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오늘은 광복절입니다. 일본 제국이 미국에 항복을 한 날입니다. 이 광복을 이끈 것은 2방의 핵폭탄 때문입니다. 일제는 옥쇄 작전으로 온 국민이 죽을 각오로 일본 본섬 5개를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고 오키나와 하나 점령하는데 수만 명의 미군과 일본인 민간인이 자결을 하고 항복하지 않는 일본군을 보자 고민을 합니다. 8월 1일 미국은 일본에게 지금이 항복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우리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있다고 알려주지만 일본은 일언지하에 그 말에 거절했습니다. 미국은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끼에 원자 폭탄을 투하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천왕은 8월 15일 항복선언을 합니다.
그 천왕의 항복과 동시에 한국은 일본 식민지에서 소련과 미국의 분할 통치국이 됩니다. 그 8월 15일이 한국은 광복절 바로 오늘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7월에 개봉해서 큰 흥행 성공을 하고 호평을 받고 있는 <오펜하이머>가 8월 15일 오늘 개봉했습니다.
대사 핵폭탄이 터진 영화 <오펜하이머> 놀란 감독 영화 중 가장 지루하다
오전 9시 30분 조조 풍경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예약을 하려고 조조를 찾아보니 조조인데 좌석이 95%나 찼습니다. 맨 앞자리와 1인 자리가 조금 있을 뿐 거의 모든 좌석이 꽉 찼습니다. 이런 풍경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처음입니다. 오늘 모르긴 몰라도 최소 70만 정도 관객이 들 것 같네요. 아침 일찍 영화관 앞에 가보니 와~~ 매진에 가까운 예매가 사실이었네요. 이렇게 이른 아침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건 오랜만에 보네요. 엄청난 인기입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는 재미있냐? 재미는 있습니다. 역시 놀란 감독 영화 답게 플롯의 마법을 뿌리고 음향 같은 긴장감 올리는 음악과 흥미로운 영상미 등등 꽤 볼만한 장면이 많지만 3시간이라는 상영 시간 중간중간 졸리고 짜증이 날 때도 많네요. 감히 말하지만 놀란 감독 영화 중 가장 지루한 영화입니다. 지루하다고 볼만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지루하지만 보고 있으면 오펜하이머의 불안과 죄책감과 성취 사이에서 불안해 하는 한 인간의 고뇌를 아주 잘 담은 영화로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대사가 너무 많고 긴 것이 아쉽네요.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지루한데 볼만하다? 이건 오펜하이머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자 폭탄의 아버지이자 동시에 군축의 아버지인 오펜하이머. 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여기도 있고 저기에도 있는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역학과 닮았고 오펜하이머도 양자 세계처럼 동시에 2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으로 잘 담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가 지루한 이유 3가지
1. 액션 영화가 아닌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내적 갈등이 핵심이다.
우리가 예상하는 <오펜하이머>는 인류 최초로 지구 멸망을 우리 손으로 할 수 무기인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봤지만 그럼에도 핵무기 개발 과정이나 핵무기를 테스트하고 일본으로 핵무기를 싣고 나르는 B-29 등의 어느 정도 긴장감 높이면서 눈길을 끄는 액션 장면이 없습니다. 일본의 피해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고 피해 사진을 본 오펜하이머가 동공지진과 후회 어린 표정을 짓는 모습만 담깁니다.
따라서 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이 담기긴 하지만 그거 말고는 이렇다할 액션이 없습니다. 너무 없다 보니 지루함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캐릭터 전쟁이라도 하면 좋은데 그것보다 원자폭탄을 만들고 수소폭탄은 반대한 어떻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오펜하이머의 내적 갈등을 담은 영화입니다. 이 내적 갈등은 꽤 잘 담았고 오펜하이머의 갈등을 잘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나 이게 엄청나게 격정적이지 않아서 지루할 때가 많습니다.
'킬리언 머피'의 연기가 하드캐리한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마치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을 보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만 '킬리언 머피'만 눈에 들어올 정도입니다.
2. 대사 핵폭탄이 터지는 <오펜하이머>
와~~ 지친다, 지쳐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대사가 너무 많습니다. 이 <오펜하이머>는 2개의 청문회의 회상으로 시작됩니다. 하나는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을 만든 후에 다시 핵폭탄 관련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재인가를 위한 비공개 청문회에서 자신의 공산주의자라는 의혹을 변론하기 위한 청문회와 5년 후에 상무장관이 되기 위해서 청문회에 나온 루이스 스트로스(로보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청문회가 교차로 나옵니다.
