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에 개봉한 한국의 빅4 영화 중에 2개는 손익분기를 넘었고 2개는 폭망 했습니다. 넘은 영화는 <한산>과 <헌트>이고 폭망 한 영화는 <비상선언>과 <외+계인 1부>가 폭망 했습니다. 이때부터 한국 영화 위기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앞으로도 이어질 겁니다. 왜냐하면 관객들의 영화 기대 수준이 높아졌는데 이는 넷플릭스 같은 OTT에 쏟아지는 드라마, 영화, 다큐가 더 효용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평일 성인 영화관람료가 1만 5천원이 되어서 기존 한국 영화의 평균 재미만 제공해서는 1만 5천 원을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확실한 재미 만인이 재미있다고 검증이 된 영화만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불황으로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인 것이 문화 예술에 대한 소비입니다. 문화 소비는 안 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분야죠. 그럼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곳이 문화입니다.
2023년 여름 개봉 한국 영화 중 밀수만 손익분기점을 넘길 듯
2023년은 어떨까요? 아직 개봉 안 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호자>를 제외하고 3개의 영화가 개봉을 했습니다. 그리고 개봉 첫 주와 둘째 주 개봉 성적이 나왔습니다.
개봉 2주째인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353만 명으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는 액션도 많지 않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느낌이 안 듭니다. 게다가 과도한 CG 사용으로 인해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러나 박정민과 고민시의 열연과 캐릭터들의 짜임새와 70년대 배경과 음악 사용과 깔끔하게 재미있는 연출과 스토리가 뭉쳐서 꽤 볼만했습니다. 이런 반응은 저만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합니다. 대박은 아니고 볼만한 정도라는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밀수>의 손익분기점은 400만 명으로 제작비가 여름 흥행 영화 치고는 좀 소박하죠. 보통 500만 이상인데요. 그런데 다소 작은 규모의 제작비지만 유명 배우들을 기용하고 간단명료한 재미를 주기에 흥행에 성공한 듯합니다. 솔직히 <도둑들>보다 <밀수> 보면 만족을 할 수 없죠. 그런 면에서 2010년대 초반에 나온 영화들이 참 대작들도 많고 재미가 좋은 영화들이 많았어요. 연출, 연기, 스토리가 완벽한 흥행 대작들이 많았고요. 그에 비해 <밀수>는 영화도 소박 재미도 좀 소박한 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밀수>의 흥행 성공도 다른 경쟁작이 더 재미가 없어서 1위를 한 것도 있을 거예요.
비공식 작전이 흥행 실패 이유
<끝까지 간다>, <터널>, <킹덤 시리즈>의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은 개봉 첫 주 2위를 기록했습니다. 첫 주 주말까지 총 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네요. 어찌보면 좋은 흥행 성적 같지만 이 <비공식작전>과 <더문>의 손익분기점은 무려 600만 명입니다. 제작비가 350억 원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모로코에서 16분 동안 진행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나 액션 장면이 꽤 있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연출이나 연기 모두 꽤 좋아서 입소문이 나면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찾을 겁니다. 그러나 단점이 너무 큰 영화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영화 비슷한 영화가 많이 나왔다는 겁니다.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한국인들이 벌이는 액션을 담은 영화는 <모가디슈>와 <교섭>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5대양 6 대륙 중에 또 중동 아니면 아프리카인가요? <비공식작전>은 모로코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모가디슈>가 꽤 좋은 성적을 거두자 입소문이 났는지 또 모로코에서 촬영을 했네요. 관객들은 이미 <모가디슈>로 충분히 본 중동 배경 액션인데 또 나온다고요? 식상하죠. 식상합니다. 이는 제목에서도 드러납니다. 원래 제목은 <피랍>이었다가 <비공식 작전>으로 변경합니다.
이 자체가 비슷한 영화의 이미지를 피하기 위함이죠. 그럼 피했어야죠. <교섭>과 <비공식작전>이 비슷한 소재이다 보니 관객들은 또 중동이야?라고 질려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영화의 주제나 재미는 꽤 다릅니다. <교섭>은 그냥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졸작이지만 <비공식작전>은 <교섭>과 재미도 연출도 스토리도 연기도 모두 더 좋습니다. 동급이 절대 아닙니다. 제가 느낀 것은 1위는 모가디슈 2위는 비공식작전 3위가 교섭입니다.
이런 편견과 식상함 때문에 관객이 외면을 했을 겁니다. 저는 시사회로 봤지만 보는 내내 아니 왜 중동 이야기를 찾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화 바탕이지만 실화가 잘 알려지지도 흥미로운 실화도 아닙니다. 이게 두 번째 문제점입니다. 실화가 재미있거나 묵직하거나 뭔가 강렬해야 하는데 이게 없습니다. 그냥 외교부 직원이 납치되었다가 외교부 직원이 가서 데리고 온다는 내용인데요. 이게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차라리 창작 스토리가 더 낫죠. 2명의 남자가 하나의 돈 가방을 들고 협상을 하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내용이라는 외국 개봉 포스터가 딱 드러맞다는 생각도 드네요.
