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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밀수는 알고보면 페미니즘을 슬며시 담은 영화

by 썬도그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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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페미니즘이 욕으로 들리는 좀 이상한 사회 분위기를 가진 나라입니다. 아니 페미니즘을 곡해해서 여성상위주의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페미니즘은 여성 상위가 아닌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걸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60~80년대에 지방 여중, 여상을 다니던 누나들이 서울에서 내려온 중소기업들이 보내준 버스를 타고 구로공단에서 타이밍이라는 각성제를 먹으면서 밤샘 노동을 헀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남동생이나 오빠를 대학 보내던 것이 아닌 자가기 번 돈으로 여공들이 대학을 가는 사회가 바로 페미니즘 사회입니다. 

정의와 평등을 그렇게 외치는 20, 30대 남자들이 왜 그리 페미니즘을 여성상위라고 곡해하는지 모르겠어요.전 한국의 20,30대 남자들과 함께 여자들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남녀 갈라 치기로 매일 스트레스받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가 참 어둡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 에너지를 자기 발전과  성장에 쓰면 좋은데 별 쓸데없는 것에 신경과 에너지를 쓰고 있네요. 

당신들도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다른 이성이 만나서 만든 결과물임에도 자연의 섭리마저 극복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오래가지는 않겠죠. 세상은 정반합으로 안정화로 진행되는 것도 하나의 자연 섭리니까요. 다만 페미미즘이 묻은 영화들을 보이콧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계에서는 페미니즘 영화로 낙인찍히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미 영화 <바비>가 남녀 평등을 외치는 영화임에도 페미니즘 영화로 낙인찍혀서 한국에서 흥행 4위를 하고 있네요. 미국에서는 초대박이 나서 난리인 영화인데요. 뭐 이런 흐름이 어디 쉽게 바뀌겠습니까? 보기 싫은 영화 보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요.  

다보고 나니 페미니즘 영화였던 영화 <밀수> (스포 있어요)

밀수는 알고보면 페미니즘을 슬며시 담은 영화

페미니즘 영화라는 홍보를 안 하죠. 할리가 없죠. 해봐야 손해인데요. 그리고 <밀수>는 페미니즘 영화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여름 해양 액션 영화입니다. 그러나 다 보고 나면 이거 페미니즘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글은 스포가 가득하니 영화 보신 분들만 읽어보실 걸 추천합니다. 

<밀수>의 주인공은 염정아와 김혜수입니다. 그래서 여성 버디 무비라고 느껴지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버디 무비라는 느낌은 크지 않습니다. 그냥 박정민과 조인성의 힘겨루기 영화라는 느낌이 더 큽니다. 

밀수는 알고보면 페미니즘을 슬며시 담은 영화밀수는 알고보면 페미니즘을 슬며시 담은 영화

실제로 조인성이 연기하는 권 상사가 모든 권력 서열의 1인자이자 전국구이고 박정민이 연기하는 장도리가 지역구 1인자의 대결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숨겨진 권력자인 세무 직원 이장춘(김종수 분)의 권력 싸움으로 보입니다, 남자 배우 3명의 권력 싸움에 김혜수와 염정아가 곁들여진 느낌입니다. 그나마 김혜수는 권력 싸움에 주도권을 잡으려고 머리를 사용하지만 염정아는 그냥 밀수 하청만 합니다. 볼품없는 캐릭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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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고 마담을 연기하는 고민시가 자기 주도형 캐릭터이자 맛깔스러운 연기 때문에 김혜수와 고민시가 강력한 남성들 사이에서 빛을 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후반 해녀들의 해양 액션이 펼쳐지면서 이 영화 남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박살 내는 영화구나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남성이 지배하는 70년대는 여성의 존재는 항상 남성의 보조 같은 존재였습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여자가 대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하지 못한 시대였죠. 또한 동일 노동을 해도 다른 임금을 받는 임금 차별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인력이 모자를 정도로 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되자 여공이라고 하는 여성 공장 노동자들이 구로공단에서 제품 생산 라인에 투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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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70년대 군천 앞바다에서 해녀로 재현을 했습니다. 해녀라는 직업 자체가 여자 직업임을 표현합니다. 사실 해녀라는 직업은 가성비 때문에 존재하지 남자가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후반 잠수통을 메고 바다를 들어가는 남자들이 있죠. 남자도 할 수 있지만 여자들에게 바닷속을 들어가라고 합니다. 

남자들은 배를 몰고 밀수를 주도하는 상위 레벨이고 여성인 해녀들은 가장 어렵고 힘든 작업을 합니다. 이런 시선 속에서 밀수품을 기중기로 끌어 올리다가 제품이 떨어져서 해녀가 다쳤는데 안 다쳤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 밀수품부터 걱정을 합니다. 이런 남성 상위 시대에서 여성들은 서로를 돕고 이끕니다. 염정아 캐릭터가 여기서부터 빛납니다. 김혜수가 큰 밀수껀을 제안하지만 일언반구에 거절을 했지만 동네의 가난한 여동생의 불행을 보고 결심을 합니다. 밀수를 하겠다고요. 

여기에 부둣가 아낙네들이자 해녀들을 이끕니다. 그러나 <밀수>가 후반 해양 액션 전까지 페미니즘 영화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여성이 많이 나오지만 김혜수, 고민시, 염정아 말고 다른 여성 해녀들은 대사도 거의 없고 서사도 없어서 여성 연대를 느끼게 하는 구간이 없습니다. 

밀수는 알고보면 페미니즘을 슬며시 담은 영화

그러다 달라진 것이 영화 후반 해양 액션에서 드러납니다. 여성으로 대표되는 해녀와 잠수통을 맨 남성 깡패와의 수중 액션에서 해녀들이 승리를 합니다. 그리고 배에는 모든 남성들이 하선을 하게 되고 여자만 탄 염정아 아버지의 배를 몰고 항구로 돌아갑니다. 

밀수는 알고보면 페미니즘을 슬며시 담은 영화

제가 오버해서 해석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70년대라는 남성 상위 시대에서 여성들이 연대를 해서 밀수범들을 밀어내고 여성만 탄 배를 타고 돌아간다는 자체가 그 시절의 여성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영화 <밀수>는 영화 <바비>처럼 대사로 귀에 주입해 주는 방법이 아닌 은근하게 스리슬쩍 담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여성이 승리하는 여성 연대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보면 <밀수>는 서로를 속고 속이고 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알파 수컷들끼리 싸움을 붙여서 서로 죽게 만들어서 여성만 남게 하네요. 이러다 보니 이 영화에 속은 사람들은 관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속음이 누군가에게는 쾌감 누군가에는 뜬금 없다 또는 불쾌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전 70년대 남성 상위 시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로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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