두 청문회를 통해서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가 밝히는 원자폭탄 제조 과정과 원자폭탄 이후에 수소폭탄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펜하이머가 수소폭탄 제조를 반대하는 과정을 2개의 청문회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이 청문회를 통해서 누가 스파이짓을 했느냐도 있지만 누가 오펜하이머를 밀고해서 빨갱이로 몰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이게 영화 후반의 핵심 재미로 등장하는데 이게 엄청나게 궁금하지는 않았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미국의 전쟁 영웅이었던 오펜하이머가 한순간에 모든 관직에서 내려가고 심지어 핵무기를 개발한 사람인데도 핵 관련 관련 정보도 들여다볼 수 없는 몰락의 드라마에 집중한 듯한데 이게 딱히 흥미를 끌지 못하네요. 그런데 이 흥미를 끌어내려고 엄청나게 많은 대사들이 쏟아지는데 순간순간 졸게 되네요. 차라리 초반 원자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장면들이 경이롭고 놀라운데 후반은 이런 장면도 거의 없습니다. 아! 물론 핵폭탄 장면이 꽤 볼만한데 핵무기 테스트 후에도 30분가량 계속 영화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좀 졸린 구간이 많네요.
3. 전작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심심했던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화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전작들을 보면 <다크나이트 3부작>, <인셉션>, <인터스텔라>, <테넷>, <덩케르크>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창작 스토리 영화지만 <덩케르크>는 플롯의 마법사답게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놀라운 플롯과 실제 액션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이중에서도 <인터스텔라>는 미국보다 한국인들이 더 사랑한 영화로 1,032만 명이 본 과학 액션 영화였습니다. 이 당시 블랙홀에 대한 관심들이 많았고 과학 SF 영화의 붐이 불 정도로 한국인들의 과학에 대한 열정을 잘 보여줬습니다. 더 놀라운 영화는 <테넷>으로 열역학 제2법칙을 이용해서 역방향 시간 흐름을 재현해서 많은 사람들을 혼란과 흥미를 동시에 끌어냈습니다.
CG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 액션과 세트 촬영과 IMAX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가장 조용하고 대사많은 영화로 시각적인 충격은 가장 적은 영화입니다. 다 보고 나면 놀란 감독의 영화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너무나도 잔잔해서 좀 놀라실 겁니다. 참고로 이 영화가 물리학자가 주인공이라서 과학 영화로 생각해서 초등학생과 함께 보는 부모님들도 계시던데 이 영화 15세 관람가입니다. 중간에 여자 배우의 가슴 노출과 뜨밤 장면이 있기도 하지만 영화가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적합하지도 않고 과학적인 지식력을 올려주는 영화도 아니라서 비추천합니다. 차라리 유튜브에서 오펜하이머 다큐 다이제스트한 영상을 추천합니다.
양자 세계와 2차 대전이 충돌해서 핵폭탄 제조 경쟁이 시작되다
1930년대에 유럽에서 양자 세계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를 넘어서 우라늄 원자핵에 중성자를 쏘면 원자가 2개로 쪼개지면서 중성자 3개를 내뱉는데 동시에 E=MC2의 법칙에 따라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걸 발견합니다. 이에 독일에서는 하이젠베르크가 나치 밑에서 이 엄청난 에너지를 폭탄으로 만들려는 핵폭탄 제조를 시작합니다.
이에 미국도 뒤늦게 유럽에서 망명한 유대계 물리학자를 모아서 핵폭탄 개발을 시작합니다. 이 개발에는 펜타곤을 만든 MIT공대 출신의 레슬리 그로브스(맷 데이먼 분) 소장은 햄버거 가게도 운영못할 무능력하고 업적도 초라하고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렸던 전적이 있고 주변인물도 공산당 활동을 한 사람들이 있는 모든 경력이 부적절한 '오펜하이머'를 20억 달러(현재 시세로 40조 원)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의 과학자들의 리더 자리에 오펜하이머를 앉힙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왜 그로브스가 자신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나오지만 기본적인 서사는 전쟁을 종료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었지만 핵무기가 인류의 전쟁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군축 경쟁의 시대를 이끈 수소 폭탄의 아버지이자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의 미친 과학자의 롤모델이었던 '에드워드 텔러'와 미국 대통령과 로다주가 연기하는 '루이스 스트로스'와의 갈등이 하나의 서사의 축입니다. 이 서사에는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자라고 증명하려는 자와 공산주의자들이 주변에 있지만 자신은 애국주의자라고 항변하는 오펜하이머의 청문회가 펼쳐집니다.
