없습니다. 그냥 멸망한 세상에서 자기들끼리 공짜 술을 마시고 공짜 차를 타고 액티비티를 즐깁니다. 제정신이라면 미래를 걱정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해야 하지만 오늘만 삽니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지 이 3명의 주인공처럼 미래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방종으로 흐를 뿐입니다.
이러니 이야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럼 제대로 즐기던가요. 전 100가지 일을 다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한 16개 정도 하다가 끝납니다. 그것도 100개를 다 적어 놓고 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합니다. 이게 무슨 버킷 리스트에요. 미리 싹 적어놓거나 적어도 50개는 적어놓고 하나씩 해야지 즉석에서 적어 놓고 시행하는 건 밀린 일기 쓰는 초딩 같아 보이네요.
게다가 이 시즈카라는 캐릭터 상당히 비호감으로 등장합니다. 너무 날이 서 있고요. 그러다 이 두 남자 주인공에게 마음을 엽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볼만 했는데 영화 후반 수족관부터 짜증 나는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수족관에서 직장 상사를 만나는 것까지는 우연치고는 심했다고 하는데 거기서 또 노예생활을 하는 텐도를 보면서 한심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여전히 좀비처럼 사는 텐도, 그런 텐도를 끄집어 내기 위해서 버킷리스트를 들어 보이는 시즈카! 너무 뻔한 스토리네요. 뭐 원작 자체가 가벼운 스토리라서 그렇다고 해도 너무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스토리 진행이네요. 여기에 다리 달린 상어 좀비 장면은 괴랄하기까지 하네요. 괴랄한 건 좀비 상어뿐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의 액션이 황당 시추에이션이 가득합니다.
돈은 꽤 들이고 초반 좀비 월드 구현은 꽤 좋았지만 좀비들의 액션도 조악하고 스토리는 더 이상하고 좀비 상어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너무 천박스럽네요. 애니는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영화는 애니와 달리 현실 기반이어야 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핀트 나간 사진 같습니다. 올해 본 일본 영화 중 가장 못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내 버릿리스트 첫 줄에 쓰고 싶은 문장 '주인공 빨리 좀비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