잘못된 소재 선택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느껴지네요. 그럼에도 꽤 잘만든 영화이고 재미도 좋은 영화입니다. 다만 선입견을 제거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더문이 실패한 이유
<더문>은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붙였습니다. 국내 최초 돌비시네마로 제작되었다고 하죠. 돌비시네마는 보다 풍부한 계조로 어두운 것을 더 어둡게 표현하고 밝은 곳을 더 밝게 표현해서 화이트홀이나 암부의 칙칙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비시네마로 제작해도 그걸 오롯하게 소화할 수 있는 돌비시스템을 갖춘 상영관이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최초의 시도는 아주 좋고 훌륭합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VFX 제작 회사인 덱스터의 기술력이 총 망라한 영화이기도 하죠.
이런 달에서의 유성우 장면은 압권이고 영상 기법은 단연코 국내 최고인 것에 토를 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우리는 특수 효과나 CG만 봅니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연출과 연기이고 CG는 조연이어야 합니다. CG가 주연이 될 수 없습니다. CG가 주연이면 그냥 기술 과시 및 홍보 영상일 뿐이죠.
영화 <더문>이 망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덱스터 홍보 영상물이라는 소리입니다. 김용화 감독이 만든 덱스터라는 팀이 60억의 예산으로 달이라는 공간을 CG와 세트를 만들어서 구현했다는 자체는 아주 놀라운 일입니다. 할리우드에 비하면 놀라운 가성비 영상을 만들었으니까요. 모르긴 몰라도 <더문>을 본 해외 영화 제작사들이 덱스터에게 CG를 많이 맡길 듯합니다. 문제는 스토리죠.
기술력 과시하다가 영화의 핵심 뼈대인 줄거리를 놓쳤습니다. 신파에 저질 스토리가 입소문이 나면서 3개의 영화중 가장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비공식작전>과 동시 개봉해서 첫 주 흥행이 36만 명에 그쳤습니다. 손익 분기점이 600만 명인 <더문>은 100만 조금 넘기고 OTT로 넘어갈 듯하네요.
김용화 감독은 천만 영화가 2편이나 있습니다. <신과 함께 1,2부>가 모두 천만을 넘겼죠. 천만은 넘기지 못했지만 <국가대표>도 좋은 성적을 거두웠습니다. 그런데 <신과 함께>는 원작이 웹툰이고 <국가대표>는 각본을 썼지만 각색이 무려 3명이나 붙었습니다.
그러나 <더문>은 혼자 각본을 다 썼습니다. 김용화 감독의 실수는 각본을 본인이 썼다는 겁니다. 각본 실력이 떨어지면 좋은 각본가를 구해서 쓰게 해야죠. 그게 맞습니다. 영화 <더문>은 온갖 테크닉에 대한 이야기는 많습니다. 월면차를 직접 굴러갈 정도로 제작했다 하는데 그런 이야기 말고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담고 쪼게 해야지 사람들이 보지 안 봐도 뻔한 스토리를 담으면 누가 보려고 하겠습니까.
<더문>, <비공식작전>의 흥행 실패 이유는 스토리입니다. 영화의 기본 스토리가 탄탄해야 그 위에 액션을 붙이고 드라마를 붙이고 액세서리 같은 재미를 붙여도 착착 잘 붙죠. 물론 영화가 스토리가 좋다고 꼭 재미있으라는 법도 스토리가 약해도 액션이나 연기나 연출이 좋아도 흥행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범죄도시3>보세요. 스토리가 조악해도 원펀맨으로 멱살 잡고 끌고 가잖아요. 그런 강력한 매력이 없다면 스토리가 기본적으로 탄탄해야 합니다.
그런데 식상한 소재의 <비공식 작전>과 신파극인 <더문>은 스토리에서 큰 결점을 보입니다. 특히 김용화 감독은 윤제균 감독이 롤모델인지 이제는 먹히지 않는 신파드라마를 계속 우려 먹네요. 영화가 감정에 호소하려면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고 감정을 드러내야지 같이 웃고 울지 혼자 웃고 울면 관객은 먼발치에서 팔짱 끼고 봅니다.
그럼에도 <비공식작전>은 그런 약점에도 볼만한 영화인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워보이네요. <더문>이 더 큰일입니다. 개봉한 지 2개월이 다 되어가는 <엘리멘탈>보다 더 인기가 없습니다. 이런 실패들이 한국 영화계를 움츠리게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실패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해야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1만 5천 원이라는 영화 관람료의 상승만큼 영화의 재미가 올라야 하는데 오르지 않는다면 영화 1편 안 보고 넷플릭스 1달 내내 재미있는 콘텐츠 소비하는 시대가 고착화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