또 하나는 오펜하이머 자신안에서 일어나는 내폭에 가까운 갈등입니다.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은 상당히 불안정한 인물로 마치 우라늄 원자핵 같은 인물입니다. 결혼한 키티(에밀리 블론드 분)가 있지만 수시로 내연녀인 진 태트록(플로렌스 퓨 분)을 만납니다. 손가락질받을 만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런 불안한 오펜하이머를 척력으로 밀쳐내는 것이 아닌 오펜하이머를 전자로 삼는 강력한 원자핵인 키티가 오펜하이머의 분열을 막습니다.
이외에도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을 종료한 핵폭탄을 만들어서 전쟁 영웅이 되지만 동시에 300년 물리연구를 폭탄 1방으로 히로시마 30만 인구의 3분의 1을 한 순간에 죽이고 방사능으로 서서히 고통속에서 죽게 한 결과물을 가져오자 온갖 비난도 함께 합니다. 물론 대놓고 하지 않지만 자신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는 말로 대신하죠. 프로메테우스 같은 고통을 겪는 오펜하이머는 서서히 분열을 시작해서 원폭의 아버지에서 군축의 아버지가 됩니다.
이런 과정이 아주 담백하게 잘 담았고 이게 참 흥미롭습니다. 그럼에도 후반부의 법정 드라마 같아지는 건 좀 아쉽긴 하네요. 대신 전반부에 원자핵 주변을 전자가 도는 장면이나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원자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이 세상이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로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세상임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흥미롭네요.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오펜하이머가 미국 정부와 함께 핵폭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당위에 대한 설명은 좀 약하네요. 예를 들어서 미국은 1946년 겨울에 대규모 일본 상륙작전을 계획하고 있었고 수백만 명의 미군과 일본인들의 사망과 함께 소련이 일본군과 맞서기 위해서 전선을 아시아로 확대하는 것 등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핵폭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그 당시의 긴박감은 너무 적게 담아서 아쉽네요.
전쟁영웅과 빨갱이가 된 오펜하이머
영화 <토르>는 망치가 주인공이 아니듯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도 핵폭탄도 주인공이 아닙니다. 오펜하이머라는 물리학자가 주인공입니다. 동료들 대부분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노벨상 대신 핵폭탄의 아버지가 되어서 전쟁 영웅이 됩니다. 이렇다할 성과 하나 없던 우유부단한 성격에 내연녀도 있고 좋은 아버지도 아니었던 오펜하이머. 그러나 이 사람이 2차 세계대전을 종료시키고 동시에 냉전의 공포를 일으킨 핵무기를 만든 사람이자 빨갱이로 의심을 받으면서도 핵무기 사용 반대를 외쳤던 모순된 삶을 살았던 오펜하이머를 담은 영화입니다.
양자역학은 빛이 파동이면서도 입자인 거시세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물리 세계를 가졌는데 영화를 보면서 오펜하이버가 핵무기의 아버지이자 군축의 아버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납득이 안 가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동시에 과학자들끼리의 반목하지만 연대하는 힘도 아주 잘 보여주네요. 마지막 장면에서 정치인들의 계략과 음모를 물리학자들의 정직함으로 부숴버리는 장면은 가장 인상 깊네요.
요즘 정치인들이 과학을 외치고 있죠. 그거 볼 때마다 정치질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과학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지네요. 과학은 불완전, 불확실 세계에서 확률로 말하는데 정치는 진실도 거짓말과 정치적 술수로 덮고 묻고 왜곡하는 인간들이죠. 어떻게 보면 <오펜하이머>는 정치와 과학의 충돌을 담은 드라마로도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좀 지루한 건 아쉽네요.
기대치 내려놓고 진득하게 보실 분들이라면 좋은 드마라이지만 재미를 추구한다면 꽤 지루할 수 있는 영화 <오펜하이머>였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과학과 정치의 빅뱅 속에서 피어나는 정직한 오펜하이머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